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저런 일 당했으면 어땠을까…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
“나라가 국민 못 지켜놓고 월북자라고?”
“사람이 먼저라더니 살려달라는 국민 목소리 듣지 않는 무능한 정부”
軍 월북 판단에 “가족도 부인하는데 못 믿겠다”
On종일: Online에서 종일 화제가 된 사건에 대해 의견을 듣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이 9월 23일 영상으로 제75차 UN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영상이 공개되기 3시간 전 문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어업지도 공무원 이모(47) 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청와대 제공]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대한민국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북한 총탄에 숨졌는데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하고 북한과 평화를 운운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회원수가 300만 명에 이르는 네이버 맘카페 ‘맘스홀릭 베이비’에 9월 24일 오전 올라온 게시글의 일부다. 그 아래엔 “어제 화가 나서 남편과 술을 먹고 취기에 겨우 잠들었다. 내 남편이 공무원이고 바다에서 일하다 저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댓글이 달렸다.
22일 해양수산부 어업 지도 공무원 이모(47) 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고 시신이 불태워졌다. 군과 해경은 24일 “이씨가 북한군에 표류 경위를 설명하고 월북 의사를 피력한 정황을 파악했다”며 그의 월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군과 정부 대응에 대해 맘카페 누리꾼들이 비판에 나섰다.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해놓고 북한군 손에 죽은 국민이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맘카페는 살림, 육아, 지역정보 등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회원 다수가 30~40대 기혼 여성이다.
“나라가 나를 구할 것이라 믿고 기다렸을 텐데”
회원수 3만3653명인 ‘수지맘카페’ 자유게시판에는 ‘북한군에 피격당한 공무원 분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대한민국 국민이 너무도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가족들이 정치적인 논쟁으로 더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고 썼다. 그 아래엔 “(이씨는) 아이들 성적표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찍어 올리는 평범한 가장이라는 보도를 봤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누리꾼도 댓글을 통해 “(이씨가) ‘내 나라 대한민국이 구하러 올 것’이라며 굳게 믿고 기다리지 않았을까 싶다. 나이도 남편과 비슷하던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사람이 먼저라더니 살려달라는 국민 목소리는 듣지 않는 무능한 정부”라는 내용의 댓글도 있었다.
“희생자 월북자로 모는 정부, 북한만큼 무섭다”
군 당국이 이씨 월북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서울 송파맘카페에는 “두 자녀를 둔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 손에 죽었는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회원 수 26만여 명인 동탄맘카페의 한 회원도 “(군은) 월북으로 추정된다고 하나 가족이 부인하고 있다. 해안과 거리가 21.5㎞나 되는 먼 곳에서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물에 뛰어들어 월북 시도를 했다는 발표를 믿기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 글 아래엔 “나라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사건의 핵심인데 국민을 우매하게 보는 것인지 정부는 자꾸 월북 이야기를 꺼낸다.” “북한만큼이나 희생자를 월북자로 몰아붙이는 정부도 무섭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