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호

사바나

26세 유튜버 ‘김짠부’의 5000만원 저축기

짠하지만 유쾌하게 돈 모은 ‘재테크’ 비결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1-01-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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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쓰면서도 불안하던 ‘욜로’ 청년, ‘짠테크’로 새로 태어난 비결

    • 누수지출 막는 방법은 ‘내 감정 세세히 살피기’

    • 영혼까지 끌어모아 100원도 허투루 쓰지 않기

    • “나를 소비로 증명하려 하지 마라”가 치유의 첫걸음

    • 청년에게 짠테크 노하우 알려주는 콘텐츠로 ‘더불어 재테크’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현재의 즐거움’에 충실한 욜로족으로 살다가 프로 짠테크족으로 변신한 유튜버 ‘김짠부’ 김지은 씨.

    ‘현재의 즐거움’에 충실한 욜로족으로 살다가 프로 짠테크족으로 변신한 유튜버 ‘김짠부’ 김지은 씨.

    2030세대가 통장에 찍힌 급여를 보면서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월급은 그저 통장을 스쳐갈 뿐이다.” 적은 월급으로 신용카드 대금 갚고 생활비 쓰고 나면 바로 잔고가 ‘0’이 되는 상황을 빗댄 농담이다. 오죽하면 ‘텅장(텅텅 빈 통장)’이란 신조어가 생겨났을까. ‘월급은 어차피 스쳐가는 것이니 현재를 즐기자’는 마인드로 욜로(YOLO·‘You Live Only Once’의 약자로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를 추구하는 젊은이가 적잖다. 1994년생 김지은 씨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2017년 한 방송사 계약직 프로듀서(PD)로 입사하면서 욜로 생활에 발을 들였다. 당시 연봉은 2400만 원. 김씨는 몸이 부서져라 일해 번 급여 대부분을 ‘삶의 즐거움’을 얻는 데 소비했다.


    짠테크 노하우 알려주는 콘텐츠 제작

    김지은 씨가 프로 짠테크족이 된 비결을 담아 펴낸 책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표지.

    김지은 씨가 프로 짠테크족이 된 비결을 담아 펴낸 책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 표지.

    3년이 지났다. 그 욜로족(族) 청년은 어떻게 됐을까. 명품 로고가 찍힌 립스틱을 바르고, 인기 브랜드에서 나온 스니커즈를 신으며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까. 아니다. 김씨는 욜로족에서 짠테크(짜다+재테크)족으로 거듭났다. 2019년 1월 어느 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집을 사자’는 목표를 세운 게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소득의 80%를 저축하고, 사회 초년생이 할 수 있는 각종 짠테크를 섭렵한 끝에 1년 11개월 만에 5000만 원 넘는 돈을 모았다. 

    이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2019년 9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김짠부 재테크’는 구독자 수가 7만 명이 넘는다. 김짠부는 그의 성(姓) ‘김’과 ‘짠순이 부자 되기’를 결합해 만든 말로, 김씨의 부캐(부캐릭터)다. ‘김짠부 재테크’ 채널에는 주로 1980~90년생의 호응과 지지가 쏟아진다. 이를 발판 삼아 김씨는 2020년 5월 말 방송사를 그만뒀고, 현재는 1인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단체와 모임에서 2030세대 재테크 관련 강연을 하며, 최근에는 작가로도 데뷔했다. 2020년 11월 펴낸 책 제목은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북스톤). 부제는 ‘스물일곱 김짠부의 행복한 재테크 이야기, 소비가 곧 투자가 되는 (플렉스 말고) 짠렉스 노하우 대방출’이다. 이 책에는 그가 내로라하는 욜로족에서 프로 짠테크족으로 거듭난 과정이 낱낱이 담겨 있다. 김씨를 만난 건 그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인터뷰 룸에서 만난 김씨는 회색 후드원피스에 운동화, 에코백을 곁들인 수수한 차림이었다. 단발머리에 앳된 얼굴, 카메라 앞에 서자 수줍어하다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김씨는 “짠테크를 시작한 후 나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됐다. 욜로 생활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짠해진다”며 입을 열었다.




    상대적 박탈감 느낀 순간, 소비로 감정 해소

    “처음엔 제가 월급을 그렇게 순식간에 다 쓸 줄 몰랐어요. 그냥 ‘갖고 싶은 거 사야지’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원피스를 사고 나면 그에 어울리는 가방이 없고, 가방을 사고 나면 신발이 없었어요. 최신 유행 스타일을 알아보려고 유튜브에 들어갔더니 마침 신제품을 소개하는 ‘언박싱 영상’이 보이잖아요. 여기서는 구찌 가방을 보여주고, 저기서는 발렌시아가 운동화를 소개하고. 그런 영상을 보며 자연스럽게 고가 브랜드에 빠져들었어요. 매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고른 뒤 한숨 내쉬며 결제하곤 했죠.” 

    - 한숨을 내쉰 건 고가 제품 구매가 부담돼서인가요? 

    “실은 저와 친구들 처지가 비교돼 그랬어요. 그때 제가 명품족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알게 된 또래들과 어울렸거든요. 그 친구들은 명품 가방을 일시불로 결제하더라고요.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울했어요. 옷 한 벌도 신용카드 할부로 계산할 수밖에 없는 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 거죠.” 

    -그렇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계속 소비했다는 얘긴가요. 

    “그랬나 봐요(웃음). 돈 때문에 명품 가방 못 사는 마음을 다른 소비로 달래는 일이 많았죠. 한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친구가 모 브랜드에서 나온 반지 하나를 추천해 줬는데, 딱 제 스타일인 거예요. 그날 퇴근길에 백화점에 들러 그 반지를 50만 원 주고 샀어요. 그러고 나선 반지와 손톱 모양이 어울리도록 네일숍으로 가서 손톱을 새로 다듬었죠. 서울 강남에서 경기 용인시 집으로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반지와 네일아트가 잘 보이도록 손 사진을 한 시간 동안 찍었어요. 뭔가 대충 찍은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플렉스(FLEX·성공이나 부를 과시하는 것)’ 느낌이 나야 하니까요. 그중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조금 지나 ‘손이랑 반지 예쁘다’ ‘네일아트 멋지다’ 등의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그럼 온종일 댓글을 보고 또 보면서 좋아하는 거예요(웃음).”


    욜로족이 공허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

    -몇 년 전부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욜로’ ‘플렉스’ ‘탕진잼(돈을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 같은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청년들이 이러한 삶을 지향하는 이유는 뭔가요. 

    “소비로 나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자기 소비생활을 보여주는 게시물이 정말 많아요. 최신 유행 아이템을 착용한 사진을 올리면 순식간에 ‘인싸’가 될 수 있죠. 댓글이 우르르 달려요. 어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에 달리는 댓글 몇 개에 왜 그렇게 목을 매느냐고들 하시는데, 저희 세대는 어릴 때부터 버디버디·네이트온·싸이월드·카카오스토리를 거쳐 인스타그램·유튜브에 이르기까지 SNS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교류해 왔거든요. SNS가 나를 드러내는 수단이에요. 그러니 그럴 듯하게 나를 포장해 주는 소비를 좇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김씨는 욜로 생활을 하던 시절 자신을 돌아보면 “짠하게 느껴진다”고 하지 않았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돌아보면 많이 불안하고 공허했던 것 같아서요.” 

    처음엔 뭔가 물건을 사면 갖고 싶은 걸 가진 데서 오는 행복감이 컸다고 한다. 자존감을 회복한 듯 느껴지기도 했다. 김씨는 10대 시절 체격이 다소 통통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귀여운 돼지’로 불렸다. 살을 빼고 꾸민 뒤 다들 ‘예쁘다’ ‘날씬하다’ 칭찬해 주니 신이 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전에 산 걸 또 사고, 이걸 왜 샀는지 알 수도 없이 계속 사니까 행복하기는커녕 공허함과 불안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김씨는 그때 문득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됐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김씨가 영상에 관심을 보이자 중학교 졸업 후 필리핀으로 유학을 보냈다. 김씨는 영상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겠다는 꿈을 품고 필리핀 한 대학교에 진학한 뒤, 현장 경험을 쌓고자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구한 일자리가 계약직 PD다. 직장 생활 초반 김씨는 ‘몸을 갈아 넣은 20대 삶을 30대에는 보상받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앞으로도 지금보다 월급이 오르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었고, 자연스레 욜로의 세계에 접어들었다. 

    김씨는 그 시절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쉽게 쓰면서 종종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느 날 집 테라스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는데 불현듯 “이 집이 내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것”이라는 사실이 머리에 들어와 박혔다. 이런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면 수억 원이 필요하다는 현실도 깨달았다. 2019년 1월의 일이다. 


    누수지출 막는 방법은 내 감정 세세히 살피기

    “그때 집 앞 산을 바라보며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거든요. 문득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났어요. 5년 넘게 그 집에 살고 있었는데 처음 듣는 소리였죠. 바람 소리가 마치 제게 ‘너무 힘주며 살지 않아도 돼’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때 결심했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하자. 돈을 모으자.’ 그날 이후 정말 달라지려고 애썼어요.” 

    -어느 날 갑자기 돈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한 건 뭔가요, 

    “일단 목표 저축액을 정했어요. 처음엔 ‘1억 원 모으기’를 결심했다가 ‘매년 2000만 원 저축하기’로 수정했어요. 1억 원은 너무 큰돈이라 엄두가 안 나지만, 2000만 원은 돈 쓸 곳을 어떻게든 줄이면 모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김씨는 당장 지출 내역부터 꼼꼼하게 파악했다고 말했다. 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3개월치 사용 내역을 뽑아 식비, 생필품, 꾸밈비, 교통비, 통신비, 월 구독 서비스 등 매달 나가는 지출이 얼마인지 1원 단위까지 일일이 가계부에 적었다. 이후 지출 목록을 다시 고정지출, 변동지출, 누수지출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 정리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누수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제가 기분 상태에 따라 돈을 쓰는 경향을 보이더라고요. 상사한테 들은 말에 기분이 상해 술을 마시고, 친구가 산 옷이 부러워 옷을 쇼핑하는 식이었죠. 누수지출을 최대한 막으려고 소비할 때 제 감정을 세세히 살폈어요. 생필품같이 꼭 필요한 것을 살 때도 ‘이걸 왜 사는 걸까’ ‘사지 않고 대체할 다른 방법이 있을까’ 같은 질문을 저 자신한테 세 번씩 던지는 습관을 들였어요.” 

    김씨는 “그러다 보면 생각의 초점을 돈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맞추게 된다”고 했다.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려고 시도하기만 해도 결제 전 단계에서 지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은 감정지출이 어느 정도 통제된다. 지름신이 저 멀리서 오다가 나를 보고 도망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며 활짝 웃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100원 허투루 쓰지 않기

    -직접 실천한 짠테크 중 가장 효과적인 건 뭔가요. 

    “제게 효과적인 건 ‘한 달 이자 1만 원’ 주문이었어요. 요즘 특판 적금 금리가 연 2.3%쯤 돼요. 여기에 매달 100만 원씩 넣으면 1년 뒤 받게 되는 이자가 세후 12만6000원 정도죠. 매달 1만 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두 잔 가격 정도예요. ‘금리가 더 높은 적금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하루에 커피 한 잔씩 덜 마시는 게 낫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김씨는 그래서 불필요한 소비가 하고 싶을 때면 속으로 ‘한 달 이자 1만 원’ 되뇐다고 했다. 이 말은 그에게 ‘지출 방지턱’ 구실을 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단돈 100원도 허투루 쓰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도 하나요. 

    “돈을 어느 정도 모았을 때 종잣돈을 조금씩 굴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식은 공부해 본 적이 없던 터라 저만의 모의 주식 투자를 연습했죠. 이름하여 ‘샀다 치고’인데요,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모의투자 시스템을 활용하는 거예요. 주로 삼성전자로 연습했어요. 한 주를 샀다고 치고, 통장에서 5만5000원을 잠시 비상금 통장에 옮기죠. 그날 이후 매일같이 주식창을 지켜봐요. 주가가 오르면 기사와 증권사 리포트를 읽으며 그 이유를 찾아 분석했어요. 그렇게 한 달간 모의투자로 감을 쌓은 뒤 대기업 위주로 조금씩 실제 매수를 했어요. 지금은 저평가 우량주를 찾아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짠테크를 실천하면서 느낀 감정은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움이었다. 처음엔 힘들게만 여겨지던 절약이 언제부턴가 재밌는 놀이가 되고, 밤마다 통장 속 숫자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또 비교당하지도 않으면서 자존감이 점차 회복되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단 종종 “요즘 누가 은행에 돈을 넣느냐” “티끌 모아봤자 티끌이다”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경제적으로 같은 가치관을 가진 또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짠테크를 하고 8개월쯤 지났을 무렵의 일이다. 

    당시 김씨는 유튜브 채널 ‘김짠부 재테크’를 기획하고 있었다. 영상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살려 청년 세대가 가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누구에게도 내놓고 묻지 못한 재테크 궁금증 같은 것을 주제로 한 영상을 찍어 주기적으로 올렸다. 이 채널에 등록돼 있는 김씨 영상은 하나같이 기발하고 재치 넘친다.


    ‘먹방 ASMR’ 대신 ‘소비 억제 ASMR’

    인기 유튜버 ‘김짠부’ 김지은 씨의 ‘2020년 11월 가계부 언박싱’ 영상(왼쪽)과 ‘식비 아낄 수 있는 ASMR’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인기 유튜버 ‘김짠부’ 김지은 씨의 ‘2020년 11월 가계부 언박싱’ 영상(왼쪽)과 ‘식비 아낄 수 있는 ASMR’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요즘 유튜브에서는 마이크에 대고 음식 먹는 소리를 방송으로 들려주는 ‘먹방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주는 소리)’ 영상이 큰 인기인데, 김씨는 여기서 착안해 ‘식비 아낄 수 있는 ASMR’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이 영상은 김씨가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치킨은 매일 먹어도 맛있습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오늘 안 먹고 내일 먹어도 맛있다는 뜻입니다. 이왕 맛있게 먹을 거 세 번 정도 참고 먹으면 어떨까요? 혹은 내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우리집’이라는 음식점에서 ‘나’라는 셰프가 가게를 운영해 보는 겁니다. 요즘은 ‘N잡’이 대세라는데, 이참에 ‘나의 가게’를 오픈해 직접 해먹으면 가게 운영비와 인건비를 내 몫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 버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더 재밌게 소비를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능청스럽게 말을 늘어놓는 김씨 모습에 수많은 시청자가 환호를 보냈다. 영상 아래는 “뭐 사고 싶은 밤에 들으면 개꿀(아주 좋다는 뜻)” “잔소리인 듯 잔소리 아닌 잔소리 같은 말” “이 영상 보고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처음 닫아봄”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짠테크 도전 의지 불태우는 ‘가계부 언박싱’

    김씨는 한 달 지출 내역을 공개하는 ‘가계부 언박싱’ 영상을 통해 또래의 짠테크 도전 의지를 북돋기도 한다. 2019년 11월부터 매달 진행하고 있는데, 수입과 저축은 제외하고 순수 지출만 공개한다. 김씨가 가계부 결산을 하는 이유는 소비에 대한 반성을 통해 다음 달 예산을 제대로 짜기 위해서다. 예산을 ‘타이트하게’ 설정해야 저축액을 늘릴 수 있다는 게 김씨 생각이다. 그렇다고 시종 반성만 하는 건 아니다. 가계부를 보다가 잘한 부분이 나오면 스스로 칭찬도 한다. 김씨는 “보통 소비를 자랑하는 유튜버들이 새로 산 제품을 개봉하며 ‘언박싱’이라는 단어를 쓴다. 나는 반대로 저축을 자랑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가계부 언박싱’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저축도 소비만큼 재밌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짠테크로 종잣돈을 만든 뒤 자산 불리기에 나선 2030세대와 얘기를 나누는 유튜브 콘텐츠도 반응이 뜨겁다. ‘외제차 유혹 이겨내고 내 집 마련한 29살 짠돌이’ ‘덕질(좋아하는 대상에 빠져드는 것) 대신 저축하는 2003년생 용돈 재테크’ ‘27살의 금·은 투자기’ 등 관련 콘텐츠가 많다. 이들 영상 아래에는 “일주일째 무(無)지출에 도전하고 있다” “영상 보며 의지를 다진 덕분에 오늘 드디어 학자금 전부 상환했다” “초등학생인데 60만 원 모았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시청자들과 만나 소통하는 게 짠테크 실천에도 도움이 되나요. 

    “큰 도움이 되죠. 예전에는 누군가 ‘명품 가방’이라는 말을 꺼내면 다른 사람이 ‘이번에 신상 나왔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이 ‘카드지갑도 비슷한 색깔 나왔던데, 사고 싶다’ 같은 얘기를 하는 환경 속에 있었어요. ‘김짠부 재테크’ 채널을 만든 뒤에는 구독자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구찌 제품 많이 보이던데, 그 회사 주식을 사야겠다’ 같은 대화죠(웃음).” 

    -짠테크를 실천한 지 1년 11개월 만에 5000만 원을 모았으니, 매년 2000만 원씩 모으겠다는 목표는 이룬 거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시청자들이 제 사례를 보고 살면서 한 번은 짠테크에 도전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어요. 저는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 자취 비용이 들지 않아 더 쉽게 돈을 모을 수 있었어요. 또 2020년 5월 말 회사를 나와 1인 기업인으로 활동하면서 강연료나 책 인세, 유튜브 수익 등의 부수입을 얻은 덕분에 좀 더 빨리 돈을 모을 수 있었을 거예요.” 

    김씨는 짠테크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테크는 정보 싸움이나 기술 문제가 아니라 결국 ‘내가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의 싸움이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과거의 자신처럼 욜로 생활을 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제가 욜로족일 때 돈을 가장 많이 쓴 달에 어떻게 살았는지 한번 생각해 봤어요. 많이 불안했더라고요. 저처럼 소비로 자기 감정을 어르고 달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에게 ‘소비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Tip ‘김짠부’ 김지은 씨가 제안하는 짠테크 조언

    - 소비를 무조건 참지 말고 ‘왜 해야 하나’ 물어보자.
    - 누수지출 막고 싶다면 내 감정을 세세히 살펴라.
    - 하루에 커피 한 잔씩 줄이면 특판적금 이자보다 많다.
    - 야식 유혹을 이겨내고 싶다면 ‘소비 억제 ASMR’ 영상을 봐라.
    - ‘가계부 언박싱’으로 절약도 재밌게 하라.
    - 기프티콘 중고로 사면 정가보다 10% 저렴하다.
    - ‘주린이’는 ‘샀다 치고’ 모의 주식 투자로 연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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