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코로나 블루를 날려 보낼 여행이 절실한 때. 혼행(혼자여행)하기 좋은 숨은 국내 여행지 6곳을 골랐다. 코로나19의 확산 조건인 3밀(밀폐, 밀집, 밀접)과는 거리가 먼 곳들이다.
명품 소나무숲 삼척 준경묘
소박한 묘역 자체보다는 주변의 금강소나무숲이 마음과 눈길을 붙잡는다. 어디 한 군데 구부러지거나 옹이가 없이 반듯하고 준수한 자태의 명품 소나무만 가득하다. 숭례문 복원공사에 쓰인 주요 재목도 이곳에서 벌채됐다.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금강소나무숲 특유의 청신한 기운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묘역 구석구석을 느긋하게 소요하면 심신이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준경묘는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 첩첩산중에 있다. 준경묘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약 40분쯤 걸어야 묘역에 도착한다. 전반 20분쯤은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지나는 반면, 후반 20분 동안의 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운치 있고 평탄한 편이다.
주차장에서 약 2km 거리에는 지난해 개장한 삼척활기자연휴양림과 삼척 활기치유의숲이 있다. 서로 이웃한 휴양림과 치유숲길의 시설 수준, 자연 조건이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계절감 빼어난 고창읍성
사계절 어느 한 철도 풍광이 떨어지지 않는다. 철마다 계절감의 극치를 보여준다. 더욱이 밀집, 밀폐를 피할 수 있으니 코로나 시대의 비접촉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둘레 1684m, 높이 4~6m의 성벽길을 걸어서 두 바퀴만 돌면 무병장수한다는 얘기가 전한다.
고창읍성 안 울창한 맹종죽숲.
갈대밭과 해돋이 명소 순천 화포포구
순천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와온포구(순천시 해룡면)는 해넘이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순천만의 광활한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가는 겨울 햇살은 불덩이보다 더 뜨겁고 핏빛보다 더 붉은 노을을 남긴 채 사라진다.
화포포구에서 약 9km 거리에는 170여만 평의 갈대밭을 품은 순천만습지의 매표소가 있다. 여기서 구입한 입장권(성인 8000원) 하나로 순천만 갈대밭 탐방로뿐 아니라 순천만국가정원까지 둘러볼 수 있다. 매표소를 출발해 무진교를 건너고 갈대밭 데크탐방로를 지나서 용산전망대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왕복 거리는 약 3km로 평균 2시간이 소요된다.
신안 천사대교 너머 7개 섬
연륙교가 놓인 섬은 더는 섬이 아니다. 섬 특유의 문화, 풍습, 정취, 그리고 단절감 등이 차츰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 점이 아쉽긴 하지만, 여행하기에는 더없이 편하고 효율적이다. 특히 기상변화가 심한 겨울철에 배 끊길 염려도 없고, 춥지 않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천사대교 너머의 7개 섬은 겨울철의 자동차 여행지로 제격이다. 더욱이 각 섬의 서쪽 바닷가에서 지켜보는 해넘이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황홀경을 연출한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기점·소악도의 12사도 순례길(12km)을 걸어보기 바란다. 5개 섬에 흩어진 12개 이색적인 성당(성소) 건물을 순례하듯 찾아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천사대교 근처의 송공항에서 천사 아일랜드호를 타고 가다가 소악선착장이나 대기점선착장에 내리면 된다.
솔숲 캠핑장 옹진 자월도
겨울철의 자월도는 한산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누릴 수 있다. 하늬포마을 앞의 구름다리를 건너 목섬도 다녀오고, 조붓한 산길을 걸어서 국사봉도 오르다 보면 한나절이 금세 지나간다.
자월도 최고의 명소는 장골해변이다. 길이 1km, 너비 400m의 백사장이 반달 모양을 이룬다. 백사장을 둘러싼 솔숲은 캠핑장으로 안성맞춤이다. 화장실, 가게 등이 가까이에 있어서 파도소리와 솔향기를 벗 삼아 캠핑을 즐기기에 좋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철 주말에도 알록달록한 텐트 몇 동이 어김없이 들어선다. 한낮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장골해변의 바다 빛깔은 더없이 찬란하다. 술 한 잔을 마시지 않아도 저절로 취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월도행 쾌속선은 인천 연안부두, 카페리호는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출발한다.
다채로운 풍광 제주 형제해안로
형제해안로의 전체 길이는 약 3㎞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풍광과 정취는 제주도의 어느 해안도로 못지않게 다채롭고 풍부하다. 웅장한 자태의 산방산과 서정미 넘치는 사계리 포구, 쪽빛 바다와 검은 갯바위, 고운 모래언덕과 늘 푸른 해송 숲이 이어진다. 더욱이 동부 해안이 아닌 서남부 해안인데도 겨울철에는 형제섬 위로 마그마처럼 벌건 태양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광경도 감상할 수 있다.
눈 쌓인 대정향교의 뜰에 핀 제주 토종 수선화 ‘말마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