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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단 행동책, 성매매, 성폭력…어른보다 악랄한 10대 범죄 밀착취재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절도단 행동책, 성매매, 성폭력…어른보다 악랄한 10대 범죄 밀착취재

  • ● 절도단 ‘행동책’은 형사처벌 대상 아닌 촉법소년
    ●“솜방망이 처벌로 촉법소년 범죄 흉포화 양상”
    ● 법정서도 위축되지 않고 무슨 잘못 저질렀는지 몰라
    ● 보도방 다름없는 가출팸, 학폭 놀이터 된 중고 거래 플랫폼
    ● “범정부 차원 제도 정비, 교권 강화, 복지 논의해야”
“빨리, 빨리.” “쇠망치로 확 내리쳐. 스트레스 풀린다. 하하하.”

지난해 2월 1일, 인천의 한 금은방 유리문 앞. 10대 미성년자 A군과 B군이 머리를 맞댄 채 준비해 온 쇠망치로 금은방 유리문을 수차례 내리쳤다. 두 사람이 금은방 무단침입을 시도하는 동안 일당인 20대 청년 C씨와 D씨는 금은방 인근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유리문이 와장창 깨지자 A군과 B군이 금은방 안으로 침입한 후 귀금속 진열장의 유리를 쇠망치로 내리쳐 깨뜨렸다. 진열장이 산산조각 나자 이들은 낄낄거리며 범행을 즐겼다. 그러고는 진열장 안에 있는 금팔찌, 금목걸이 등 시가 6441만 원 상당의 귀금속 123점을 가지고 나와 택시를 타고 그대로 도주했다. 그 직후 일당 C씨와 D씨도 범죄 현장을 재빨리 떠났다.

절도단 ‘행동책’은 형사처벌 대상 아닌 촉법소년

하지만 이들은 피해자인 금은방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A군, B군, C씨, D씨 이외에도 20대 남성 2명이 함께 범행을 공모했다. 일당 6명은 모두 동네 선후배 사이로, 그중 4명은 만 19~20세이고 A군과 B군은 각각 2007년생, 2006년생으로 만 12~14세다. B군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 선배 C씨의 ‘용돈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 A군과 함께 C씨를 포함한 3명을 만났다. 그 후 일당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인천 일대 금은방을 대상으로 범행 계획을 세웠다.

경찰 수사 결과 일당의 절도 수법을 생각해 낸 이는 미성년자 A군과 B군이었다. 편의점 유리문을 망치로 내리쳐 깨뜨리는 방법으로 편의점에 침입한 후 현금 등을 절취한 경험이 있는 B군이 일당에게 자신의 절도 성공담을 들려준 것. 그러자 A군은 금은방 유리문을 쇠망치로 내리쳐 깨뜨리는 방법으로 귀금속을 갈취하자고 제안했다. 일당 역시 “재미있을 것 같다”고 호응하며 A군과 B군에게 함께 금은방을 털어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범행 수익을 6(20대 성인 4명) 대 4(10대 미성년자 2명)의 비율로 분배하며, 범행이 끝나면 각자 범행 현장을 벗어난 후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합류하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두 아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금은방 유리문을 쇠망치로 깨뜨리고 귀금속을 절도하는 ‘행동책’이 된 것.

현재 일당 가운데 20대 성인 4명은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인천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10대 미성년자 B군은 소년보호송치 처분을 받았지만 만 14세 미만의 이른바 ‘촉법소년’인 A군은 입건되지 않았다. 당시 담당 형사는 “소년법상 촉법소년 규정에 따라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A군을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일당이 절도단 행동책으로 10대 미성년자들을 범법 행위에 끌어들였다는 점, 일당이 만 14세 미만 미성년자는 죄를 저질러도 입건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따라 범행 발각 시 촉법소년인 A군의 단독 범행으로 진술하려고 입을 맞췄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범법 행위로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총 3만9694명에 달한다. 지난해 범법 행위로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9606명으로 전년(8615명) 대비 11.5% 증가했다. 전체 촉법소년 중 만 13세가 2만5502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만 12세 3768명, 만 11세 3571명, 만 10세 2238명 순이었다.

“솜방망이 처벌로 촉법소년 범죄 흉포화”

더 큰 문제는 촉법소년의 범죄가 흉포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범죄 유형은 △절도 2만1198건 △폭력 8984건 △강간·추행 1914건 △방화 204건 △강도 42건 △살인 8건 △기타 7344건이다. 특히 전체 촉법소년 범죄 가운데 폭력(2148건→1972건)을 제외한 △절도(4536건→5123건) △강간·추행(357건→373건) △방화(32건→49건) 등이 전년보다 5% 이상 늘었다. 강도와 살인은 2019년까지만 해도 각각 1건, 7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각각 4건(300%), 14건(100%)으로 증가했다.

일부 범죄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벌 탓에 촉법소년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행법상 미성년 범죄자는 나이에 따라 크게 세 유형으로 구분한다.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은 기본적으로 소년법의 처분을 따르지만 죄질에 따라 성인과 같이 형법에 따른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반면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의 경우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형사처벌 대신 가정법원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 중 가장 중한 처분은 제10호 장기 소년원 송치처분으로, 만 12세 이상 청소년에 한해 가능하고 그 최장기간은 2년이다.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은 형사책임연령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형사처벌은 물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도 불가능하다. 다만 민법의 책임무능력자에 대한 감독자의 책임 규정에 따라 문제를 일으킨 아동의 보호자에게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긴 하다.

서울시내 경찰서 소속 한 학교폭력전담경찰관(SPO)은 요즘 촉법소년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난 어차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내놓고 말한다. 경찰서 또는 법정에 와도 위축되지 않고 경찰이나 재판관을 만나도 겁먹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자신이 저지른 범법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조차 깨닫지 못한다. 오히려 일부 촉법소년들은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마치 훈장처럼 여기고 또래 집단에서 자랑하거나 과시하는 경우가 흔하다.”

2020년 4월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영장실질심사에 피의자 중학생 A군(당시 15세) 등 2명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2020년 4월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영장실질심사에 피의자 중학생 A군(당시 15세) 등 2명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법정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죄의식 전혀 없어

어린 나이에 범죄자가 되는 촉법소년의 경우에는 이성적으로 설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학교폭력전담경찰관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범죄 습성만 키워주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의 범죄는 형법이 아닌 소년법에 따라 처리된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그 환경의 조정과 성행(性行)의 교정에 관한 보호처분을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육성하도록 돕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형법 제9조도 “만 14세가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며 아직 정신·육체적으로 성장 중인 미성년자는 자신의 행위에 온전한 법적 책임을 지기 어려울뿐더러 어린아이들은 교육에 의한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형벌 이외 수단에 의존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규정한다. 미성년자의 범죄는 소년보호사건으로 분류돼 각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의 소년부에서 재판을 전담한다. 그렇다면 촉법소년의 범죄 수위는 어느 정도에 이른 것일까.

지난해 5월 4일 새벽 서울 중랑구 모 모텔 앞. 당시 만 14세이던 E양은 채팅 앱에서 알게 된 20대 남성 피해자와 만나 모텔 방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양은 성관계를 시도하려는 피해자에게 “나는 미성년자다. 돈을 주지 않으면 모텔 앞에 있는 오빠들한테 험한 꼴 당한다. 각목으로 맞을 거다”라고 협박하며 겁을 줬다. E양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일당은 모텔 방으로 들어와 피해자에게 “너 일단 나와”라고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등 위력을 행사하며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받아냈다. 이들의 범행은 이대로 끝나는 듯했으나, 이들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모텔 관리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

보도방 다름없는 가출팸, 학폭 놀이터 된 중고거래 플랫폼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조건만남’을 빙자한 공갈 수법으로 지난해 5월 3일부터 5월 6일까지 서울 중랑구 일대에서 스마트폰 채팅 앱을 이용해 성매수 의사가 있는 남성 3명을 모텔로 유인해 피해자를 폭행 또는 협박해 재물을 갈취했다. 성매수 남성을 만나 모텔에 들어가는 역할을 담당한 이는 만 14세 E양과 만 13세 F양이었다.

사건 담당 형사는 “이들은 일명 ‘가출팸’ 멤버들로, 온라인에서 가출을 함께 할 사람을 모아 원룸이나 모텔 등을 구해 생계를 같이하는 가출 청소년 집단이다. 사실상 보도방 형태와 유사한 방법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성폭력 범죄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만 11세 미만의 G양은 지난해 5월부터 다른 학교 6학년 남학생들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 당시 G양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호기심에 채팅 앱에서 만난 6학년 남학생에게 신체 일부를 노출한 사진을 찍어 전송한 것이 화근이었다. 남학생들은 이를 빌미로 수위 높은 사진과 동영상을 요구했다. G양은 “사진을 뿌리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남학생들은 오히려 “너희 학교 학생들에게 뿌릴 것”이라며 성폭력을 비롯한 온갖 가혹행위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 발생 한참 이후 G양의 부모가 G양이 남학생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은 뒤늦게 두 학교에 알려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고, 온라인 화상 수업이 시작되면서 유야무야돼 버렸다.

요즘 10대들에게 최고 인기인 당근마켓,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과 달리 이용자 위치를 파악해 반경 2~10㎞ 이내 이웃끼리 중고물품을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플랫폼에 물건을 올리면 판매자의 위치 정보가 시·군·구는 물론 동(洞) 단위까지 표기된다. 10대 범죄자들은 이 기능을 활용해 자기가 잘 아는 지역에 등록된 중고 물품 가운데 10대가 올린 것으로 보이는 것을 골라낸다. 이후 메시지나 채팅을 통해 “한동네에 살고 있으니 지금 만나 거래하자”라며 불러내 중고품이나 현금을 갈취하거나 폭력을 행사한다. 이후에는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내며 괴롭힘을 계속 이어간다.

“범정부 차원서 제도 정비, 교권 강화, 복지 논의해야”

2월 초 H군(11)은 공룡 피규어 중고 거래를 하러 갔다가 만 13세 미만의 남학생 3명에게 돈과 피규어를 모조리 빼앗기고 말았다. H군 부모는 “가해 학생들의 태도를 보고 화가 치솟았다. 해당 학교에서 사건을 안 후 가해 학생들을 불러서 조사했는데 자신들이 한 일을 시인했다. 그런데 진술 내용을 보고는 한 가해 학생의 부모가 ‘어차피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렇듯 교묘해지고 잔혹해지는 촉법소년 범죄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 범죄의 흉포화 양상을 지적하며 처벌 가능한 연령을 낮출 것을 주장한다. 오 교수는 “요즘 만 14세 미만의 아이들은 신체 성장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사춘기가 일찍 오는 데다 인터넷,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영향으로 범죄 죄질이 성인 못지않다. 자신의 행동에 얼마나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지를 느끼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 저하와 관련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는 식의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제도 정비와 함께 교권 강화, 청소년 교육, 복지 등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가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국가가 청소년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소년법의 기본 정신”이라며 “처벌 기준을 강화하기에 앞서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원인 파악과 이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촉법소년 #성폭행 #10대범죄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0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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