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질병청 독감백신 주무과장, 2년 새 4번 바뀌었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10-06 16: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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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예방접종사업 책임자 최근 2년 간 6~8개월 단위 교체

    • 독감백신 상온 노출, 접종자 집계 오류 등 ‘아마추어적’ 실수 연발

    • 전문가들 “업무 연속성 감안해 적어도 1년은 바꾸지 말아야”

    질병관리청(질병청, 옛 질병관리본부)에서 독감백신 접종 및 이상반응 관리 업무를 맡는 예방접종관리과장이 최근 2년 새 4번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임명된 김○○ 과장부터 연달아 3명의 과장이 보임 후 채 1년도 되기 전 자리를 옮겼다. 최근 질병청에서 독감백신 상온 노출, 피접종자 인원 집계 오류 등 전례 없는 ‘실수’가 반복되는 상황. 담당부서장의 잦은 인사이동이 난맥상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청은 9월 7일 올해 독감백신 무료접종사업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명의자는 예방접종관리과 ‘조○○ 과장’이었다. 불과 나흘 만인 11일, 질병관리청 인사가 났다. 조 과장이 국장급으로 승진하며 이○○ 과장이 예방접종관리과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전문가들은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게 원칙이다. 감염병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예방접종관리 책임자를 교체한 건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은다.

    예방접종관리과장, 번번이 1년 내 교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9월 22일 독감백신 상온 노출이 확인돼 무료 접종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9월 22일 독감백신 상온 노출이 확인돼 무료 접종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의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2016년부터 1년 여 간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기 몇 달 짜리 과장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백신 수급 및 접종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겠나”라며 “말이 안 되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예방접종관리과는 국가백신사업을 주도하는 질병청 핵심 부서다. 예산과 인력이 집중돼 있다. 정부가 그 자리의 중요성을 안다면 이런 식의 인사를 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게 정 교수 의견이다. 그는 “내가 현직에 있었다면 두 번째 과장 교체 요구를 받았을 때 ‘절대 안 된다’고 맞섰을 것”이라며 “백신접종 사업의 연속성을 감안해 적어도 1년은 책임자를 바꾸지 말아야 한다. 과거엔 그랬다”고 강조했다. 

    2010년 1월 임명된 배○○ 예방접종관리과장은 3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 후임 과장 3명도 각각 1년 이상 예방접종관리 업무를 책임졌다. 2018년 12월부터 갑자기 1년 미만 인사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인사 발령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2010년 ‘신종플루 범부처사업단’ 단장을 맡아 백신 개발을 진두지휘한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잦은 인사로 예방접종 관리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개탄했다. 최근 질병청에서 연달아 발생한 ‘아마추어적 실수’는 그 결과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공무원 전문성 키우는 인사원칙 세워야”

    올해 우리나라에선 사상 초유의 독감백신 상온노출 사고가 발생했다. 수습과정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질병청은 9월 22일 독감백신 무료접종 잠정 중단을 공표하며 “문제가 된 백신을 맞은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불과 사흘 뒤 “105명이 해당 백신을 맞았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질병청은 이튿날 피접종 인원을 “224명”으로 고쳤고,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상온노출이 의심되는 백신을 맞은 사람 수는 10월 3일 2303명까지 치솟았다. 질병청은 이 발표 뒤 집계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며 수치를 2295명으로 정정했고, 4일 현재 2296명으로 집계한 상태다. 

    김우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마음 놓고 백신을 맞을 수 있겠나”라며 “방역당국이 국민 신뢰를 잃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기석 교수는 “질병청 출범 전 질병관리본부 인사는 외풍이 심했다. 이제는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키우는 인사 원칙을 세워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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