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방콕’ 추석 연휴에 읽을 만한 새 책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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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0-09-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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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으로 | 서가에 꽂힌 한 권의 책 |

    부동산 약탈 국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부동산 흑서

    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328쪽, 1만6000원

    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328쪽, 1만6000원

    문재인 대통령 공언대로 이제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는 어려워졌다. 집값이 너무 올라 집을 살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집권 이후 줄곧 주택 가격 상승을 잡겠다던 정권의 약속도 공수표가 됐다. 현 정부는 총 23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속절없이 오르고 있다. 

    정부는 집값을 낮추는 공식은 알고 있다. 공공주택을 지어 주택 공급을 늘리고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서울·수도권의 부동산 수요를 분산하면 된다. 정부는 집값 안정책 방향은 알되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현 정부의 공공주택은 가격을 충분히 낮추지 못했다. 오히려 주택 가격 하락에 큰 관심이 없던 이명박 정부가 좋은 선례를 남겼다. 공공주택 공급으로 집값 안정에 성공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20년 6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 값은 한 채당 3억1400만 원 폭등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1500만 원 하락했다. 

    이 책이 인용한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 인터뷰에는 이명박 정부의 비결이 나와 있다. 김 본부장은 “반값 아파트(보금자리주택) 정책을 펼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건설회사 사장 출신이라 아파트 가격을 반값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위 관료들이 가격을 높이려 해도 이에 속지 않았다”(238쪽)고 설명했다. 이 사례로 되짚어보면 현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가 정상화에 실패한 셈이다. 

    지역균형발전 정책도 허상이긴 마찬가지다. 책은 지역균형발전 성공 사례로 서울 강남을 짚는다. 1970년대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강남은 명문고 이전과 신규 아파트 공급으로 전국에서 가장 집값 높은 지역이 됐다. 한 가족이 오래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려면 교육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면서 정작 교육 인프라는 서울에 집중시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은 서울로 학생을 많이 보내는 것을 ‘인재 육성’이라는 미명하에 지역발전 전략으로 삼고 있다.”(294쪽) 



    ‘진보 논객’이라 불리는 저자는 책에서 정부의 오만도 지적한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정책 이해도가 떨어지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전문가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모르면 배워야 하는데 그들에겐 배울 뜻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1980년대에 익힌 버릇에 따라 자신과 다른 생각을 ‘적폐’로 모는 데에 열성이라는 점일 게다.”(245쪽)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이승욱·이효원·송예슬 옮김, 반비, 344쪽, 1만8000원
    친구 같은 부모가 각광받는 시대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온 가부장제가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그 결과 권위가 사라졌다. 문제는 그 자리를 권력이 재빠르게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과거의 수직적 권위를 넘어 ‘수평적 권위’를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자오타오·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위즈덤하우스, 224쪽, 1만5000원
    저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다. 25년 동안 25회에 걸쳐 해양 탐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세계 과학자들과 협업해 세상을 놀라게 한 각종 ‘최초’ 발견을 이뤄냈다. 2019년 ‘질란디아-남극 맨틀’을 발견해 맨틀 연구 역사를 뒤엎은 것도 그중 하나다. 지구 맨틀 순환과 진화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학자의 생생한 연구 기록이 펼쳐진다.


    소유와 자유
    자유의 필요조건은 소유다

    리처드 파이프스 지음, 서은경 옮김, 자유기업원, 416쪽, 2만5000원

    리처드 파이프스 지음, 서은경 옮김, 자유기업원, 416쪽, 2만5000원

    “소유 없는 자유 혹은 자유 없는 소유는 가능한가?” 

    인류는 이 같은 오랜 질문을 풀고자 대장정을 하고 있다. 논쟁은 여전히 되풀이된다. ‘소유와 자유’는 소유와 자유의 상관관계를 명쾌한 필치로 증명한 책이다. 

    러시아 역사 전문가인 저자는 먼저 ‘소유권에 대한 보장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자유가 없어도 어떤 형태로든 소유가 존재할 수 있지만 반대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협의(狹義)의 소유는 ‘어떤 사람이 외부의 특정 대상에 다른 이를 배제한 채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그 지배를 행사하는 것’이고 광의(廣義)의 소유는 ‘누군가 가치를 부여하고 권리를 가지는 모든 것’인데 둘 다 자유를 보장하는 정치적·법적 제도 탄생 열쇠를 제공했다고 전제했다. 

    가설 검증을 위해 인류 역사 속 소유와 정치제도 간 상관관계도 고찰했다. 먼저 인류사에서 소유 개념 변천을 분석했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등 고대 사상가부터 중세 가톨릭교회, 봉건영주까지 각기 달리 정의한 소유권 개념을 조망했다. 이어 소유제도를 분석하면서 취득성이라는 속성은 동물과 인간이 가진 보편 욕구이며, 소유를 보장하는 제도가 서구에서 정치적 조직을 발전시켰음을 주장했다. ‘원시 공산주의’에 대한 믿음은 구체적 증거가 결여된 논리적 추론의 산물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경제’와 ‘전제’를 주제로 유럽의 두 강국 영국과 러시아 사례를 파고들었다. 사유재산제도가 발달했던 영국은 자유롭고 발전된 사회를 이뤘지만, 사유재산제도가 없던 러시아에서는 자유가 발달하지 못했고, 그 결과가 장기간의 전제적 통치로 이어졌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마지막으로 20세기 미국 사례를 통해 사회정의·공공선이라는 명분으로 경제·사회적 평등을 추구하는 복지국가 뒤에 숨은 ‘자유에 대한 보이지 않는 위협’을 지적한다. 

    자유가 소유와 연결된다는 명제는 특별하지 않다. 다만 연구 분야는 각각 벽을 쌓고 있었다. 자유에 관한 연구는 자유의 개념 발달과 이를 보장해주는 정치제도에만 집중해 왔을 뿐, 경제적 토대는 무시하고 있었다. 반면, 소유 문제를 다루는 학자들은 정치·문화적 배경을 간과했다. 이 점에서 소유와 자유의 상관관계를 밝힌 이 책은 가치를 지닌다. 나아가 책을 통해 소유의 존재와 부재가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한다면,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라는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정부 규제가 가중되고,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이 위협받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은 ‘어디서 무엇이 잘못됐나’를 일깨워준다. 자유기업원의 경제 이론서 연작 ‘자유주의시리즈’ 중 76번째 책. 2008년 번역·출간됐으나 절판됐다 12년 만에 재출간됐다.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돌팔이 의학의 역사
    리디아 강·네이트 페더슨 지음, 부희령 옮김, 더봄, 432쪽, 2만5000원
    미국 대통령 링컨은 수은이 들어간 두통약 때문에 중금속에 중독됐다. 진화학자 찰스 다윈은 비소를 강장제로 복용했다. 독일 독재자 히틀러 또한 맹독 성분이 들어간 강장제를 수년간 먹었고, 발명가 에디슨은 코카인이 들어간 와인을 즐겨 마셨다. 지금 관점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과거 실제 사용된 엉터리 의학 치료법과 약재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중국과 협상하기
    헨리 M 폴슨 주니어 지음,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616쪽, 2만5000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최고 경영자(1999~2006), 미국 74대 재무장관(2006~2009)을 지낸 헨리 M 폴슨 주니어가 1992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과 상대한 경험을 정리한 책. 폴슨은 미국 최고의 중국통이라 불리는 인물로 골드만삭스 재직 시절 중국 국유기업을 세계 무대에 등장시키고, 미국 재무장관으로 일할 때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이끌었다.


    책 속으로 | 저자와 茶 한 잔 |

    ‘코의 한의학’ 펴낸 이상곤 갑산한의원장
    지긋지긋 비염에서 벗어나는 근본적 치료법

    이상곤 지음, 사이언스북스, 328쪽, 1만6500원

    이상곤 지음, 사이언스북스, 328쪽, 1만6500원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된 시대다. 코 건강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상곤 갑산한의원장이 펴낸 ‘코의 한의학’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한의학박사로 대구한의대 교수를 지낸 이 원장은 비염 치료 분야 권위자다. 과거에도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코 박사의 코 이야기’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그에게 왜 코 건강이 중요한지, 환절기를 건강하게 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물었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책 제목이 ‘코의 한의학’이다. 신체 여러 부위 가운데 특히 ‘코’에 관심을 둔 이유가 있나. 

    “한자 ‘코 비(鼻)’를 보면 상단에 ‘스스로 자(自)’가 있다. 코는 곧 나, 자기(自己)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코를 통해 숨을 쉰다. 코는 나와 남의 경계이기도 하다. 상당수 감염병은 코를 거쳐 인체에 침투한다. 면역으로 병을 이겨내려면 코 건강을 잘 지켜야 한다.” 

    -코 건강을 지킬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두 가지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첫째는 온도, 둘째는 습도다. 인종별로 코 모양을 보면 흑인은 넓고 백인은 좁다. 더운 지역에서 살아온 흑인은 더운 공기를 방출해 체온을 낮추는 데 유리한 코 모양을 가졌다. 반면 백인 코는 차가운 공기를 느리게 데우는 데 적합하다. 코가 우리 몸의 온도 조절 구실을 한다는 걸 보여준다. 사람들이 환절기에 비염에 많이 걸리는 건 급격한 온도 변화 때문이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 체온을 올리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생강 대추 인삼 흑마늘 등 더운 성질을 가진 음식을 먹는 것도 좋다. 코가 따뜻해지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함부로 못 들어온다.” 

    -습도에 대한 말씀도 해달라. 

    “코의 점액질은 외부 병원체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보루다. 과거 식당에 흔히 걸려 있던 파리 잡는 끈끈이를 떠올리면 된다. 알로에, 수세미, 꿀, 장어같이 촉촉하고 매끄러운 음식을 먹으면 콧속이 점액으로 촉촉해지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과 섭생으로 병도 치료할 수 있나. 

    “비염을 예로 들어보자. 비염이 생기면 많은 사람이 항생제, 해열제 등으로 증상을 다스린다. 하지만 재발하는 일이 잦다.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몸을 덥히고 점액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을 쓰면 비염을 근본적으로 낫게 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이번 책에 ‘승정원일기’에 담긴 조선 왕의 비염 치료법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승정원일기에는 군주의 비염 관련 증상과 진행 경과, 처방, 치료 결과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예를 들어 영조는 재채기와 콧물이 심해졌을 때 코 점액을 보충하는 ‘생맥산(生脈散)’ 처방으로 효험을 봤다.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조합한 약재다. 숙종은 감기에 걸렸을 때 금은화를 달여 차처럼 마셨다. 인조도 재위 26년 감기에 걸렸다가 금은화차 두 첩을 마신 뒤 “감기 증세는 꽤 풀린 듯하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원장은 이런 처방은 현대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배를 따뜻이 하라는 충고도 했다. 위장, 소장, 대장에 이르는 우리 몸의 긴 관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은 면역 기능 보강에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이 원장은 “코가 막힌 환자 배에 핫팩을 올려놓기만 해도 코가 뚫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이 코를 잘 관리하고 배를 따뜻하게 해 올가을과 겨울을 건강하게 나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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