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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유혹하라” 스킨십이 사회생활 만족도 높여

[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 이야기]

  • 난임전문의 조정현

“남편을 유혹하라” 스킨십이 사회생활 만족도 높여

집에서 스킨십을 충분히 하는 사람일수록 사회생활 만족도와 성과가 크게 나타난다. [Gettyimage]

집에서 스킨십을 충분히 하는 사람일수록 사회생활 만족도와 성과가 크게 나타난다. [Gettyimage]

예로부터 자식이나 배우자를 자랑하는 사람을 두고 팔불출(八不出)이라고 했다. 팔불출의 유래는 엄마 배 속에서 열 달(45주)을 채우지 못하고 여덟 달 만에 태어난 아기(팔삭동·八朔童)를 일컫는 단어다. 언제부터인가 덜떨어진 행동을 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에게 “에이구 이 팔불출 같은 놈아”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은 말이다, 팔불출이 많아야 우리 사회가 행복하고 다복해질 수 있다. 팔불출은 ‘자뻑’과 교만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삶에 만족하고 자신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식 자랑은 지극히 본능적인 마음이다. 자식 자랑을 할 때 인간은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열정적인 에로스라고 해도 사랑을 성취한 뒤에는 시들해지게 마련이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이 지속적이다. 그래서 부모 자식을 하늘의 도리로서 맺어져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천륜(天倫) 관계라고 하는 게 아니겠는가.

부모가 자식을 무한대로 사랑할 때, 자식으로 인해 마음이 뿌듯할 때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 호르몬이 다량 분비된다. 흔히 모성애를 옥시토신(oxytocin)으로 설명하지만 그렇지 않다. 도파민은 출산 전후에 촉진되다가 자식(신생아)에게 젖을 물리며 내려다볼 때 다량 분비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강력한 마약인 모르핀보다 수백 배 더 강렬한 엔드로핀과 도파민을 내 자식을 안으면서, 또는 자랑스러운 내 자식을 보면서 분비되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라면 팔불출이 될 수밖에.

남편 처지에서도 사랑하는 아내의 출산은 말할 수 없는 감동과 설렘을 준다. 남성은 아내가 진통이 시작되는 걸 지켜보면서(혹은 분만 임박 소식을 전해 들으면) 바소프레신(vasopressin)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 그래서 부성애를 바소프레신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정말이지 부모가 돼봐야 겪고 느낄 수 있지, 부모가 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감정의 새로운 장르인 셈이다.

스킨십이 주는 행복감

그러고 보면 난임 부부에게 임신과 출산은 삶에서 극적인 요소다. 그들은 ‘자식’이라는 존재만으로도 최상의 행복감을 느낀다. 시험관아기 시술(IVF)로 첫아이를 낳은 여성이 두 번째 임신을 위해 난임 전문의료기관에 올 때는 초진 여성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첫아기를 안거나 걸음마를 하는 아기의 손을 잡고 와서는 환하게 웃음을 머금고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신 아기예요”라고 얘기하곤 했다. 너무 반갑고 기쁜 마음에 아기를 한 번 안으며 그 짧은 시간에 마음속으로 ‘사회에 큰 일꾼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한번은 쌍둥이를 안고 온 여성이 “아기 눈이 선생님(담당 의사)을 닮아서 쌍꺼풀이 있다”며 “우리 부부는 쌍꺼풀이 없어요”라고 말해 같이 크게 웃은 적이 있다. IVF를 시술해 준 의사로서 얼마나 어깨가 들썩여지고 기쁜지 그날만큼은 팔불출처럼 성과(고난도 난임 케이스를 임신시켜서 출산한)를 주변에 자랑하고 싶어진다.



팔불출인 사람은 인상부터 남다르다. 배우자 자랑, 자식 자랑을 하면서 웃음과 신명을 내어서 그런지 선해 보이고 낯빛도 화사하다. 실제로 가정에 충실하고 가족에 만족하는 가장들, 또한 집에서 스킨십을 충분히 하는 사람일수록 사회생활 만족도와 성과가 남다르다.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고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영원한 에너지원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은 뇌와 마음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스킨십으로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의 피부세포는 수십만 개 감각 수용체를 가졌고 부드러운 손길에 의해 신경조직인 ‘C-촉각신경’이 활성화된다. 피부(촉각)가 뇌, 신경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어루만져 주고 쓰다듬어 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감소로 이어져 생식력까지 좋아지게 된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반려견과 스킨십을 하면서 심적으로 안정감을 찾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감정은 잠자고 있던 생식력을 일으켜 세우는 1등 공신이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팔불출일 때가 언제일까. 바로 연애 기간이다. 남녀 모두 연애를 시작할 무렵에 페닐에틸아민(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분비량이 늘어나고 스킨십이 시작될 무렵에는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면서 마치 마약에 중독된 듯한 행복감과 성욕을 느낀다.

실제로 사랑에 빠지면 노르에피네프린에 의해 심장도 빨리 뛰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을 나누는 날이 마침 배란일이면 임신이 되는 것이다. 사실 임신에 성공하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 콩깍지에 씌인 남녀의 성교가 아닐까 싶다. 이 시기에는 서로의 장점만 보이고, 단점조차 사랑스러운 팔불출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그 대상자의 사진을 보면서 MRI로 뇌 사진을 찍었더니 뇌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반응(마치 강박증 환자의 뇌처럼)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상하게도 뜨거운 부부였는데 임신이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노력하려면 몸과 마음이 식어버린다. 부부 관계라는 것이 자발적 본능의 영역이라서 의사가 “오늘 내일쯤 잠자리를 하고 오세요”라면 열 쌍 부부 중 두세 쌍은 관계를 갖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계획 임신이 어려운 이유는 계획적 리비도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변화무쌍하다. 성행위는 그 다변(多變)적 심기에 영향을 받아서일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부부 애정이 식은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필자는 여성들에게 “남편을 유혹하라”고 말한다. 마치 연애에서 번개 만남처럼 불같이 뜨겁게 다가가야지 절대로 ‘배란일’이라는 표현을 입에 담지 말라고 조언한다.

콩깍지 호르몬

참으로 신기한 것이 동네 어르신들은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뉘 집 자식인지를 단번에 맞혔다. 눈썰미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집안마다 특이하고도 고유한 생김새(형질)가 있어서다. 심지어 성씨가 다른 남남이라도 생김새가 비슷하면 일가(一家)일지 모른다고 좋아라 했다. 두루뭉술한 추측이지만 선조들이 제법 과학적인 생각을 한 것이다. 최근 서로 닮은 타인의 유전자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스페인 요셉 카레라스 백혈병 연구소)가 나왔다. 아주 많이 닮은 사람들의 DNA를 분석했더니 유전자형이 비슷했다고 한다.

순간, 다소 짓궂은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왜 인간의 성욕은 자신과 다른, 혹은 낯선 상대에게 난데없이 분출할 수 있을까. 이성이 마비된 듯 상대에게 홀리게 되는 콩깍지 호르몬은 마치 정-반-합이 되듯이 서로 다른 타인일수록 더 호기심을 느끼고 흥분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은 전혀 다른 체취, 침, 땀일수록 면역유전자의 차이가 커서 훨씬 더 성적 흥분이 강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남녀 사이에 태어난 아기의 면역 상태가 최상이 된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나와 다른 낯선 상대와 순간적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결혼만큼은 취미가 같거나 성격이 통하는 유유상종의 대상자를 선택하는 편이다. 도전과 발전보다는 익숙함과 안정감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기는 사랑하는 남녀가 닮아서 남매 같든, 전혀 다르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남녀가 서로에게 홀리듯 도취돼서 사랑에 빠지고, 누가 뭐라고 해도 못 말리는 팔출불 부부가 돼서 자손을 한 명 이상씩 낳아주면 고마운 일이다.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신동아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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