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에는 성장주, 불황에는 가치주
둘 장점 합치면, 호·불황 가리지 않아
성장가치주 투자, 연 복리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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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은 1934년 가치투자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증권분석’을 발표했다. 이 책은 투자계의 새로운 이론인 가치투자를 창조·정리한 책이다.
그 당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자. 미국 경제는 1929년 대공황을 시작으로 몇 년 동안 끔찍한 시련을 겪었다. 투자 역사상 가장 성공한 투자가 워런 버핏의 전기 ‘스노볼’의 일화에 당시의 실상이 잘 드러나 있다. 버핏이 한 살이던 1931년, 버핏의 아버지는 은행에서 주식 영업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은행이 대공황으로 망해버렸다. 졸지에 버핏의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고 설상가상으로 은행에 예금도 있었는데 되찾지 못해 빈털터리가 됐다.
공황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왔다. 당시 이미 성공한 투자가였던 그레이엄도 공황을 피하지 못했다. 그가 운용하던 투자 펀드도 큰 손실을 입었다. 대공황을 겪고 난 뒤 그레이엄은 투자의 금언을 세웠다. 미래에 비전 있는 기업을 찾기보단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했다. 지금 당장 부채가 적고, 수익이 있고, 배당을 줄 수 있는 기업에 집중했다. 대공황 같은 큰 쇼크가 와도 견뎌낼 수 있는 체력을 가진 기업의 주식을 모으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는 한때 잘나가던 주식, 즉 현재 수익과 자산 대비 가격이 많이 올랐던 주식이 다시 처참하게 하락하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망하지 않을 주식을 저평가된 가격에 사는 것’에 중심을 두었다.
미국 투자 챔피언 핵심 전략 ‘CANSLIM’
윌리엄 오닐은 성장주 투자의 대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CANSLIM’이라는 전략을 만든 그는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How to make money in stocks)’라는 책으로 유명하다.CANSLIM 전략은 아래 7개 요소에 합당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전략이다.
C - Current Quarterly Earnings (최신 분기 순이익이 급성장하는 기업의 주식)
A – Annual Earnings (최근 3년간 순이익이 급성장하는 기업의 주식)
N – New (신산업, 신상품, 새로운 경영진, 신고가 달성 주식)
S – Supply and Demand (주식 수가 적은 주식 – 소형주라고 봐도 무난)
L – Leader (속한 산업의 주도주 – 경쟁 기업 대비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
I – Institutional Sponsorship (기관이 매수하는 주식)
M – Market Direction (상승장에만 주식 매수, 하락장에는 매도)
현재 ‘미국 투자 챔피언십’ 대회에서 연 수백 퍼센트 수익을 내는 트레이더 대부분이 오닐의 방식으로 투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한 사례로 지난달에 소개한 마크 미너비니와 3년 연속 이 대회에서 우승한 데이비드 라이언 등이 있다.
오닐은 1958년부터 주식을 거래하면서 1960년대 CANSLIM 전략을 완성했다. 오닐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분위기는 그레이엄이 활동했던 1930년대와 완전히 달랐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전 세계 최강의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전기/반도체, 자동차, 항공우주, 제약, 화학/플라스틱, 통신, 컴퓨터 분야에서 급성장하는 기업이 탄생했다. 다양한 기업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초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겼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수익 내는 성장가치주
가치주와 성장주 중 무엇이 더 좋은지는 답변하기 어렵다. 쉽게 생각하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에는 성장주가 좋아 보인다. 실제로 이 중에서 주가가 수십 배, 수백 배 오른 기업도 있다. 이런 기업에 자금이 너무 많이 모이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다가 버블이 터지면 주가가 최고점 대비 90% 이상 떨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반대로 가치주는 파산할 가능성이 작은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서 큰 손실을 볼 확률은 낮은 편이다. 호황이 아니라면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약점도 있다. 수익성이 낮다. 파산 가능성이 작은 기업은 성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둘의 장점만 모으는 것은 불가능할까. ‘저평가된 성장주’ 또는 ‘성장가치주’를 찾아봤다. 일단 성장주는 수치로 따지면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성장률이 높은 종목이다. 동시에 PER(주가수익비율: 시가총액/당기순이익), PBR(주가순자산비율: 시가총액/순자산)가 낮고 배당을 많이 주는 가치주의 면모가 보인다면, 그 주식이 ‘성장가치주’다.
한국 증권 시장에서 해당하는 주식을 찾아 가상 투자를 해 봤다. 성장가치주 중에서도 관리종목, 적자기업, 금융주, 지주사, 중국 상장기업은 제외했다. 이 중 평균 순위가 가장 높은 20개 기업을 골라 투자했다.
이 전략의 수익은 연 복리 35.7%였다. 20년 만에 원금이 430배(!) 증가했다. 가치 성장주 투자 전력은 한국 시장에도 주효했다.
최근 10년, 5년, 3년, 1년 수익을 확인해 봤다. 성장가치주 전략은 최근 1, 3, 5, 10년 동안에도 꾸준히 코스피 지수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예금처럼 수익이 매달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개별주 투자 전략은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절대로 큰 손실을 피해갈 수 없다.
중요한 점은 단기 손실을 보는 기간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 전략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2017, 2020년 두 해를 제외한 모든 해에 코스피 지수보다 수익이 높았다.
성장가치주 포트폴리오의 월별 수익률 분석. [강환국]
체질 바뀐 기업은 지속성장 가능성 높아
성장가치주 전략의 핵심은 성장률이다. 대부분 가치투자자는 한 분기 성장률이 높으면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대로 시장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때도 있다. 하지만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기업의 체질이 달라진 것이라면 장기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현재 한국에서 최근 분기(2022년 4분기)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수익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PER, PBR가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은 다음과 같다.
강환국
2021년 7월 직장인 투자자에서 ‘30대 파이어족’으로 변신한 인물.
계량화된 원칙대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를 통해 연 복리 15%대의 수익률을 거둬 입사 12년째인 38세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나와 파이어족이 됐다. 현재 전업투자자이자 구독자 13만2000명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투자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 온·오프라인 투자 강의를 하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