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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폭풍전야는 고요했지만…

5화_세입자 이사 & 한옥 철거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폭풍전야는 고요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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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옥집 철거 전까지는 마냥 즐거웠다. 2015년 12월 내내 남편은 한옥에서 소규모 모임을 열었고, 우리 가족은 조촐하지만 편안한 우리만의 파티를 열었다. 12월은 그렇게 꿈결처럼 흘러갔다. 그때만 해도 2016년이 이렇게 혹독할 줄은 몰랐다.
2015년 12월은 따뜻했다. 세입자의 협조로 숙원이던 집 공사 일정을 잡을 수 있게 돼 겨울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 마음은 이미 봄을 맞았다. 



부동산 시세가 오른다는데

“작은 땅은 용적률을 제대로 찾아 지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이런 땅을 어떻게 찾았대?”

“그래? 그런 땅을 누가 찾았나?”

“그러게 내 마누라지~”



우리 부부는 이러면서 논다. 혜화동으로 이사 온 후 6개월가량을 집도 들여다보지 못한 채 지루하게 보냈다. 이미 떠나온 동네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이런 유치한 말놀이는 나쁜 기억 더듬기로 변질된다.

“그 집은 엄청 추웠어. 한강 바람이 장난 아니었어.”

“맞아. 첫 달에는 뭣도 모르고 보일러 계속 틀었다가 관리비가 80만 원 나왔잖아.”

“아휴 그전 집은 어떻고. 층간 소음 때문에 도망치듯 이사했잖아.”

“맞아 정말 무서웠지, 그때.”

그 무렵 남편의 귀가 시간은 항상 자정을 넘겼는데, 시끄럽다며 아랫집에서 올라와 소리를 칠 때면 나는 연신 죄송하다 조아렸고 두 아이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만 좀 하시라, 소리 질러주시던 옆집 아저씨가 어찌나 고맙던지. 사실 남자아이만 둘이라 소음만 나면 우리 집이 지목을 받았다. 억울한 일도 많았다.

물론 그곳에서의 좋은 기억이 나쁜 기억보다 더 많지만 부러 나쁜 기억을 떠올리며 ‘이곳이 좋다, 이 집이 더 좋다’ 위안하고 스스로 세뇌하는 시간이었다.

이곳에 산 기간은 짧지만, 이 기간에 혜화동 근처 집을 알아봐달라는 지인이 2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집 찾기가 어렵고, 계약을 하려 들면 갑자기 집값을 1억 원 이상 올려버리기도 했다.

재건축을 해서 갑자기 바뀌는 아파트촌과 달리 구도심은 한 집, 두 집 야금야금 바뀐다. 그것도 집 짓기 좋은 땅이 먼저 바뀐다. 몇 년 기다리면 다시 기회가 오는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기다린다고 해서 좋은 땅이 나오는 게 아니라, 개발이 되고 나면 값이 너무 올라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 돼버린다. 리모델링은 그나마 낡은 다가구 주택들이 있어 여지가 있지만 작고 저렴하면서 위치도 나쁘지 않은 신축할 땅 찾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동네 사람들은 10년 전 시세를 기억하기에 너무 비싸졌다고 내려가기를 기다리지만, 딴 동네 사람들은 그나마 이곳이 싸다며 집을 사러 모여든다. 우리가 집을 구할 때만 해도 평당 2000만 원이면 작고 못난 신축 부지를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평당 2500만~3000만 원이라야 주차장을 만들 수 있는 부지를 구하는 것 같다.  



세입자 이사 가던 날

드디어 세입자의 이사 날짜를 받았다. 세입자의 전세금을 내주기엔 자금이 조금 모자라 대출을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한옥집은 집을 사기 전 딱 한 번 보긴 했지만 신축을 염두에 두고 샀던 터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아서 방이 2칸이었는지 3칸이었는지도 정확지 않았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대출받기가 좀 어렵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시세의 80~90%까지 대출되는 아파트에 비해 주택 대출은 단계도 복잡하고 은행마다 대출 방법도 다르다. 일단 대출을 받겠다고 하면 은행에서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 집 시세를 감정받는다. 그 감정가를 바탕으로 약 50~60% 대출이 되는데 이자도 일반 아파트보다 높게 책정된다.



그런데 연말로 갈수록 은행 사정에 따라 대출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말이었지만, 우리는 다행히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필요한 만큼만 대출받고 공사 시작과 함께 추가로 대출을 받기로 했다.

이사 전날 집 근처 커피숍에서 세입자를 만났다. 전세 구하기 힘든 시절, 좋은 집을 구했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부동산 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전세 계약서를 돌려받고, 이사 당일 오전까지 전기·수도·가스 요금을 정산하면 말해둔 이사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사 풍경은 여느 가정집과 다름없었지만 세입자 자매 옆에 연예인 버금가는 수려한 외모의 장정이 버티고 있어 안쓰러움을 덜었다. 전기·수도·가스 요금 정산 내용을 확인받고 이사비를 넉넉히 건네주고 열쇠를 받았다.

우리는 몇 달 동안 궁금해서 근처만 뱅뱅 돌던 한옥집을 비로소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원래 기역(ㄱ)자 형태의 한옥을 개축해 디귿(ㄷ)자 형태로 바꾸면서 대문 앞 진입로에 보일러실 겸 창고가 생겼고, 창고 계단 옆으로 큼직한 실내 목욕탕이 있는 집이다. 목욕탕 위엔 아담한 장독대가 있어 그 나름대로 운치 있었는데 거기 올라가면 옆집 한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람에 어지간해선 올라가지 않은 것 같았다.

차 한두 대 주차할 정도 넓이의 길쭉한 마당에 해가 들어 낮 12시 이후부터 오후 4시쯤까지 한옥 부엌 쪽을 따뜻하게 비췄다. 이사 청소를 하듯 방을 닦고 목욕탕 때를 닦아내고 마당을 쓸었다. 해가 비치는 널따란 부엌창과 창틀도 꼼꼼히 닦았다. 어차피 한 달 뒤면 사라질 집이지만 겨울엔 공사를 할 수 없으니 1월 중순 집을 멸실하고 바로 문화재 조사를 하고 3월에 공사를 시작하면 되는 느슨한 일정이라 그때까지 이곳에 캠핑용품을 갖다 놓고 별장처럼 오가며 즐길 생각이었다.

실제로 12월 내내 남편은 ‘단독주택 있수다’(건축가와 시공자가 함께하는 건축주 대상 건축 세미나), ‘집톡’(젊은 건축가들의 공부 모임) 등 한옥에서 소규모 모임을 열었고, 가족끼리 특별한 일정 없는 주말마다 그곳에서 음악을 듣고 피자며 치킨을 시켜 먹고 놀았다. 늘 맛있는 음식점을 찾던 크리스마스도 올해만큼은 우리 집에서 조촐하지만 편안한 우리만의 파티를 열었다. 그렇게 우리의 12월은 꿈결처럼 흘러갔다.


시공,누구와 함께?

즐거운 12월이 가고 본격적인 공사의 시절이 왔다. 원래 우리는 목구조로 짓고 싶었지만, 우리나라는 건축법상 목구조로 4층 건물을 짓기엔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고 했다. 요즘은 컨테이너로도 집을 짓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 집은 작은 땅, 꺾인 곳이 많은 비정형의 형태로 설계돼 선택의 여지없이 콘크리트 구조물이 될 운명이었다. 

집을 짓는 사람들은 설계를 누구에게 맡길지, 시공을 누구와 함께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겠지만, 그런 면에선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워낙 사람 좋아하는 남편은 시공사며 자재업체며 두루두루 관계가 좋다. 원래 시공사는 뉴마이하우스, 인사이트 두 군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두 곳 다 마감을 깔끔하게 잘하는 곳이라서 어디와 해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그동안 ‘단독주택 있수다’를 함께 하던 뉴마이하우스 시공사, 삼익산업의 자재를 다수 사용해 건축하기로 결정하고 꿈에 부풀었다.  

드디어 철거하는 날. 두껍게 벽돌 옷을 입고 있던 한옥의 기와가 내려지고 앙상한 지붕 서까래가 드러났다. 비록 벌레 슬고 앙상한 나무이지만 오랜 세월 견뎌온 무게감이 느껴져 대견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지붕을 보고 있자니 문득 어린 시절 지붕 위에서 우르르 몰려다니던 쥐 소리가 생각났다. 그 시절엔 무섭던 그 소리가 고향의 향수처럼 떠오르는 건 왜일까.

철거는 사흘에 걸쳐 계속됐다. 철거 중 나온 대들보 상태가 좋다고 남편은 신이 났다. 남겨뒀다가 나중에 상징적 의미로 사용해볼까 이리저리 재 봤다. 그러나 문제는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 ‘한옥을 철거하는데 나무를 가져가겠느냐’고 한옥자재 은행에 문의했다. 당시 철거하는 곳이 많아서 일손이 달리고 보존 상태가 좋은 한옥 나무만 가져간다고 했다. 쳇, 대들보는 괜찮은데…. 결국 우리 집은 보기에 좋지 않았는지 나무를 가지러 오지 않았다. 나무들이 어떻게라도 재활용되면 좋았을 텐데. 집을 헐고 짓는 과정은 엄청난 소비의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철거 후 민낯을 드러낸 우리 땅은 생각보다 넓었다. 아니 넓어 보였다. 철거 후 문화재 조사를 기다리는 사이 별일도 없는데 날마다 들르게 된다.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딱 그때만 같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2016년이 이렇게 혹독할 줄 몰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예 땅을 파지 않았을까.



우리 집 구상도 실용과 재미의 접점을 찾다


1 키친가든
4층 주방 옆에 허브 및 식용이 가능한 여러 가지 채소를 심고 가꾸는 공간입니다. 거실과 식당에 인접한 테라스 구실을 하게 되는데,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죠.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도 설치하고, 해먹을 걸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가족의 해방구 같은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2 다락 & 실험실
2인용 매트리스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은 다락은 손님의 거처이자, 아이들에겐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될 것입니다. 비록 손바닥만 한 다락이지만 큰 창 너머 테라스가 연장돼 보여 답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락 앞쪽 테라스는 가드닝에 관심이 많은 아내가 이것저것 심어보면서 식물 공부하는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고, 아이들은 인디언 텐트를 쳐놓고 친구들을 불러들일 작정입니다.

3 엘리베이터 대신 도르래

4 책 놀이 계단
2층 현관 윗부분부터 3, 4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주변에 책꽂이를 연속적으로 배치해 계단은 사색의 공간이자 책 놀이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목 구조의 중문과 함께 이 집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5 머물고 싶은 욕실

삼각형 테라스가 있어 충분한 채광과 조망이 가능한 욕실.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까요. 변기 공간을 별도로 분리해 바쁜 시간엔 여럿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6 건축 사무실

7 임대 및 커뮤니티 공간

1층은 층고가 다른 2개 공간으로 나뉩니다. 두 장소를 연결해 계단강의실처럼 활용할 수도 있고, 각 공간을 나눠 임대를 줄 수도 있지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사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8 주차장 마당

건물과 건물 사이에 끼어 좁고 긴 공간입니다. 음지에서 잘 자라는 나무 몇 그루, 벽면 녹화를 위해 덩굴식물도 심고 흙을 만질 수 있는 마당으로 꾸밀 생각입니다. 1층에서 행사가 있을 땐 폴딩 도어를 열어 넓은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마당을 프라이빗하게 사용하기 위해 도로 쪽에 문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9 플러스 알파
지하는 환경이 가장 안 좋고 비용도 많이 드는 공간이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크기로 계획했습니다. 이곳은 1층에서 직접 연결되는 화장실과 탕비실, 창고로 활용됩니다.



홍 현 경
‘가드너’로 불리고 싶은 전직 출판편집자.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20년 동안 해오다 2014년 가을 퇴직했다. 요즘 정원 일의 즐거움에 푹 빠져 ‘시민정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재 혁
‘놀이터 같은 집’을 모토로 삼는 건축가.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이자 한국목조건축협회에서 시행하는 5-star 품질인증위원으로 활동한다. 2004년 신인건축가상, 2008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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