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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투자사기 변곡점마다 여권 인사 등장하는 까닭

“정관계 인맥 동원 흔적… 경영권 분쟁으로 자살골”

  • 전혁수 뉴스플로우 기자 wjsgurtn@naver.com

옵티머스 투자사기 변곡점마다 여권 인사 등장하는 까닭

  • ● 전파진흥원은 왜 옵티머스에 투자했을까
    ● 금감원 검사로 동업관계 깨진 이혁진·김재현 경영권 분쟁
    ● 베트남 날아간 이혁진, 과기부 장관 찾아가 “전파진흥원 감사해 달라”
    ● 전파진흥원 투자금 빠지자 와르르 무너진 옵티머스
    ● 김재현이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문건’대로 진행, 신빙성 높아
2020년 12월 3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부실장 이모 씨가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으로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종로 지역사무실 가구와 복합기, 보증금 등을 지원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옵티머스 사건 관련 여권 인사 중 첫 사망자가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별건수사·표적수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김종민 의원),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는 표적수사”(신동근 의원), “검찰이 하는 행태는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낙연 대표의 부실장까지 똑같은 행태”(설훈 의원)라며 검찰을 비판하고 있다. 


10월 26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출입구가 닫혀 있다. [뉴시스]

10월 26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출입구가 닫혀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12월 4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씨 수사 과정에서 인권보호수사규칙 위반 등 인권침해 여부를 철저히 진상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7일에는 전국 검찰청에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특별지시를 내렸다. 

이씨는 옵티머스 관련 여권 관계자 중 최근 조사가 시작된 인사다. 수사를 시작한 지 6개월 남짓 지났으나 아직도 옵티머스 사건 관련 여권 인물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옵티머스는 어쩌다 정치권 폭풍의 눈이 된 것일까. 

옵티머스 펀드 사건은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면서 1조5745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가 5100억 원대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46개 펀드를 통해 5146억 원을 설정했고, 최종 투자처는 63개 3515억 원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401억~783억 원(7.8~16.7%)만 회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액 5100억 원 중 회수 가능성 10% 남짓”

전남 나주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사옥. 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 5일부터 2018년 3월 22일까지 1060억 원가량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뉴스1]

전남 나주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사옥. 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 5일부터 2018년 3월 22일까지 1060억 원가량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뉴스1]

옵티머스가 실제 투자한 3515억 원은 ‘아트리파라다이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씨피엔에스’ 등 옵티머스 경영진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에 1차 송금된 후 ‘비자금 저수지’로 의심받는 ‘트러스트올’ 등 2차 경유지로 이동했다. 2차 경유지를 거친 자금은 다시 비상장주식, 부동산개발업체 등으로 이동하거나 대여 형태로 빠져나갔다. 옵티머스가 투자한 돈은 부동산PF에 1277억 원, 주식에 1370억 원, 채권에 724억 원, 기타 자산에 145억 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옵티머스 사기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를 중심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비리사건 전담 수사팀’이 구성돼 검사 18명이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했을까. 추 장관이 지시한 감찰 대상은 누구일까.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3년 전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와 김재현 현 옵티머스 대표(이하 직함 생략하고 이름만 표기)가 만나 동업하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옵티머스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현재, 이혁진과 김재현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혁진은 김재현 등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자신은 옵티머스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김재현은 이혁진이 고의로 회사를 망가뜨렸다고 토로한다. 

옵티머스의 설립자는 이혁진이다. 이혁진은 1967년생으로 한양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신영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의 구조화금융상품팀(SP팀장), 마이에셋자산운용 특별자산운용본부장을 지낸 증권맨으로, 2009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혁진은 증권가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민주당에서 서울시당 청년위원장서초갑 지역위원장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지냈고, 2012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같은 해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 경제특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영상제작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2016년에는 민주당의 더불어경제실천본부 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2대 이사장을 지내던 지난 2006년에는 경문협의 상임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해외사업’ 하던 김재현

이혁진에 비하면 김재현의 경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재현 대표는 1970년생으로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여러 사업을 하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외 농업 프로젝트를 약 8년간 진행하고 2017년 4월 국내 사업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혁진과 김재현은 2017년 4월 자본시장에서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진 홍동진 옵티머스 PEF본부장의 소개로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날 당시 이혁진은 자신이 운영하는 AV자산운용(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자산운용사가 갖춰야 할 최소자본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자금난을 겪고 있었고, 김 대표는 사모펀드(PEF) 설립을 고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인 2017년 5월,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가 이혁진과 김재현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한국전파진흥원(KCA)에서 투자금을 받아올 테니 함께 사업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정영제는 대우증권 출신으로 C&그룹 CFO, 동부증권 부사장 등을 지낸 증권맨이었으나 2010년 C&그룹 사건에서 불법대출을 중개하고 금전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면서 금융 브로커로 전락한 인물이다. 정 전 대표는 옵티머스 사건이 터지자 도주했다가 11월 27일 검찰에 붙잡혔다. 

옵티머스 사건 투자자 목록에 따르면, 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 5일부터 2018년 3월 22일까지 1060억 원가량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정영제가 이혁진과 김재현에게 동업을 제안하면서 제시한 ‘전파진흥원 투자’라는 조건이 성사된 셈이다. 전파진흥원은 매년 2조3000억 원 규모의 방송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을 맡아 운용하는데, 당시 전파진흥원의 투자책임자이던 최모 기금운용본부장과 정 전 대표가 함께 여행을 갈 만큼 교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파진흥원 투자와 동업 시작한 이혁진·김재현

전파진흥원은 2017년 5월 4일 정보통신진흥기금 200억 원을 운용할 투자대상을 구한다는 공고를 냈고, 당일(5월 4일) 토러스투자증권(현 DS투자증권)을 운용사로 선정했다. 6월 23일 토러스는 전파진흥원에서 입금된 200억 원에 이자를 더해 총 200억2728만823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신 AV자산운용이 만든 ‘베리타스레포연계BIG&SAFE2호’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자금거래를 성사시킨 인물은 정 전 대표다. 

전파진흥원은 같은 해 6월 2일에도 방송통신발전기금 100억 원에 대한 투자 대상 관련 공고를 냈다. 3일 뒤인 6월 5일 전파진흥원은 AV자산운용을 운용사로 선정했다. 운용사가 선정되자마자 전파진흥원은 6월 5일 방송발전기금 100억 원을 AV자산운용의 ‘베리타스레포연계BIG&SAFE1호’에 투자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날짜는 2017년 6월 23일이다. 검찰 조사에서 옵티머스 관계자들은 “2017년 5월쯤 정영제가 김재현과 이혁진에게 전파진흥원 투자금을 유치해서 일단 작은 증권사 계좌 펀드에 넣어놨는데 이걸로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토러스에 미리 입금돼 있던 돈이 AV자산운용으로 6월 23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혁진과 김재현이 주식매매 및 주주 간 약정서를 체결한 날이다. 이혁진은 자신이 보유한 AV자산운용의 주식 19%를 6억4125만 원에 팔고, 김재현은 6월 29일 잔금을 지급한 후, 6월 3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두 사람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공동경영을 하는 계약이었다. 그 시기 이혁진과 김재현은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고 때마침 전파진흥원이라는 안정적인 투자자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정영제가 두 사람을 이어주면서 동업이 성사된 것이다.

이혁진의 횡령 혐의, 양호 전 나라은행장의 등장

문제는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혁진은 성폭행 혐의로 2017년 7월부터 9월까지 구속 수감됐다. 그사이 2017년 8월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당시 금감원은 옵티머스의 자본적정성에 대한 검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혁진이 AV자산운용 시절인 2017년 3~4월경 금융위원회에 허위 보고서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분기별 업무보고서와 월별 업무보고서에 한 회사의 제주도 토지 매각에 대한 자문을 제공했다며 19억2000만 원 상당의 금융자문서비스 수수료를 미수 수익으로 허위 계상한 것. 

옵티머스는 이 허위 계상 금액을 정정하면서 최소영업자본 미달 상태에 빠졌고, 금감원으로부터 2017년 12월 ‘적기시정조치 유예’ 조치를 받았다. 이때부터 이혁진과 김재현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다. 

지난 11월 11일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자본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건 고유자산이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고유자산에 대주주가 돈을 넣든지 새로운 투자를 받든지 보완하라는 의미”라며 “자구계획을 받아 퇴출을 유예하거나 자구계획이 불명확하면 경영개선명령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2018년 4월 금감원은 추가 검사에서 이혁진의 횡령 혐의까지 찾아냈다. 이혁진은 2013년 2월 4일부터 2017년 3월 22일까지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423회에 걸쳐 법인 통장에서 개인계좌로 70억 원가량을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혁진이 개인 계좌로 이체한 70억 원이 옵티머스 자본금 미달의 근본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 조치하고 검찰에 통보했다”며 “(옵티머스의) 자기자본 미달은 이혁진의 횡령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재현은 성폭행 혐의로 구속돼 있던 이혁진에게 주식을 팔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이혁진이 완강히 버티자, 그때 등장하는 인물이 양호 전 나라은행장이다. 양 전 행장은 이혁진의 주식에 설정된 근질권을 사들이며 옵티머스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옵티머스의 고문이 됐다.


경영권 빼앗긴 이혁진의 반격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서초갑 지역구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뉴스1]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서초갑 지역구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뉴스1]

2017년 9월 구속에서 풀려난 직후 미국으로 떠났던 이혁진은 2017년 12월 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전파진흥원으로부터 투자받은 돈의 용처를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이혁진은 고소장에서 전파진흥원 투자금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성지건설 무자본M&A에 쓰였다고 밝혔다. 

옵티머스는 전파진흥원으로부터 투자받은 돈을 당초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성지건설을 지배하고 있는 MGB파트너스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데 사용했다. 성지건설이 LH로부터 받은 매출채권은 타인에게 양도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와 성지건설은 LH 측에 2017년 6월 5일 채권양도 가능 여부를 묻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7월 12일 LH는 채권양도 승인 불가를 통보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해지자 투자 방식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옵티머스는 이후에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전형적인 기망행위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이 수사기관의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고소사건은 강남경찰서가 수사를 담당했는데, 이혁진과 함께 고소인으로 이름을 올린 그의 사촌동생 A씨가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이혁진은 2018년 3월 18일 귀국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19일) 금감원이 검찰에 통보한 횡령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는다. 옵티머스는 3월 21일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었고, 이혁진은 이사회에 참석했지만 30분도 안 돼 쫓겨났다. 이날 이혁진은 옵티머스에서 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영향력을 잃었다.

이혁진, 유영민 장관에게 “전파진흥원 감사해 달라”

회사를 빼앗긴 이혁진은 정치권에 민원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2018년 3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유영민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났고,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에 대한) 투자를 감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혁진은 2020년 10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베트남 가서 거기에 마침 주무 장관인 금융위원장 최종구 위원장하고 유영민 과기부 장관이 동행한다는 얘기를 뉴스에서 확인하고 아무래도 거기에 가서 뭔가 하소연을 해야겠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혁진이 베트남에서 유 전 장관에게 민원을 한 뒤 2018년 4월부터 실제로 과기부의 전파진흥원 감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이 감사는 그해 6월까지 진행됐고,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에 투자한 자금을 모두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전파진흥원은 “만기일에 자금을 회수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날짜별 회수 금액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와 관련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투자자금 유용 성지건설 경영권 인수 과정 위법행위에 대한 수사의뢰’라는 제목의 수사 의뢰서를 제출했다. 추 장관이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며 윤 총장을 공격한 소재가 바로 이 수사의뢰서다. 

그러나 당시 검찰 수사팀은 “전파진흥원이 수사 의뢰를 해놓고는 정작 수사 단계에서 ‘수사의뢰는 예정에 없었는데 옵티머스 전 사주(이혁진)가 과기부에 민원을 제기해 과기부 지시에 따라 한 것’ ‘자금을 회수해 피해가 없었고 금감원 조사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수사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반박했다. 한편 검찰은 성지건설 횡령 부분을 수사해 성지건설 내 불법행위로 박준탁 성지건설 대표와 유현권 옵티머스 이사를 구속했다.


옵티머스, 전파진흥원 투자금 빠져나가자 ‘와르르’

전파진흥원이 검찰에 제출한 수사의뢰서에 따르면, 전파진흥원은 2018년 1월에 90억 원, 3월 22일에 230억 원을 각각 옵티머스에 투자했다. 1월에 투자한 90억 원의 회수일은 확인되지 않고, 3월 22일에 투자한 230억 원의 회수일은 8월 9일과 10월 11일이다. 각 회수일에 얼마가 빠져나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8~10월 두 달간 최소 230억 원 이상이 회수된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의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된 트러스트올에서 자금을 출금한 시기와 금액을 따져보면 이 중의 일부가 전파진흥원 투자금 상환에 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옵티머스는 트러스트올에서 2018년 8월 9일 90억1996만 원을, 8월 24일에는 130억 원을 수표로 인출했다. 검찰 수사 결과,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투자 가운데 2018년 3월 22일 230억 원 투자분 중 130억 원의 펀드 만기일은 8월 9일이었다. 

이처럼 전파진흥원의 투자금이 빠져나가자, 옵티머스 재정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된다. 결과적으로 이혁진의 감사 민원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실제로 2018년 10월 17일부터 옵티머스의 각종 펀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후순위 펀드에 투자된 돈을 빼내 선순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돌려막기’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폰지사기’가 자행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재현 측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2020년 5월 김재현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는 후속 조치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여권에서는 이 문건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금 운용 과정, 문건에 적시된 사업의 진행 상황 등을 감안하면 상당히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2018년 2월 이혁진이 제기한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양호 전 행장의 소개로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이규철 변호사를 고문으로 영입한다. 이 변호사는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보로 활동한 인물이다. 2018년 12월에는 전파진흥원이 수사 의뢰한 성지건설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옵티머스 고문이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소개로 법무법인 서평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고 한다.


정관계 인맥 구축 정황

2018년 12월 이후 매출채권 검토를 법무법인 서평이 담당했고, 이후 비용 문제를 고려해 채 전 총장이 지정한 법무법인 한송에서 이 업무를 담당했다고도 적혀 있다. 법무법인 한송은 2018년 3월 21일 옵티머스 이사로 선임된 윤석호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이다. 

윤 변호사의 부인은 친여권 법조인으로 분류되는 이진아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 등과 여당 측 인사들을 변호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서울시와 각종 공기업의 고문변호를 맡았다. 2019년 10월부터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 변호사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되자, 윤 변호사의 급여가 월 5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또한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 따르면, 김재현은 “상기 분쟁 과정에서 이혁진이 민주당과의 과거 인연을 매개로 국회의원, 민주당 유력인사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거짓으로 탄원, 회사를 공격하게 함으로써 이를 소명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민주당 및 정부 관계자들이 당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고 적시했다. 

김재현은 “이혁진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되어 있고,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도 관여가 되어 있다 보니 정상화 전 문제가 불거질 경우 본질과는 다르게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도 적었다.



신동아 2021년 1월호

전혁수 뉴스플로우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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