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민 위해 개혁과제 수행 중
방향은 맞으나 표현에 실수
[+영상] 윤석열과 ‘나’ |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조영철 기자]
“권력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을 때, 권력의 중심부를 수사한 사람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월성 원전 등 전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수사를 척척 진행했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원칙에 맞춰 일을 추진해 나가는 모습에 반했다. 국민들도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국민캠프’에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정치 초보인 후보의 진심이 오해로 물드는 일을 막으려는 심산이었다. 그의 행보를 두고 당에서는 말이 많았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이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캠프행을 ‘해당(害黨) 행위’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 김 최고위원을 제명하겠다는 으름장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제명을 면했다. 정권교체에도 성공했다. 선거가 끝나자 표밭을 일구던 서울 광진구로 돌아갔다. 광진구는 보수정당 열세 지역이다. 지난해 9월 다시 당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당이 그를 호출한 이유는 이른바 ‘이준석 사태’로 불린 내홍 진화였다. 그렇게 비상대책위원으로 일했다.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해 지도부의 일익을 맡았다. 4월 4일 서울 광진구에서 그를 만났다.
김 최고위원 사무실 벽 한가운데에 윤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이 약간 무섭게 나왔다”며 그가 웃는다. 사진 속 윤 대통령은 입을 꽉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여당의 모습은 사진 속 대통령의 표정을 닮아가고 있다. 친윤 일색으로 지도부를 꾸렸으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0%대다. 김 최고위원은 “시간이 약이라고 본다”며 대통령을 처음 만난 날의 일화를 소개했다.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정 정상화에만 관심을 보였다. 정치적 계산이나 이해관계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다.”
정책 방향 맞으나 잡음 잘 잡아내야
2022년 7월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최된 대정부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휴대전화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쓴 메시지 등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동아DB]
“이미 실적을 낸 부분도 있다”
예를 들자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낮췄고 화물연대 파업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22년 8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하며 올 3월까지 8.03% 내렸다. 지난해 12월에는 화물연대 파업을 2주 만에 해결해 국정수행 지지율이 41.5%를 기록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 실적이 있는데도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그는 ‘주 69시간 근무제’를 예로 들었다.
“당초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목표는 52시간 근로제 폐해 극복이었다. 지난 정권에서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하게 막았다. 바로 산업 현장에 무리가 생겼다. 일을 끝마치고자 공짜 야근을 하거나 집에 일을 싸 들고 퇴근하는 직원도 생겼다. 비공식적 초과근무가 생긴 셈이다. 이 초과근무에는 보상이 없다. 물론 법상 문제이니 이를 지적하고 돈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어렵게 들어간 직장인데 회사와 노동쟁의를 하려는 직원은 많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나섰다.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을 일부 늘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물론 더 일하는 만큼 그에 따른 수당이나 휴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알려진 것은 이 내막이 아닌 69시간이라는 숫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통령은 바람직한 비전을 제시하고 관련 계획을 수립, 이를 추진하는 일에 능숙하다. 하지만 정부와 정당의 실수가 간혹 있었다. 방향성과 관계없는 디테일의 문제에서 국민적 신뢰에 어긋나는 일들이 많이 나타났다.”
일을 너무 시끄럽게 추진한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어떤 정부 정책이든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잡음은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 잡음을 줄이는 일은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참모들이 맡고 있다.”
참모진의 실책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인이다?
“선거 때 동고동락한 분들이라 말하기 미안하지만 그렇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젊은 세대 삶 바꿔줘야 지지율 오른다
이준석 사태 이후 젊은 세대가 등을 돌린 것 아닌가.“이 전 대표 덕분에 젊은 층이 국민의힘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성별 갈등 조장을 시작으로 당내 갈등이 불거지며 수많은 지지층을 잃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촉발한 당내 갈등이 젊은 지지층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 지지율 하락 이유는 뭐라고 보나.
“이를 분석하려면 먼저 젊은 세대가 어떤 사람들인지 정의해야 한다.”
그는 최근 감명 깊게 읽었다는 책 ‘세습 자본주의 세대’를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가장 풍요로운 자산 속에 자란 세대다. 동시에 노력이 보상받을 것이라는 기대하에 누구보다 열심히 경쟁한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이 어른이 돼 만난 세상은 공정하지 않았다. 물려받을 자산이 없는 사람은 경쟁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특히 지난 정부의 실정에서 이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조 전 장관의 입시 비위 의혹으로 입시 경쟁이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깨졌다. 가파르게 오른 부동산 가격은 젊은 세대를 더 좌절하게 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내 힘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세대가 지금의 젊은 세대다.”
이른바 ‘기회의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이야기인가.
“단순히 젊은 세대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수도권, 중도, 무당층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여론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 정권이 만든 비정상적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이들은 정권교체에 표를 던졌고 지금의 정부가 탄생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나.
“젊은 유권자들이 정부를 지지하며 기대한 바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부동산 가격, 노동시장, 연금 문제 등 비정상적 부분을 조금씩 바로잡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당 역할은 ‘정부와의 공조’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김기현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와 최고위원들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친윤 진영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 대표뿐 아니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4명, 청년최고위원 1명도 친윤 인사들로 채워졌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병민 최고위원. [동아DB]
“정치가 유권자들의 삶을 더 편하게 바꾼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인데 정부 공약 중에 공인 어학성적 사용기간을 늘리는 내용이 있었다. 취업할 때 토익 등 어학성적을 내게 된다. 한 번 시험 봐서 점수를 받으면 2년 정도 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를 5년으로 늘렸다. 올해부터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서는 시행됐다.”
당과 정부의 홍보가 부족했나.
“그런 부분도 있으나 홍보보다는 국정 운영 실력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다.”
국정 운영 실력을 어떻게 키울 계획인가.
“당과 정부의 관계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국정을 주도하고 일부 당원은 그것에 난색을 보이는 그림이 종종 연출됐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책 하나를 내더라도 당과 정부가 긴밀하게 사전 논의를 하고 진행 방향을 고민한다면 지금보다 원활한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국민의 정부 불신 불식하겠다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를 필두로 친윤계 정치인들이 지도부를 장악했다.“‘친윤 일색’이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지도부에 비윤계 정치인이 한 명도 없는데.
“내분이 끝났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여당이 대통령과 한마음 한뜻으로만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인가.
“원래 여당은 정부와 공조하는 집단이다. 정권교체를 이뤘으면 정부와 공조해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당내 갈등이 없어야 한다.”
대통령이 실수했을 때 바른말을 해줄 사람도 필요할 것 같은데….
“당내에서 고언은 얼마든 나올 수 있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당과 법적 소송을 벌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당의 내분이 길어질수록 국민적 신뢰를 잃게 된다.”
비판은 나올 수 있으나 말하는 방식을 가다듬어야 한다?
“김기현 대표가 ‘질서 있는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 말처럼 질서와 규칙만 따른다면 어떤 의견도 나올 수 있다.”
앞으로 최고위원으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일을 해보고 싶다.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포인트를 찾고, 이를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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