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세계 사망자가 9월 27일 10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북반구의 겨울을 맞아 코로나19 위력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발견 불과 9개월 만에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는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신동아’가 코로나19에 대한 궁금증을 한꺼번에 정리해봤다.
코로나19 현황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은 나라는 미국(20만9236명)이다. CNN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미국이 최근 치른 ‘5대 전쟁’ 전사자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베트남전에 참전해 사망한 미국인 수는 4만7434명이다. 한국전 3만3739명, 이라크전 3만519명, 아프가니스탄전 1909명, 걸프전 148명 등의 미국인 전사자를 다 더해도 11만 명 대로, 코로나19 사망자 수에 비해 매우 적다.미국 외에 브라질(14만1441명), 인도(9만4971명), 멕시코(7만6243명) 등도 코로나19로 국민 수만 명을 잃었다. 한국의 27일 현재 누적 사망자 수는 401명이다. 월드오미터가 통계를 발표하는 세계 215개 국가 및 지역 가운데 78번째에 해당한다.
한때 하루 사망자 수 8513명(4월 17일)을 발생시킬 만큼 파괴적이던 코로나19의 위력은 최근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9월 들어 세계 하루 사망자 수는 6000명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0월 이후 북반구 기온이 내려가면서 코로나19가 다시 힘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자 및 사망자 수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백신이 보급되기 전 누적 사망자 수가 2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치명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9월 1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국내발생현황 및 항체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코로나19는 고령자에게 치명적이다. 국내 연령별 코로나19 치명률을 보면 30대(0.07%), 40대(0.13%), 50대(0.41%)까지는 0.5% 미만이다. 그러나 60대(1.15%), 70대(6.89%)를 넘어 80대(21.06%)에 이르면 감염자 5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치솟는다. 김석찬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거의 100% 폐렴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치료예후가 나쁠 수밖에 없다. 위험을 피하려면 예방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감염경로
9월 7일 서울 중구 한 프랜차이즈 카페 내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실내 취식이 금지되자 테이블을 사용할 수 없게 막아뒀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둘째 접촉전파다. 환자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재채기를 하거나 손가락으로 코를 비비면 바이러스가 묻어나온다. 그 손으로 다른 사람과 악수하면 바이러스가 전해진다. 우리 피부는 단단한 막이다.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한다. 하지만 환자와 접촉해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자기 눈, 코, 입 점막을 만지면 바이러스가 옮는다.
셋째 간접접촉전파도 가능하다. 코로나19 환자가 기침,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비말은 탁자, 문고리, 컴퓨터자판, 수도꼭지 등에 묻는다. 그것을 만진 사람이 다시 자기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될 수 있다.
탁자, 문고리, 컴퓨터자판 등 일상공간에 묻은 바이러스는 최대 일주일 이상 살아남는다. 특히 섭씨 5도 이하, 습도 30% 이하인 ‘저온건조’ 환경에서 오래 산다. 겨울은 춥고 건조해 바이러스가 살기 좋은 시기다. 제품 재질을 보면 섬유보다는 딱딱한 탁자에서 바이러스가 더 오래 살아남는다.
코로나19 유행시기에는 손을 잘 씻고 무심코 얼굴을 만지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사람 간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착용해 전파 위험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 병원체 특징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병원체 이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다. 1930년대부터 과학계에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공개한 바이러스 모형을 보면 파란색 표면에 빨간 돌기(spike)가 돋아난 듯 보인다. 이 모양이 왕관(corona) 같다고 해서 코로나라는 이름이 붙었다.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뿐 아니라 돼지·소·닭 등 가축과 개·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박쥐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동물종을 감염시킨다. 하지만 오랜 세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로 여겨졌다. 인체에 침투해도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중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주목하게 된 건 2002년 변종이 발생해 ‘사스 사태’를 일으키면서부터다. 2012년 출현한 또 다른 변종은 ‘메르스’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에 큰 위기를 가져왔다. 두 사건 사이 간격이 10년이었다. 이후 채 8년도 지나기 전, 코로나19가 또 나타났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데도 향후 언제, 어떤 변종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미리 백신, 치료제를 만들어놓고 기다릴 수가 없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병원체의 또 다른 특징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전파력이 있다는 점이다. 사스의 경우 환자 비말에 바이러스가 1만 개는 있어야 전파됐다. 병원체가 환자 체내에서 충분히 증식해 각종 증상을 일으킨 뒤 외부로 퍼져나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반면 코로나19는 감염자에게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만큼 초기 단계부터 감염력을 보인다. ‘컨디션이 좀 안 좋네’ 하는 수준, 예를 들어 비말에 바이러스 1000개쯤밖에 없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다. 이는 더 많은 숙주를 감염시키고자 하는 바이러스 본능에 비춰볼 때 매우 강력한 무기다.
코로나19 변이 위험성
미국 저널 ‘사이언스’는 3월 9일 독일 바이러스학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한 달에 평균 1~2개의 변이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감염력이 강화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건 코로나19 병원체 돌기 단백질 614번 아미노산에 나타난 변화다.
돌기는 코로나19 전파에 핵심 구실을 한다. 돌기 단백질이 숙주 세포에 있는 ‘ACE2’ 수용체와 결합하면 바이러스 침투가 시작된다. 인간 폐에는 ACE2가 다수 분포해 있다. 코로나19가 폐 손상을 일으키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돌기 단백질 아스파트산(D)이 있던 자리에 글리신(G)이 자리 잡은, 이른바 ‘D614G’ 변이가 확인됐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진은 6월 12일 이 변이가 돌기 단백질 수를 5배 증가시키고, 인체 세포 수용체(ACE2)와 결합하는 부위를 늘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감염력을 키웠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7월 2일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연구진 등은 D614G 변이가 발생한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환자의 체내 바이러스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영국 셰필드의대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999명으로부터 채취한 검체를 조사한 결과다. 다만 이 연구에서 D614G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중증도나 치명률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7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D614G 변이로 코로나19의 병독력, 치명률, 임상의 중증도가 올라가지는 않았다는 게 해당 논문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변이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현재 과학계는 코로나19 병원체의 돌기 단백이 인체 세포 수용체에 달라붙지 못하게 할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백신 및 치료제 모두 양자의 결합을 차단할 물질을 찾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변이가 돌기의 끝이 아니라 중간, 인체로 비유하면 머리가 아니라 목 부위 정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그간의 연구에 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번 변이가 코로나19 돌기 단백질과 인체 세포 수용체가 직접 맞닿는 RBD(Receptor Binding Domain)에서 발생했다면 현재 전략에 수정이 필요했을 수 있다”는 게 김 교수 설명이다. 분명한 건 코로나19가 계속 변이하고 있으며, 향후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지속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확인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
코로나19 유행 후 세계 각국은 앞 다퉈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 미국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9월 11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2021년 말까지는 기다려야 코로나19 이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언제 백신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안전한 백신을 만드는 것”이라며 “백신은 건강한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맞는 것인 만큼 안전성을 더욱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8일 영국 옥스퍼드대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하던 코로나19 백신물질 임상시험이 중단되며 백신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했다. WHO에 따르면 9월 25일 현재 세계 각국이 연구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189개다. 이 가운데 임상시험을 시작한 건 40개, 개발 최종단계인 3상을 진행하는 것은 9개에 불과하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AZD1222)은 이 가운데 선두주자로 통했다. 7월 의학 학술지 ‘랜싯’에 게재된 AZD1222 2상 결과를 보면 약물 안전성과 항체형성 효과가 확인된다. 이후 이 물질은 세계 각지에서 3상에 돌입해 빠르면 연내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영국 임상시험 도중 ‘중대한 부작용’이 발견돼 개발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공식 성명을 통해 “(안전성 문제로 약품 개발이 중단되는 건) 대규모 임상에서 일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물질 임상시험은 이후 영국, 브라질 등에서 재개됐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9월 28일 현재까지 중단 상태다.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개발과정에서 임상시험은 통상 네 차례 진행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을 거쳐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1상에서는 보통 건강한 일반인에게 약물을 투여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2상은 질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효과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이 두 번의 임상으로 신약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되면 수천~수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3상이 이어진다. 이때는 시험대상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신약과 위약(플라시보)을 각각 투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약물을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약품 개발이 종종 좌초된다. 하지만 AZD1222는 세계적 연구역량을 갖춘 대학과 제약사가 개발을 주도하고, 1상 및 2상에서 안정적인 결과가 나온 터라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바라는 이들 사이에서 기대가 컸다. 이번 임상 중단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어려움이 재확인된 셈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한때 코로나19를 정복할 ‘게임 체인저’로 불렸던 말라리아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클로로퀸)은 환자 대상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의료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태다.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 역시 마찬가지다. WHO는 7월 4일 관련 임상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클로로퀸과 칼레트라는 모두 실험실에서는 코로나19 병원체 활성 억제 효과를 보여줬다. 반면 사람 대상 시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WHO는 “39개국 5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클로로퀸과 칼레트라가 코로나19 치료에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의료계에서 그나마 효과를 인정받는 약물은 에볼라치료제 렘데시비르 정도다. 단, 이 약은 처방 대상이 제한적이다. 5월 22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임상시험 결과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 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31% 가량 단축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EU 집행위원회 등이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용으로 렘데시비르 사용을 허가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폐렴이 발생하고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렘데시비르 물량 확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가장 빨리 움직인 건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렘데시비르 생산업체인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7~9월 생산 물량 거의 전부를 구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6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미국에 렘데시비르 7월 생산량 전부와 8, 9월 생산량의 90%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계약 가격은 미국 공공보험 가입자의 경우 한 병에 390달러(약 47만원), 민간보험 가입자는 520달러(약 62만원)다. EU 또한 현재 물량 확보를 위해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약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료 여건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우리나라에서는 효용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올 여름 주목받았던 덱사메타손은 어떨까. 6월 16일 영국 BBC는 옥스퍼드대 과학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합동 연구팀이 임상시험을 통해 덱사메타손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2000명에게 이 약물을 투여한 결과, 장기간 산소호흡기가 필요한 중증 환자의 사망 위험이 28∼40%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가벼운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도 줄고, 자가격리 상태의 코로나19 확진자 상태 또한 호전됐다고 전했다.
이 연구 결과가 여러 언론에 소개되면서 덱사메타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덱사메타손은 국내 의료 현장에서 이미 널리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약물이다. 덱사메타손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도 110개 있다.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덱사메타손을 사용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염증을 억제한다.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코로나19 환자에게 처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어 신중하게 사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덱사메타손은 코로나19 자체를 치료하는 약이라기보다 관련 증상을 완화할 목적으로 쓰이는 수단인 만큼 이 약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최 교수 의견이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해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6월 22일 “덱사메타손 처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세계 각국 정부와 많은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단시간에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빨라도 2~3년은 코로나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현황
정부는 국내 업체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독려하고자 8월 21일 ‘범정부지원위원회’를 열고 제넥신을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 3개 기업을 ‘백신 임상시험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의 백신 후보물질은 연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업체도 많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9월 8일 언론 브리핑에서 “(국내 기업이) 9월 중 상업용 항체치료제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를 유전자재조합 등의 방식으로 대량 생산해 만드는 약물이다. 국내 기업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셀트리온의) 2상,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심사 중”이라며 “2상에서 탁월한 효능·안전성이 확인되면 연말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체치료제 개발이 가시화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희망과 기대를 제거한 채 객관적 상태만 놓고 보면 셀트리온 항체치료제가 1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게 팩트의 전부”라고 밝혔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도 9일 브리핑에 나서 “치료제 진행 상황을 중간보고하는 과정에서 자세한 설명 없이 (내용을) 설명해 드려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며 “아직은 (항체치료제가)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약효의 유효성,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고 식약처 허가가 나야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약효에 대해서는 아직 조금 더 임상시험이 필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현재 해외에서는 미국 기업 리제네론, 일라이릴리 등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3상 임상을 하고 있다. 9월 8일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중단을 발표한 아스트라제네카도 항체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 1상 진행 중이다.
권 부본부장은 8일 항체치료제와 함께 혈장치료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산) 혈장치료제가 8월 20일 임상 2상 승인이 났다. 8일 임상시험용 2차 혈장제제 생산을 개시해 10월 중순 공급을 완료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GC녹십자가 임상을 진행 중인 혈장치료제에 대해 설명한 것이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에서 중화항체가 포함된 단백질(면역글로불린)을 분리한 뒤 이를 정제•농축해 만드는 약물이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물질을 일컫는다. GC녹십자는 5월부터 국내 코로나19 완치자로부터 혈액을 제공받아 임상용 혈장을 확보한 상태다. 문제는 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해도 이를 제품화하려면 완치자 혈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해외에서는 일본 다케다, 스페인 그리폴스 등의 제약사가 소규모로 혈장치료제 관련 임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재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은 약은 글로벌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정도밖에 없다는 점을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코로나19 중환자의 증상 완화에도 효능을 보여 적응증이 확대됐다. 현재 세계 각국 제약사는 이런 약을 또 찾아내고자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한 약물 가운데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해 경과를 지켜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치료 효과가 인정되면 렘데시비르처럼 해당 약물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다. 이를 ‘약물 재창출’이라고 부른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는 부광약품이 B형간염 치료제 ‘클레부딘’을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유방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구강점막염치료제 ‘EC-18’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한다. 종근당의 급성췌장염 치료제 ‘CKD-314’, 대웅제약의 급성췌장염 치료제 ‘DWJ1248’ 등도 현재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 2상이 진행중이다.
코로나19 백신 예방 효과
러시아가 개발했다고 밝힌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모스크바=AP 뉴시스]
홍역 백신을 맞으면 홍역이 97% 이상 예방된다. 디프테리아, 풍진, 천연두 등도 백신 접종 시 감염을 95% 이상 피할 수 있다. 이들과 비교할 때 독감 백신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분석에 따르면 2014년∼2015년 겨울 플루 백신의 감염 예방률은 19%에 그쳤다. 백신 접종자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독감에 감염됐다는 의미다. 2016~2017년 겨울에는 예방률 42%를 기록했지만, 당시 가장 많이 유행한 H3N2형 독감 예방 효과는 34%에 불과했다. 오명돈 위원장은 “호흡기 감염병 백신은 통상적으로 다른 백신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 최대 5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왜 그럴까. 독감과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 병원체는 상기도(입·코·목 등)를 통해 몸에 들어와 증식한다. 감염을 막으려면 항체가 상기도 점막 표면에서 바이러스에 맞서 싸워야 한다. 사실상 세포가 몸 밖으로 나가야 가능한 일이다. 오 위원장은 “백신 접종으로 항체가 형성돼도 일부 특별한 항체만 이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와 항체가 체내에서 맞부딪히는 다른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WHO는 코로나19 백신 승인 기준으로 ‘예방 효과 50% 이상’을 제시한다. 일반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독감 백신 사례에 비춰보면 이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각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내세워 효과가 이보다 떨어지는 백신을 허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8월 11일, 3상 임상시험조차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3상 임상시험 상태의 백신을 국민에게 투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다른 나라에서 개발하는 백신 또한 효과가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리처드 페토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다른 보건전문가들과 함께 8월 27일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침에는 백신 승인 하한선이 예방 효과 30%로 돼 있다”며 “코로나19의 경우 예방 효과가 적어도 50% 이상인 백신만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WHO 지침을 충족하는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접종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예방 효과가 그보다 낮은 백신이 승인·출시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
코로나19 항체 지속 기간
7월 21일 KTX 호남선 광주송정역에서 공무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입구 계단과 손잡이 등을 소독제로 닦고 있다.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이런 코로나19 재감염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홍콩대 연구진은 홍콩에 사는 33세 남성이 3월과 8월, 두 차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보고했다. 이 남성 또한 두 번의 검사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유전자형이 서로 달랐다. 코로나19 항체 지속시간이 생각보다 매우 짧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근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연구팀은 코로나19 항체가 3개월 정도 지속된다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심지어 한 번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 다시 감염될 경우 증세가 더 심해진다는 보고도 있다. 7월 7일 국제 의학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는 코로나19에 두 번 감염된 84세 여성을 치료한 이탈리아 의료진이 쓴 논문이 실렸다. 이 환자는 4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는 무증상 상태였다. 그러나 7월 다시 한 번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는 상태가 악화했다. 이탈리아 과학치료연구소(IRCCS) 연구팀은 사례 분석을 통해 ADE(Antibody-Dependent Enhancement·항체 의존적 감염 촉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항체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항체가 체내에서 오히려 바이러스 증식을 돕는 사례도 수차례 확인됐다. 이게 바로 ADE다.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가 개발한 뎅기열 백신 ‘뎅그박시아’의 경우 2017년 시판 후 ADE 문제로 사용이 중단됐다. 당시 필리핀에서만 약 70명이 사망할 만큼 피해가 컸다. 사스 예방 백신 개발 과정에서도 ADE 문제가 나타났다. 코로나19와 사스는 병원체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백신이 ADE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앤소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5월 12일 미국 의회 증언에서 “백신이 오히려 감염을 강화하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ADE’에 대해 경고한 일이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
태국 방콕 출라롱콘대 부설 백신 연구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실험용 코로나19 백신을 들고 있다. [방콕=AP/뉴시스]
현재 코로나19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백신으로 코로나19 유행을 꺾으려면 적어도 70억 회 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만한 양의 백신을 생산, 유통, 접종하는 것은 백신 개발만큼이나 어려운 도전이다.
빌 게이츠 등이 참여하는 국제단체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이 백신 제조업체 11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도 2021년까지 생산될 백신은 최대 40억 회 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미 선진국들이 이 물량을 입도선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9월 2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이 각국 백신 제조업체와 사전 계약한 물량을 합치면 최소 37억 회 분”이라고 보도했다. 그 외 상당수 국가들은 2021년 이후에나 코로나19 백신을 손에 쥐게 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물량을 확보할 경우 접종 순서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정부에 정책 조언을 하는 전미과학·공학·의학한림원(한림원)은 9월 1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서에 대한 4단계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문건에서 한림원은 1단계 접종대상으로 △의사·간호사 등 코로나19 관련 의료진 △경찰·소방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등을 꼽았다.
한림원이 2단계 접종대상으로 삼은 것은 △교도소 수감자 △노숙자 등이다. “수감자의 코로나19 감염율은 일반인의 5.5배에 이른다. 또 노숙자는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커 우선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림원이 권고한 코로나19 3단계 접종대상은 △어린이 △청소년 △30세 이하 젊은 성인이다. 젊은 성인이 노인보다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맞도록 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최근 코로나19의 주된 전파자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바로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 논란이 이어진다면 백신 접종 시기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법
9월 4일 서울 한 전통시장 입구에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그럼 어떤 마스크를 어떻게 써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인증한 의약외품 마스크가 세 종류 있다. 각각 보건용, 수술용, 비말차단용 마스크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예방용으로 널리 알려진 건 ‘보건용 마스크’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등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에 있는 사람은 KF94 마스크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나 기침, 콧물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KF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단 이러한 고성능 마스크를 쓰고 호흡곤란 때문에 자꾸 마스크를 벗게 되면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때는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마스크 이름에서 KF(Korea Filter) 뒤에 있는 AD(Anti Droplet)는 ‘미세한 침방울 차단’을 의미한다. 코로나19를 전파하는 비말 차단에 특화됐다는 뜻이다.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재질이 얇고 가벼워 숨쉬기 편하다. 반면 황사, 미세먼지 차단 기능은 보건용 마스크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말차단용 마스크 바깥쪽은 방수와 미생물 차단 기능을 갖춘 폴리프로필렌 필터로 만들어졌고, 안쪽에는 방수 부직포가 있다. 통기성과 방수기능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사용하는 ‘수술용 마스크’(의약외품)를 본떠 개발한 것이다. 의료기관에서 ‘덴탈마스크’ 또는 ‘서지컬마스크’라고 부르는 제품과 같은 수준의 바이러스 및 비말 차단 효과를 보인다. 반면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은 ‘덴탈형 마스크’는 기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다. ‘덴탈 마스크’라는 이름을 붙였더라도 포장에 ‘의약외품’ 표시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한 겹 부직포 마스크 등 기능이 검증되지 않은 마스크를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코로나19를 감염을 피하려면 되도록 보건용 마스크나 비말차단형 마스크를 쓰고, 부득이할 경우 적어도 세 겹 이상 겹쳐지는 면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4월 3일 공개한 마스크 만드는 법 동영상에도 ‘천을 여러 번 겹쳐 만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어떤 종류의 마스크를 사용하든 코 부분 와이어를 조여 마스크가 얼굴에 빈틈없이 밀착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또 한 번 착용하면 되도록 벗지 말아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벗는 과정에서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가 호흡기에 침투할 수 있다. 또 마스크를 소독한다고 빨면 필터 기능이 망가져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고가 마스크를 재사용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예방효과 있는 마스크를 구매해 한 번만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손 씻기
6월 1일 대구 달서구 본영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선생님에게 손 씻는 법을 배우고 있다. [뉴스1]
공공장소나 지하철 같은 다중이용기관에서 손을 닦기 어려울 때는 손세정제도 유용하다. 알코올이 60%이상 함유된 제품은 효과가 있다. 단 세정제를 손에 쓱쓱 묻히는 것만으로는 바이러스가 죽지 않는다. 손을 씻을 때와 똑같이 손바닥, 손등, 손톱 및 손가락 사이사이에까지 세정제를 묻혀야 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숨어있기 쉬운 부분에 골고루 세정제를 묻히고 마찰을 일으키면 좋다. 바이러스는 알코올과 열에 약하다.
체온 37.5도 넘을 경우 대처법
전문가들은 ‘체온 37.5도’가 코로나19 감염의 절대 지표는 아니라고 말한다. [GettyImages]
문제는 코로나19를 비롯해 아무 감염성 질환에 걸리지 않고도 체온 37.5도 이상인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운영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체온은 오전 6시에 가장 낮고, 오후 4~6시 사이에 가장 높다. 구강체온 기준으로 오전 6시경 37.2도, 오후 4~6시경에는 37.7도보다 높을 경우 열이 있다고 간주할 수 있다.”
즉 37.5도는 오후 정상 체온 범위에 포함된다. 대한내과학회도 발열 기준을 “보통 오전 37.3도 이상 또는 오후 37.8도 이상”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최근 관공서, 병원은 물론 상당수 일반 건물, 식당, 카페 등이 자체적으로 발열 감시 장치를 설치하고 체온 37.5도 이상인 사람은 출입을 제한한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사람이 일상에 불편을 겪는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즘 건강한데도 평소 체온이 37.5도를 넘는 문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제법 많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 방역당국은 왜 ‘37.5도’를 코로나19 의심 기준으로 삼았을까.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던 무렵인 1월 3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이렇게 답했다.
“원래는 38도 정도 이상을 발열이라고 보는데, 저희는 그것보다 조금 더 낮은 37.5도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배경에는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 경험이 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방역당국이 정한 의심 기준은 체온 37.8도였다. 그런데 그해 8월, 태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남성이 37.7도 상태로 보건소를 찾았다가 “신종플루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집에 돌아간 뒤 뒤늦게 신종플루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보건소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때도 방역당국이 초기 의심 기준을 38도로 세웠다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37.5도로 낮춘 일이 있다. 양병국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의심환자 발열 판단 기준은 38도지만, 우리는 경미한 증상도 철저히 관리해 추가 감염 발생을 막고자 진단검사 기준을 낮췄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감염병 의심기준 체온을 낮추면 방역당국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는 도움이 된다”며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위험을 더욱 철저히 차단하고자 엄격한 체온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우리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중국 우한 교민을 입국시킬 때는 더욱 높은 기준을 적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입국 교민 가운데 체온이 36.9도 이상인 사람은 전원 2차 검사 대상으로 삼아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를 감염자를 찾아내는 데 만전을 기했다.
문제는 엄격한 체온 기준 때문에 자격시험과 취업면접 등에서 불이익을 보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취업커뮤니티 등에서는 “평소 체온이 높은 편인데 혹시라도 시험일에 37.5도를 넘을까봐 걱정”이라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방역당국은 각종 시험 운영당국에 체온 37.5도가 넘는 사람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여전히 고사장에서 체온이 높아 유무형의 피해를 입을 것을 두려워한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에 대해 “사람마다 기초체온이 다르다.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는데 체온이 높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시험 등 중요한 일을 앞두고 체온 측정이 걱정되는 사람은 미리 감염내과를 찾아 감염병 검사와 기초체온 확인을 받은 뒤 진단서를 받으면 좋다”고 밝혔다.
기초체온 측정 및 건강관리법
사람 체온은 주위 환경과 몸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또 체온 정상 범위는 각 개인의 기초체온을 기준으로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체온이 다소 높고, 노인은 다소 낮은 편이다. 젊은 사람이라도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만성질환이 있으면 체온이 일반적인 정상범위보다 낮은 경우가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구강, 고막, 겨드랑이 등 동일한 부위 체온을 측정해 기록해두면 자기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최근 가정에서 널리 사용하는 귓속체온계는 고막에서 나오는 적외선 파장을 감지해 체온을 측정하는 장치다. 고막은 체온을 조절하는 뇌 시상하부와 혈액을 공유해 체내 온도를 측정하기 좋다. 단, 체온계가 귀 벽을 향한 상태에서 사용하면 측정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정확한 체온을 재려면 귀를 약간 잡아당겨 이도(耳道)를 편 후 기기 측정부와 고막이 일직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이 방식으로 체온을 3회 측정해 그 가운데 가장 높은 값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체온을 여러 번 연속해 잴 때는 체온계를 외이도에서 빼낸 뒤 30초 정도 경과 후 다시 사용하면 된다.
최근 흔히 볼 수 있는 체온계 가운데는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이마나 피부 표면 온도를 확인하는 피부적외선체온계도 있다. 이 체온계를 사용할 때는 측정부위에 머리카락, 땀 또는 이물질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피부에 땀 등 수분이 있으면 기화열이 발생해 체온이 낮게 측정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 체온 37.5도가 ‘통행증’처럼 널리 통용되면서 발열을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출근, 통학 등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고 열이 나는 즉시 해열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열은 우리 몸이 해로운 물질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열이 올랐을 때 바로 약을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체온이 38.5도 이하일 때는 약을 먹기보다 충분한 휴식과 수분공급, 샤워 등으로 인체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도록 돕는 게 좋다”고 밝혔다. 방역당국도 발열증세가 나타나면 3~4일간 휴식하며 경과를 지켜볼 것을 권한다. 이후에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고 기침·인후통(목 아픔) 등 증상이 심해지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문의해 지시에 따라야 한다.
가족에게 코로나19 옮기지 않는 방법
8월 27일 서울 성동구청 직원들이 관내 자가격리자 집을 방문, 자가격리 이행 준수 여부를 불시점검 하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은 방역당국의 자가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도 가족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접촉’인 만큼, 집안에서 가족과 생활공간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부와 연결된 창이 있는 방을 혼자 사용하고, 수시로 환기를 해야 한다. 밥을 혼자 먹고, 식기도 가족과 공유하지 않으며, 화장실과 세면대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옷과 침구도 따로 세탁해야 한다.
혼자 방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사람 간에 최대한 거리를 두고, 2m 이내에 같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가족 구성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병원체는 천과 나무에서 1일, 유리에서 2일,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에서 4일, 의료용 마스크 겉면에서는 최대 7일까지 생존한다. 집안 곳곳에 병원체가 퍼져 간접전파를 일으킬 수 있다.
가족이 한집에 같이 머무른다면 변기, 세면대를 비롯해 사람 손이 자주 닿는 모든 것(문고리, 전등 스위치, 수도꼭지, 리모컨, 의자, 탁자, 벽면 등)을 수시로 소독하면 좋다. 기어 다니는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바닥도 소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영국 공중보건국은 샤워 공간을 가족이 함께 사용할 경우 순번을 정해 자가격리자가 마지막으로 사용하고, 이후 반드시 소독하라는 지침을 냈다.
코로나19 전파 막을 소독법
8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환기를 시키고 있다. [뉴스1]
이때 유용한 소독제는 가정용 락스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일상 표면을 소독할 때 차아염소산나트륨을 0.05%로 희석해 사용하라고 한다. 가정용 락스가 바로 차아염소산나트륨 5% 희석액이다. 이것에 물에 더 섞어 0.05% 농도로 만들면 된다. 일반 락스 뚜껑 용량이 10㎖이니, 1ℓ 물에 락스 한 뚜껑 분량을 섞으면 차아염소산나트륨 0.05% 희석액이 된다. 이 액체를 천에 적셔 소독 대상을 닦고 5분 이상 뒀다가 물 적신 천으로 다시 닦아내면 된다. 에탄올 70~90%, 과산화수소 0.5% 등도 일상 표면 소독제로 사용할 수 있다. 에탄올은 1분, 과산화수소는 5분 이상 뒀다가 물수건으로 닦아내면 된다.
소독제 농도를 높인다고 소독 효과가 커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보건당국 권고량만큼만 사용하는 게 좋다.
코로나19 전파 차단 목적으로 소독약을 분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영석 고려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내 공간에 소독제를 분사하면 눈과 호흡기, 피부 등에 큰 자극을 줄 수 있다. 반면 오염물질 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스크를 소독하겠다고 마스크 표면에 살균제를 뿌리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배포한 ‘코로나19 대응 지침’에는 ‘소독제를 분사하는 소독 방법은 적용 범위가 불확실하고 에어로졸 생성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바닥 및 표면 소독에 적용해서는 안 됨’이라고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분사형 길거리 소독에 대해 ‘보기에는 그럴듯할지 몰라도 실효성은 떨어지는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확진자 동선을 중심으로 실내 바닥 및 물품 표면을 꼼꼼히 문질러 닦는 게 바이러스 전파 차단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조승국 의협 공보이사(내과 전문의)는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이 코로나19 확산기에 소중한 인력과 약품을 좀 더 필요한 곳에 사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