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호

“중증 고령환자 방치하는 선택의 순간 올 수도”

코로나19 환자 폐이식 집도한 김형수 한림대 의대 교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0-12-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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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의료 최전선에서 싸우는 흉부외과 戰士

    • 심장·폐 망가진 환자 살리는 에크모(ECMO) 치료 전문가

    • 레벨D 방호복 입고 음압병실 들어갈 때는 의사도 무섭다

    • 의료진 집중 관리 필요한 에크모 치료, 의사 한 명이 많은 환자 감당 못 해

    • 환자 늘어나면 정상적 의료 불가능… 치명률 치솟을 수도

    • 코로나 걸려도 안 죽는다? 제발 그런 말 마라

    김형수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 교수. [조영철 기자]

    김형수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 교수. [조영철 기자]

    2020년 12월 12일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명률은 1.38%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 100명 중 1.38명이 죽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멕시코(9.26%)는 물론 영국(3.53%) 이탈리아(3.50%) 등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국내 하루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1000명을 상회할 정도로 급증한 배경에 이 치명률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려도 안 죽는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감염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이 누그러졌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의료 최전선에서 싸우는 戰士

    코로나19 사망자 대다수가 60세 이상인 점도 젊은 층 부주의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 방역 당국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국내 환자 가운데 51.56%가 80세 이상이다. 70~79세(31.14%), 60~69세(11.76%)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망자 중 이른바 ‘어르신’ 비율이 약 95%다. 반면 국내 10~40대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1%가 채 안 되고, 50대 또한 0.33%에 ‘불과’하다. 50대 이하 관점에서는 “코로나19에 걸려도 웬만하면 죽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로 여겨질 수 있다. 

    단 주의할 게 있다. 생명이 ‘저절로’ 지켜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살려내고자,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부터 오늘까지, 수많은 의료진이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 김형수 교수(흉부외과 전문의)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김 교수는 6월 20일,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환자 대상 폐이식 수술을 한 의사다. 코로나19로 폐에 치명적 손상을 입은 50대 초반 A씨가 그 덕에 목숨을 건졌다. A씨는 2월 말 대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환자 급증으로 현지 병상이 크게 부족하던 때다. A씨 상태가 악화하는데도 손쓸 도리가 없게 되자 현지 의료진이 다급하게 전국 여러 병원에 사정을 알렸다. 그때 환자를 받겠다고 나선 게 한림대성심병원이다. A씨는 2월 29일 앰뷸런스에 실린 채 대구에서 경기 안양시 평촌동까지 왔다. 의사가 동승해 줄곧 응급처치를 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가호흡이 힘든 상태였다. 김 교수는 3월 1일 A씨에게 ‘에크모(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를 달기로 했다. 

    체외막산소화장치라고도 하는 에크모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유행 이후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의료장비다. 언론에 “중환자가 에크모 치료를 통해 목숨을 건졌다”는 소식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에크모=소생’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에크모는 길고 고된 치료의 시작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론이 늘 ‘해피 엔딩’인 것도 아니다. 김 교수는 2015년 개소한 한림대성심병원 에크모센터를 이끌면서 그동안 많은 환자를 살리고, 또 안타깝게 잃어왔다. 그를 만나 에크모 의료의 실상과 코로나19 환자 급증의 위험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심장·폐 망가진 환자 살리는 에크모 치료

    김형수 교수가 사진을 가리키며 에크모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김형수 교수가 사진을 가리키며 에크모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최근 언론에 에크모라는 용어가 많이 나온다. 에크모가 정확히 뭔가. 

    “간단히 말하면 체외 혈액순환 장치다. 심장이나 폐가 제 기능을 못하는 환자 몸에서 피를 빼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넣어주는 일을 한다. 몸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사람은 죽는다. 에크모를 달면 생사기로에 있는 사람 생명을 연장한 상태에서 여러 처치를 해 궁극적으로 건강이 회복되도록 할 수 있다.” 

    -에크모 자체가 병을 낫게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 에크모는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호흡곤란은 코로나19뿐 아니라 폐부전, 심근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런 환자가 병원에 오면 대퇴부 혈관에 에크모를 연결한 뒤 관련 진료과 전문의가 힘을 합쳐 질환 치료에 나선다. 이때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관리해 줄 인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에크모 치료팀은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등 여러 의사와 중환자전문 간호사, 체외순환사 등을 포함해 최소 대여섯 명으로 구성하는 게 보통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야기한 폐 손상으로 호흡곤란에 빠진 A씨 또한 여러 의료진의 집중 관리를 받았다. 입원 두 달여 만에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후에도 망가진 폐기능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흉부 촬영 결과 A씨 양측 폐에서 광범위한 손상이 확인됐다. 에크모를 뗄 경우 머잖아 사망에 이를 만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에 한번 걸리면 치료 후에도 폐기능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 건가.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후유증 없이 퇴원하는 환자도 많은 걸로 안다. A씨는 상태가 나빴다. 코로나19 감염 전 건강했고 나이도 갓 50을 넘긴 정도였는데 폐가 매우 많이 상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코로나19는 아직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은 감염병이다. 나를 비롯한 에크모팀 의사들은 그 상태에서 어떤 처치를 해야 A씨에게 도움이 될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 폐이식 수술이 결정된 건가. 

    “그게 최선이라고 봤다. 에크모는 위험 부담이 큰 치료법이다. 체외장치를 통해 혈액을 순환시키는 과정에서 혈관 손상, 체내 출혈, 조직 괴사, 감염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뛰어난 전문가가 여럿 달라붙는다 해도 에크모를 무한정 쓸 수는 없다. 에크모 없이 A씨가 살아갈 수 있게 할 방법은 폐이식밖에 없었다.”

    “대구의 영웅들 덕에 오늘이 있다”

    여기서 잠깐 에크모 치료의 위험성을 짚고 가자. 지금까지 언론에는 에크모의 밝은 면이 주로 소개됐다. 심장과 폐가 사실상 멈추다시피 한 환자 몸에 산소를 불어넣어 생명을 이어가게 해준다는 점 말이다. 분명 사실이다. 이 관점에서 에크모는 ‘기적의 의료장비’인 게 맞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두꺼운 관을 몸에 꽂고 피를 강제로 돌리는 처치가 인체에 부담을 주지 않을 리 없다. 숙련된 전문가가 모든 처치를 빈틈없이 진행한다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감염 및 후유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2020년 봄 미국 브로드웨이 배우 닉 코더로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단했다는 외신이 국내에 전해진 일이 있다. 그가 겪은 게 에크모 부작용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크모 사용 중 혈액이 신체 말단 부위까지 잘 전달되지 않으면 조직 괴사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우리 병원은 환자 상태를 철저히 관리하고자 A씨가 음압병실에 입원해 있는 내내 간호사 두 명을 그 앞에 배치했다. 이들은 24시간 3교대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조금이라도 이상이 포착되면 방호복을 입고 뛰어 들어갈 태세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국내 에크모 환자가 다 그런 관리를 받는 건가.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A씨가 음압병실에 있던 당시 우리 병원엔 코로나19 환자가 한 명뿐이었다. 그래서 더 집중적인 처치가 가능했다. 또 A씨는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진 뒤인 5월 초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런 상황 변화가 없었다면 폐이식 수술을 결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건 어떤 이유에선가. 

    “의료 인력과 자원은 한정돼 있다. 한 명에게 무한정 쏟아부을 수는 없다. 그러면 다른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지 않나.” 

    김 교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한 말이다. 에크모 치료를 받으면 보통 환자 근육이 빠른 속도로 쇠퇴한다. 병상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해서다. 이런 상태로는 이식수술을 해도 호흡 관련 근력이 돌아오지 않아 자가호흡에 이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때 찾아오는 건 죽음이다. 장기 기증이 활발하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귀한 폐를 이식하고도 환자가 숨을 거두는 건 많은 이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환자 개인을 위해서도 최대한 그런 일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김 교수팀은 폐이식 수술을 결정한 5월 초부터 이식용 폐가 공여된 6월 중순까지, 한 달 넘게 A씨 재활에 총력을 기울였다. 호흡근 강화 운동과 보행 연습을 하도록 하고, 영양 섭취에도 신경을 썼다. “그 무렵 코로나19 환자 수가 줄지 않았다면 폐이식 수술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김 교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동시에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2~3월, 대구에서 의료자원봉사를 했던 한 호흡기내과 전문의 얘기가 떠올랐다. 서울 유명 대학병원 교수인 이 의사는 “당시 대구에서는 평소 같으면 살 수 있었을 환자가 속수무책 죽음을 맞곤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소생 가능성이 낮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치료 순위가 밀렸다. 함께 자원봉사를 한 의사들이 모이면 ‘지금도 그 기억 때문에 힘들다’는 속내를 털어놓곤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게 이 얘기를 전하자 그는 “나는 당시 대구 경북에 있던 모든 의사 간호사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당시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지금보다 훨씬 적던 때다. 그 한가운데 뛰어들어 온몸으로 감염병에 맞선 것 아닌가. 그들의 헌신 덕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였다.” 

    김 교수 얘기다. 그는 “내가 담당한 최초의 코로나19 환자는 A씨다. 그가 두꺼운 감염차단용 텐트에 감싸인 채 우리 병원에 도착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말을 이었다.

    “레벨D 방호복 입고 음압병실 들어갈 때는 솔직히 무섭더라”

    -어떤 감정이 들었나.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우주복같이 생긴 ‘레벨D’ 방호복을 입으면 온몸 감각이 무뎌진다. 눈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흐릿해지고 소리도 잘 안 들린다. 장갑을 겹겹이 끼니 손 감촉도 사라지다시피 한다. 그런 몸으로 병실을 향하는데 머리에서 온갖 생각이 오갔다. ‘이 옷이 정말 나를 보호해 줄까.’ ‘지금 저 병실에 들어가도 괜찮은 걸까.’ 솔직히 무서웠다. 그때 걸음을 내딛게 해준 건 내 옆에 있는 간호사들이다. ‘내 딸뻘 되는 어린 간호사들이 용기를 내고 있지 않나. 저들은 지금 의사인 나를 믿고 있을 텐데 내가 흔들리면 안 되지.’ 그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김 교수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한 얘기다.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에크모 전문가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위중 환자 몸에서 혈관을 찾아 에크모를 연결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는 경우가 달랐다. 둔탁한 방호복 때문에 신체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시술을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혹시라도 출혈이 발생하면 감염 위험이 더욱 커질지 모르는 터였다. 그렇게 숨죽인 시간이 얼마간 흐른 뒤 환자 몸에 단 에크모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본 뒤에야 김 교수는 큰 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한동안 ‘24시간 대기’ 상태가 이어졌다. 음압병실 앞을 지키고 있는 간호팀이 환자 체내 수치 변화 등을 파악해 특이 사항을 알려오면 즉시 달려가 20~30분에 걸쳐 방호복을 입은 뒤 음압병실 안에 들어갔다 나오곤 했다. 다시 방호복을 벗을 때면 땀으로 흠뻑 젖은 손발이 피로와 긴장으로 덜덜 떨렸다. 그는 “환자 상태가 불안정할 때는 낮이고 밤이고 전화가 걸려온다. 이런 환자가 한두 명이면 모를까 세명 네명 늘어나면 의료진이 지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도 선택의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다”

    2020년 4월 22일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격리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4월 22일 대구동산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격리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현재 우리나라에 에크모 장비는 전국적으로 약 350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할 경우 기기 수를 더 늘리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의료진 부족이다. 김 교수는 “전국적으로 에크모 전문가 수가 많지 않다. 일반 의사도 장비를 다룰 수 있지만, 평소 꾸준히 사용하며 전문성을 쌓아온 사람에 비하면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환자 치료 질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부작용 발생 및 코로나19 치명률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김 교수 생각이다. 

    에크모 치료를 주로 담당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모임인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학회)는 코로나19 발생 후 관련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학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에크모 치료를 받은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12월 10일 기준 95명이다. 이 가운데 60명(63.1%)이 목숨을 건졌다. 고령 환자 치료 사례가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매우 높은 생존율이라는 게 학회 평가다. 

    정재승 고려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가 세계에크모학회(ELSO)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에크모 치료 환자 연령 중간값은 52.5세다. 프랑스는 49세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63세에 이른다. 김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에 고령 코로나19 환자 수가 적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니다. 코로나19 전체 환자 수가 많아 의료 부담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생 가능성이 낮은 고령 환자에게 에크모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아직 이런 제약 없이 상태가 심각한 환자 모두에게 에크모를 사용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자 수가 계속 증가할 경우 우리도 ‘선택의 순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 걱정이다. 

    학회에 따르면 에크모 치료를 받는 국내 코로나19 환자 수는 2020년 12월 1일 기준 8명에서 9일 17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면서 위·중증 환자 또한 연일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의료도 코로나19 환자 생명을 구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김 교수는 말했다. “우리가 A씨를 살릴 수 있었던 건 의료진이 그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라고. 

    돌아보자. A씨는 2월 말 당시 병상이 부족하던 대구에서 그나마 여건이 괜찮은 수도권으로 옮겨왔다. 지금은 수도권발 코로나19 유행이 급속히 확산해 전국 어디서도 여유 병상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환자가 이 속도로 계속 늘면 일부는 상태가 악화하기 전 의료진을 만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운 좋게 병원에 입원한다 해도 100일 넘게 에크모 기기를 사용하며 각종 치료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만에 하나 에크모 시술 끝에 코로나19에서 완치된다 해도, 쇠약해진 몸을 회복해 폐이식 수술까지 받을 수 있게 될까. 이 모든 과정이 없었으면 A씨는 지금 스스로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없었을 게 분명하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걸려서는 안 죽어. 에크모 있으니 괜찮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 코로나19 생존자 가운데 상당수는 집중치료 끝에 간신히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에크모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부작용과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치료법”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현재 김 교수는 병원 앞에 마련한 숙소에서 생활한다. 강원 춘천에 있는 집에는 2~3주에 한 번 일요일에 들르는데 낮 2시쯤 갔다가 밤 12시쯤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아무리 바빠도 집에 간 날 만큼은 주무시고 오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한번은 새벽에 병원으로 운전하고 오다 깜빡 졸아 사고가 날 뻔했어요. 이러다 큰일 나겠구나 싶어서 집에서 자는 건 포기했습니다. 병원이 편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 최전선에 선 의사 상당수가 요즘 이런 삶을 살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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