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가 선보일 Louis Vuitton의 새로운 미래

[럭셔리 스토리]

  • 이지현 서울디지털대 패션학과 교수

    입력2023-05-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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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자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이름에서 유래한 ‘루이 비통’은 185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여행 가방전문점으로 출발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대량 운송이 발전하던 시기, 물건을 쌓아 담기 불편하던 기존의 둥근 트렁크를 평평하고 견고한 사각 형태의 실용적인 트렁크로 제작했는데 이것이 세계 최초의 사각 트렁크였다. 트렁크 내부는 여러 품목을 수납하기에 적합한 공간과 서랍을 구비, 움직이는 옷장 구실을 톡톡히 했다. 1984년 루이 비통은 미국 뉴욕과 파리 주식시장에 상장했으나 가족 경영의 한계에 부딪혀 1987년 모에 헤네시(Moët Hennessy)와 합병한다. 이 합병회사가 바로 지금의 세계 1위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Louis Vuitton Moet Hennessy)다. LVMH는 1996년 루이 비통 론칭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디자이너 7명에게 루이 비통 트레이드 마크인 모노그램 캔버스를 이용한 백 디자인을 의뢰하는데, 이는 루이 비통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루이 비통은 올해 2월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를 루이 비통 남성복 라인의 수장으로 앉히고 또 한 번의 혁신적 변화를 예고했다.
    루이 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퍼렐 윌리엄스. [Gettyimage]

    루이 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퍼렐 윌리엄스. [Gettyimage]

    2023년 3월 20~22일 2박 3일 일정으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LVMH는 루이 비통과 디올·펜디·셀린느·티파니앤코·모엣샹동 등 여러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 명품기업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한국 방문 행보는 세계 정상의 방한을 방불케 했다.

    LVMH 총괄회장이 3월 21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찾았다. 왼쪽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 회장, 가운데 뒤는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뉴시스]

    LVMH 총괄회장이 3월 21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찾았다. 왼쪽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 회장, 가운데 뒤는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뉴시스]

    그는 잠실 롯데 에비뉴엘과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를 만났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방문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를 만났고, 신세계 본점과 갤러리아 압구정점을 찾아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대표, 김은수 갤러리아백화점 대표도 만났다. 그가 국내 주요 유통업체 수장들을 만나 협업을 논의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아 백화점 주가가 반등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리움미술관을 비공개로 찾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향후 신라면세점의 LVMH 브랜드 관련 사업이 확장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2023년 초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소비 시장 규모는 168억 달러(한화 약 21조 원)로 전년보다 24% 성장했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한국의 1인당 지출액은 325달러(약 40만 원)로 중국의 44달러, 미국의 280달러를 앞질렀다. 루이 비통은 LVMH의 여러 명품 브랜드 가운데서도 한국인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손꼽힌다.

    제품에 브랜드 이름 보이게 한 최초의 시도

    브랜드 루이 비통의 창업자인 루이 비통은 1821년 8월 4일 프랑스 쥐라주에서 태어났다. 1835년 파리로 올라와 트렁크 제작자로 유명한 마레샬의 견습공으로 일하며 귀족의 트렁크 꾸리는 일을 도왔다. 루이 비통은 섬세한 패킹 기술로 귀족 사이에서 최고의 패커(packer·짐 꾸리는 사람)로 소문나기 시작했고, 결국 외제니 황후의 전담 패커가 됐다. 외제니 황후의 후원으로 1854년 파리 중심가인 네브데 카푸신 거리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루이 비통이 최초로 상표 등록한 다미에 캔버스 아이디얼 [트렁크. 루이비통]

    루이 비통이 최초로 상표 등록한 다미에 캔버스 아이디얼 [트렁크. 루이비통]

    1858년 루이 비통은 목공일과 패커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캔버스 천에 풀을 먹여 방수 처리한 그레이 트리아농 캔버스를 사용해 무게가 가볍고 실용적인 사각 형태의 트렁크를 개발한다. 이 트렁크는 외제니 황후뿐만 아니라 윈저공 부부, 어니스트 헤밍웨이,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같은 저명 인사가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1892년 2월 27일 루이 비통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 조르주 비통이 사업을 물려받았다.



    1867년 루이 비통은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1889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모조품이 성행하자 1872년 루이 비통은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요소로서 창의적이고 독특한 스트라이프 트렁크를 선보였다. 최초의 그래픽 디자인이었다. 1888년 같은 이유로 다미에 패턴을 제작했다. 다미에 패턴은 브라운과 베이지 스퀘어가 교차하는 바둑판 패턴으로 루이 비통 브랜드 최초의 등록 상표 로 기록됐다. 다미에 패턴은 제조되는 상품의 외관에 브랜드의 네임이 보이게 한 최초의 시도로 의의가 있다.

    1896년 모노그램 패턴을 제작해 세계 최초로 제품에 브랜드 로고를 프린팅했다. 루이 비통의 대표적인 패턴인 모노그램은 4개의 장식으로 구성돼 있는데, LV는 조르주 비통의 아버지 루이 비통의 이름으로 회사 설립자에 대한 감사와 효도의 표시이고, 네잎 클로버를 연상시키는 4개의 꽃잎은 미신적인 표시로 악운을 떨치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루이 비통은 파리에서 처음 열린 모조품에 대한 재판에서 승소했다.

    루이 비통과 조르주 비통에 의해 루이 비통 브랜드의 창조적 디자인이 이뤄졌다면 조르주 비통의 아들 가스통 루이 비통은 이러한 디자인력을 바탕으로 전략적 상품 라인을 확장했다. 두꺼웠던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를 부드럽게 만들어 1932년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로 제작한 소프트백 ‘노에 백(Noe Bag)’을 출시한 것. 노에 백은 샴페인 병을 수납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주머니 형태의 가방이다.

    올드한 브랜드에 젊음 가미한 마크 제이콥스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며 브랜드의 부활을 이끈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Gettyimage]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며 브랜드의 부활을 이끈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Gettyimage]

    1997년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패션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패션 잡지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Anna Wintour)의 지지를 받아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됐다. 그는 1986년 자신의 라벨로 1960년대 히피 스타일과 패치워크 등을 응용한 컬렉션을 발표해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새로운 패션 탤런트를 위한 페리 엘리스상을 최연소 디자이너로 수상하며 뉴욕 패션위크에 데뷔했다. 1989년부터 4년간 브랜드 페리 엘리스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2008년 간호사 복장을 한 모델들이 리처드 프린스가 디자인한 루이 비통 가방을 들고 있다. [Gettyimage]

    2008년 간호사 복장을 한 모델들이 리처드 프린스가 디자인한 루이 비통 가방을 들고 있다. [Gettyimage]

    그는 루이 비통 컬렉션에서 2000년대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하며 모노그램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젊음과 활력을 가미해 브랜드 루이 비통을 부활시켰다. 2001년 봄여름(S/S) 컬렉션에서 뉴욕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와 모노그램 그래피티 시리즈로 데뷔 컬렉션을 진행했다. 2002년 S/S 컬렉션에서는 패션 일러스트 작가 줄리 버호벤(Julie Verhoeven)과 협업을 진행했다. 2003년 S/S 컬렉션에서는 일본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한 루이 비통 모노그램을 33가지 새로운 컬러로 재해석해 전통 프린트에 생기를 불어넣고 재치를 더한 모노그램 멀티 컬러 라인을 창조했다. 2005년 S/S 컬렉션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모노그램 체리 컬렉션을 론칭했다. 2008년 S/S 컬렉션에서는 미국 모던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인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와 협업해 그의 ‘간호사 시리즈’ 작품을 재현했다. 이렇게 탄생한 루이 비통의 조크 가방 시리즈는 회화처럼 표현된 루이 비통 모노그램 가방에 풍자적 이야기를 담아 대중의 선풍적 관심을 모았다.

    루이 비통의 2008년 매출성장률은 2007년보다 기록적으로 높았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루이 비통은 리처드 프린스와 협업한 제품 판매만으로 14%의 수입 증가율을 기록하고, 2008년 1/4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성장했다. 마크 제이콥스가 리처드 프린스와 함께 디자인한 새로운 루이 비통 백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9년 S/S 컬렉션에서는 2001년 고 스테판 스프라우스(1953∼2004)와의 협업을 회고하며 그의 작품 속 그래피티와 장미 모티브를 선택해 젊은 층을 겨냥한 강렬하고 팝 아트적인 새로운 컬렉션 라인을 선보인다. 핑크, 그린, 오렌지 등의 데이글로 컬러(네온풍의 인공적인 형광색)를 사용해 모노그램 프린팅을 새롭게 재창조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2012년 S/S 컬렉션에서는 일본의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와 진행한 협업을 성공으로 이끈다. 쿠사마 야요이는 일본 내 여러 브랜드와 협업했으며 살바토레 페라가모와도 함께 작업했다. 2006년에는 마크 제이콥스의 협업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마크 제이콥스는 2013년 10월 2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루이 비통에서의 마지막 패션쇼를 선보였다.

    스트리트 웨어와 하이패션의 격차 해소

    2017~2018 F/W 루이 비통 남성복 패션쇼(왼쪽). 2019~2020 F/W 남성복 컬렉션. Gettyimage

    2017~2018 F/W 루이 비통 남성복 패션쇼(왼쪽). 2019~2020 F/W 남성복 컬렉션. Gettyimage

    2013년 11월 진행한 ‘2014-15 가을겨울(F/W) 컬렉션’부터 2023년 현재까지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ere)가 활약하고 있다. 그는 1997년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돼 발렌시아가를 부활시켰다. 2017년 F/W 남성복 루이 비통 컬렉션에서는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Supreme)과 협업한 의상을 선보였고, “루이 비통에 슈프림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편안함을 더해 두 브랜드의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받으며 젊은 층의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2016년 S/S 컬렉션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공상과학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컬렉션에 등장시켰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2046’,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그가 이번 컬렉션의 뮤즈라고 칭송한 배우 배두나가 출연한 TV 시리즈 ‘센스8’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2018년 루이 비통은 버질 아블로를 남성 컬렉션의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로 발탁했다. 최초의 유색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2012년 12월 뉴욕에서 단기 프로젝트로 브랜드 ‘파이렉스 비전’을 출시했고 패션에 대한 그의 새로운 접근이 큰 화제를 모았다. 버질 아블로는 스트리트 웨어와 하이패션을 재해석하고 창조했으며 스트리트 웨어를 새로운 시대의 프레타포르테(기성복)로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에서 처음 선보인 2019년 S/S 남성복 컬렉션은 ‘스트리트 웨어와 하이패션의 격차를 해소하고, 루이 비통의 기존 고객뿐 아니라 다양하고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인다’는 호평을 받았다.

    브랜드 루이 비통의 헤리티지에서 그가 찾아낸 디자인의 연관성은 포켓이다. 포켓은 의류의 기능적 측면에서 물건을 넣고 다닐 수 있는 장치이기에 넓은 의미에서 루이 비통의 오랜 역사를 연결하는 액세서리로 사용됐다. 마이클 잭슨에게 영감을 받은 2019년 F/W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빌리 진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뉴욕 거리를 런웨이에 재연했고 ‘플래그피케이션(Flagfication)’이란 주제로 각 나라의 국기를 의상으로 표현해 인종과 국가라는 장벽을 허물고 소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컬렉션에서는 한국의 태극기를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가나, 영국, 미국 등의 국기가 컬렉션 의상에 사용됐다. 버질 아블로는 2021년 11월 28일 희귀성 심장암으로 향년 41세에 세상을 떠났다.

    2023년 2월 15일 루이 비통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를 새로운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공식 임명했다. 6월 파리에서 열리는 남성 패션위크에서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 비통 첫 컬렉션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이 비통은 퍼렐 윌리엄스를 음악, 예술, 패션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 동안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한 글로벌 아이콘으로 소개하면서 “퍼렐 윌리엄스는 루이 비통이 추구하는 가치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루이비통의 2023 봄-여름(S/S) 여성복 컬렉션. [루이비통]

    루이비통의 2023 봄-여름(S/S) 여성복 컬렉션. [루이비통]

    강동원부터 뉴진스까지, 루이 비통의 남다른 선택

    최근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서는 전 세계인을 타깃으로 하는 글로벌 앰버서더(모델)로 K팝 스타 모시기에 한창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2017년부터 샤넬 앰버서더로 활동 중인 블랙핑크 제니를 샤넬22백 모델로 2023년 3월 발탁했다. 명품 보석 브랜드 불가리는 블랙핑크의 리사를, 티파니는 블랙핑크 로제에 이어 BTS 지민을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디올은 BTS 지민과 블랙핑크 지수를 앰버서더로 기용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K팝 스타 사랑은 이미 업계에서 유명하다. 아르노 회장은 2022년 6월 파리에서 열린 셀린느 패션쇼에서 블랙핑크 리사와 BTS 뷔 등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천 명의 팬들의 모습에 놀라며 “K팝 스타를 보기 위해 대중이 몰려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루이 비통은 이미 배우 강동원과 배두나, 모델 정호연, BTS 제이홉 등을 앰버서더로 두고 있다. 2022년 말에는 뉴진스 혜인을 새 앰버서더로 기용했다. 명품 브랜드의 K팝 스타 사랑은 K팝, K콘텐츠의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론치메트릭스에 따르면 패션위크 기간에 미디어 노출을 주도하는 주요 인물이 K팝 스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루이비통코리아의 2021년 매출은 1조46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가 증가했다. 디올 매출은 61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88%, 에르메스는 52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가 늘었다.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코로나19, 경기 불황 등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아르노 LVMH 회장의 한국에서의 행보는 우리나라가 명품 브랜드에 얼마나 중요한 시장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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