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호

천박하다고? 우리는 서울 아파트 원한다

[봉달호 편의점 칼럼] 서울, 아파트 그리고 욕망

  • 봉달호 편의점주 runtokorea@gmail.com

    입력2020-12-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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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간에 떠도는 유머가 있다. 현 정부 사람들이 집권 1년차에는 “누구나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가, 2년차에는 “누구나 ‘서울’ 아파트에 살 필요는 없다”로 바뀌었고, 그러다 3년 차에는 “누구나 ‘아파트’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하다가, 4년차에는 “누구나 ‘전세’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한 해에 한 단어씩 빠져나가니, 급기야 집권 5년차에는 “누구나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세상이 오겠구나 하면서 사람들은 씁쓸하게 웃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꾸며낸 블랙 유머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의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의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작년 이맘때 경기 김포시 한강신도시로 이사했다. 원래 서울 목동 원룸 오피스텔에 살았는데 큰 집이 필요해졌다. 매매가 2억 원 오피스텔을 그에 근접한 시세의 전세로 내놨더니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임차를 희망하는 분이 나타났다. 서울에 있는 내 집은 전세로 내주고 김포 아파트엔 월세로 들어가게 됐다. 보증금 5000만 원, 월 80만 원. 차액이 1억 원 넘게 생겼다. 그걸로 작은 국밥집과 편의점을 하나씩 차리려고 김포로 이사한 것인데 갑작스레 코로나19가 유행하며 모든 계획이 미뤄졌다. 1억 원은 통장에 그냥 묵혀두고 있다. 주식에 투자해 ‘동학 개미’나 돼 볼걸, 바보같이 생활비로 야금야금 축내고 있다. 

    김포로 이사를 고민하던 때, 아예 김포에 아파트를 살까 고민했다. 처가에서 조금 빌리고, 내가 지금 운영하는 편의점 매출을 근거로 신용대출 조금 받고, 은행에서 담보대출까지 받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내는 사자고 했는데 내가 반대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김포 신도시는 미분양이 속출한 이른바 ‘망한 신도시 3대장(양주, 파주, 김포)’ 가운데 하나로, 수년간 매매가에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아내는 “내 집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 “월세 낼 돈이면 사는 편이 낫다” “빚도 재산이다” “월세는 30년을 바쳐도 결코 내 집이 될 수 없지만, 은행 대출은 상환하다 보면 언젠가 내 집이 된다는 희망이라도 있다” 등등 다양한 주거와 조세, 금융, 대출 이론(?)을 펼쳐 보이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친하게 지내는 공인중개사 형님에게 아내를 데리고 갔다. 형님의 말씀인즉, 내 주장과 같았다. “김포는 희망이 없어요.” 그러면서 최근 4년간 김포 신도시 아파트 매매 실적과 다른 신도시의 경우를 데이터로 보여주며 “실거주할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사고 싶으면 2년 정도 거주해 보고 그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다정한 조언으로 아내를 설득했다. 역시 전문가다웠다. 귀가 얇은 아내는 형님의 말씀에 따랐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 공인중개사 형님은 요새 아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한다. 세상이 알다시피, 정부에서 발표한 6·17부동산 대책에 김포와 파주는 규제지역에서 제외돼 김포 아파트 값은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김포가 금(金)포 됐다”는 뉴스가 잇따랐다. 나는 무릎 꿇고 고개 숙이고 양손을 번쩍 들었다. “엄마와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선열들의 말씀은 피땀으로 깨우친 인생의 진리였던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파트’ 이야기

    가는 곳마다 ‘집’ 이야기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파트’ 이야기다. 어떤 친구는 서울 은평구 25평 낡은 아파트를 3억 원에 매입했는데, 자기 돈이 1억2000만 원 있었고 1억8000만 원은 융자를 받았단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아파트는 3억6000만 원 정도에 거래된다. 물론 이것은 “자고 일어나니 1억 원이 올랐더라”는, 요즘 여염에서 흔히 듣는 부동산 무용담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그래도 벌이가 시원찮은 친구가 가만히 앉아 2년 만에 6000만 원 이익을 얻은 셈이니 “역시 아파트가 저축”이라며 친구는 허탈하게 웃는다. 

    수도권에 지역 기반을 두고 있는 어느 정치인은 초선 의원일 때 정치권 선배가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려면 집을 사두라”고 강권해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원래 전세살이를 하던, 흔치 않은(!) 정치인이었다. 정치를 하다 보면 낙선할 수도 있고, 갑자기 선거자금이 필요할 때도 있고, 한동안 직업 없이 떠돌아야 할 때도 있는데, 아파트 한 채 있으면 담보대출이라도 받을 수 있으니 자기 집은 꼭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나. 4년 전 4억 원에 산 그 집은 지금 8억 원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재선 의원이다. 초선이 재선된 기쁨보다야 더 하랴만, 어쨌든 꿩 먹고 알 먹은 셈이다. ‘선배’께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 하는 걸까. 



    내 이야기로 돌아와, 아내가 원래 사려고 했던 김포 신도시의 그 아파트 ― 우리가 지금 월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는 작년 이맘때 3억 원 초중반이었다. 지금은 6억 원을 넘는다. 1년 새 거의 2배가량 오른 것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국토부 실거래가 공유’라며 그런 내용을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자랑스레 붙여놨는데,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아내의 강렬한 눈초리를 피해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본다. ‘그때 샀더라면… 어휴, 이 화상아!’ 하는 아내의 마음속 야유가 내 양쪽 귀를 쥐고 흔든다. 

    이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으면 “작가라는 사람이, 편의점 점주라는 사람이, 성실하게 일해 돈 벌 생각은 않고 부동산 ‘투기’에 관심을 갖느냐”고 핀잔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게 뻔하다. 그러나 앞에서 내가 든 고백과 사례는 그 무슨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3억 원이 5억 원 되고, 4억 원이 몇 년 새 8억 원이 됐으며, 10억 원이 16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는 이야기는 최근 어딜 가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남편 직장 때문에 집 보러 다니는 중인데 갈 때마다 전세가가 5000만 원씩 올라 있더라”고 한숨을 내쉬는 동생의 한탄, “진작 돈 긁어모아 아파트나 사놓을 걸 후회한다”는 친구의 푸념은 어디 다른 나라 넷플릭스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블코믹스 빌런들이 내뱉는 대사도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민초들이 현실에서 주고받는 말이다. 이건 심히 왜곡된 현상이며 어긋난 사고방식의 총합일까. 누가 이런 암울한 결과를 만들어냈을까.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망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한다(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빵뚜아네트로 풍자한 진중권 교수 페이스북.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청년의 주거 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한다(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빵뚜아네트로 풍자한 진중권 교수 페이스북. [뉴시스]

    항간에 떠도는 유머가 있다. 현 정부 사람들이 집권 1년차에는 “누구나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가, 2년차에는 “누구나 ‘서울’ 아파트에 살 필요는 없다”로 바뀌었고, 그러다 3년차에는 “누구나 ‘아파트’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하다가, 4년차에는 “누구나 ‘전세’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한 해에 한 단어씩 빠져나가니, 급기야 집권 5년차에는 “누구나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세상이 오겠구나 하면서 사람들은 씁쓸하게 웃고 있다. 

    이것은 꾸며낸 블랙 유머가 아니다. 위 발언은 현 정부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그대로 말했다. 틀린 점을 꼽자면 4년에 걸쳐 차근차근 한 말이 아니라는 것. 부동산 문제가 급격하게 꼬이다 보니 그에 변명하려다 자신들의 사고방식 밑바닥에 깔려 있던 생각들을 한꺼번에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가 지금은 주중대사로 있는 장하성 씨는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2018년 9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표현했다(2020년 7월).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 진선미 씨는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 임대주택도 살 만하다”고 말했다가 ‘마리 진뚜아네트’라는 별명을 얻었다(2020년 11월).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전세 제도가 소멸하는 걸 아쉬워하는 것은 의식 수준이 개발독재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2020년 8월).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호텔을 바꿔 전월세로 제공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는데, “박근혜 정부도 달성하지 못한 창조경제의 꿈을 이루려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2020년 11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해 ‘빵뚜아네트’라는 별명을 얻었다(2020년 11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집값이 올라가고 있다’는 표현을 “집값 진정세가 주춤하다”고 돌려 말하는 경탄스러운 화법을 보여줬다(2020년 12월). 

    이러한 발언의 근저에 깔려 있는 사고방식을 하나씩 살펴본다. 우선 이들은 “아파트는 거주공간이지 투기(혹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집은 거주 공간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집을 ‘살기만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할까. 

    정부에서 모든 국민에게 집을 한 채씩 공짜로 주면서 ‘자, 여기서 평생 동안 걱정 없이 사세요’라고 하는 세상이 펼쳐진다 하더라도, 어느 누구는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옮기고 싶어 할 것이고, 혹은 반드시 집을 옮겨야 할 상황도 생길 것이며, 그럴 때마다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망에 시달릴(?) 것이다. 그런 욕망을 과연 ‘나쁘다’ 말할 수 있을까? 전국 방방곡곡 모든 집을 똑같은 위치에 똑같이 찍어내지 않는 이상 ― 설령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 사람의 욕망이란 다양한 영역으로 펼쳐지게 마련이다. 이것을 ‘나쁘다’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정부 사람들은 그런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저 살기만 하면 됐지, 뭘 그렇게 욕심이 많아서 자꾸 더 좋은 것을 바라느냐고 타박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작 본인들은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으니, 이것 참 할 말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사다리 걷어차기

    아파트에 살아보니 참 좋다. 나는 고시원에서 살아봤고, 연립주택 반지하, 산꼭대기 옥탑방에서도 살아봤고, 송파구의 원룸과 빌라, 목동 오피스텔 등 여러 곳을 전전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파트에 거주하게 됐다. 아파트에 사니 참 좋다. 관리비가 좀 나오긴 하지만, 이 정도 혜택을 누리는데 이만한 관리비는 낼 만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이래서 사람들이 아파트, 아파트 하는구나’ 하면서 촌뜨기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어머니께서 사시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30년 된 아파트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실평수는 넓지만 좁아 보인다. 요즘 아파트는 그만큼 구조가 합리적이고 공간 효율성이 좋아진 것이다. 깔끔하고, 편의시설도 훌륭하고, 에너지 효율도 더 좋은 것 같다. 관리 상태도 훌륭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런 아파트가 서울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포 신도시에 살아보니 참 좋다. 생활환경도 괜찮고, 젊은 부부와 아이들도 많고, 공원과 숲도 좋고, 왜 그렇게 복잡한 서울에서 복작거렸는지 모르겠다며 아내나 나나 굉장히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런 아파트가 서울에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한다. 이런 신도시가 서울에 있다면, 이 정도 생활환경과 조건이 서울에 보장된다면, 얼마나 ‘더욱 더’ 좋을까. 인간이니까 갖는, 당연한 욕망이다. 

    아, 물론 돈이 없다. 나는 돈이 없으니 내가 가진 재력의 범위 내에서 나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선택한 것이고, 혹시라도 여력이 생기면 더 좋은 곳으로 옮겨 가리라고 다짐하며 밤마다 아내와 맥주캔 부딪치며 우리만의 재테크 전략을 수립한다. 그러다 혹시라도 더 큰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기뻐하고, 아이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게 됐음에 뿌듯해하고…. 이것이 우리네 삶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나쁘다 말하는 것 같다. 왜 꼭 ‘천박한 도시’ 서울로 가려고 하느냐고 눈살을 찌푸리고, 임대주택도 충분히 좋은데 왜 꼭 아파트에 살려고 하느냐고 훈계하며, 월세도 원룸도 살 만하다고 강변한다. 본인들이 굳이 그렇게 살겠다는 것은 결코 방해하고 싶지 않지만 왜 남의 욕망까지 애써 거세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그렇게 말하는 정치인 대부분이 서울에 살고 있고,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그것도 자가 주택이란 사실은 이젠 더는 확인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니 ‘너희들’은 그러지 말란 뜻일까? 그러니 “내가 강남에 살아봐서 아는데…”라고 말하는 것일까? 이것은 과연 새로운 형태의 ‘사다리 걷어차기’인 걸까?


    “우매한 백성이여, 우리가 하는 말을 믿고 따르라”

    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고 일개 편의점 점주에 불과하지만, 재화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그 희소성 때문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희소성을 풀어주는 방법은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그런 일반적인 수준의 경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정부 사람들은 집권 4년차가 되도록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이제야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찍어낼 수 있을 텐데”라고 마치 다른 나라 일처럼 말하는 걸까? 

    지금 정부 여당 사람들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난맥상을 보이는 이유를 투기꾼들의 농간이나 그에 휩쓸린 국민들의 일시적 광풍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역시 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대출 받아 집 사고, 그것을 담보로 또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성행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내가 알기로 그건 일부 중의 일부 아닐까 싶다. 설령 그런 사람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시장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괴력을 발휘하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런 걸 이유로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를 모조리 막아버렸다. 심지어 신용대출 받아 아파트 사는 길까지 막아버렸는데, 내 신용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으로 자동차를 사든 아파트를 사든 술을 마시든 정부가 왜 딴죽을 거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하여 이제는 아파트를 사고 싶어도, 서울에 돌아가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것이야말로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다 태운 격! 다른 의미에서 역시 ‘사다리 걷어차기’ 아닌가 싶다. 

    절망한 20~30대들은 주식시장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주식을 잘 알아 주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밖에 할 게 없어 하릴없이 주식을 한다고들 말한다. 우리 편의점을 담당하던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과 얼마 전 식사를 함께 했는데, 내내 주식 이야기뿐이다. 20대 후반인 그로서는 “월급만 바라보다 인생 폭망하지 않으려면 이제 이 방법밖에 없어요”라며 씁쓸하게 웃는다. 일하는 틈틈이, 하루 종일 주식 차트만 확인한단다. 누가 그를 향해 “젊은 놈이 땀 흘려 일할 생각은 않고…”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누가 그런 욕망을 향해 ‘저급하다’ 돌팔매질을 할 수 있겠는가. 가재, 붕어, 개구리의 후손들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 

    아참, 앞에서 했던 말 가운데 틀린 말이 있다. 3억 원 아파트가 4억 원이 되고, 4억 원이 곱절이 된 주위 사례를 소개하며 “가만히 앉아 몇 억을 벌었다”고 표현했는데, 그건 틀렸다. 지금 내 손 안에 들어 있는 돈이 아니라, 그저 집의 가치만 올라간 ‘실현되지 않은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상의 이익, 혹은 가능성의 이익 때문에 재산세는 올라갔다. “고가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이 고작 재산세 수십만 원 갖고 엄살을 부리느냐”고 비웃는 전문가(?)도 있지만 세금을 내는 일은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 그 ‘정당성’에 먼저 의문을 갖는 것이다. 10억 원이 됐든 100억 원이 됐든 납득할 만한 세금이라면 당연히 내겠지만, 단 100원이라도 이것을 내가 왜 내야 하는지 모르겠으면 그건 ‘고작 얼마’의 문제가 아니다. 아울러 가진 것이라곤 그 아파트 한 채밖에 없는 퇴직자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집 팔아 세금 내라는 걸까? 

    이번 정부와 여당 사람들이 하는 발언과 행동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이상을 현실로 옮기는 일이 정치라지만, 이들은 자신이 생각한 이상에 현실을 꿰맞추려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다. 마치 “우매한 백성이여, 부디 우리가 하는 말을 믿고 따르라”고 훈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의 욕망을 힘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스스로 이 정부의 어용 지식인이 되기를 자처했던 어떤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이야말로 ‘계몽군주’ 같은 사고방식 아닐까 싶다. 내가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한 걸까? 

    ‘빵뚜아네트’ 국토부 장관이 경질되고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를 맡는다.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그 분은 “주택을 많이 공급한다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불안 심리가 문제다” “도심 외곽에 저가 주택을 활발하게 공급해야 한다” 심지어 “고령층일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주택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신념을 갖고 계신다고 한다. 그리고 역시(!) 강남 아파트에 살고 계신단다. 점입가경, 첩첩산중, 설상가상…. 그러나저러나 민초들은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며, 언제나 이를 꽉 악물고 사는 수밖에 없겠다. 바야흐로 ‘영끌’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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