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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이었다면 WHO 코로나 대응 달랐을 것”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종욱 기념 포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이종욱이었다면 WHO 코로나 대응 달랐을 것”

  • ● 한국인 최초 유엔 전문기구 수장 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 기념 행사
    ● ‘포스트 코로나, 연대와 협력’ 주제로 백신 균등 분배 방안 등 논의
    ● 정세균 국무총리·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축사
    ● 권준욱 “코로나19 치료제 조속히 개발해 치명률 낮출 것”
    ● 성백린 “코로나19 백신 선진국 사례 보며 가장 안전한 방법 찾아 접종할 것”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동아DB]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동아DB]

“만약 지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이종욱이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식은 아주 많이 달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이 11월 19일 서울 서소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제2회 이종욱 기념포럼에서 한 말이다. 고(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1945∼2006)은 세계 보건의료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1983년 WHO 남태평양지역사무처 한센병퇴치팀장을 맡은 이래 20여 년간 국제 보건 분야에서 헌신했다. 2003년 제6대 WHO 사무총장이 된 뒤 소아마비, 결핵, 에이즈 등 감염병 퇴치에 앞장서 ‘아시아의 슈바이처’ ‘백신의 황제’ 등으로 불렸다. 2006년 5월 세계보건총회를 앞두고 조류인플루엔자 대응법 마련에 힘을 쏟다 갑작스레 타계하면서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 세계가 위대한 인물 하나를 잃었다”고 추모했고, WHO는 감염병 대응 핵심 시설인 전략보건운영센터(Strategic Health Operations Centre·SHOC) 이름 앞에 이종욱 사무총장의 이니셜 ‘JW Lee’를 붙여 그의 업적을 기렸다. 

지금도 이 공간의 정식 명칭은 ‘JW LEE SHOC’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세계 많은 사람이 “이종욱 WHO 사무총장이 현직에 있었다면”하고 그리워했다. 11월 19일 포럼은 바로 이 인물을 기리기 위한 자리였다. 


감염병 대응 선구자 이종욱 전 WHO 사무총장 기념 포럼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이사장 추무진)이 ‘포스트 코로나, 연대와 협력’을 주제로 개최한 이날 행사의 문을 연 건 추무진 이사장이었다. 그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유튜브 채널(KOFIH-TUBE)로 생중계된 포럼 개회사를 통해 “오늘 포럼은 한국인 최초의 유엔전문기구 수장이었던 고 이종욱 제6대 WHO 사무총장을 기념하고자 마련한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알찬 토의를 통해 인류가 당면한 코로나19 극복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모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이 축사를 하고,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기조강연을 맡았다. 이후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이종구 글로벌보건안보대사, 성백린 백신실용화사업단장, 김태수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등의 발제가 이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동영상 축사에서 “이종욱 사무총장은 세계 보건 행정 리더로 재임 기간에 SHOC를 설립하고 ‘팬데믹 6단계 경보 체제’를 마련하는 등 감염병 극복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라며 “그의 생명존중 정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팬데믹 시대에 국내 보건 의료계 최고 전문가들이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헤쳐나갈 연대와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니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 세계 공중보건 발전에 더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고견을 모아주시면 주신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동영상 축사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코로나19의 빠른 확산 때문에 한때 교류와 통합의 움직임이 멈추기도 했지만, 지금은 감염병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로운 공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오늘 우리의 연구와 고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연대와 협력에 이바지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은 동영상 축사를 통해 이 시점에 마음에 새겨둘 만한 이종욱 전 사무총장 발언을 소개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해야 합니다. 올바른 장소에서 해야 하며, 올바른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라는 내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우리 정부가 개발도상국에 공여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EDCF(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를 위탁 운영하는 기관이다. 현재 개발도상국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잘 대응하도록 돕고자 4억 달러 규모의 긴급 차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권준욱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해 치명률 낮출 것”

11월 19일 열린 ‘제2회 이종욱 기념포럼’ 참가자들. 왼쪽부터 성백린 백신실용화사업단장, 추무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종구 글로벌보건안보대사,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제공]

11월 19일 열린 ‘제2회 이종욱 기념포럼’ 참가자들. 왼쪽부터 성백린 백신실용화사업단장, 추무진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종구 글로벌보건안보대사,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제공]

세 명의 동영상 축사가 끝난 뒤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이 연단에 올라 ‘코로나 이후 국제협력: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했다. 윤 전 장관은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경제적 불평등과 미중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경제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회를 구축할 방안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자로 나선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종욱 전 사무총장을 기리는 자리에 선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권 원장은 2003년 9월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 신분으로 WHO에 파견돼 2006년 3월까지 30개월 동안 일했다. 이종욱 전 사무총장 재임 기간 거의 전부를 함께 일한 셈이다. 이 전 사무총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뒤 그의 1주기에 맞춰 이 전 사무총장 삶을 정리한 책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를 펴내는 등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이날 권 원장은 ‘이종욱 사무총장 WHO 재임 시절 감염병 대응 성과와 향후 우리의 대응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아 이종욱 전 사무총장이 WHO에서 쌓은 업적을 소개하고 국내 코로나19 대응 상황,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발표했다. 발언 도중 “이종욱 총장님은 늘 ‘너무 늦기 전에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을 못 구해서 죽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병원이 없어서 검사, 진단, 치료, 보살핌을 못 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종욱 총장님이 지금 WHO에 계셨다면 코로나19 관련 대응이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의 이목을 끈 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관련 소식이었다. 권 원장 발언이다. 

“왜 치료제가 중요하냐면, 효능 있는 치료제는 (코로나19 환자가) 고위험군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 병상 부족 문제 발생 등을 막을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백신은 내년 1분기쯤 우리 손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의료인과 65세 이상을 제외한 사람들은 주사를 맞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사이 65세 미만 연령대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사이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중증환자 발생이 늘어날 수 있다. 항체치료제가 됐든 혈장치료제가 됐든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를 사전에 만들어둠으로써, 최소한 코로나19 치명률은 낮춘 상태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면 하는 게 국민의 뜻이자 방역 당국의 목표다.” 

권 원장은 이날 “아마도 2021년 2분기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추석은 2020년 추석과 다를 것이다. 2021년 겨울은 2020년 겨울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도 말했다.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 발표를 통해 “현재는 어느 백신 제조사 제품이 가장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정부는 여러 회사, 다양한 플랫폼의 백신을 확보해 위험을 분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백신을 빨리 확보하되 즉시 접종보다는 우선 비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부작용을 아무도 모르는데 섣불리 접종했다가 낭패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 단장은 “해외 선진국의 접종 상황을 빨리빨리 ‘캐치’해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아 접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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