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평균점, 서울대 법학과 男
한동훈의 반면교사는 최재형?
非尹 핵심 “주진우 만나라더라”
수석 넘어선 검사 출신 비서관
전당대회 출마 상의 장제원과?
일부 親尹 장관 밀어내기 정황
아직 진행 중인 파워게임 전말
자칫 불출마 요구 직면할 수도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진우 대통령실법률비서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동아DB]
대선은 세력전이다. 제아무리 유능한 정객도 홀로 대권가도를 달릴 순 없다. 정치 경험 없는 ‘전직 검찰총장’에게는 가시밭길에 가깝다. 그런 그가 제3지대 대신 보수정당을 택한 건 합리적 전략이다. 비록 “정권교체를 해야 되겠고 (더불어)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2021년 12월 23일)고 속내를 드러내긴 했지만.
이와 관련해 ‘신동아’는 2022년 3월 25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인맥을 총망라한 전자책(eBook) ‘윤석열 파워 엘리트 263人’(동아일보사 펴냄, 이하 263인)을 출간한 바 있다. ‘263인’의 상당수는 실제로 장·차관급 요직을 꿰찼다.
평균점이자 준거집단
윤석열 대통령이 4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덕민 주일대사와 황준국 주유엔대사 역시 특명전권대사로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최측근으로, 당초 장관 물망에 오르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과 강석훈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각각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KDB산업은행 회장으로 영전했다.
차관급에는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이 자리를 잡았다.
평생 검사만 해온 윤 대통령의 ‘파워엘리트’가 ‘박근혜 파워엘리트’나 ‘문재인 파워엘리트’와는 결이 다른 건 일견 당연하다. 대개 과거의 대통령들은 정치인과 전문가를 중심으로 측근 그룹을 형성했다. 윤 대통령도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다만 법조인 참모의 존재감이 도드라진다는 차별점이 있다. 신동아는 ‘263인’에서 윤 대통령의 인재 풀 전체를 정계, 관계, 학계, 경제계, 법조계, 언론계, 지인 및 멘토 등 7개 그룹으로 나눴다. 법조계를 독립적인 그룹으로 분류한 점이 특징이다.
‘263인’ 중 국민의힘 관계자와 전문가, 국민의힘 출입기자, 기존 언론보도의 경향성을 종합해 핵심 실세 113명을 압축했다. 113명의 이력을 조사한 결과, 법학 전공자가 37명으로 전체의 32.7%였다. 정치외교학 전공자(15명, 13.2%)와 경제학 전공자(13명, 11.5%)를 한 뭉텅이로 묶어도 법학 전공자에 크게 못 미쳤다. 113명 명 중 서울대 출신이 55명으로 전체의 48.7%를 차지했다. 2~4위를 차지한 고려대(10명, 8.8%)와 연세대(7명, 6.2%), 육군사관학교(4명, 3.5%) 출신을 합해도 전체의 20%를 넘지 못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01명(89.4%)으로 12명에 그친 여성(10.6%)을 압도했다.
바꿔 말하면 ‘서울대 법학과 출신 남성’이 ‘윤석열 파워엘리트’의 평균점이자 준거집단이라는 얘기다. 마침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학과 79학번이다.
한동훈, 총선 나올까 안 나올까
서울대 법학과 출신 남성으로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2019년 7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된 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하며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 됐다. 한 장관에 대해 ‘263인’은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엄격한 수사를 지휘할 만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예상했다. 수사를 지휘할 위치에 갈 것이라는 점은 내다봤으나 그 자리가 장관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의 장관 기용이 누구도 점치기 어려웠던 파격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지금의 한 장관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3월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범보수권에서는 한 장관이 17%, 유승민 전 의원이 16%였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11%), 오세훈 서울시장(7%), 이준석 전 대표(7%),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6%) 순이었다. 범진보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9%로 압도적 지지세를 나타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는 정가의 뜨거운 감자다. 여론의 무게 추는 그가 출마하리라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4월 8~9일 S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것 같다’가 46.4%,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는 33.3%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6.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여의도 안팎에는 다른 전망도 있다. 이미 대권주자로 올라선 한 장관이 국회의원 배지를 통해 얻는 실익이 적다면 불출마를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대선 출마 전 국회의원 경력이 없었다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보수의 전략가’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4월 11일 CBS 라디오에 나와 “(한 장관이) 지금 정치를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 “국무총리 하면 안 되나”라고 말했다. 여권 사정에 밝은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의 전망도 결이 비슷하다.
“한 장관이 아직은 총선에 나와야겠다고 확신을 못 하는 것 같다. 한 장관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한 장관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의 예를 들더라. 최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하며 국민의 박수를 받았고,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경선에도 나서면서 정치적 위상과 역량이 크다고 평가받았는데, 배지를 달고 들어오니 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으로만 인식되지 않느냐는 거다. 한 장관이 차라리 정부에서 좀 더 역할을 하고 적절한 시점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으면 출마하거나 혹은 2026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뒤 대선의 길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다.”
1975년생 주진우
인지도가 낮지만 실세로 꼽히는 또 한 명의 서울대 법학과 출신 남성이 있다.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다. 주 비서관은 1975년생으로 사법연수원 31기다. 한 장관보다 나이는 두 살, 연수원 기수로는 4기수 후배다. 그는 대선 당시 캠프의 공식 논평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는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인사검증팀장으로 활약했다. ‘263인’ 제작 당시 신동아 취재진에 “차기 정부에서의 내 역할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를 1급인 법률비서관에 임명했다.근래 여권 내부에서는 주 비서관의 이름을 언급하는 경우가 부쩍 잦은 편이다. 비윤(非尹) 핵심으로 분류되는 여권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윤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과 가까운 당 관계자)에게서 ‘주진우 비서관을 만나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내가 왜 그 사람 만나야 하느냐’고 말해 없던 일이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그가 비서관 이상의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차관급인 수석비서관의 힘을 넘어섰다는 평도 나온다. 대통령실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이런 일화를 전해줬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서 친윤(親尹)으로 분류된다.
“3·8 전당대회 당시 출마를 고민하던 당내 인사들이 이런저런 경로로 대통령실의 기류를 알기 위해 접촉했다. 정무(수석실) 쪽과도 소통은 했지만, 주 비서관과도 직·간접적으로 연락하려던 움직임도 있다고 알고 있다.”
주 비서관의 총선 출마설이 당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건 이 때문이다. 그는 부산 남구에 있는 대연고를 졸업했다. 다만 남구에는 역시 ‘263인’에 포함된 박수영 의원(현 여의도연구원장)이 버티고 있다. 이에 주 비서관이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수영구에 출마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출마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찰 출신으로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왼쪽)과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가운데). 그리고 대표적인 검찰 내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동아DB]
이 중 이복현 원장과 석동현 사무처장, 이원모 비서관 등이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이 원장의 경우 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제통이라는 점이 차별화된다. 금감원 고위직을 지낸 한 대기업 임원은 “대외 행보가 가득한 이 원장의 일정표만 보더라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이 또렷하게 읽힌다”고 말했다.
7인 코어그룹은 어떻게 됐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4월 10일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내년 총선과 관련해 ‘검사 공천’이라며 시중에 떠도는 괴담은 근거가 없다”며 “당대표인 제가 용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훈구 동아일보 기자]
가장 높이 비상한 인물은 김기현 대표다. 김 대표는 대선 때 원내대표를 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3·8 전당대회에서 당 주류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과반 득표(52.9%)로 당선됐다. 현 상황은 김 대표에게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최고위원들의 잇단 설화에 더해 당내 갈등 양상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4월 13일 김 대표는 자신의 리더십을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黨)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이에 홍 시장은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공세를 폈다.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의 현주소는 ‘263인’이 예측한 미래와 반대다. ‘263인’은 안 의원에 대해 “공동정부 운영 한 축”이라고 썼다. 그에게 열린 두 갈래 선택지가 ①내각 참여 ②당권 도전이라고 전망했다. 안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했으니 절반은 맞힌 셈이긴 하다. 다만 안 의원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측이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2월 5일)이라고 표현할 것이라고는 차마 예상치 못했다. 평의원 신분인 안 의원으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하는 게 급선무다.
이 전 대표에 대해 ‘263인’은 “지방선거까지 승리로 이끌면 여권에서 그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라고 썼다. 이어 “윤 (당시) 당선인이 그를 내각에 기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작 이 전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 직후 사실상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운명에 처했다. 대신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출간한 후 전국을 돌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지만 TK(대구·경북) 출마 여지도 있어 보인다.
7인 중 큰 부침 없이 존재감을 유지하는 인사는 권영세 장관과 원희룡 장관이다. 두 사람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각각 부위원장과 기획위원장을 지냈다. 권 장관은 지난해 12월 6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2024년 선거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언젠가는 돌아가야죠”라고 말했다. 지금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에서 차기 총선 출마가 확실시된다. 원 장관 역시 장관직을 그만두고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의 다양한 지역이 출마지로 거론된다.
‘브라더’의 현주소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양축이자 ‘브라더’라 불린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의원의 운명은 엇갈렸다. 권 의원은 대선 직후인 지난해 4월 8일 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전체 102표 가운데 81표를 휩쓸며 당선됐다. 이후 당대표 직무대행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잇달아 맡아 몸집을 키웠지만 여러 차례 구설에 휘말렸다. 특히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으로 나눈 이른바 ‘체리따봉 문자’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치명타를 맞았다. 결국 취임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尹 죽마고우, 실세 중 실세”라던 ‘263인’의 평이 무색해진 셈이다.장 의원을 두고 ‘263인’은 “윤 (당시) 당선인이 결단의 고비마다 흉금을 터놓고 상의해 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는 표현도 썼다. 한때 그가 추천한 인사 몇몇이 대통령실에서 밀려나면서 ‘장제원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문도 돌았다. 현시점에서는 사실상 ‘대리인’의 위상을 회복한 모습이다. 공식 직함은 없지만 막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인사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출마 희망자가 쏟아져 나올 때 장 의원이 사실상 (후보 간)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안다”면서 “일부 인사는 정권에 영향력 있는 인물에게서 ‘전당대회 출마 문제는 장 의원과 상의하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파워엘리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급조에 가까운 형태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파벌이 윤 대통령을 고리로 함께하는 형태가 됐다. 예컨대 과거 극렬히 대립한 친이계(親이명박계)와 친박계(親박근혜계)가 공존하고, 옛 안철수계와 민주당의 뿌리 중 하나인 옛 DJ(김대중 전 대통령)계까지 가세한 식이다. 한때는 김종인계까지 참여했다. 국민의힘 입당과 동시에 세(勢)부터 불려야 했던 윤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했던 일이다. 이 때문에 ‘263인’을 제작하면서 소그룹으로 ‘탈민주당’을 따로 떼어놓기도 했다.
성질이 다른 복수의 세력을 묶은 고리는 정권교체다. 바꿔 말하면 대선 때부터 권력투쟁의 불씨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집권 뒤 권력투쟁의 양태 중 하나는 자리다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 중 일부가 자리를 보존하는 점도 변수다. 사퇴를 종용했다가는 직권남용으로 기소될 우려가 있다. 고로 한정된 파이를 놓고 권모술수와 아귀다툼이 횡행할 환경이 조성됐다. 급조된 주류(主流)는 균열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만난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권부(權府) 내 파워게임의 기류를 간접적이나마 알 수 있는 발언이다.
“최근에 ○○○ 장관이 새해 인사차 전화를 했다. 한창 장관 교체설이 돌 때였고, 후임자로 모 중진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언론 기사까지 나온 이후였다. 거기에 대해 내가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 장관이 ‘나를 쫓아내려는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물러날 일은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라’는 취지로 말하더라. 새해 인사라기보다는 그 얘기를 하기 위해 전화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신동아 2022년 4월호 ‘윤석열 파워 엘리트 263人’.
‘윤핵관부터 희생해’
현재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 속한 7인(김기현·윤재옥·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장예찬)은 공히 ‘263인’에 포함됐다. 김기현 대표가 임명한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대출 정책위의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역시 ‘263인’의 일원이다. 당직은 없지만 사실상 당 권력의 중추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 신(新)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배현진 의원도 ‘263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여당 권력의 정점이라고 할 만하다.지금으로서는 이들의 상당수가 총선 공천장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변수는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지속해 하락하는 경우다. 한국갤럽이 4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27%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65%에 달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건 5개월여 만이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1%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8.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자칫하다가는 ‘친윤’ 중심으로 구성된 당 지도부가 쇄신 공천을 명분으로 불출마를 종용받을 수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의 전망이다.
“만약 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한다고 하자. 총선에서 TK와 서울 강남 빼고는 당선을 확신할 수 있는 지역구가 없다고 가정해 보는 거다. 100석은커녕 60~70석밖에 못 얻으리라는 전망이 나오면 가장 먼저 나올 말은 ‘윤핵관이 불출마 선언하고 2선 퇴진하라’일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장제원·이철규·배현진 의원과 최고위원들 그리고 유상범·박수영 의원 등 당직을 맡은 사람들을 향할 것이다. 당직을 맡았다고 해서 공천을 받는 입장권을 손에 쥐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외려 그것이 덫이 돼 ‘윤핵관부터 희생해’라는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빈자리를 검찰 출신이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설사 윤 대통령이 신뢰하는 전직 검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한다고 해도 당장의 정치세력화는 어려워 보인다. 경우에 따라 총선을 전후해 권력의 진공(眞空)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미 윤핵관들이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윤계 인사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총선이 끝나도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윤 대통령에게는 참으로 고약한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