2020년 10월호

안철수 “국민의힘, 김종인밖에 안 보여…‘결혼’ 생각 없어”

“檢, 권력 애완견 만드는 게 무슨 검찰개혁인가”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20-09-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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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내년 말쯤 수습…文 ‘종식’ 발언 이해 안 가

    • 失政 드러나면 소수의 국민 악마화해 싸움 붙여

    • 포스트코로나 대비책 全無…경제는 추락할 일만 남아

    • 납세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 세금을 ‘벌주는 일’로 생각해서야

    • ‘文 차별화’ 이낙연, 文 지지자 비위 맞춰야 하는 딜레마

    • 야권 통합? 정부 견제 우선, 民心 따라 역할 하겠다

    • 비호감 많은 국민의힘 흡수되면 야권 必敗…혁신경쟁 이유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그 사람 친구를 보거나, 그 사람이 쓰는 사람을 보면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라는 (송철호) 울산시장은 어떤 혐의를 받고 있습니까. 대통령을 ‘형’이라고 부른다는 금융 황태자 유재수(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는 전임 법무부 장관(조국)은 법정에서 어떤 간교함을 보여줬나요. 법을 좀 안다고 형사소송법 들먹이며 300여 회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현 법무부 장관(추미애)은 지금 무슨 소설을 쓰고 있습니까.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내 사람 챙기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볼 줄 아는 능력’입니다.” 

    9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정권을 비판할 게 너무 많아 대안을 제시할 겨를이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대표는 요즘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연일 현 정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8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집값이 진정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달나라 대통령 같은 발언에 수많은 국민이 분통을 터뜨렸다”고 일갈했고,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서는 “이 정권 사람들이 정권 잡는 동안 자신들은 용으로 승천하고 국민은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라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안 대표는 “문 정권이 해야 할 일은 ‘기승전 검찰개혁’이 아니라 ‘기승전 대국민 반성과 참회’”라고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주문했다. 21대 총선에서 당세는 확 약해졌지만 안 대표의 ‘스피커 출력’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민심의 흐름을 읽고 적절한 비유로 전달하는 안철수식(式) 화법은 ‘선수’들이 부족한 국민의당 나름의 생존법이기도 하다. 제1 야당의 잇따른 ‘러브콜’에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며 ‘마이웨이’ 중인 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화제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美 언론 “코로나 곧 종식” 文 발언 비판

    -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걱정이다. 

    “안타깝지만 ‘한 달만 버티면 어찌 되겠지’하고 생각해선 안 된다.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백신이 내년 상반기쯤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 백신이 나오더라도 세계 인구수만큼 생산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우리나라 전 국민이 순차적으로 접종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런 걸 종합하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의 말처럼 내년 말 정도로 봐야 한다. 그때에도 완전히 종식된다는 뜻은 아니다.” 



    - 왜 그런가. 

    “소아마비 백신은 한 번 맞으면 되지만 인플루엔자 백신은 매년 맞아야 한다. 백신을 맞는다고 100%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에이즈 백신은 접종자의 30% 정도가 효과(항체 형성)를 본다. 따라서 코로나19 종식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상황이 수습되는 때는 내년 말 정도로 봐야 한다. ‘코로나 터널’을 통과하려면 아직 3분의 2가 남았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대통령이 ‘코로나 종식’ 운운한다. 제대로 된 참모들의 조언을 못 받았든지,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통령과 여당, 정부의 판단 미스가 위기를 불러왔다.” 

    지난 1월 20일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가 발생한 뒤 문 대통령은 2월 13일 “코로나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조금씩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우리 정부의 방역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2월 18일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5000여 명이 감염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문 대통령 발언을 “대가가 큰 실수(costly error)”라고 비판했다. 이어지는 안 대표의 설명이다. 

    “이제 3분의 1 지났는데도 대통령이 코로나 종식 이야기를 하고, 정부는 소비 진작 쿠폰을 발행하고 임시 공휴일(8월 17일)을 지정하고, 교회 소모임 금지 해제를 발표했다. 국가의 정책 및 의사결정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지 감(感)으로 해선 안 된다.”

    “전 국민 대상 항체 검사부터 하라!”

    -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한 조치 아닐까.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3월 11일) 국민 60%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거라고 했을 때 모두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그게 사실이다. 국민의 60% 정도는 항체가 있어야 감염이 점점 줄어드는 ‘집단면역’ 개념을 얘기한 거다. 국가 지도자라면 이처럼 객관적 사실을 먼저 얘기한 뒤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코로나 종식을 말하며 헛된 희망을 줘서는 안 된다. 지난 인터뷰에서 말한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 즉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게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다.” 

    안 대표는 3월 23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베트남전쟁 이후 8년 동안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다 생환한 미국의 스톡데일 장군 얘기를 통해 코로나19 장기전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로수용소에서 ‘곧 고향으로 갈 수 있을 거야’라며 낙관하던 병사들은 희망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절망감을 이기지 못해 죽은 경우가 많았지만, 스톡데일 장군처럼 ‘상당 기간 고향에 가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 현실주의자들은 스스로를 다잡으면서 오랜 수용소 포로 생활을 이겨냈다. 

    - 위기 상황에서는 냉철한 현실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냉철해져야 한다.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도 치료할 수 있는 환자 수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함이다. 감당할 환자 수를 넘어서면 의료 인력과 병상이 부족해져 확진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자가 속출한다. 매일 발표하는 확진자 수는 평균적으로 일주일 전에 감염된 사람들 숫자다. 감염 이후 일주일 동안 사람들과 접촉했다면, 오늘 확진자 수가 100명이라고 해도 실제 1000명 이상일 수 있다. 확진자 수가 적으면 안심하지만, 확진자 수는 코로나19를 판단하는 관리 지표로는 한참 부족하다.” 

    - 방역 당국은 매일 확진자 수를 발표하고, 정부도 이를 근거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한다. 

    “그러니까 미숙하다는 거다. 다른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감염 정도를 파악하는 데는 ‘깜깜이 환자’ 비율이 더 중요하다.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모르는 환자 비율이 상승하면 확진자 수가 줄더라도 ‘경고 신호’를 울려야 한다. 실제 8월 초만 해도 깜깜이 환자 비율은 낮았지만 점점 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소비 쿠폰을 뿌리고 공휴일을 지정했다. 코로나 터널이 아직 많이 남은 만큼 지금이라도 전 국민 대상으로 검사해서 코로나19 항체를 가진 국민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관리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도 찾아야 한다.” 

    - 지속 가능한 거리두기 방법이라면…. 

    “독일에서는 공연장 자리 배치를 통해 감염을 최소화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2m, 4m씩 띄어 앉게 하고 공연장 공기 흐름을 조절하면서 감염을 막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생각해 보라. 내년 말까지 자영업자들에게 가게 문을 닫으라고 할 건가. 가게 문을 열어도 안전하게 운영하는 방법 등을 찾아야 한다. 이런 연구를 안 하고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느냐 마느냐, 통신비 2만 원을 주느냐 마느냐 타령이다.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2022년에는 국가채무 1000조 시대가 된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도 대비해야겠다. 

    “‘온택트’(Ontact·온라인 대면 방식) 시대에 모든 산업과 문화, 업무 방식, 해외 교류 방식 등이 완전히 재편될 텐데, 이 변화에 대비할 시간도 내년 말까지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이러한 큰 그림은 안 그리고….”

    “도덕·사회 규율 기준 망친 文 정권”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 문재인 정권 집권 4년차는 어떻게 평가하나. 안 대표는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유튜브 대담에서 “민주당은 아는 게 없으니 과거만 계속 판다. 국운(國運)이 여기까지인가 하는 절망이 든다”고 했는데. 

    “대통령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됐다. 가장 큰 문제가 기본적인 도덕이나 사회 규율의 기준을 망가뜨렸다는 거다. 이 정권 사람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6년 아들의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온라인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 전송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리 시험이 왜 나쁘냐’고 하고, (조 전 장관 딸) 인턴 증명서 위조 혐의에 대해 ‘인턴 증명서 위조 안 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대놓고 말한다. 지킬 건 지키고 사는 서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모든 정책을 지지율과 정권 유지책으로 생각하고, ‘내로남불’을 부끄러운 줄 모른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역대 정권은 욕을 들어도 나름 개혁과제를 수행해 왔는데, 이 정권에서 개혁과제는 오간 데 없다. 적폐청산 광풍은 몰아쳤지만 정작 나라에 필요한 개혁의 ‘개’자도 보이지 않는다. 검찰을 권력의 애완견으로 만드는 검찰개혁이 무슨 개혁인가. 검찰개혁 외에 공공·노동·경제구조 개혁 등 꼭 필요한 개혁은 거론조차 안 한다. 필요한 개혁을 제때 못 하면 국가가 힘들어지고 국민이 고생한다. 검찰개혁이랍시고 (지난 1월 검찰 직제개편을 통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하면서 수많은 금융사기꾼이 활개 치게 했다(안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권 실세 연루 의혹을 받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이 정권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국민 통합에 나서야 할 대통령이 ‘갈라치기’(편 가르기)로 분열을 조장하는 것도 큰 문제다. 대통령이 간호사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글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9월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냐”라며 “의료진이라고 표현됐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썼다. 순식간에 ‘편 가르기를 한다’는 비판 댓글이 3만5000여 개 달리자 청와대는 다음 날 “해당 글은 기획비서관실이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지는 안 대표의 설명이다. 

    “이 정권은 잘못한 일이 드러나면 소수를 악마화해 국민끼리 싸우게 만든다. 그래서 주의를 흐트러뜨리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니 집 가진 사람과 없는 사람, 의사와 간호사를 가른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자신의 글이 문제가 되니 아랫사람 핑계 대는 것도 처음 본다. 지지율 유지에 급급하니 포스트코로나 시대 4차 산업혁명 같은 당장 준비해야 할 것들은 등한시할 수밖에. 계단식으로 도약한 우리 경제는 이제 절벽에서 추락할 일만 남았다.”

    세상은 善惡…편 가르기 하는 이유

    - 왜 편을 가른다고 생각하나.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사고방식이 머리에 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선(善)과 악(惡)밖에 없는 단순한 세상에서 자신들은 ‘절대선’이라고 믿는다. 월급만 많이 주면 경제는 잘 돌아가는데 ‘이걸 왜 안 했지’하고 생각하니 소득주도성장이 튀어나오는 거다. 노후 대비용으로 다세대주택 몇 채 산 사람들은 ‘가진 자’ ‘악당’이 된다. 부동산 문제는 교육정책과 일자리 위치, 교통 여건, 인구수 추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이걸 단순하게 생각하니 수십 번 정책을 내놓아도 안 풀린다. 세금 문제도 그렇다.” 

    -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취득세·양도세 등을 올린 거 말인가. 

    “그렇다. 납세는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다. 납세자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 정권 사람들은 평소 세금을 잘 안 내봐서 그런지 세금을 벌주는 걸로 생각한다. ‘너희들 잘못하면 세금 물린다’는 식이다. 부동산 세금도 주택 소유자에게 벌을 주기 위해 올린 거 아닌가. 그럼 국민에게 ‘세금은 벌’ ‘세금은 안 내는 게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두고두고 대한민국에 해악이 될 거다.” 

    - 최근 공공의대 신설이 논란이 됐다. 안 대표의 발언(“공공의대를 졸업하면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공립의료기관에 우선 선발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니, 제정신이냐”)에 민주당과 복지부는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는데. 

    “이 정부 들어 사자성어 쓸 일이 굉장히 많아졌다(웃음). 적반하장이다. 그 발언은 복지부 홈페이지를 보고 한 말이다. 그렇다면 가짜뉴스 제공자는 정부 아닌가. 공공의대 설립을 핑계로 정치권에서 시·도지사가 입학생을 추천한다고 했다가 시민단체가 심사한다고 한다. 공공의대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고, 의전원은 조국 전 장관 딸처럼 시험 안 치고 입학한 몇몇 기득권층 자녀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들었다. 자녀를 공공의대에 넣어 자자손손 기득권을 누리려고 하니 민심이 분노하는 거다. 조국의 ‘아빠 찬스’, 추미애의 ‘엄마 찬스’가 말해준다.” 

    그의 말처럼 공공의대 입학생 선발 관련 논란은 복지부가 자처한 측면이 크다. 복지부는 지난 2018년 보도자료를 통해 “시·도지사에게 선발 추천권을 부여한다”고 밝혔고,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학생을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도 8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해명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혼란을 드린 부분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 이낙연 신임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에게 여야 회담을 제안하는 등 협치(協治) 분위기가 읽힌다. 

    “이해찬 전 대표가 대놓고 갈라치기(편 가르기) 했다면 이 대표는 합리적이다. 나라가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다만 (이 대표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문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하고,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선 대통령 지자자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딜레마가 있을 거다. 흔히 권력의지가 강한 사람이 권력을 잡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권력의지 이전에 혁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이 없는 사람이 정치적 유산을 기반으로 집권한다면 그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전임 정권과 현 정권의 실상과 모습을 잘 보면 해법이 보일 거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시대와 국민이 바라는 바와 일치시켜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이 올바른 길이고 결국 승리로 가는 길이다.”

    “지금 이 순간 선거 생각 전혀 안 해”

    - 이 대표처럼 안 대표도 딜레마가 있을 거 같은데. 안 대표는 그동안 기득권 양당제 타파를 위해 ‘자강론’을 강조했지만, 21대 총선과 앞서 서울시장 선거, 대선 등에서는 양당제 정치구도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5년 12월 13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한 말(“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며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은 말은 여전히 유효한가. 

    “2012년 9월 처음 정치를 시작했으니 이제 만 8년인데, 1년 반 정도 외국에 있어서 현실정치를 떠났으니 실제로는 6년 반 정도다. 그동안 생각이 바뀐 적이 없다. 혈혈단신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으니 세력도 없었고, 양당 대립구도로 심화되면서 중도의 자리도 좁아졌다. 박지원 전 대표의 민생당은 20석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우리 당이 ‘쪼그라들었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 3석은 (새정치에 대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집단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의석수가 준 만큼 주요 언론에 우리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아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다.” 

    -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정치 지형 변화와 정권의 탄압에도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그렇다. 현재 우리가 찾은 최선의 방법은 폭주하는 현 정부를 견제해 성과를 보여주는 거다. 대체로 정당은 도덕적·정책적·세력적 자산을 가진다고 본다. 우리의 도덕적 자산은 단단하고, 정책적 자산은 국민의힘보다도 강하다. 우리 당의 방향에 동의하고 깨끗한 것도 알겠는데 그 좋은 생각을 구현할 수 있는 힘, 즉 세력적 자산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 정치는 결국 선거로 작동하고, 선거는 곧 정당의 존립과 번영의 열쇠다. 내년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에서 ‘이기는 선거’를 위한 구상은 뭔가. 

    “보궐선거 분위기가 뜨고 있다지만 우리는 11월 이후 고민을 시작할 거 같다. 솔직히 지금 이 순간은 선거 고민이나 생각은 전혀 안 한다. 고민해도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현재는 힘을 기르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굉장히 마음 편하게 일에 집중하고 있다.” 

    -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선거기획단을 발족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초선들의 출마를 독려하는 등 보선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한계가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지만 김 위원장 혼자만 보인다. 실제 그 당이 변화하려면 구성원들이 변하고, 그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김 위원장이 과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과 민주당 비대위에서 활동했지만 이후 당이 바뀌었는가. 혼자만 한다고 바뀌는 게 아니다. 그러니 (야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 그걸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주호영 원내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주장한다. 21대 총선 때 국민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것도 야권 표 분열을 막고 통합을 위한 초석을 놓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우리 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못 낼 형편은 아니었다. 양당 구도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야권 표를 잠식하겠다고 생각했고, 현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큰 목표가 있어 힘든 결심(무공천)을 했다. 국민의힘과의 협상은 전혀 없었다. 지금 만에 하나 우리 당이 (국민의힘에) 흡수돼 여야가 1대1 구도가 되면 야권은 선거에서 필패다.”

    “합당은 毒, 중도층 지지 흡수해야 승리”

    -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제1 야당에 대한 비호감을 가진 국민이 많은 상황에서 합당은 독(毒)이 된다. 그래서 야권 전체 혁신 경쟁을 하자는 거다. 무당층과 중도층 지지를 흡수해 저변을 넓혀야 이길 수 있다. 각자 힘을 쌓으면 선택지는 많아진다. 내년 말까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면서 비전과 큰 그림을 얘기하겠다.” 

    -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9월 3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밖에 계신 분들이 우리 당(국민의힘)에 관심을 가지면 당으로 흡수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왜 안철수 씨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불편한 반응을 보였는데. 

    “위원장 취임 후 광주에 가서 무릎도 꿇어가면서 노력했는데, (기자들이) 나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니 그런 반응을 보인 거 같다(웃음). 선거에 대한 고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야권 지지자들의 생각과 민심이다. 정당은 국민, 혹은 지지자들의 열망을 실행에 옮기는 도구 아닌가. 민심을 거스르면서 할 수는 없을 거다. 선거 전 정리되는 민심에 따라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다.” 

    - 김 위원장의 회견에 대해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주 원내대표의 경우 확실하게 국민의당하고 결혼하자고 정식 청혼을 한 거고, 김 위원장은 결혼은 하고 싶으면 하든지 말든지 정도”라고 해석했다. 

    “나는 이미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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