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호

[책 속으로] 텐 드럭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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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1-01-1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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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텐 드럭스
    “당신이 약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토머스 헤이거 지음, 양병찬 옮김, 동아시아, 380쪽, 1만7000원

    토머스 헤이거 지음, 양병찬 옮김, 동아시아, 380쪽, 1만7000원

    2020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대중 상당수를 ‘제약 전문가’로 만들었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코로나19 예방 백신 개발 소식을 들으며 사람들은 “아스트라제네카는 언제쯤 3상을 마무리하게 될까?” “화이자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긴 했지만 사용 중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승인이 철회될 수도 있어”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제약업계 전문용어와 개발 및 승인 프로세스가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덕분이다. 

    이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 ‘텐 드럭스’는 매우 흥미로울 책이다. 아편, 천연두 백신, 피임약 등 세상을 바꾼 약의 개발 및 승인 과정, 이들 약물이 세상에 미친 영향 등이 두루 담겨 있다.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자 토머스 헤이거는 깊이 있는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미국에서 각종 과학 분야 저술상을 휩쓸었다.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를 읽듯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제약산업 발전의 명과 암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1880년대까지만 해도 의사의 주된 역할이 ‘가족상담사’였다는 대목을 보자. 당시 의사들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치료는 인간 능력 밖의 일로 여겼다. 환자가 ‘죽을병’에 걸린 게 확인되면 의사는 주변 사람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위로와 조언을 건넸다. 오늘날 상황은 크게 다르다. 이제 의사들은 과거 관점에서 보면 ‘기적’이라 할 수 있는 ‘난치병 치료’를 주업으로 삼는다. 이 배경에 바로 ‘약의 비약적 발전’이 있다. 

    저자는 백신 개발에 대해서도 찬사를 보낸다. 백신 덕에 인류는 ‘유행병의 가엾은 희생자’에서 ‘유행병을 물리치는 전사’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게 천연두 퇴치다. 천연두는 오랜 세월 사람을 죽게 만들거나 적어도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천연두에 대한 공포가 퍼지지 않은 지역이 없었다. 지금은? 세계 어디에서도 천연두를 찾아볼 수 없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천연두 종식을 선언한 지 벌써 40년이 지났다. “약은 정말 놀라운 발명품이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단,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자는 제약산업 성장의 그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약업계에서 오늘날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분야는 ‘기저질환 치료제’ 개발이 아니다. 환자가 한 번 복용으로 질병에서 영구히 벗어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건 회사 수지에 별 도움이 안 돼서다. 제약사는 환자가 약을 끊는 즉시 증세가 재발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투자를 집중한다. 고혈압치료제, 콜레스테롤강하제, 발기부전치료제 등이 그렇다. 이른바 ‘삶의 질 개선제’는 환자가 평생에 걸쳐 복용하는 약으로, 제약사에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준다. 이런 약이 시장에 쏟아지는 반면, 인류가 간절히 원하는 항생제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거대하게 성장한 제약산업을 진정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책을 덮을 때쯤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질문이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슈퍼휴먼
    데이브 아스프리 지음, 김보은 옮김, 베리북, 428쪽, 1만8800원
    저탄고지 식이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혁신적 음료’로 꼽히는 ‘방탄커피’ 창시자가 쓴 책. 저자는 20대에 심장마비나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고, 인지기능 장애와 관절통근육통천식 등으로 고생했다. ‘건강한 중년 되기’를 목표를 삼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바람직한 식이 및 생활습관 정보를 모아 실천한 뒤 삶이 달라진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십 대를 위한 영화 속 로봇인문학 여행
    전승민 지음, 팜파스, 248쪽, 1만3800원
    아이언맨, 트랜스포머, 터미네이터….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들이다. 이들 각각의 내용은 어디까지 ‘과학’이고 어디부터 ‘공상’일까. 영화에 묘사된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진 로봇을 현실에서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과학전문 작가인 저자가 이에 대한 답을 풀어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로봇은 현대 과학기술의 집약체다. 미래 발전 방향을 보여주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다가온 미래
    버나드 마 지음, 이경민 옮김, 다산 사이언스, 448쪽, 2만 원
    버나드 마는 경제잡지 ‘포브스’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는 작가이며, 비즈니스 및 기술 전략 상담가이기도 하다. 그가 현재 세계 주요 기업이 관심을 두고 있는 기술 트렌드를 소개한 책.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드론, 사물인터넷, 로봇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으로 발전한 기술을 보여주고, 그것이 어떻게 ‘돈’과 연결돼 우리 삶을 바꿔놓을지 설명한다.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와이즈베리, 420쪽, 1만8000원
    ‘정의란 무엇인가’로 큰 인기를 모았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신작. 미국에서 출간된 책 원제는 ‘능력주의의 폭정: 과연 무엇이 공동선을 만드나?’이다. 샌델은 이 책에서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능력주의는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능력주의 집착이 오히려 공정을 파괴하는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
    웨인 베이커 지음, 박설영 옮김, 어크로스, 254쪽, 1만5000원
    많은 직장인이 일에 치여 허덕이면서도 주위 동료에게 “좀 도와줄래?” 한 마디를 못해 힘겨워한다.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도움 요청’이 결코 무능력의 증거가 아님을 강조하며, 작은 부탁은 오히려 일을 더 잘하게 되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는 팀워크의 비결, 인적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도 설명했다.

    정조학 총서 세트
    백승호·허태구·김지영·김호 지음, 휴머니스트, 1184쪽, 8만1000원
    한국인에게 널리 사랑받는 조선왕 정조와 그의 시대를 종합적으로 다룬 학술서. 조선사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학자 네 명이 각각 정조의 문치(文治), 무치(武治), 예치(禮治), 법치(法治)에 대해 쓴 책 네 권을 한데 묶었다. 그동안 정조는 실학 시대를 연 계몽군주로 조명됐지만, 4명의 필진은 사료에 담긴 정조 모습을 통해 그가 ‘성리학 신봉자’였다고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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