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로 제설제, 화장품, 비료 만들어
기존 제설제에 비해 성능·친환경↑, 가격↓
피부가 가장 잘 먹는 불가사리 콜라겐
재료 단가 들지 않는 고성능 액상 비료
매출 2018년 4억 원에서 2019년 30억 원으로
불가사리外 다른 폐기물 업사이클링 연구도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는 군 복무 중 창업공모전에 함께 참여한 동료들과 함께 스타스테크를 설립했다. [조영철 기자]
스타스테크는 수산업계의 천덕꾸러기인 불가사리로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어 유명세를 얻었다. 양승찬(25) 스타스테크 대표가 경기과학고에 다니던 시절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다. 2017년 6월 군 복무 중이던 양 대표는 부대에 같이 복무하던 전우와 함께 국방부 창업 공모전 ‘국방 START-UP 챌린지’에 출전, 국방부 장관상을 받았다. 전역한 양 대표는 같은 해 11월 공모전에 함께 참여한 동료들과 법인을 설립했다. 지금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휴학하고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스타스테크는 올해로 만 3년이 넘은 스타트업이다. 3년 만에 불가사리로 만든 제품군은 3개로 늘었다. 불가사리에서 다공성구조체를 추출해 제설제를 만들고 콜라겐을 꺼내 화장품 원료로 가공한다. 그래도 남은 불가사리의 잔해는 액상 비료로 재활용한다. 늘어난 제품군만큼 매출도 늘었다. 2018년에는 매출이 4억 원가량이었으나 2019년에는 30억 원으로 늘었다.
폐품을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업사이클링’(Upgrade+Recycling)이라 한다. 스타스테크는 불가사리 업사이클링 기업인 셈이다. 2017년 창업할 때 이들이 내건 슬로건도 “쓰레기로 환경을 구하자”였다. 불가사리 재활용으로 환경을 구하고 있는 양 대표를 서울 구로구 스타스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스타스테크가 추구하는 방향이 제로웨이스트다. 제설제, 화장품 원료, 액상 비료 등 3가지 사업을 하는 이유도 불가사리를 전부 사용해 폐기물을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불가사리를 사용한 친환경 제설제 ECO-ST1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제설제와는 어떤 점이 다른가.
“제설제는 염화나트륨, 염화칼슘 등 염화계열 화학물질로 만든다. 염화계열 화학물질은 눈을 녹이며 염화이온을 발생시키는데 이 염화이온이 콘크리트나 가드레일에 닿으면 부식이 시작된다. 이때 눈을 녹인 액체가 땅이나 하수도로 흘러들어가며 토양오염이나 수질오염의 원인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부식억제제를 넣은 제품을 ‘친환경 제설제’라 한다. ECO-ST1은 부식 방지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염화계열 제설제에 부식억제제와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다공성구조체를 섞어 넣는다.”
친환경과 성능 두 마리 토끼 잡은 제설제
스타스테크의 친환경 제설제 ECO-ST1. [스타스테크 제공]
“ECO-ST1이 일반 친환경 제설제에 비해 성능이 좋다. 친환경 제품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식억제효율이다. 일반 제설제가 콘크리트를 부식시키는 양을 100%라고 가정하면 친환경제설제는 36%, ECO-ST1는 0.8%다.”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다공성구조체가 부식 억제를 돕는 것인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다공성구조체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로 염화이온을 흡착해 부식이 퍼지는 것을 막는다. 동시에 부식억제제의 작용을 돕는다. 이 때문에 부식억제제 사용량을 줄이고도 부식억제효율을 높일 수 있다.”
-부식억제제 사용량을 줄이면 친환경에 도움을 주나?
“그렇다. 부식억제제는 보통 인산염, 규산염 등 계면활성제 계열의 성분이 주를 이룬다. 계면활성제가 콘크리트나 가드레일에 달라붙어 염화 이온의 침투를 막는 원리다. 하지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눈이 녹으며 계면활성제 성분이 하수도로 흐를 수 있다. 수질오염의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일반 제설제와 친환경 제설제 중 어떤 제품이 눈을 더 잘 녹이나.
“친환경 제설제가 ‘융빙성능’(눈을 녹이는 성능)도 좋다. 일반 제설제의 융빙성능 점수가 100점이라면 친환경 제설제의 융빙성능 점수는 119점, ECO-ST1은 166점이다.”
네이버, 구글 등 포털에 ‘친환경 제설제’를 검색하면 스타스테크 제품 외에도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 ECO-ST1의 가격은 ㎏당 700원 선. 다른 친환경 제설제 제품의 가격은 이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성능에 가격은 다른 친환경 제설제와 비슷한 수준이라 ECO-ST1은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미 국내 조달 시장점유율 25%를 넘겼다.
-제설제 수요는 대부분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나올 것 같다.
“국내 친환경 제설제 시장규모는 약 1800억 원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수요가 대부분이다. 반면 세계 친환경 제설제 시장(약 3조 원 추정)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국가들은 우리와 달리 공공 수요와 민간 수요가 절반씩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간 수요가 큰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하려 힘쓰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제설제 판매를 시작했고 북미 시장도 계속 두드리고 있다.”
불가사리 콜라겐만 피부 속 침투
-화장품 원료 사업은 얼마나 진행됐나?“양산 단계 직전까지 왔다. 이 원료로 화장품을 만들 업체를 찾고 있다. 국내외 업체와 만나 협업을 의논하고 있다. 화장품 원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당면 과제인 만큼 ‘스타스테크’의 이름을 잘 알릴 수 있는 회사와 협업할 예정이다. 늦어도 2021년 하반기에는 스타스테크의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불가사리에서 콜라겐을 추출해 화장품 원료를 만든다고 들었다. 스타스테크 제품만의 특장점이 있나?
“사실 불가사리에서 콜라겐을 추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타스테크 핵심 기술은 피부가 콜라겐을 흡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콜라겐이 진피층에 도달해야 의미가 있는데 쉽지 않다. 콜라겐을 아무리 작게 쪼개도 피부에 흡수가 안 된다.”
-그렇다면 콜라겐을 추출해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콜라겐을 진피층에 전달하기 위해 경피전달기술을 도입했다. 구형의 소포체(초소형 전달체)에 콜라겐을 담아 피부 각질층을 투과시켜 진피층에 닿게 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콜라겐을 이 소포체에 담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김동휘 교수 연구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해 콜라겐을 소포체에 담을 수 있게 됐다. 이 연구 결과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논문으로 정리해 SCI급 학술지에 실을 예정이다.”
-기술이 있으면 불가사리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추출한 콜라겐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돼지나 생선에서도 콜라겐을 추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포체에 담기 어렵다.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콜라겐이 경피전달기술에 가장 적합하다. 소포체에 콜라겐을 담을 수 있는 수치를 ‘담재효율’이라 한다. 돼지에서 추출한 콜라겐은 담재효율이 0%, 생선에서 추출한 콜라겐은 17% 수준이다.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콜라겐의 담재효율은 90%다.”
-화장품 원료 브랜드의 이름은?
“침투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Penetration’과 콜라겐(Collagen)의 합성어로 ‘페놀라겐(Penollagen)’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한 줌도 버릴 게 없는 불가사리
-불가사리 액상 비료도 기존 액상 비료보다 성능이 좋은가?“기술적으로 앞선 제품은 아니다.불가사리 액상 비료는 현존하는 액상 비료와 성능이 비슷하다. 대신 재료비가 거의 공짜다. 제설제와 화장품 원료를 만들고 남은 폐액을 이용해 액상 비료를 만든다. 원래 폐기 처리해야 할 폐기물을 제품화한 셈이다. 불가사리 관련 폐기물을 최대한 없애려는 취지다. 유기농업자재로 등록했고 올해 최초로 매출이 발생했다.”
-큰 매출을 바라고 하는 사업은 아닌 것 같다.
“액상 비료는 품질보다 가격경쟁력을 노리고 하는 사업이다. 재료비가 들지 않으니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액상 비료를 공급할 수 있다. 저가 고품질의 비료를 공급해 액상 비료가 국내 시장에 자리 잡으면 해외 개발도상국에 원조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 KOICA 등 해외원조를 주로 하는 범정부기관과 협업을 고려하고 있다.”
스타스테크가 3가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제품의 수급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양 대표도 “재료 수급에 들 비용을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제설제, 화장품 등 관련 연구 실적을 쌓아가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재료비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사이클링이 스타스테크의 비전
-추후 불가사리가 부족해져 돈을 주고 재료를 구입해야 할 가능성은 없나?“당장은 없다. 정부는 매년 약 3600t의 불가사리를 수매한다. 스타스테크를 제외하면 이를 사용하려 나서는 기업이 매우 드물다. 매해 우리가 가져오는 불가사리는 200~300t에 불과하다. 아직도 불가사리 수매량의 10%도 채 못 가져오고 있다. 우리 제품이 국내 제설제 시장 전체를 장악한다 해도 다 쓸 수 없을 정도다. 물론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설제가 된다면 부족해질 가능성도 있다.”
-가정이지만 국내 수급의 한계가 온다면 대안은 있나?
“다른 나라에 지사를 내면 된다. 한국 외에도 북미와 호주, 일본도 불가사리 처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과 호주에 아름다운 산호초로 유명한 지역이 많다. 관광자원으로 무척 가치가 높은데 불가사리가 산호를 잡아먹어 파괴하고 있다. 이곳에 생산기지를 마련해 추가로 제품을 생산하면 된다.”
-친환경 제설제, 화장품 원료, 액상 비료 3가지 제품으로 불가사리를 완전히 재활용하고 있다. 불가사리 외에 다른 폐기물 재활용에도 관심을 두고 있나?
“업사이클링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다. ‘쓰레기로 환경을 구하자’는 비전에 맞는 연구·개발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지금은 해양, 산업폐기물 중 우리 자체 기술을 이용해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제약사의 의뢰로 연어알과 내장을 가르는 박막을 재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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