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권익현 부안군수 “오고 싶은 부안 넘어 살고 싶은 부안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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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11-0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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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400억 예산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 나서

    • 수소산업 플랫폼 도입, 관광산업 개발로 대박 노린다

    • 2023 세계잼버리, 부안청자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 농·수산물 유통 혁신으로 지역 내 안전한 먹거리

    • 요람에서 대학까지 책임지는 장학제도

    권익현 부안군수. [조영철 기자]

    권익현 부안군수. [조영철 기자]

    ‘생거부안(生居扶安)’. ‘살아서는 부안에 머물겠다’는 의미다. 조선시대 영조가 어사 박문수에게 조선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어딘지 묻자 박문수가 “사람 살기에는 부안이 최고입니다”라고 답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말이다. 

    전북 부안군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별명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군 전체를 재편할 계획이다. 재편에 쓸 예산만 5412억 원. 부안군 역사상 최대 규모다. 부안군은 이 예산을 사용해 수소연료전지 산업단지인 ‘수소산업 플랫폼’을 만든다. 

    도시재생 사업도 벌인다. 관광자원을 정비하고 지역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역 내 농수산물 유통 및 폐기 과정에도 군이 참여할 계획이다. 농수산물 가격 변동으로 농어촌이 피해를 보는 현상을 줄이는 방안이다. 

    새로운 부안을 만들 예산 확보와 다양한 계획의 중심에는 권익현 부안군수가 있다. 1996년 지역구가 부안군이던 김진배 전 의원(새정치국민회의)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2006~2014년 8년간 전북도의원을 거쳐 2018년 부안군수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권 군수는 전북도청은 물론 서울 국회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관계자들을 설득해 예산을 확보했다. 수소산업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 관광도시를 넘어 산업도시로 부안을 새롭게 디자인하겠다는 권 군수를 10월 12일 부안군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수소전지로 젊은 일자리 자가발전 나선다

    -부안군은 관광과 농어업 등 기반 산업이 확실하다. 굳이 수소연료전지까지 도전한 이유가 있나. 

    “수소연료전지 산업의 육성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지역의 새 일자리와 젊은 인구 유입을 위한 방안이다. 부안군 인구가 5만2358명인데 이 중 33%가 65세 이상의 고령자다. 부안에 젊은 인구가 늘지 않는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서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부안을 대표할 만한 제조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부안을 대표할 만한 새로운 제조업종으로 선택한 것이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발전 사업이다. 새만금재생에너지사업 등 대체에너지 사업에 나선 지역이 많지만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발전 사업을 주도하는 지역은 없었다. 수소산업 플랫폼을 통해 부안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선점해 지원하면 군을 지탱할 새로운 산업이 될 것이라 봤다.” 



    -수소산업 플랫폼에는 지금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입주해 있나? 

    “컴버스테크, 퓨얼셀렙스, 파셀, 에프씨테크놀로지 등 수소연료전지 분야 벤처기업이 이미 투자협약을 맺고 부안에 들어왔다. 지금은 수소연료전지 및 이를 이용하는 드론 개발업체가 많다. 사람이 타고 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는 업체도 있다. 이미 입주한 기업 외에도 3~4곳의 업체가 수소산업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고 입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군수 관사까지 내놔, 수소전지 기업 적극 유치

    부안군청 앞 수소연료전지 홍보관 ‘수소하우스’ 내부. 수소연료전지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체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조영철 기자]

    부안군청 앞 수소연료전지 홍보관 ‘수소하우스’ 내부. 수소연료전지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체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조영철 기자]

    -일자리는 많이 늘었나. 

    “수소산업 플랫폼 건립으로 70여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부안으로 이전하겠다는 회사까지 감안하면 2023년까지 수소연료 분야에만 적어도 200여 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련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부안군청 앞에만 가도 수소연료전지 산업에 대한 부안군의 열의를 확인할 수 있다. 군청 앞에는 수소연료전지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그 옆으로 가정집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수소연료전지 홍보관 ‘수소하우스’다. 과거 군수 관사를 개조해 만든 곳이다. 이 건물에는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이 없다. 대신 건물 내부에 수소연료전지가 두 대 있다. 이 전지가 건물에 전력을 공급한다. 

    부안군은 196억 원을 들여 2023년까지 고분자연료전지 신뢰성평가센터를 만든다. 국내 최대 연료전지 지원기관으로 관련 기업의 창업과 기술개발을 도울 예정이다. 부안군은 군내 수소전지 이용 활성화를 위해 40억 원을 들여 수소충전소를 건립하고 수소전기차 민간 보급에도 나선다.

    군민과 관광객 수요 한 번에 잡는 도시재생

    부안군이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사업이 수소전지라면 지금 떠오르는 사업은 관광업이다. 부안은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변산반도 국립공원 등 전북 해안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많은 데다 확진자도 없으니 관광지로 부안의 인기가 높다. 권 군수는 “특히 캠핑족들이 부안을 많이 찾는다. 변산반도 오토캠핑장은 1~2주는 전에 예약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시재생을 한다고 들었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측면도 있지만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낙후된 지역을 고칠 계획이다. 대표적 사업이 구도심 및 부안시외버스공용터미널 개발이다. 군민들이 지금보다 편하게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구도심에 터미널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이 사업은 관광객 유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부안을 찾는 관광객들은 부안에 들어오자마자 만나는 장소가 버스 터미널이다.” 

    부안에 처음 온 사람이라면 구도심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을 단숨에 찾아내기 어렵다. 구도심 중심부 대로변에 20~30년은 돼 보이는 건물이 늘어서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시외버스터미널이다. 지은 지 46년 된 오래된 건물 측면에 작게 ‘시외버스터미널’이라는 간판을 봐야 겨우 찾을 수 있다. 터미널 내부는 더 열악하다. 초등학교 교실 정도 되는 크기에 대합실에는 TV가 한 대 있다.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전광판도 없다. 부안군은 이 시외버스 터미널과 구도심을 고쳐나갈 계획이다. 

    -군민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에는 또 어떤 사업이 있나. 

    “부안은 올해 5월 생활밀착형 도시재생 스마트기술 지원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소방·안전·교통·가로등·주차장 등 도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 볼 예정이다. 가장 액수가 큰 사업은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 대상지로 지정된 곰소리다. 총 48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은 태풍·호우·해일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요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재해위험지역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곰소리는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 지역이 많아 집중호우나 해수면 상승 시 수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로 만들겠다”

     지역 농가를 찾은 권익현 군수. 부안군은 ‘부안형 푸드플랜’을 통해 지역 내 농수산물 가격 안정화에 나설 예정이다.  [부안군청 제공]

    지역 농가를 찾은 권익현 군수. 부안군은 ‘부안형 푸드플랜’을 통해 지역 내 농수산물 가격 안정화에 나설 예정이다. [부안군청 제공]

    -도시재생을 통해 개발하는 관광 상품도 있나? 

    “격포항에 크루즈 유람선 선착장을 만들 계획이다. 해외여행까지 가능한 크루즈 상품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됐다. 이외에도 영화 ‘변산’에서 극찬을 받은 변산의 노을을 볼 수 있는 ‘노을대교’를 세운다. 노을대교는 부안과 고창을 잇는 다리다. 대교 중간에는 차를 세우고 노을을 즐길 수 있는 주차 공간도 만들 계획이다. 이외에도 변산해수욕장에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개발사업도 진행한다. 최근에는 해수욕장 인근 관광콘도 민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부안휴게소도 부안고려청자휴게소로 증·개축할 계획이다.” 

    부안은 큰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다. 2023년 열리는 제25차 세계잼버리대회다. 이 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WOSM·World Organization of the Scout Movement)이 주최하는 합동 야영대회다. 전 세계에서 7만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모여 야영대회 및 문화교류를 하는 일종의 청소년 축제다. 

    -2023년에는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린다. 해외에 부안을 알릴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렇다.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각국 청소년이 부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잼버리 행사 외에도 부안고려청자 가마터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계획이다. 현재 전남 강진·해남군과 연계해 등재 준비를 하고 있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부안

    부안군은 농업과 어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부안군은 ‘부안형 푸드플랜’을 수립해 농수산물의 가격 안정화에 나섰다. 군청이 농수산물 수매 등의 방법을 사용해 농어민이 풍흉(豊凶)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돕는 정책이다. 

    지역 주민을 위한 장학금과 출산 장려금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군민의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내야 할 등록금의 50%를 군이 지원한다. 전북 지역이 아닌 타 지역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장학금은 지급된다. 또 셋째를 출산한 가구에는 출산 장려금으로 100만 원을 지급한다. 권 군수는 “청소년을 위한 지원책을 더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지원책에 힘을 쏟는 이유가 있나? 

    “부안이 (관광) 오고 싶은 도시에서 살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일자리와 교육 인프라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도 교육 인프라가 없다면 부안에서 아이를 기르기가 어려워진다. 앞으로도 출산·보육·교육 등 정책 지원을 통해 부안군에서 나고 자랄 청소년과 그 가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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