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호

신년 팬데믹 없는 ‘혼행’ 추천 베스트 6

  • 사진·글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입력2020-12-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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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코로나 블루를 날려 보낼 여행이 절실한 때. 혼행(혼자여행)하기 좋은 숨은 국내 여행지 6곳을 골랐다. 코로나19의 확산 조건인 3밀(밀폐, 밀집, 밀접)과는 거리가 먼 곳들이다.

    명품 소나무숲 삼척 준경묘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거나 상쾌함이 그리워질 때 맨 먼저 뇌리를 스치는 곳이 삼척 준경묘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6대조 이양무 장군의 묘다. 

    소박한 묘역 자체보다는 주변의 금강소나무숲이 마음과 눈길을 붙잡는다. 어디 한 군데 구부러지거나 옹이가 없이 반듯하고 준수한 자태의 명품 소나무만 가득하다. 숭례문 복원공사에 쓰인 주요 재목도 이곳에서 벌채됐다. 사시사철 언제 찾아도 금강소나무숲 특유의 청신한 기운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묘역 구석구석을 느긋하게 소요하면 심신이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준경묘는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 첩첩산중에 있다. 준경묘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약 40분쯤 걸어야 묘역에 도착한다. 전반 20분쯤은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지나는 반면, 후반 20분 동안의 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올 만큼 운치 있고 평탄한 편이다. 

    주차장에서 약 2km 거리에는 지난해 개장한 삼척활기자연휴양림과 삼척 활기치유의숲이 있다. 서로 이웃한 휴양림과 치유숲길의 시설 수준, 자연 조건이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계절감 빼어난 고창읍성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해마다 몇 번씩 들르는 여행지가 있다. 근처에 일이 있으면 짬을 내서 일부러 찾기도 한다. 전북 고창군 고창읍성이 그런 곳 중 하나다. 조선 단종 원년에 축조됐다는 이 읍성은 무엇보다 풍치가 예스럽고 아름답다. 성벽과 건물, 자연의 솔숲과 대숲이 아름답게 공존한다. 



    사계절 어느 한 철도 풍광이 떨어지지 않는다. 철마다 계절감의 극치를 보여준다. 더욱이 밀집, 밀폐를 피할 수 있으니 코로나 시대의 비접촉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둘레 1684m, 높이 4~6m의 성벽길을 걸어서 두 바퀴만 돌면 무병장수한다는 얘기가 전한다.

    고창읍성 안 울창한 맹종죽숲.

    고창읍성 안 울창한 맹종죽숲.

    현재 사적 제145호로 지정된 고창읍성 안에는 한때 관공서, 민가, 학교 등이 들어서 있었다. 민가와 학교는 오래전에 밖으로 이전됐고, 소실됐던 관아 건물들은 하나둘씩 복원되고 있다. 성안에는 일제강점기에 청월선사가 세운 절 모안사도 있었다. 이제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절터에는 울창한 맹종죽숲이 자리 잡았다. 몸통이 굵고 키가 큰 맹종죽은 가녀린 바람결에도 끊임없이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대는 댓잎소리가 가슴속의 시름을 말끔히 씻어주는 듯하다.

    갈대밭과 해돋이 명소 순천 화포포구

    순천만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작은 포구다. 행정구역으로는 전남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에 속한다. 순천의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로 꼽힌다. 사계절 내내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사계절 중에서도 겨울철 풍광이 가장 아름답다. 호수처럼 고요한 순천만 바닷가에 봉긋하게 솟은 여수 가림산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른다. 

    순천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와온포구(순천시 해룡면)는 해넘이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순천만의 광활한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가는 겨울 햇살은 불덩이보다 더 뜨겁고 핏빛보다 더 붉은 노을을 남긴 채 사라진다. 

    화포포구에서 약 9km 거리에는 170여만 평의 갈대밭을 품은 순천만습지의 매표소가 있다. 여기서 구입한 입장권(성인 8000원) 하나로 순천만 갈대밭 탐방로뿐 아니라 순천만국가정원까지 둘러볼 수 있다. 매표소를 출발해 무진교를 건너고 갈대밭 데크탐방로를 지나서 용산전망대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왕복 거리는 약 3km로 평균 2시간이 소요된다.

    신안 천사대교 너머 7개 섬

    암태, 자은, 팔금, 안좌, 반월, 박지, 추포. 총길이 7.22km의 천사대교가 개통된 2019년 4월부터는 배를 타지 않고도 드나들 수 있게 된 섬들이다. 그중 반월도와 박지도는 본섬인 안좌도에서 보랏빛 퍼플교를 통해 걸어 들어가야 한다. 암태도의 부속 섬인 추포도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갯벌 위의 노둣길이 드러나는 썰물 때에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큰 다리가 놓여 무시로 출입할 수 있다. 

    연륙교가 놓인 섬은 더는 섬이 아니다. 섬 특유의 문화, 풍습, 정취, 그리고 단절감 등이 차츰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런 점이 아쉽긴 하지만, 여행하기에는 더없이 편하고 효율적이다. 특히 기상변화가 심한 겨울철에 배 끊길 염려도 없고, 춥지 않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천사대교 너머의 7개 섬은 겨울철의 자동차 여행지로 제격이다. 더욱이 각 섬의 서쪽 바닷가에서 지켜보는 해넘이는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황홀경을 연출한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기점·소악도의 12사도 순례길(12km)을 걸어보기 바란다. 5개 섬에 흩어진 12개 이색적인 성당(성소) 건물을 순례하듯 찾아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천사대교 근처의 송공항에서 천사 아일랜드호를 타고 가다가 소악선착장이나 대기점선착장에 내리면 된다.

    솔숲 캠핑장 옹진 자월도

    자월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의 면 소재지 섬이다. 사계절 섬 산행지로 인기가 높다. 섬의 전체 면적은 7.26㎢(약 220만 평), 해안선의 길이는 20.4km에 불과하다. 느긋하게 4~5시간 정도만 걸으면 최고봉인 국사봉(166m)을 포함해 자월도의 대표적인 명소들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전체 걷기 코스의 길이도 10km 미만이다. 

    겨울철의 자월도는 한산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누릴 수 있다. 하늬포마을 앞의 구름다리를 건너 목섬도 다녀오고, 조붓한 산길을 걸어서 국사봉도 오르다 보면 한나절이 금세 지나간다. 

    자월도 최고의 명소는 장골해변이다. 길이 1km, 너비 400m의 백사장이 반달 모양을 이룬다. 백사장을 둘러싼 솔숲은 캠핑장으로 안성맞춤이다. 화장실, 가게 등이 가까이에 있어서 파도소리와 솔향기를 벗 삼아 캠핑을 즐기기에 좋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철 주말에도 알록달록한 텐트 몇 동이 어김없이 들어선다. 한낮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장골해변의 바다 빛깔은 더없이 찬란하다. 술 한 잔을 마시지 않아도 저절로 취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월도행 쾌속선은 인천 연안부두, 카페리호는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출발한다.

    다채로운 풍광 제주 형제해안로

    형제해안로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항에서 대정읍 산이수항에 이르는 해안도로이다. ‘사계리 해안도로’ ‘산방산~송악산 해안도로’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바로 앞바다의 형제섬을 줄곧 바라보면서 달린다. 풍광 좋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운치 있는 해안 드라이브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형제해안로의 전체 길이는 약 3㎞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풍광과 정취는 제주도의 어느 해안도로 못지않게 다채롭고 풍부하다. 웅장한 자태의 산방산과 서정미 넘치는 사계리 포구, 쪽빛 바다와 검은 갯바위, 고운 모래언덕과 늘 푸른 해송 숲이 이어진다. 더욱이 동부 해안이 아닌 서남부 해안인데도 겨울철에는 형제섬 위로 마그마처럼 벌건 태양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광경도 감상할 수 있다.

    눈 쌓인 대정향교의 뜰에 핀 제주 토종 수선화 ‘말마농’.

    눈 쌓인 대정향교의 뜰에 핀 제주 토종 수선화 ‘말마농’.

    형제해안로 주변과 산방산 서쪽의 사계리 들녘, 대정읍 대정향교 근처의 들녘은 제주 토종 수선화의 자생지다. 제주 사투리로 '말마농'이라 불리는 야생 수선화는 농민들에게 잡초나 다름없는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꽃향기가 일반 원예용 수선화보다 훨씬 더 진하고 그윽하다. 눈 내리는 1월 중순경의 혹한기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2월 말까지 고고한 자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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