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이영미의 스포츠 ZOOM 人

“82년생 친구들과 (오승환·이대호·정근우·김태균) WBC에서 일 내겠다”

복귀 임박 메이저리거 추신수

  • 시애틀=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입력2016-09-22 15: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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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시즌만 4차례 부상…“배우고 깨달았다”
    • 캐치볼·스윙 연습 시작… 포스트시즌에 복귀
    • 투수는 타자로, 타자는 투수로 오승환과 재회
    • “메이저리그 1루에서 처음 써본 한국어”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야구를 시작한 지 17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통틀어 올해처럼 불운한 적이 또 있을까.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4) 얘기다.

    추신수는 올 시즌 네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4월 11일 오른쪽 종아리, 5월 24일 왼쪽 햄스트링, 7월 21일 등 부상으로 각각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어렵사리 복귀한 지 열흘 남짓한 8월 16일 골절상을 당해 시즌 아웃이 예상됐지만 포스트 시즌 출전을 위해 빠른 속도로 복귀를 서두르는 중이다. 이대호가 속한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 동행한 추신수를 9월 8일 만났다.

    “경기에 못 뛰고 벤치에만 앉아 있으니 야구가 재미없네요. 팀이 이기고 지구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지만, 박수만 치고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직 시즌 안 끝났는데…”

    추신수가 속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9월 18일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린다. 이변이 없는 한 지구 우승이 확정적이다. 이렇듯 팀 성적이 고공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추신수는 겉도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토로한다.



    “야구하면서 이런 시즌을 몇 번이나 경험하겠어요. 지난 시즌 우리 팀이 지구 우승을 차지할 때는 팀 중심 선수로 활약했는데…. 이번엔 부상으로 박수만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아쉬움이 몇 배는 더 큽니다. 좋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죠. 제가 팀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요즘은 저 자신과 대화를 많이 나눠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누구보다 저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입니다. 아직 시즌이 끝난 건 아니잖아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야구장에 서야죠. 지금은 다른 사람의 위로나 조언을 듣기보단 저 스스로 상황을 인정하고 위로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8월 5일 올 시즌 세 번째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한 추신수. 연이은 부상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지만, ‘가을야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여기고 열정을 불태우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추신수는 부상 복귀 후 5게임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며 팀의 리드오프 역할을 충실히 했다.



    화나고 속상해 눈물 흘려

    8월 16일 오클랜드와의 홈 경기, 상대 선발은 한때 텍사스 선수로 한솥밥을 먹던 로스 디트와일러. 그는 까다로운 타자 추신수를 맞아 몸쪽 공 승부를 벌이다 추신수의 왼쪽 손목에 공을 맞히고 만다. 진단 결과는 골절. 구단에선 추신수 없이 정규 시즌의 잔여 경기를 치러야 할 것 같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에 맞는 순간 뼈가 부러졌다는 걸 직감했어요. 야구를 하면서 그동안 정말 많은 공을 맞았고, 공에 맞았다고 웬만해선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5년 전 투수의 공에 맞아 왼손 엄지손가락이 골절된 상황이 바로 떠오를 만큼 심각했어요. 결국 경기에서 제외돼 곧장 클럽하우스에 있는 트레이너실로 향했습니다.

    트레이너실에서 엑스레이부터 찍어봤어요. 예상대로 왼쪽 손목뼈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 우리 팀의 존 다니엘스(JD) 단장이 트레이너실로 찾아와선 상태를 물어보는데, 그분 얼굴을 보니까 눈물이 더 나는 거예요. JD는 제 어깨를 토닥거리며 ‘괜찮다. 네가 잘못한 거 아니니까 자책하지 말라’며 위로를 건넸습니다.

    그 공을 치려고 몸을 돌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요. 지난 일이고, 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그 장면이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아요.”

    8월 18일 댈러스에 있는 구단 지정 병원에서 골절된 팔목 수술을 받았다. 수술 예상 시간은 1시간여. 그런데 정밀검사를 받아 보니 골절 부위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였다고 한다. 아내 하원미 씨와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결국 아내를 수술실 밖에 혼자 둔 채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속이 아주 복잡했어요. 막상 수술을 받고 나니 뭔가 정리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속상하던 마음도 훌훌 털어냈습니다. 뒤돌아본다고 부러진 팔목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도 아니잖아요. 마취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린 후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어. 정규 시즌이 힘들다면 포스트 시즌에 뛰면 되는 거지. 포기하지 말고 몸을 만들어보자’고.”



    수술 직후 탁구채 쥔 까닭

    텍사스 주 사우스레이크 추신수의 집에는 최신형 탁구대가 설치돼 있다. 평소 집에서 취미 삼아 탁구 치는 걸 즐기는 그는 수술받은 날 저녁에 지인과 함께 오른손으로 탁구를 쳤다고 한다. 다음은 아내 하원미 씨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전한 내용이다.

    “수술받고 와서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는 걸 분명히 봤거든요. 주방에서 아이들 간식 만드느라 남편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어요. 저녁까지 준비해놓고 남편을 부르러 안방으로 갔더니 사람이 보이질 않는 거예요. 분명 방에서 자고 있어야 할 사람이 사라진 거죠. 나중에 알았어요. 차고 한 켠에 있는 탁구대에서 지인과 탁구를 쳤다는 걸. 병원에선 가벼운 운동은 괜찮다고 했지만 골절 수술받고 온 사람이 그날부터 다른 손으로 탁구를 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래도 남편은 괜찮다고 말해요. 탁구를 칠 수 있는 몸 상태라 그랬다고. 뛰다 보면 수술 부위에 영향을 미칠 텐데 말이죠. 어떻게 보면 남편은 그때부터 포스트 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한 거예요. 몸을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골절 수술을 받은 날 오후 탁구로 몸을 푼 사람은 추신수밖에 없을 것이다. 추신수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예상대로 플레이오프 얘기를 꺼냈다.

    “플레이오프 때 뛰는 게 목표예요. 그런 목표를 세웠기에 잠시도 쉴 수가 없었어요. 사실 그런 목표가 없다면 지금처럼 재활을 서두를 필요가 없죠. 시즌 마칠 때까지 몸을 만들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면 그만이겠지만, 제 양심과 욕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주위에선 굳이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있냐고들 해요.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경기에만 출전한다고 해도 그걸 위해 준비할 겁니다. 그래야 올 시즌을 후회와 아쉬움으로만 채우지 않을 것 같아요.”

    추신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넘쳤다. 훈련을 잘 소화했고, 몸 상태도 무척 좋았고, 시범경기에서도 팔팔한 타격감을 선보였다. 비로소 ‘몸값’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론 최악의 한 시즌을 보냈다. 야구를 하면서 이토록 자주 부상당한 적이 있을까.

    “정말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모든 상황이 짜증스럽기만 했습니다. 웬만하면 회피하고 부정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다고 결과가 달라지진 않겠지만요. 그런데 신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배우고 깨달을 기회를 주더군요. 시즌 중에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게끔 해줬어요.

    가령 아이들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두 아들이 하는 야구 경기를 직접 보기도 했고요. 큰아들 무빈이가 한창 사춘기에 접어들었는데, 제가 가까이 있어서 아들에게 힘이 돼주는 듯했어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남다른 면이 있잖아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후 텍사스의 더블A팀이 원정경기를 하러 간 샌안토니오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 인생에서, 또 무빈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둘만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재활 경기하러 가는 아빠를 무빈이가 동행한 거죠. 그때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무빈이가 어떤 부분을 고민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부상은 마음 아팠지만 휴식 덕분에 가족들에게 더 집중하고 신경 쓴 것이 새로운 느낌을 안겨주기도 했어요.”



    사춘기 아들과의 여행

    “무빈아, 아빠랑 마이너리그 경기 하는 샌안토니오에 갈래?”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서만 지내던 아들에게 그가 제안했다. 아빠의 얘기를 듣자마자 아들의 눈이 반짝거리는 걸 눈치챘다. 샌안토니오는 추신수가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아내와 처음 살림을 꾸린 곳이다. 아들 무빈을 갖게 된 곳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과, 부부가 결코 잊을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추신수 역시 묘한 설렘을 느꼈다.

    “샌안토니오까지 가는 동안 무빈이와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무빈이가 평소 엄마에게 못하던 말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습니다. K팝을 좋아하고, 빅뱅의 춤을 따라 하며, 이성에 관심을 보이고, 때론 야구도 하기 싫고…. 전형적인 사춘기 증상이죠. 무빈이 얘기를 들으며 제 마음도 묘하게 울렁거렸습니다. 무빈이는 처음으로 마이너리그 클럽하우스를 봤습니다. 시설 좋은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만 봐온 무빈이로선 마이너리그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꽤 낯설었겠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아빠가 경기 준비하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봤습니다.”

    추신수는 아들과의 여행을 통해, 승부의 세계에 살고 있는 가장을 지켜보는 가족들이 말 못할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미국에 건너온 순간부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추신수는 가족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환경이 짧은 여행처럼 남들은 평범하게 즐기는 일상마저 ‘이벤트’가 되게 한 것이다.  



    투수 추신수 vs 타자 오승환 

    올 시즌 추신수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과 메이저리그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특급 마무리 오승환,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와의 해후는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이다.

    6월 18일, 추신수와 오승환은 한국도 일본도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만났다. 추신수는 텍사스의 1번 타자로,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의 불펜투수로. 두 선수는 2000년 대통령배 결승전을 떠올리며 잠시 감회에 젖었다. 두 사람은 “승환이가 내 볼을 못 치긴 했다” “신수한테서 안타 한 개도 못 얻어냈다”며 추신수가 투수로 맹활약하던 그때의 추억을 곱씹었다.

    1999~2000년의 추신수는 부산고 에이스였다. 좌완 파이어볼러. 고교 시절 최고 구속이 155㎞에 달했다. 2000년 캐나다 세계 청소년 야구대회에 투수로 출전한 추신수는 18이닝 동안 32탈삼진 5실점이란 뛰어난 성적으로 MVP에 올랐다.



    ‘돌직구’ 받아쳐 중전안타

    ‘또래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이던 오승환은 한서고 1학년 때 오른 팔꿈치 통증을 앓았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경기고로 전학을 간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투수에서 야수로 자리를 바꿨지만, 외야수 자리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버겁기만 했다.

    추신수와 오승환은 2000년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마운드에는 추신수가, 타석에는 오승환이 섰다. 추신수는 대통령배에서 4전 전승에다 평균자책점 1.74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최우수선수로 뽑힐 만큼 에이스로 우뚝 섰다. 그러나 오승환은 팔꿈치 부상 여파로 추신수와의 맞대결에서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추신수는 2000년 8월 135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시애틀에 입단했고, 오승환은 단국대 진학 후 수술과 재활을 거쳐 투수로 복귀하면서 2005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는다.

    2016년 6월, 세인트루이스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들은 고교시절을 떠올리며 얘기꽃을 피웠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건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다. 추신수는 “사람 인연은 참 묘한 것 같다”고 했다.

    “고교시절 상대팀으로 만난 선수가 돌고 돌아 메이저리그에,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었어요. 승환이 소식을 듣고 막연히 이런 상상을 해봤어요. 시즌 중 카디널스와 만난다면 이번에는 내가 타석에, 승환이가 마운드에 서는 것이라고.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6월 19일, 텍사스와 세인트루이스의 경기에서 오승환은 3-0으로 앞선 8회초 선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로빈슨 치리노스를 헛스윙 삼진 아웃시킨 뒤 좌타자 미치 모어랜드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2사 후 드디어 타석에 추신수가 들어섰다. 평소 얼굴 표정에 변화가 없는 오승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감돌았다.

    초구는 커브. ‘돌직구’ 오승환답지 않은 초구였다(경기 후 오승환은 포수 야디어 몰리나의 사인대로 공을 던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2구는 빠른 볼이었는데, 추신수가 파울로 커트해냈다. 오승환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3구째 바깥쪽 151㎞짜리 속구가 날아갔다. 추신수는 이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16년 만에 성사된 ‘메이저리그 극장’이었다.



    “자꾸만 웃음이 나와서…”

    추신수는 오승환과의 맞대결과 관련해 소문으로만 듣던 위력을 실감했다며 자세를 낮췄다.

    “경기를 앞두고 비디오를 보며 승환이가 나올 상황을 대비했어요. 비디오로 보던 공과 실제 접한 공은 차이가 있더라고요. 제가 때려낸 중전안타는 승환이의 실투라고 생각해요. 속구의 위력이 대단했고, 변화구의 각도 아주 뛰어났습니다. 소문대로였어요, 승환이 공은.”

    추신수는 오승환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대기 타석에서 자꾸 웃음이 흘러나왔다고 토로했다. 투수가 타자로, 타자가 투수로 변해 16년 만에 맞붙는 상황이 참 묘했기 때문이다. 결과를 떠나 메이저리그에서 투타로 활약하는 동갑내기 한국 선수 두 명의 만남 자체가 추신수로선 감동이었을 것이다.



    1루에서 ‘친구’를 만나다

    그런가 하면 추신수와 이대호는 올 시즌 개막전에서부터 만났다. 부산 수영초교 야구부 동기인 두 사람이 레인저스의 홈 개막전에서 만난 장면도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됐다. 4월 5일 개막전에서 추신수는 선발로, 이대호는 대타로 출전했다. 이튿날 2차전에는 두 선수 모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국적을 가진 야수가 동시에 선발 출전한 건 처음이었다. 한국인 투타 대결은 2004년 김선우와 최희섭을 시작으로 2013년 류현진과 추신수까지 15차례 벌어졌지만, 야수 맞대결은 성사된 적이 없다.

    “개막전에서 몸에 맞는 볼로 1루 베이스를 밟았고, 수비를 보던 대호랑 만났습니다.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괜히 웃음만 나오고.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1루에서 한국말로 대화를 나눈 적은 당연히 한 번도 없었습니다.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을 때 1루 수비수가 저를 환한 표정으로 맞이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대호가 정말 반기더라고요. 저 또한 기분이 좋아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후 볼넷으로 출루해 또 대화를 했고. 대표팀에서 연습 게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오승환과 이대호는 우여곡절 끝에 팀에서 각자의 자리를 만들어갔고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는 선수로 거듭났다. 다만 추신수가 시즌 중 연거푸 부상을 당하면서 같은 지구에 있는 이대호와의 맞대결 장면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저도 이 자리까지 오기가 상당히 힘들었지만, 다른 리그에서 정상을 달리다 새로운 리그에서 곧장 어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승환이랑 대호는 그걸 해냈어요. 한국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들,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은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걸 메이저리그에서 직접 보여준 겁니다.

    딱 한 번 상대해본 게 전부지만, 승환이는 마운드에서 표정의 변화 없이 타자를 상대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자기 공에 대한 강한 확신이 서 있더라고요. 대호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래툰 시스템(일명 ‘좌우놀이’. 좌투수가 나올 때는 오른손 타자가, 오른손 투수가 나올 때는 왼손 타자가 출전하는 것)만 아니었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을 겁니다. 훨씬 잘했을 거예요. 그런 걸 꾹 참고 견뎌온 걸 보면 대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1982년생 ‘절친’들

    추신수는 왼쪽 팔목 골절 수술에 따른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2017년 3월 열리는 WBC 출전이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1982년생 동갑내기들이 다 함께 모여 국제대회에서 멋진 승부를 펼치고 싶다. 그런 바람이 이뤄지려면 먼저 몸이 건강해야 한다.

    “대표팀에서 불러만 준다면 당연히 WBC에 참가하고 싶어요. 2013년 WBC 때는 신시내티로 막 이적한 후 첫 시즌이라 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어요. 제가 선수 생활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대표팀에서 뛸 수 있겠어요. 지금은 재활 중이지만 내년 초에는 분명 완쾌된 상태일 것이기에 김인식 감독님이 불러주신다면 꼭 합류하고 싶습니다.”

    추신수는 부상 전 원정경기 때 오승환, 이대호를 만나 대표팀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다고 말한다.

    “친구들 모두 대표팀에서 뛰기를 바랍니다. 승환이, 대호, (정)근우, (김)태균이 등과 함께 나라를 위해 뛸 기회가 얼마나 더 있겠어요. 우리 모두 이번 대표팀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꼭 같이 뛰어보자는 얘길 나눴고, 각오도 다졌습니다. 일을 한 번 내봐야죠.”

    2009년 WBC에 출전해 동료 선수들과 함께 대표팀의 준우승을 이끈 추신수. 그에게 이대호, 오승환, 정근우, 김태균 등 ‘절친’들과 함께 2017년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뛸 기회가 주어질까.

    9월 8일 추신수는 수술 후 처음으로 캐치볼을 소화했고, 다음 날에는 가벼운 스윙 연습을 시작했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추신수의 목표는 일단 디비전 시리즈에서 뛰는 것이라고 한다. 추신수의 올 시즌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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