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호

늦어진 백신 확보, 자영업자 마지막 숨통 짓누른다

[신평의 풀피리㉑] 안개처럼 사라진 ‘K-방역’이라는 성배

  •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입력2020-12-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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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자·모더나 외면하고 아스트라제네카 ‘올인’

    • 뒤늦게 화이자·모더나 교섭, 실제 인도 늦을 듯

    • 일본·홍콩·인도·타이완·베트남, 백신 상당량 확보

    • ‘내년 2~3월 백신 접종 가능’ 말한 丁총리

    • 예측 빗나가면 4월 보궐선거 심판론 분출

    *19대 대선 당시 신평 변호사(64·사법연수원 13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지식인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경북 경주에서 농사를 짓고 시를 쓰며 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치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용기, 신념, 앞날을 내다보는 비전, 정직 등 많이 있다. 조금 생뚱맞은 말이지만 내 생각에는 ‘운’이 아닌가 한다. 다른 덕목이 아무리 뛰어나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정치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척 운이 좋았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반대해 일어난 촛불시민혁명의 결과로 집권했기 때문이다. 인내심, 관용, 공감 능력 등 그의 여러 인격적 장점이 호운(好運)을 불러온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조국 사태’로 조금 흔들렸으나 이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성공적 방역 성과를 내세워 4월 15일 치러진 제21대 총선을 휩쓸었다. 여당 의석이 과반을 훌쩍 넘었다.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했다. 여당 압승의 바탕이 된 방역 성과는 과거 정권에서 사스,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짜놓은 프로토콜을 그대로 시행한 덕이었다. 거듭 운이 좋았던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거침이 없었다. ‘조국 사태’를 넘어 ‘윤미향 사태’도 가뿐하게 헤쳐 나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률도 통과시켰으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절차상·실체상의 숱한 결함을 숨기고 강행했다. 마치 보병으로 이루어진 적군을 탱크로 유린하듯이 진군하는 형국이었다. 그들의 행위를 제동할 요소는 아무 것도 없었다.




    백신 확보 실패의 정확한 진상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12월 18일(현지 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이 과정은 TV 생중계됐다. [워싱턴=AP 뉴시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12월 18일(현지 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이 과정은 TV 생중계됐다. [워싱턴=AP 뉴시스]

    중도층이 이탈하며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그 원인에 관해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나는 그동안 온갖 찬사를 늘어놓으며 홍보해온 ‘K-방역’이 점차 빛을 잃은 데 큰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좁혀서 말하자면, 백신 확보 실패로 K-방역의 본모습이 점차 드러나는 게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이것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재앙적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동절기를 맞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심상치 않게 퍼져나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사지로 내몰린 자영업자의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치명적 실수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잘못하려 해서 생긴 결과가 아니라, 잘 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불쑥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운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좋았던 운이 같은 코로나19로 나쁘게 변화한 셈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상당 수량 확보했는지에 관해 여러 말이 분분히 떠돌아다닌다. 종잡을 수 없다. 당국자의 발표를 들으면 무슨 뜻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횡설수설한다. 이 실패가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온갖 그럴싸한 변명을 늘어놓으나, 말의 요점을 찾기 힘들다. 정부는 지금 백신 확보 실패의 정확한 진상을 숨기고 있다. 하지만 그 실체를 모두 숨길 수는 없다. 

    세 개의 코로나19 백신이 안전성, 효율성 등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혔다.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개발하는 백신이다. 세계 각국은 그동안 백신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영국과 미국, 캐나다에서 승인받고 사용 중이다. 새해가 오기 전 많은 나라에서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될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두고는 세계 의학계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임상 3상에 성공했다는 회사의 발표에도 백신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은 어찌된 일인지 무척 운 나쁘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올인’ 해버렸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겠지만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 ‘올인’은 아주 불가해한 일이다. 세계 각국은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격언을 백신 확보에 적용했다. 중첩적으로 여러 회사에 백신 주문을 넣었다. 우리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외면했다.


    코로나19 사태 ‘게임 체인저’ 백신

    아래 도표를 보자. 11월 30일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Launch and Scale Speedometer, Duke Global Health Innovation Center)에서 나온 세계 각국의 백신 확보 실태를 정리한 도표다. 그 후 변동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각국이 잠재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래의 양까지 전부 넣은 도표여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도표에는 모두 31개국(EU는 한 나라로 취급)이 백신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난다. 도표에서 ‘%’는 확보된 백신 수량을 그 나라 인구 숫자로 나눈 백분율이다. 예컨대 캐나다가 601%로 나타난 것은 국민 1인당 6.01회 접종을 받을 비율로 백신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막대기에서 짙은 청색은 확인된 구매물량이고 연한 청색은 추가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물량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게임 체인저’는 성공적 방역도, 치료제도 아닌 바로 백신이다. 도표에는 아시아권 국가인 일본, 홍콩, 인도, 타이완, 방글라데시, 베트남의 이름도 보인다. 도표에 따르면 한국은 향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도 없는 상태다. 

    12월 18일 발표된 ‘Launch&Scale Speedometer’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돌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0만 명분 외에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나와 있다.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급히 화이자, 모더나 측과 교섭해 백신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약이 늦었기 때문에 백신의 실제 인도는 상당히 지체될 것이다. 선 계약한 국가에 먼저 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백신 투여로 미국은 이르면 2021년 3월 말이나 4월 초에 ‘집단면역’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부에서는 심지어 돈을 주어가면서까지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집단면역을 이룰 그때까지도 백신 투여를 시작조차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한국이 겪어야 할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이미 지옥과 같은 상태에서 신음하고 있다. 백신 확보 실패는 애석하게도 이들의 마지막 숨통을 짓누를 것이다. 끔찍한 실패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K-방역의 진짜 얼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그간 틈만 나면 자국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을 칭찬하며 띄웠다. 12월 18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Telegraph)는 영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올 연말 승인을 받아 내년 1월 접종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를 국내 언론이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12월 20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KBS에 출연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2월부터 시작하고 싶지만 (공급 시기는) 3월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3월 중 접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곧 승인을 받는다는 텔레그라프 보도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그럼에도 여타 세계적 언론사들은 관련 내용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약간은 미심쩍은 느낌이 든다. 혹시 텔레그라프의 보도는 상당한 과장이 섞인 건 아닐까. 

    12월 15일 질병관리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상관없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접종을 서둘러 우리 국민을 국제적 공인 없이 백신의 시험대상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이렇게 급하게 접종을 시작했다가 덜컥 백신의 희생자라도 나오면 그때는 국민적 분노가 거세질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021년 2~3월 접종이 가능하다는 정세균 총리의 예측이 만약 빗나간다면 한국의 코로나 백신 확보는 처참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민주국가라면 이렇게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에 관한 정책이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활발하게 나와야 한다.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면 여당은 턱도 없는 공격이라고 받아치기에 바쁘다. 그간 요란하게 홍보해온 K-방역 성과가 급전직하의 추락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한 행동으로 보인다. 

    내년 4월 7일 치러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유권자 수나 두 도시가 상징하는 의미 때문에 향후 정국에 커다란 임팩트를 가할 것이다. 그 결과는 2022년 3월 9일 치러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1대 총선은 코로나19 사태가 집권층에 엄청난 호운으로 작용했다. 내년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 총리의 예측이 어긋난 것으로 판명되면 여권에 심한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기저에는 백신 확보 실패가 초래하는 민생 경제 파탄이 있다. 정부와 여당 측은 향후 필사적으로 보궐선거 전에 백신이 접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은 전혀 예기치 않던 바스티유 감옥 습격에서 시작됐다. 1990년 독일 통일은 직전 해 일어난 베를린 장벽 붕괴에서 비롯했다. 이처럼 인류사에서는 분절된 개별적 사건 발생이 뜻하지 않게 극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착시현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단편적 사건에 가린 역사의 거대한 흐름, 즉 물줄기가 있다. 바스티유 감옥 습격이나 베를린 장벽 붕괴는 창대한 역사가 일으키는 작은 파도였을지 모른다. 근대 시민국가의 수립 혹은 독일 통일을 향한 역사의 물줄기는 계속돼 왔다. 바스티유 감옥 습격이나 베를린 장벽 붕괴는 그 물줄기가 지나가는 과정에서 만든 작은 파도라는 뜻이다.


    진보귀족과 ‘쇼윈도 정부’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자 문재인 정부의 앞날에 환한 햇살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는 무시됐다. 그들은 차츰 교만해졌다.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윤석열 징계 논란’을 거치며 민심이 서서히 등을 돌렸지만 이를 애써 외면했다. 권력에 도취된 그들은 무력한 상대를 업신여기며 파죽지세로 진군해 나아갔다. 

    그들은 파도의 포말을 일으키는 역사의 물줄기를 무시하며 기고만장했다. 아니 그 물줄기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착각했다. 산업화, 민주화의 단계를 넘어 공정사회 실현이 국민의 염원이자 역사의 흐름이 됐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자기들이 마음먹은 바에 따라 20년 장기집권도 거뜬하다고 여겼다. 그들은 국민이 노력해 이 만큼이라도 이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을 훼손하는데 머뭇거림이 없었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는 그들이 허울 좋게 내건 ‘검찰개혁’의 명분과는 별 관계가 없다. 권력 핵심에 대한, 또는 그 핵심에 이르는 대형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막아 집권을 연장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외에도 라임, 옵티머스 등 펀드 사기 사건 수사도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대형 금융부정에 관련된 권력 실세들의 이름이 이미 시중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권력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수사를 막고 있으나 현명한 국민들은 가면 뒤에 숨은 실체를 깨닫기 시작했다. 교활하고 위선적인 그들에게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현 집권층의 무능과 위선, 거짓에 대한 심판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 전에 백신 접종이 실시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밑바닥에는 생업의 터전을 잃고 헤매는 국민들의 고통이 자리할 것이다. 내년 선거는 성공적인 K-방역이라는 성배가 사라진 채 망연자실하고 서 있는 현 집권층에 대한 심판이다. 

    첫째, 겉으로는 번지르르한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특권의 향유와 부패에 절은, 이 정부의 코어(core)를 이루는 진보귀족들에 대한 심판이 되기를 바란다. 

    둘째,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사법 신뢰도가 꼴찌다. 현 정부는 꼭 해야 할 사법개혁은 하지 않고 권력핵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개혁이란 껍데기를 씌워 검찰의 부패수사 능력을 약화시켰다. 또 헌법상 적법절차 원리를 팽개치며 검찰총장을 거세했다. 이와 같은 무도함을 심판하기를 바란다. 

    셋째, 부동산 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대통령이 방문하는 임대주택을 엄청난 돈을 들여 꾸미는 등 일회성 쇼를 하는 기만적 ‘쇼윈도 정부’를 심판하기를 희망한다. 

    넷째, 현 정부는 선량한 국민을 ‘토착왜구’ 따위로 몰아세우는 식으로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하는 자의 배후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치다 보니 억울한 국민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가미되기를 원한다.


    권력에 취하다

    내년 봄이 되면 그들이 권력에 취해 저지른 많은 실책을 바로잡고 훼손된 민주주의와 헌법상의 고귀한 원칙들을 복구시키는 힘이 나타나리라고 본다. 그 후 집권세력이 참회하고 개심해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도 있다. 나는 이와 같은 일이 생기기를 무척 바란다. 현재의 야당에서 희망을 잘 찾지 못하는 내 어리석음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집권세력의 통절한 반성이 없으면 이 정권은 20년이 아니라 단명에 그칠 것이다. 내년 봄 선거를 통해 좀 더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에 다가서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어서 봄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 겨울비

    비,
    비,
    겨울비가 내리네
    검은 겨울비가 내리네

    온 천지 어둠을 다 끌어모아
    내 작은 집을
    대밭을
    들판을
    검게 칠하며 쏟아지네

    비야,
    비야,
    네 울분과 원한을
    모두 토해내어
    땅을 핥으며
    도랑이 되고 강이 되어
    굽이굽이 흘러가거라

    절망은 삭일 수 있고
    기쁨은 만들어가는 것
    갠 하늘 푸른 호흡 시작하면

    부질없는 인연이 낳은
    허무의 꽃 사라지고
    세찬 대지의 고동이
    다시 꿈틀거리리

    울려라
    종을 울려라
    절망의 아가리를 빠져나온
    오직 헐벗은 몸뚱이로
    희망의 세상 담대하게 맞이하노라

    꽁꽁 얼어붙은 얼음 밑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겨울잠을 고요히 자고 있다. 물고기는 무슨 생각을 할까. 물고기는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옴을 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동면을 택했다. 겨울이 무사히 지나면 새로 태어나는 많은 새끼들을 이끌고 따뜻한 햇볕을 쬐며 활기찬 유영(遊泳)을 할 것이다. [신평 제공]

    꽁꽁 얼어붙은 얼음 밑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겨울잠을 고요히 자고 있다. 물고기는 무슨 생각을 할까. 물고기는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옴을 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동면을 택했다. 겨울이 무사히 지나면 새로 태어나는 많은 새끼들을 이끌고 따뜻한 햇볕을 쬐며 활기찬 유영(遊泳)을 할 것이다. [신평 제공]


    ● 1956년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13기
    ● 인천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역임
    ● 저서: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들판에 누워’(시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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