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폭신하고 달콤한 디저트 바바. [GettyImage]
식당은 또 얼마나 추운지. 습기와 차가움을 머금은 돌 벽 안, 높은 천장 아래 홀로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인 순두부찌개 한 그릇 먹고 싶은 마음이었다. 몇 가지 차가운 햄과 향이 좋은 빵, 앤초비 맛 나는 구운 채소, 트러플을 올린 수제 파스타, 오븐에 구워 얇게 썬 쇠고기 몇 조각. 하나 같이 좋았지만 추위는 여전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나왔다. 넓은 그릇에 길이가 짧고 통통한 송이버섯처럼 생긴 빵이 그득 담겼다. ‘바바(babba)’다. 리큐르가 들어간 시럽을 발라 완성하는 가볍고, 폭신폭신 달콤한 빵이다. 디저트 와인과 바바 여러 개를 집어먹고 나니 발끝에 온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티라미수, 나를 끌어 올려줘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에스프레소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티라미수. [GettyImage]
바바는 이탈리아에 들어오면서 앙증맞은 형태로 한 번 더 탈바꿈해 상류층이 사랑하는 디저트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금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바바를 후식이자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바바의 구름 같이 가벼운 살집을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움과 달콤함, 코에 빙빙 도는 기분 좋은 향이 전해진다. 나폴리식 바바는 럼 대신 나폴리산 레몬으로 만든 독주 리몬첼로를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한국에 있는 이탈리안 식당에서는 바바를 보기 어렵다. 얼추 비슷한 맛을 느끼려면 이렇게 해보자. 물과 설탕을 1:3 정도로 섞어 살짝 끓인다. 설탕이 녹은 다음 럼(또는 주정강화 와인이나 리몬첼로)을 설탕의 1/3 정도 넣어 잘 젓는다. 여기에 폭신한 브리오슈를 푹 담가 스며들게 한 뒤 먹는다.
티라미수(tiramisu)는 이름을 보면 딱 요즘 먹어야 할 디저트다. 이탈리아어로 ‘나를 끌어 올려줘(tira mi su)’라는 뜻으로, ‘끌어올리다’는 ‘기운을 북돋다’와 같은 의미로 통한다. 달콤한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강렬한 에스프레소의 절묘한 만남은 먹을 때마다 경이를 느끼게 한다.
티라미수는 뚱뚱한 손가락처럼 생긴 빵 사보이아르디(레이디핑거)를 술과 커피에 적신 뒤, 달걀 치즈 설탕을 넣은 크림과 빵을 켜켜이 쌓아 만든다. 이것을 냉장실에 굳혔다가 코코아가루를 솔솔 뿌려 먹는다. 부들부들한 티라미수는 숟가락으로 듬뿍 떠먹어야 제 맛이다. 아무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을 때 이 달콤하고 향기로운 디저트를 한입 두입 먹다 보면 마음이 두 발로 다시 서는 기분이 든다. 언제 먹어도 이름값을 하는 디저트다.
찰랑찰랑 말랑말랑 이탈리안 젤리
찰랑찰랑한 젤리 위에 과일 등을 얹어 맛을 내는 판나코타. [GettyImage]
바삭한 과자 속에 신선하고 달콤한 치즈 크림을 넣은 카놀리. [GettyImage]
조그맣게 구운 과자 두 개 사이에 누텔라를 발라 만든 바치 디 다마. [GettyImage]
지금까지 소개한 이탈리아 디저트는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간단한 요리법이 온라인에 많다. 서늘해지는 계절에 달콤하게 만들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