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만능키 된 MZ세대에 대한 오해
MZ세대는 신인류 아닌 신세대의 한 부류
치열한 생존경쟁 체화한 똑똑한 세대
그런데 MZ세대란 말이 현재 세대 구분 방식에서 적절한 용어인지 의문이다. MZ세대는 밀레니얼(M)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나라마다 세대 구분이 약간씩 다르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일반적으로 1980년생부터 1994년생까지를 포함한다. 2000년대에 성인이 된 세대를 의미한다. Z세대는 보통 1995년생부터 2010년생까지를 의미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한 세대로 구분한다.
MZ세대는 연령 구분이라기보다 세대 구분 성격이 짙다. [Gettyimage]
MZ세대는 연령 구분 아닌 세대 구분
일반적으로 여론조사에서는 20대 등 10년 단위로 연령을 묶어서 여론 동향을 파악한다. 하지만 정밀한 여론조사에서는 5년 단위로 세대 구분을 한다. 1970년대생은 X세대로 불리는데 70년대 전반생(70~74년생)과 70년대 후반생(75~79년생)도 정서적, 문화적 차이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70년대 전반생(89학번부터 93학번까지)은 이른바 86운동권 세대의 영향을 받아 사회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70년대 후반 세대는 상대적으로 더 소비지향적인 경향을 보인다.5년 사이에도 트렌드 차이가 나는데 MZ세대는 말할 것도 없다. MZ세대는 1980년생부터 2010년생까지 30년 기간에 걸쳐 있다. 만약 1980년생에게 2010년생과 어떤 정서적 공통점이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할 것이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건 1951년생에게 30년 아래인 1980년생과 세대적 동질감을 느끼냐고 물어보는 것과 비슷하다. 43살부터 13살까지 걸쳐 있는 세대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MZ세대란 용어에 대해 막상 MZ세대 본인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MZ세대는 연령 구분이 아니라 코호트(세대) 구분이다. MZ세대가 언제까지 청춘일 수는 없다. 이들도 나이를 먹으면서 연령효과에 따라 그 나이에 맞는 생각을 갖게 마련이다. 사회적 지위와 상대적 연령 위치도 특정세대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1990년 한국사회의 중위연령(전 국민을 연령 크기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데 나이)은 27세였다. 2022년 한국 중위연령은 45세다. 한국에선 10년마다 약 5살씩 중위연령이 올라가고 있다. X세대가 본인들이 항상 젊다고 느끼는 이유, 그리고 MZ세대가 본인들이 사회의 약자이고 윗세대에 억눌리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한국사회에서의 상대적 지위, 즉 급속한 고령화에 있다.
MZ세대의 정의, 그리고 상대적 지위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이 글에서 기술하는 MZ세대의 특징이 정말 MZ세대 고유의 것인지, 아니면 소위 2030 젊은 세대의 특징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글 말미에 다시 한번 언급하겠다. 이 글에서는 MZ세대라고 적은 것을 요 몇 년 사이 청년 세대의 트렌드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MZ 젠더 갈등은 전쟁 수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4월에 발표한 2022 젠더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 젠더 갈등이 심각한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71%가 그렇다고 답을 했다. 전년 대비 8%p나 증가한 수치다. 연령별로 20대는 90%가 심각하다고 답을 했다. 전년대비 무려 15%포인트가 증가했다.Z세대, 20대에게 젠더이슈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여러 지표로 나타난다. 시사인과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20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인식조사’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에 대한 질문에 20대 남성의 40.8%는 ‘남성 역차별 해소’(공동2위)를, 20대 여성의 46.2%는 ‘성평등’(2위)을 꼽았다.
향후 젠더 갈등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는 52%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 27%는 지금보다 심각해질 것이라고 봤다. 전체 79%가 젠더 갈등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20대의 경우 ‘지금보다 심각’이 52%, ‘지금과 비슷’이 32%로 매우 비관적이었으며 30대 역시 ‘지금보다 심각’ 37%, ‘지금과 비슷’이 49%로 20대보다는 나았지만 비관적이었다.
2021년 6월 국민일보 의뢰로 글로벌리서치가 조사한 MZ세대(18~39세) 젠더갈등 여론조사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남성혐오 현상이 어느 정도 심각한가란 질문에 남성 85.7%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64.6%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남성은 매우 심각 32.6%, 심각 53.1%였고 여성은 55%가 심각, 9.6%가 매우 심각이라고 답했다.
반면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여성의 85.5%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64.5%가 ‘심각하다’고 했다.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는 남성의 71.5%가 반대한다고 답했고 여성의 68%는 찬성한다고 답해 극명한 인식차를 보였다. 젠더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인식차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노동문제에 있어 MZ세대가 X세대나 86세대와는 다를 것이란 생각이다. 그 착각이 노동유연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 52시간제 개편안을 밀어붙이게 된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MZ세대는 노동시간 연장은 물론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경향신문이 2022년 12월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연장근로시간 단위 확대’에 대해 ‘반대’ 55.7%, ‘찬성’ 40.0%였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반대’가 68.6%(찬성 30.1%)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30대도 ‘반대’ 60.9%, ‘찬성’ 31.7%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뉴스토마토’가 지난해 6월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의 경우 주 최장 69시간 노동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지 않았다. “선생님께서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월 단위로 개편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반대 45.7%, 찬성 37.9%였다. 20대는 찬반이 팽팽(찬성 42.2% 반대 42.8%)했지만 30대는 ‘반대’ 51.0% 대 ‘찬성’ 37.6%로 반대가 더 우세했다. MZ세대가 노동시간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몰아서 일하고 생긴 휴가를 현실에서는 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몇 개의 여론조사를 통해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의 특징을 간단히 살펴봤다. 필자는 이글을 쓰면서 MZ세대는 정말 다른 세대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X세대인 필자도 젊을 때는 MZ세대 같은 경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세대별로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 것은 당연하다. MZ세대는 신인류가 아니라 우리가 보아왔던 그 많은 신세대의 한 부류다. 다만 더 고도로 발전한 한국사회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몸에 체화됐고 실리적으로 생각을 하는 똑똑한 세대일 뿐이다. MZ세대에 대한 색안경을 벗을 필요가 있다. 그들도 행복하게 살고 싶은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모든 세대는 한때 MZ세대 특성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