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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제로 웨이스트 할 수 있다” STEP 4

SNS로 ‘꿀팁’ 공유… 쓰레기 줍기 번개모임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나도 제로 웨이스트 할 수 있다” STEP 4

  • ●Step1 알아보기 “거절하기가 먼저”
    ●Step2 실천하기 “텀블러 사용부터 차근차근”
    ●Step3 공유하기 “혼자보다 같이”
    ●Step4 행동하기 “세상을 바꾸자”
“혼자는 외롭죠. 그렇다고 회사에서 ‘제로 웨이스트’ 운동한다고 하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까 걱정돼요. 대신 SNS 오픈 단체대화방에 들어가 제로 웨이스트 팁도 얻고 단체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김유림(24) 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11월 7일 인천 서구 오류동 쓰레기 매립지에 다녀왔다. 카카오톡 오픈 단체대화방 ‘와이퍼스’가 주최한 나무 심기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올해 7월부터 일상 속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시작했다. 

필(必)환경 시대다. 9월 녹색연합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500명 중 97.7%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54일 간 지속된 올해 장마가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높였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일회용품 등 일상에 자리 잡은 환경의 적(敵)과 결별하기란 쉽지 않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 참여자들은 SNS를 통해 쓰레기 줄이는 법을 배우고 노하우를 타인과 공유하며 힘을 얻는다.

Step1 알아보기 “거절하기가 먼저”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종합 폐기물 관리위원회가 설정한 정책 목표에서 비롯했다. 제품 및 서비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가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은 2010년 뉴욕타임스가 비 존슨(Bea Johnson)의 블로그 ‘제로 웨이스트 홈(Zero Waste Home)’을 보도하면서다. 존슨은 블로그에 두 아이와 함께 쓰레기를 줄이며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이후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한국에는 2010년대 후반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8년 ‘쓰레기 대란’이 경각심을 높였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자 국내 재활용품이 공급 과잉 상태가 됐다. 가격이 떨어지자 폐비닐 및 플라스틱 재활용품 수거가 중단됐다. 2019년 5월 존슨의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가 한국에서 출간됐다. 




제로 웨이스트 플랫폼 ‘더피커’가 만든 ‘제로웨이스학개론’에 비 존슨(Bea Johnson)이 제시한 ‘5R 원칙’이 소개돼 있다. [더피커 제공]

제로 웨이스트 플랫폼 ‘더피커’가 만든 ‘제로웨이스학개론’에 비 존슨(Bea Johnson)이 제시한 ‘5R 원칙’이 소개돼 있다. [더피커 제공]

존슨은 ‘5R 원칙’을 강조한다. 5R은 거절하기(refuse)‧줄이기(reduce)‧재사용하기(reuse)‧재활용하기(recycle)‧썩히기(rot)를 뜻한다. ‘거절하기’는 제로 웨이스트의 시작이다. 카페에서 일회용 빨대를 받지 않거나, 음식 포장 시 플라스틱 수저나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거부하는 방식이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플랫폼 ‘더피커’는 존슨의 5R 원칙을 포함해 ‘제로웨이스트학개론’을 만들었다. 제로 웨이스트 입문자용 안내서다. 더피커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 앞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는 호주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리슨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발생한 환경오염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 죽은 새의 몸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여주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김유림 씨는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고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고 말했다.

Step2 실천하기 “텀블러 사용부터 차근차근”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 그램(g) 단위로 판매되는 액체류 생필품이 진열돼 있다. [문영훈 기자]

서울 마포구 알맹상점에 그램(g) 단위로 판매되는 액체류 생필품이 진열돼 있다. [문영훈 기자]

7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뒤 김유림 씨의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서울 여의도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김씨는 출근길에 텀블러와 음식 포장 용기를 챙긴다. 점심식사 후 텀블러를 이용해 커피를 ‘테이크아웃’ 한다. 퇴근길에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출근길 챙긴 포장 용기에 음식을 담아 집으로 향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면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눈에 띈다. 샴푸‧린스‧로션‧세제 등 액체류 생필품은 플라스틱 통에 담긴 채 팔린다. 샴푸를 새로 살 때 주저하는 마음이 생기면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향하면 된다. 

서울지하철 6호선 망원역 인근 알맹상점은 액체류 제품을 그램(g) 단위로 판매한다. 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판다고 해서 이름을 알맹상점이라고 지었다. 액체류 생필품 외에 대나무로 만든 칫솔, 유리·스테인리스로 만든 빨대, 고체 치약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한다. 

11월 17일 대학생 김다은(22) 씨가 우유팩을 한아름 안고 알맹상점을 찾았다. 우유팩은 종이에 코팅이 돼 있어 일반 종이와 섞어 배출하면 재활용할 수 없다. 알맹상점은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를 회수하는 역할도 한다. 플라스틱 뚜껑도 그 중 하나다. 플라스틱 뚜껑은 치약짜개 등으로 재탄생한다. 

김씨는 “친구가 우유팩을 따로 모으는 걸 보고 나도 실천하기로 했다”면서 “경기 고양시에 사는데, 점심 약속을 왔다가 알맹상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양래교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늘어나고 있지만 동네마다 있는 건 아니라 멀리서 찾아오는 분이 많다. 알맹상점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제로 웨이스트 지도’에서 전국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Step3 공유하기 “혼자보다 같이”

인스타그램 ‘saessak_2018’ 계정은 제로 웨이스트 관련 팁을 소개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saessak_2018’ 계정은 제로 웨이스트 관련 팁을 소개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유난 떤다’며 질타해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중단했어요. 대학 진학 후 SNS에서 ‘제로 웨이스트 실천 일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다시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나섰습니다.” 

대학생 이다영(20) 씨의 말이다. 이씨는 7월 SNS 단체대화방에서 2주간 하루에 하나씩 제로 웨이스트 실천 내용을 업로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씨는 “소극적 성격이라 환경 운동에 대한 주위 반응에 신경이 쓰였다. SNS 단체대화방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동지 의식을 느꼈다. 응원을 받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해당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에도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실천’ 다음은 ‘공유’다. 제로 웨이스트가 보편화하지 않은 한국에서 쓰레기 줄이기 운동가들은 다른 사람들과 팁을 공유하며 실천 의지를 다진다. 인스타그램 아이디 ‘saessak_2018’은 율마(가명), 우옹(가명)이 운영하는 계정이다. 2018년 만든 이 계정 팔로워는 1000명을 넘었다. 분리수거 팁부터 환경운동가 강연 일정까지 다양한 정보가 게시돼 있다. ‘율마’는 “직접 실천한 쓰레기 줄이기 방법을 기록해두자는 의미로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제로 웨이스트 초심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게시물을 올린다”고 말했다. ‘우옹’은 “친환경을 일상에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소셜미디어다. 다른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될 걸 기대하기도 하고, 실천하는 이들로부터 자극도 받는다”고 했다. 

“스타벅스에서 텀블러 다시 받아 주네요.” 

카카오톡 오픈 단체대화방 ‘와이퍼스(WIPERTH)’에서 이진화(31) 씨가 이렇게 말했다. 스타벅스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중단한 ‘개인 컵 이용 서비스’를 최근 재개했다. 한 와이퍼스 구성원은 “스타벅스에서 텀블러를 안 받아줘 다른 카페에 갔는데 다시 가야겠네요”라고 답했다. 단체대화방에서는 ‘포장 없이 빵을 살 수 있는 빵집’ ‘분리배출 장소를 알 수 있는 앱’ ‘기후위기 토론회 일정’ 등 제로 웨이스트 관련 정보가 오간다. 카카오톡 오픈 단체대화방 검색란에 ‘제로웨이스트’를 입력하면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온라인 모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프라인 모임도 열린다. 와이퍼스 멤버들은 11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플로깅(plogging)을 했다. 플로깅은(plogging)은 ‘줍다’라는 뜻 스웨던어 ‘plocka upp’와 영어 ‘jogging’의 합성어로 산책하며 쓰레기 줍는 일을 말한다. 4월 와이퍼스를 만든 황승용(34) 씨는 “제로 웨이스트를 혼자 실천하는 것보다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하면 서로 의지를 북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tep4 행동하기 “세상을 바꾸자”

알맹상점과 와이퍼스는 KT&G에 담배꽁초 쓰레기를 보내 해양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를 촉구했다. [와이퍼스 제공]

알맹상점과 와이퍼스는 KT&G에 담배꽁초 쓰레기를 보내 해양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를 촉구했다. [와이퍼스 제공]

“담배꽁초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필터가 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으로 바뀌고 생태계 먹이사슬을 거쳐 다시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실례인 줄 알지만 저희가 길에서 주운 담배꽁초를 전달해드립니다. KT&G도 담배꽁초 수거기를 길에 설치하는 등 해양오염을 줄이는 일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황승용 씨가 8월 29일 KT&G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이 편지와 함께 담배꽁초가 가득 담긴 페트병 수십 개가 KT&G에 배달됐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이 변형한 형태다. 플라스틱 어택은 불필요한 비닐 포장재를 슈퍼마켓에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회적 운동을 말한다. 제로 웨이스트 샵 알맹상점과 와이퍼스가 협업해 ‘꽁초어택’을 진행했다.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모아 생산 업체인 KT&G에 보낸 것이다. 이들은 KT&G가 해양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이들은 환경을 지키려면 정부나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래교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개인이 제로 웨이스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환경오염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 현재 정부는 재활용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에만 주로 관심을 가진다. 생산 단계에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력을 차지한 어른들이 플라스틱 빨대 하나 못 쓰게 할 깡도 없다니요. 여러분에게 이 땅과 이 도시에 사는 인류의 미래를 지켜 나갈 기회가 선거 날에 주어집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폴리티션(The Politician)’의 주인공 페이튼 호바트가 미국 뉴욕 시장 선거 연설에서 한 말이다. 극 중 호바트는 기성 정치인이 무관심한 환경 정책을 주요 이슈로 꺼내 시장에 당선된다. 드라마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2018년 8월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촉발시킨 MZ세대의 환경 운동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치권도 반응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1월 4일 트위터에 “77일 뒤 미국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썼다. 첫 국정 현안으로 기후 관련 의제를 제시한 셈이다.

P.S “포기 말라,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제로(0)’ 웨이스트를 구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제로 웨이스터’들에게 쓰레기 줄이기 실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대학생 이다영 씨는 “어쩌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더라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소수가 쓰레기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것보다 다수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하나라도 줄이는 게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율마’는 “누군가는 당신의 작은 행동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양래교 알맹상점 대표는 “100% 제로 웨이스트는 누구에게나 힘들다. 불가피한 경우 나도 플라스틱 제품을 이용했다. 죄책감을 느꼈지만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이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풀었다. 온라인상 제로 웨이스트 모임이 많으니 ‘눈팅’이라도 하면 큰 도움이 된다”라고 귀띔했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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