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야자는 한국 대추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표면이 상대적으로 매끈하고 좀 더 크다. [GettyImage]
이번엔 들깨향이 가득한 나물, 보드랍게 구운 갈치와 두부, 청국장에 햅쌀 밥 한 그릇을 불룩 먹었다. 그러고는 일을 마무리하는 사이, 또 작은 접시에 달콤한 간식 한 쪽을 주시며 ‘녹기 전에 먹자’ 하셨다. 속을 넣은 대추야자(date)였다. 곶감을 펼쳐 호두를 넣고 돌돌 만 것처럼 대추야자 씨를 뺀 다음 무언가를 단단히 넣어 두셨다. 쫀득하고 달콤한 대추야자를 깨물자 단단하고 고소한 것이 입에 쏙 들어온다. 기분 좋은 짠맛을 퍼뜨리며 쫀쫀한 대추야자와 부들부들 엉기는 것은 바로 버터였다.
바짝 마른 거대한 역사 한 조각
크림치즈와 아몬드로 속을 채운 대추야자 요리. [GettyImage]
불과 몇 년 전 대추야자를 처음 맛보던 때가 기억난다. 나눠 먹던 이들과 함께 “바짝 마른 거대한 역사 한 조각을 먹는구나”라는 얘기를 했다. “도대체 세상에 우리가 안 먹어 본 게 얼마나 많이 남았을까” “이걸로 뭘 해 먹으면 더 맛있을까” 등의 말도 하며 계속 대추야자를 집어 먹었다.
대추야자에서는 녹진하고 깊은 단맛이 난다. 보통 그 맛을 꿀에 비유한다. 달콤하고, 말랑하면서 쫄깃해 한 개 두 개 집어 먹다 보면 금세 봉지가 바닥을 보인다. 문제는 당도와 열량이다. 종이컵 한 개 분량이 500㎉ 가까이 된다고 한다.
부드러운 단맛에 은근한 향
블루치즈로 속을 채운 대추야자 요리. [GettyImage]
마른 과일이 보통 그렇듯 꼼꼼한 향이 나는 짭짤한 치즈와도 썩 잘 어울린다. 고르곤졸라나 로크포르 같은 강렬한 풍미의 푸른곰팡이 치즈를 대추야자에 쓱 바르고, 쌉싸래한 맛이 진한 초콜릿과 한입에 넣고 오물오물 먹으면 좋다. 시큼한 맛이 살아있는 페타나 브리 같은 치즈도 대추야자의 단맛과 잘 어우러진다.
대추야자를 우유에 넣고 곱게 갈면 맛있는 음료가 된다. [GettyImage]
대추야자 잼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대추야자를 생수에 30분 정도 담가 말랑말랑하게 불린 뒤, 물과 대추야자를 함께 곱게 갈아 끓이면 된다. 대추야자 잼에 땅콩이나 아몬드 다진 것을 섞어도 맛있다. 대추야자 잼에 대추야자를 잘게 썰어 넣으면 씹는 맛이 더해진다. 따뜻한 비스킷, 바삭한 쿠키 등에 발라 먹으면 좋다. 고기 요리 양념에 설탕이나 과일청 대신 대추야자 잼을 조금씩 넣으면 부드러운 단맛에 은근한 향까지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