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호

여의도, MZ세대 금융 혁신가들의 거점 되다

‘넥타이 부대’의 도시는 어떻게 핀테크 허브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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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1-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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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도저의 ‘한강정복사업’

    • 새로운 트렌드 ‘공유 오피스’에 둥지

    • 2030은 아이디어, 60대는 위기관리

    • 입주 후 젊은 직원 대거 증가

    • MZ세대, 경제적·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 디지털금융전문대학원으로 인재 육성

    • 국제금융센터지수 미래 가능성 부문 세계 6위

    2019년 7월 서울시는 MZ세대가 선호하는 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 여의도역점에 서울핀테크랩을 개관했다. 사진은 공용 라운지 전경. [조영철 기자]

    2019년 7월 서울시는 MZ세대가 선호하는 공유 오피스 위워크(WeWork) 여의도역점에 서울핀테크랩을 개관했다. 사진은 공용 라운지 전경. [조영철 기자]

    여의도(汝矣島)는 쓸모없는 땅이었다. 오죽하면 지명의 유래가 ‘너(汝)나 가져라’라는 설이 있을까. 1966년 7월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은 폭우로 잠긴 한강 일대 상공을 헬기로 돌며 수차례 혀를 찼다. 370만이던 서울 인구 중 4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민심은 흉흉했다. 

    불도저로 불린 그는 ‘저 쓸모없는 섬을 개발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이 토목공사를 ‘한강정복사업’이라고 불렀다. 1968년 6월 1일 서울시는 여의도 윤중제를 준공했다. 모래섬을 택지로 만들기 위해 섬의 둘레에 제방을 쌓았다. 그 뒤 도로와 아파트가 잇따라 건설됐다. 1978년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 이듬해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여의도에 둥지를 틀었다. 1980년대 호황의 과실을 맛보며 성장한 증권사들도 하나둘 여의도에 입성했다. 2006년에는 서울국제금융센터(IFC)가 착공됐다. 수십 년에 걸쳐 ‘한국의 월스트리트’가 완성된 것이다. 

    즉 한국 1세대 금융산업의 또 다른 이름은 여의도다. 이 공간의 주인공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였다. ‘미래에셋 신화’를 일군 박현주(1958년생) 회장이나 ‘바이코리아 펀드’로 유명한 장인환(1959년생) 전 KTB자산운용 부회장이 이 시대를 대표했다.


    핀테크 창업 생태계의 탄생

    한 세대가 오랫동안 주도권을 움켜쥐면 다른 세대는 바깥에서 서성이게 마련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1980년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통칭)가 보기에 여의도는 ‘넥타이 맨 금융인들의 도시’였다. 지금 여의도에는 MZ세대가 자유롭게 뛰노는 핀테크(Fintech·금융과 IT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 혁신 생태계가 있다. 2019년 7월 개관한 서울핀테크랩이다. 

    현재 서울핀테크랩은 위워크(WeWork) 여의도역점 내 연면적 7782㎡(4~8층) 규모로 운영 중이다. 공유 오피스(위워크)는 다분히 MZ세대를 겨냥한 선택이다. MZ세대는 모바일 등 IT(정보기술) 기기 활용도가 높고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데 능동적인 세대다. 독서실보다는 스타벅스 같은 카페를 비롯해 열린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데 익숙하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동료들과 밖으로 나가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데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최적의 공간은 공유 오피스밖에 없다. 



    여의도에는 국내 금융 인력의 19.6%가 밀집해 있다. 위워크 여의도역점은 인근에 지하철 5·9호선과 대규모 버스환승센터가 있어 발군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강남과 광화문, 을지로 등 금융 관련 협력사들이 밀집한 지역에 가기에도 좋다. 금감원과 국회 등이 지척에 있다. 

    서울시는 서울핀테크랩 입주 기업에 최장 2년간 독립된 사무 공간을 제공한다. 또 사업화 진단, 비즈니스 모델 역량 강화, 투자 역량 고도화, 전문가 상담(법률, 특허) 및 교육, 멘토링, IR(투자설명회), 국내외 금융기관과 네트워킹, 해외 진출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세계 최대 핀테크 클러스터인 영국 런던의 ‘레벨39’ 입주기업들은 금융감독청(FCA)을 조력자로 생각한다. 공무원들이 수시로 레벨39를 찾아 소통하기 때문이다. 서울핀테크랩도 비슷한 모델을 지향한다. 임국현 서울시 금융산업팀장은 “최근에도 각 기업에 서울시청에서 미팅하고 싶은 과가 있으면 요청해 달라고 했다. 12개 기업이 신청했는데, 이 중 10개 기업이 각 과와 연결돼 1:1 미팅을 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만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임 팀장은 “최근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조성 중인 스마트셸터(Smart Shelter·IT, 신재생에너지, 공기청정시설 등이 반영된 미래형 버스정류소)에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설치해 보고 싶다고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제대로 정착하면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요약하면 금융, 혁신, MZ세대, 집적효과, 민관협력이라는 다섯 가지 열쇳말이 여의도에서 뒤섞였다. 혜택이 많고 상징성이 크다 보니 입주를 원하는 기업의 숫자도 계속 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핀테크랩을 100개 기업, 1000명이 동시 상주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 운영할 계획이다. 연면적은 1만2000㎡ 규모까지 늘릴 방침이다.


    아이디어와 경험의 조화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조영철 기자]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조영철 기자]

    양적 성장이 곧 질적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울핀테크랩에 대해 쏟아지는 각종 보도에도 짙은 화장기가 섞여 있는 건 아닐까. 서울핀테크랩에서 일하는 혁신가들을 만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볼 시점이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기관과 협업할 일이 많아 여의도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마침 서울핀테크랩이 개관해 지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2014년 11월 설립된 P2P(개인 간 거래) 기업 8퍼센트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서울핀테크랩에는 2019년 10월 입주했다. 우리은행에서 8년간 재직한 이효진 대표가 창업했다. 이 대표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은행을 나왔다”고 말했다. 그가 창업할 당시 대출 시장은 은행권의 2~5% 저금리 대출과 제2~3금융권의 20%이상 고금리 대출로 양분돼 있었다. 이에 중금리 대출을 직관적으로 알리기 위해 8퍼센트를 사명으로 정했다. 

    8퍼센트가 성장하는 사이 P2P 시장의 누적 대출액은 2015년 말 370억 원에서 2019년 말 8조60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비대면·무방문과 서류 제출 간소화 등이 장점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0년 8월부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이 시행됐는데, 최근 8퍼센트는 금융감독원에 온투업 등록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보기에 서울핀테크랩의 장점은 ‘기회에 대한 접근성’이다. 그는 “서비스를 하다 보면 금융 당국에 묻고 싶은 게 있고, 홍보를 어떻게 할지 고민할 수 있다”며 “회사가 동떨어진 공간에 있으면 기존 네트워크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서울핀테크랩에는 그런 한계가 없다”고 했다. 

    ‘인재에 대한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은 경력직 이직이 무척 활발한 산업이다. 핀테크가 성장하려면 기존 금융사에서 노하우를 갖춘 인재를 끌어 모아야 한다. 이 대표는 “여의도에 있다 보니 경력을 갖춘 인재가 많이 지원한다”고 귀띔했다. 

    융합을 꾀할 수 있다는 점도 공간이 주는 이점이다. 여의도 금융가의 주류는 여전히 ‘넥타이 부대’다. 이 한복판에 후드티를 입고 헤드폰을 쓴 채 출근하는 ‘핀테크 혁신가’들이 합류했다. 이질적으로 보일 법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하이브리드(hybrid)를 꾀할 수 있는 여건이기도 하다. 1세대 금융산업을 경험한 베이비붐 세대와 핀테크 산업에 투신한 MZ세대가 어우러지기에 좋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말했다. 

    “젊은 직원들은 프로페셔널한 인상을 주는 ‘넥타이 부대’와 섞여 있는 점에서 더 만족감을 느낀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일한다. IT 서비스를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20~30대의 역할이 크다. 다만 금융은 위기관리가 중요한 산업이다. 경험을 갖춘 시니어가 한마디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판교와는 분위기 매우 달라”

    김근진 스파이스웨어 대표. [조영철 기자]

    김근진 스파이스웨어 대표. [조영철 기자]

    MZ세대는 업계의 최신 트렌드에 밝고 수평적 소통 문화를 지향한다. 대신 시니어 직원에게는 경험을 통해 축적한 위기관리 노하우가 있다. MZ세대의 섣부른 패기만으로 혹은 윗세대의 지나친 보신주의만으로 혁신은 이뤄질 수 없다.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는 ‘개념설계(Concept Design)’ 역량은 융합의 산물이다. 

    세대 간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키워가는 건 스파이스웨어도 마찬가지다. 스파이스웨어는 LG유플러스 출신의 20년 경력 클라우드·보안 전문가인 김근진 대표가 2017년 11월 창업했다. 그는 “전 직장에서 급여를 훨씬 많이 받았지만 한 회사에서 경력을 쭉 이어 가기보다는 보다 의미 있는 일로 성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핀테크랩 입주 당시 7명이던 직원은 최근 22명까지 급증했다. 상당수가 MZ세대인데, 개중에는 2020년 성년이 된 직원도 있다. 이와 동시에 50대 직원도 재직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40대 중반이다. 

    스파이스웨어는 클라우드 기반의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 기업이다. 기업, 금융, 통신, 의료 등 각 산업에서 운용하는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사업 목적이 있다. 기업의 데이터가 유출되더라도 이를 이용할 수 없는 ‘개인정보 자동 수집·탐지·암호화’와 내부 직원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이상징후 탐지가 가능한 개인정보 접속기록관리’가 대표 서비스다. 또 개인정보에 대한 가명·익명 처리와 회원이 탈퇴했을 때 개인정보를 자동 파기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 대표는 이 모든 과정을 “개인정보의 라이프 사이클”이라고 표현했다. 2018년 아마존웹서비스(AWS) 기술 파트너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기술을 중시하는 기업답게 애초 스파이스웨어 사무실은 판교에 있었다. 김 대표는 “금융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군인 금융사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전략적으로 서울핀테크랩에 지원했다”면서 “판교와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서울핀테크랩 덕분에 젊은 세대에게 여의도의 문턱이 확실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MZ세대가 많은 기업답게 조직 문화도 유연하다. 책임을 중시하되 자율을 지향하는 식이다. 김 대표가 말했다. 

    “일하는 양은 정해져 있지만 출퇴근은 자유롭다. 본인이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을 동료에게 미리 고지하면 된다. 꼭 ‘나인투식스’(9시 출근, 6시 퇴근)가 아니어도 된다. 예전에 대기업 다닐 때 휴가를 충분히 쓰지 못했다. 지금은 직원들에게 정해진 법정휴가 외에도 하계 및 동계휴가를 각 3일씩 부여하고 있다. 휴가는 (상사의) 결재가 필요 없이 쓸 수 있다.”


    “반려동물 키운 경험 있으면 가산점”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조영철 기자]

    김정은 스몰티켓 대표. [조영철 기자]

    MZ세대는 취미 혹은 관심사와 일의 조화를 꾀하는 세대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만한 기업이 스몰티켓이다. 

    스몰티켓은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인 인슈테크(Insurtech) 기업이다. 김정은 대표는 2016년 5월에 회사를 설립했다. 주력 상품인 펫보험은 2019년 7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특히 보험료와 포인트를 접목한 점이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고객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설정 목표(운동, 예방접종, 건강검진 등)만큼 건강해지면 포인트 혜택을 준다. 고객은 포인트를 스몰티켓과 제휴한 동물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고가 난 뒤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형태가 아니라 보험의 예방적 기능을 강조한 셈이다. 

    김 대표는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도 국제법을 공부했다. 보험사 재직 경력도 없다. 그런 그가 어쩌다 보험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김 대표는 “영국에 유학하며 인슈어테크를 알았다. 또 영국에는 펫 보험이 매우 다양하다”면서 “국내서 보험 유통 혁신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이 펫 보험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MZ세대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변화는 스몰티켓에 호재로 작용했다. 관심사와 일의 조화를 꾀하는 MZ세대가 대거 입사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서울핀테크랩 입주가 ‘신의 한 수’가 됐다. 김 대표는 “MZ세대는 출퇴근 거리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또 좋은 공유 공간이 없으면 아예 지원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면서 “여의도라서 좋다는 직원들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핀테크랩 입주 당시 스몰티켓의 직원은 9명이었다. 지금은 24명이다. 평균 연령대는 35세다. 상당수 직원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출생이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원자가 최근 많이 늘었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채용 과정에서도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으면 가산점을 준다. (지원자들이 먼저) 반려동물 사진도 보여주고 경험담도 들려준다. MZ세대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데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 강아지 키우는 것에 대해 막 이야기하다가 어떻게 펫 보험 서비스를 만들어야 반려동물을 키우는 고객들에게 가닿을지 논의하는 거다. 펫 보험은 반려동물에 대해 보호자로서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기획하고 만들어야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



    “사회문제 해결할 서비스 만드는 데 관심 커”

    강원석 데이터유니버스 대표. [조영철 기자]

    강원석 데이터유니버스 대표. [조영철 기자]

    강원석 대표가 이끄는 데이터유니버스는 또 다른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단 매우 젊은 기업이다. 17명 직원 중 대부분이 30대 이하다.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팀장들 역시 1980~1983년생으로 MZ세대에 속한다. 이들을 이끄는 강 대표는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서 20년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시니어와 주니어가 조화를 이룬 셈이다. 

    데이터 유니버스는 2018년 6월 설립됐다. 핵심 역량은 보이스피싱 예방이다. 신종 금융사기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한 뒤 향후 사기가 발생할 수 있는 시기와 수법을 예측해 이를 고객에게 알리면서 예방에 일조한다. 예컨대 사기 의심 전화가 걸려오면 경고를 보내고 연동된 가족 전화번호에도 알림을 제공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사기가 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할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MZ세대는 미닝아웃(meaning out) 세대로도 불린다. 미닝아웃은 미닝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다. 예를 들면 사회적 메시지가 새겨진 티셔츠나 가방, 열쇠고리를 패션 아이템으로 착용하는 식이다.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8’에 처음 소개됐는데, 당시만 해도 방점은 소비자 운동에 찍혀 있었다. 

    최근에는 그 범위가 노동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직업을 찾겠다는 생각이 MZ세대 사이에 퍼지고 있다. 이는 최근 산업계에 불고 있는 ‘사회적 가치’ 바람과도 맥이 닿아 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MZ세대가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강 대표가 말했다. 

    “보이스피싱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했다. 2017~2019년 피해금액이 1조 원이 넘을 정도다. 예전부터 보이스피싱 문제를 고민하다가 특허 출원을 해놓은 기술이 있었는데 이걸 사업화하자고 결심했다. 금융사기는 알면 피하고 모르면 당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데 직원들이 공감했다. 그래서 (젊은 직원이) 많이 입사한 것 같다. 2021년에는 모든 직원이 다 발명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실무와 이론 습득의 선순환

    서울시는 2020년 9월 서울핀테크랩 인근 국제금융센터(One IFC) 17층에 ‘여의도 디지털금융전문대학원’을 개관했다. 사진은 공용 라운지 전경. [조영철 기자]

    서울시는 2020년 9월 서울핀테크랩 인근 국제금융센터(One IFC) 17층에 ‘여의도 디지털금융전문대학원’을 개관했다. 사진은 공용 라운지 전경. [조영철 기자]

    1960년대 이래 한국 경제의 열쇳말은 캐치업(catch-up·선진국 따라잡기)이었다. 굴뚝산업이 경제의 성패를 가르던 시절에는 가장 좋은 전략이었다. 디지털이 전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자 캐치업은 악수(惡手)가 됐다. 대신 신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 도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 대세가 됐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살아온 MZ세대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MZ세대가 서울핀테크랩에서 조금씩 성과를 낼수록 디지털 금융허브로 도약하려는 서울시의 꿈도 앞당겨질 것이다. 

    서울시의 야심도 단연 돋보인다. 서울시는 초기 창업자를 발굴·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s)’에 역할을 국한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 과감하게 내놓은 카드가 ‘여의도 디지털금융전문대학원’이다. 디지털금융전문대학원은 서울핀테크랩 인근 국제금융센터(One IFC) 17층에 조성됐다. 이곳에서 데이터사이언스, 핀테크 전문가를 키워내겠다는 심산이다. 학사 운영은 KAIST 경영대학이 맡았다. 2020년 5월 디지털금융 MBA 과정 1기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14.4대 1을 기록했다. 

    디지털금융전문대학원 관계자는 “입학생의 평균연령이 36세다. 금융계 종사자는 60%다. 나머지 40%는 삼성전자 등 IT 대기업 출신부터 회계사, 변호사까지 아주 다양하다”고 말했다. 젊음과 다양성은 융합과 창발성(創發性)이 핵심 키워드인 디지털 금융산업에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무는 서울핀테크랩에서 익히고 이론은 디지털금융전문대학원에서 습득하는 선순환 구조가 먼 미래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2020년 9월 서울시는 영국 Z옌(Z/Yen) 그룹, 중국종합개발연구원(CDI)이 공동 주관해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세계 121개 도시 중 2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위(36위)보다 11계단이나 급등했다. 특히 핀테크 경쟁력 부문에서는 18위를 기록했다. 미래 부상 가능성이 높은 도시 부문에서는 6위를 차지했다. 홍콩(10위), 뉴욕(15위)보다도 미래 가능성 부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단 시작은 성공적이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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