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스키 부대 저격병 닮은 ‘히말라야의 포식자’ 눈표범

[동물萬事⑳] 강력한 꼬리 힘으로 수직 경사면에서 산양을 사냥하다

  • 이강원 동물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입력2020-10-0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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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래 아시아가 아니었던 인도

    • 포식자가 위장복 입는 이유

    • 맹수의 사냥 성공률과 타자의 타율

    • 도도함이 눈표범의 화룡점정

    히말라야 눈표범. [Natural World Safaris]

    히말라야 눈표범. [Natural World Safaris]

    중국과 인도는 여러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인구 규모가 대표적이다. 양국의 인구는 14억 명이 경계선이다. 중국은 14억 명이 조금 넘고, 인도는 약간 못 미친다. 그래서 양국의 인구를 합치면 28억 명을 넘는다. 아시아인 44억 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런데 인구 1위 자리는 조만간 바뀔 것 같다. 인도의 인구 증가세는 완만하게 유지되는 반면, 중국은 이미 정체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3488㎞에 달하는 국경선을 접하는 이웃이다. 국경을 맞댄 나라치고 사이좋은 경우가 없다는 말이 있듯 양국 관계도 좋지 않다. 두 나라는 아직 국경선에 대한 공식 합의조차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1962년 국경 분쟁으로 수천 명의 병사가 사망했으며 올해에도 수십 명의 병사가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양국이 평화롭게 지내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는 인도는 아시아 대륙에 속한 나라다. 지구사적 관점에서 보면 인도는 원래 아시아 대륙에 속하지 않았다. 인도는 여러 개 대륙으로 나뉘어 지구 역사에서 사라진 초대륙(supercontinent) 곤드와나(Gondwana)의 일부였다. 초대륙은 여러 대륙이 붙어 하나의 거대한 대륙을 이룬 것을 지칭한다.

    원래 아시아가 아니었던 인도

    곤드와나의 면적은 중국의 10배, 인도의 30배를 넘는 1억㎢로 추정된다. 수억 년 전 곤드와나에 속한 육괴(陸塊)로는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남극,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마다가스카르와 같은 현재 남반구 땅과 지금은 아시아의 일부가 된 아라비아반도, 인도반도 등이 있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한다. 9000만 년 전 곤드와나는 여러 개의 육괴로 분열된다. 곤드와나에서 이탈한 대륙들은 각자의 자리를 찾아갔다. 인도판(Indian Plate)은 거대한 판(板)의 이동치고는 꽤 빠른 편인 매년 20㎝ 속도로 북쪽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인도판은 다른 거대한 판과 충돌한다. 5000만 년 전 인도판은 지금의 유라시아판(Eurasian Plate)과 만나 마침내 아시아 대륙의 일부가 된다. 



    수천만 년 동안 북쪽으로 이동한 인도판의 여정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금도 인도판은 멈추지 않고 매년 5㎝의 속도로 북동쪽으로 이동해 유라시아판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 결과 인도판은 매년 4㎜씩 압축된다. 인도판의 지속적 운동의 결과로 유라시아판과 인도판의 접경에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Himalayas)과 티베트고원(Tibet Plat)이 형성됐다. 또한 그 같은 험준한 환경에서 사는 데 적합한 생명체들이 등장했으며 그들은 그 나름의 먹이피라미드(food pyramid)를 구성했다. 


    포식자가 위장복 입는 이유

    유라시아판과 인도판 충돌의 산물인 고산지대의 지배자는 눈표범(snow leopard)이다. 먹이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눈표범도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대자연의 법칙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눈표범은 같은 고양잇과-표범속 친척인 사자와 호랑이처럼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독특한 외모를 갖고 있다. 이 포식자를 자세히 관찰하면 혹한기 훈련 중인 군인들이 입는 흰 위장복(僞裝服)을 온몸에 두른 것 같다. 눈표범은 진화의 결과로 서식지의 자연과 하나 된 털가죽을 갖게 됐다. 

    아프리카 초원의 지배자는 사자다. 이 포식자도 예외 없이 주변 환경에 자신의 몸을 맞추고 있다. 사자의 모색(毛色)은 황갈색이다. 다소 밋밋하게 보이는 단색이다. 사자가 이런 단순한 털 색깔을 가진 이유는 먹잇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다. 사자의 털은 무성한 갈대숲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사자가 사냥 성공률을 높이려면 먹잇감에 최대한 접근해야 한다. 사자는 몸을 최대한 낮추고 포복에 가까운 자세로 이동한다. 이런 사냥 방법은 사자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고양잇과 동물이 이런 방식으로 사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를 사냥감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포식자의 모색이 중요하다. 

    갯과 동물의 지구력은 고양잇과 동물에 비해 월등하다. 그래서 갯과 동물은 먹잇감을 끈질기게 추격해 더는 달리기 어려운 상황까지 밀어붙인다. 이런 사냥은 혼자서는 어렵다. 무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구성원들이 서로 교대하며 사냥감을 추격해야 한다. 

    지구력 대신 순발력과 운동신경이 뛰어난 고양잇과 동물들은 추격전을 힘들어한다. 대신 상대를 놀라게 하는 기습 공격을 선호한다. 사자가 바람을 등지고 사냥감에 가까이 접근하면 사냥 대상 동물은 미처 피할 틈이 없는 상황에 처한다. 

    숲속의 왕 호랑이도 주변 환경에 맞는 위장복을 가졌다. 사자가 사막 주둔 미군의 군복 색깔과 비슷한 위장복을 입고 있다면, 호랑이는 더 화려한 것을 몸에 둘렀다. 아시아의 수풀 색깔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호랑이의 위장복은 특수전 부대의 군복을 연상시킨다. 

    호랑이는 황토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로 자신을 주변에 맞춘다. 바람의 방향을 이용하는 호랑이는 먹잇감에 체취를 풍기지 않는다. 먹잇감 처지에서 호랑이는 보이지 않고, 냄새도 맡을 수 없는 존재다. 그러니 사냥감으로 지목되면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

    맹수의 사냥 성공률과 타자의 타율

    사자(왼쪽). 호랑이. [GettyImage]

    사자(왼쪽). 호랑이. [GettyImage]

    먹잇감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맹수에게 중요한 일이다. 포식자의 사냥 성공률은 준비가 어떠했느냐에 따라 현저히 달라진다.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색깔의 털가죽을 갖추는 것이나,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나, 낮은 포복 자세로 가까이 접근하는 모든 행위는 사냥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이다. 

    아무리 사냥을 잘하는 호랑이라고 해도 매번 성공할 수는 없으나 지나치게 자주 실패하는 것은 야생에서 지속적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일이다. 맹수들의 생존 가능성은 사냥 성공률로 파악할 수 있다.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냥 성공률은 사냥 성공 건수를 사냥 시도 건수로 나누면 간단히 구할 수 있다. 사냥 성공률을 계산하려면 인내심 있게 포식자의 삶을 관찰해야 한다. 

    야구는 스포츠 중 수학과 가장 관계가 깊다. 투수나 타자의 행동 결과를 수학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시즌이 시작되면 타자들은 다음 시즌에도 유니폼을 입기 위한 생존 경쟁을 펼친다. 모든 타자가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시즌이 종료되면 일부 타자들만 다음 시즌에도 생존할 자격을 갖는다. 판단 근거는 타자가 만들어낸 안타 수를 타수로 나눈 타율(Batting Average·AVG)이다. 팀이 제시하는 수준의 타율을 달성한 타자는 계속해서 야구선수로 활약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은퇴를 강요받는다. 높은 타율을 자랑하는 강타자들은 현역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남보다 늦은 나이에 은퇴하는 특권도 누린다. 은퇴 이후 자신의 이름을 전설로 남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은퇴 선수들도 온라인 야구게임 등에서 이름값을 받으며 계속 활약한다. 

    포식자에게 사냥 성공률은 타자의 타율처럼 야생에서 자신의 생존을 좌우하는 결정적 수치다. 사냥 성공률이 높아야 건강을 유지하며 지배자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확률도 높아진다.

    눈표범의 도도함

    눈표범이 사는 고산지대는 산 아래 지역과 기후가 다르다. 한여름에도 눈이 모두 녹지 않는다. 만년설(萬年雪)이 존재하는 생활환경에 따라 위장복 색상은 흰색이 기본이다. 무늬도 고산지대 풍경과 어울리는 수수한 회색 계열이어야 한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동물원에서 관찰한 눈표범의 몸은 눈 덮인 설산(雪山)의 회색 바위 같았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악에는 나무보다 바위가 훨씬 많다. 흰 바탕에 연한 회색 무늬를 한 눈표범은 서식지 특성에 적합한 완벽한 위장복을 입은 것이다. 


    위장을 잘한 눈표범이 바람의 방향을 이용하면 먹잇감이 포식자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눈표범은 스키 부대의 저격병처럼 눈밭에 숨어 목표물을 노릴 수 있다. 

    눈과 얼음, 바위가 많은 자연환경에 자신을 맞추며 진화한 결과, 눈표범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절제된 아름다움을 갖게 됐다. 더구나 고양잇과 동물 특유의 도도함까지 보유했다. 그 도도함은 마치 용의 그림에 눈동자를 찍어 하늘로 용이 승천했다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눈표범은 대자연의 모습에 따라 자신을 진화시켰고, 집안 내력인 도도함까지 갖춰 히말라야산맥에 사는 멋진 동물이 됐다. 

    인간에게는 심미안(審美眼)이라는 독특한 눈이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 특화된 내면의 눈인 심미안은 눈표범과 같은 아름다운 존재를 보면 그 능력을 발휘한다. 심미안은 눈표범을 관심 리스트에 올려놓은 지 이미 오래다. 


    개의 실용, 고양이의 아름다움

    인간은 개와 고양이를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여긴다. 반려동물이라면 조건 없이 사랑해야 할 것 같은데,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지나치게 강하다. 인간은 친구처럼 지내는 동물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개량 작업을 벌였다. 

    개와 고양이의 개량 방향은 달랐다. 개의 개량은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목적에 방점이 찍혔고, 고양이 개량에는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모든 개에게 실용성이 강조된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을 강조해 개량된 개들도 있다. 

    움직이는 보석으로 일컬어지는 요크셔테리어(Yorkshire terrier)와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1819~1901)의 사랑을 독차지한 포메라니안(Pomeranian) 같은 소형견(小型犬)은 아름다움 추구가 개량의 목적이었다. 다만 이 같은 경우가 고양이와 달리 개에는 예외적이다. 개의 개량은 주로 사냥, 경비, 목양(牧羊), 구조, 탐색 같은 실용적 목적으로 이뤄졌다. 

    사냥은 인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 활동이다. 농경시대 이전에는 사냥과 채집을 통해 먹을 것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사냥에 성공하면 배를 채웠고, 실패하면 굶었다. 농경이 시작되며 사냥의 중요성은 퇴색한다. 현대의 사냥은 고급 레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돈과 시간이 충분한 중산층 이상의 전유물이 된 것이다. 

    오늘날 사냥의 주인공은 총을 가진 엽사(獵師)다. 엽사의 지시를 받고 이를 수행하는 팀원 역할은 사냥개들이 한다. 사냥의 성공은 팀원들의 활약 여하에 달려 있다. 그래서 엽사는 자신이 원하는 사냥에 특화된 사냥개를 요구한다. 과업 수행을 위해 해당 분야에서 능력이 보장된 팀원을 필요로 하는 경영학의 원리와 같다. 멧돼지, 고라니 같은 동물을 사냥할 때는 수렵견(狩獵犬), 새를 사냥할 때는 조렵견(鳥獵犬)으로 개량된 사냥개를 데리고 나간다. 

    시장의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지배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영학에서는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 줄여서 킬러앱(Killer App)이라고 한다. 사냥개는 자신만의 킬러앱을 갖고 있다. 이는 사냥개가 그런 장점을 가지도록 개량한 사람들의 노력이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시각형 하운드(sight hound)는 멀리 있는 사냥감을 눈으로 확인하고 빠른 속도로 돌진한다. 가젤(gazelle)같이 빠른 동물을 잡기에 최적화된 사냥개다. 시각형 하운드의 킬러앱은 좋은 눈과 빠른 발이다. 역사가 가장 긴 시각형 하운드에는 그레이하운드(Greyhound), 살루키(Saluki) 등이 있다. 참고로 하운드(hound)는 사냥개를 의미한다. 

    후각형 하운드(scent hound)의 킬러앱은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이다. 냄새를 맡고 추격하는 개들은 엽사가 철수 명령을 내릴 때까지 사냥감을 계속 추격한다. 닥스훈트(Dachshund), 비글(Beagle), 블러드하운드(Bloodhound) 같은 품종이 대표적 후각형 사냥개다. 

    21세기를 사는 개에게도 실용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공항이나 항만에서 마약을 찾는 탐지견, 군에서 지뢰를 찾는 군견, 매몰지에서 실종자를 찾는 구조견, 시각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는 안내견 등 이루 열거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특수목적견(special purpose dog)의 능력 향상을 위한 개량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만의 삶에 충실한 고양이를 개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개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양이는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 익숙한 동물이다. 그래서 인류는 개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고양이 개량을 시도했다. 

    고양이 개량 과정에서 실용적 목적은 배제된다. 오로지 아름다움이 개량의 목적이다. 개량된 고양이들의 외모는 눈부실 만큼 아름답다. 눈표범은 그런 고양이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산악지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가 인위적 개량의 결과를 압도한 것이다. 

    인간이 제아무리 아름다움을 추구해도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을 능가하기는 어렵다. 그 어떤 인공 조형물도 자연이 만든 멋진 경관을 앞서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눈표범의 킬러앱, 강력한 꼬리

    눈표범은 아름다움만 가진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히말라야와 티베트 생태계의 최고 포식자다. 포식자로 성공하려면 확실한 킬러앱이 있어야 한다. 눈표범에 킬러앱은 강력한 꼬리다. 꼬리는 신체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 꼬리 없는 눈표범은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Samson)이다. 

    치타의 킬러앱도 꼬리다. 시속 110㎞ 속도로 달리면서 무게 중심을 잡는 것은 꼬리의 힘 덕분이다. 치타의 사냥감인 스프링복(springbok)은 시속 100㎞로 달리는 스프린터다. 전속력으로 달리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능력을 가졌으며 2~3m 높이로 뛸 수도 있다. 스프링복의 이런 질주 습관은 치타를 교란하기 위한 약자의 생존 전술이다. 이 역시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치타가 스프링복을 추격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강력한 꼬리 힘에 있다. 치타는 빠른 이동 중에도 꼬리 덕분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느낀다. 

    눈표범의 꼬리도 치타의 꼬리와 비슷하다. 눈표범은 서식지가 가파른 고산이기에 경사면에서의 빠른 이동은 피하기 어려운 숙제다. 더구나 눈표범의 주요 사냥감인 산양(goral)은 비탈면 이동의 달인이다.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에서 달리는 산양을 잡으려면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다. 

    눈표범은 길고 강한 꼬리를 갖고 있다. 강력한 꼬리 힘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덕분에 급경사면에서도 추락의 위험 없이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치타의 꼬리가 날쌘 추적자의 기만전술을 회피하는 킬러앱이라면 눈표범의 꼬리는 수직면에서 추락하지 않고 사냥감을 잡을 수 있는 캘러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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