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우를 선물하고 그래요
속죄의 마음을 담아 새벽 등산, 방전
37일간 10㎏ 감량이라니
10월 6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몸. [홍중식 기자]
하루에 소고기 한 근 뚝딱… 속죄의 운동
9주차 섭취한 식단.
한입 두입 먹다 보니 순식간에 400g을 먹어치웠다. 다 먹고 나서야 양심에 가책이 들었다. ‘대신 탄수화물을 먹지 말자. 닭 가슴살 대신 소고기로 단백질을 섭취한 셈 치면 돼’라고 애써 합리화했다. 점심에도 소고기 반 근을 흡입했다. 삼시 세끼 고기를 먹기는 어렵다. 저녁엔 다른 음식을 먹었지만 이날 하루 소고기 700g을 먹었다.
식신(食神)은 정말 끈질긴 신이다. 아예 강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차라리 쉽다. 한 번 강림하면 당최 나갈 생각을 안 하니 말이다. ‘소고기 파티’로 식단이 깨지니 명절 때는 좀 먹어도 된다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추석 당일 점심엔 소고기 등심과 송편을 집어먹었다. 이때도 소고기 400g을 너끈히 해치웠다. 송편도 눈 깜짝할 새 5개는 먹었는데, 1개당 칼로리가 30㎉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끼에 1000㎉를 넘겨버렸다.
10월 2일 새벽 등산. 속죄의 마음으로 암흑 같은 산을 탔다.
아차, 지금은 바디프로필 프로젝트 중 아닌가. 먹은 걸 토해낼 수도 없고 어쩐단 말인가. 위기감이 몰려왔다. 운동해야 한다는 마음만 가득해 새벽 5시 산으로 달려 나갔다. 오르다보면 해가 뜨겠거니 싶었지만 계산 착오였다. 어느새 10월, 스마트폰으로 날씨 정보를 확인해보니 일출 시간은 6시 29분으로 한참 뒤였다.
산은 칠흑같이 컴컴했다. 지난 번 밤 등산 때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왔지만 이번엔 살을 빼야 한다는 의지가 이겼다. 산 주변 농장 닭들의 “꼬끼오-” 하는 소리를 응원 삼아 한 발짝씩 위로 내딛었다. 무섭긴 무서웠던지라 뒤도 안 돌아보고 무엇에 씌인 듯이 산을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을 찍고 내려오니 두 시간 정도가 흘러 있었다.
뿌듯했지만 새벽에 저지른 일탈을 만회한 것에 불과했다. 점심을 먹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 번 더 했다. 의욕만 앞섰나보다. 주말에는 완전히 방전돼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잠만 푹 잤다. 에너지를 돈이라고 친다면 무리하게 빚을 끌어 쓰다 망해버린 셈이다. 이번 연휴 때는 식단을 어기지 않고 운동을 평소보다 두 배로 하려 했건만 용두사미로 끝나버렸다.
아 망했어요…
9주차 운동.
9월 26일 측정한 인바디 결과(왼쪽)와 10월 5일 결과(오른쪽).
부장 한 분이 해준 말씀이 떠올랐다. “네가 바디프로필 도전한다고 했지, 성공한다곤 안 했잖아. 실패할 수도 있지.” 다소 겸연쩍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이왕 도전했으니 성공하고 싶다. 바디프로필 촬영 전까지 남은 연차를 모두 소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