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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로봇 삼성 vs 협동·모빌리티 로봇 현대차

  • 신영빈 지디넷코리아 기자

    burger@zdnet.co.kr

    입력2023-05-1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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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지분 투자

    • 현대車 “로보틱스가 자동차 개념을 바꿀 것”

    • LG, 두산, 포스코, 한화도 로봇에 도전 중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 ACR.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 ACR. [현대자동차]

    올해는 여러모로 로봇의 해다. 산업 현장부터 식당과 가정으로 로봇이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면서 ‘로봇’을 들었을 때 연상하는 모습도 구체화됐다. 상상 속 ‘태권브이’ 대신 서빙로봇이나 로봇청소기가 먼저 떠오른다.

    형태와 용도도 다양하다. 선두 업체들을 중심으로 체계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 정답이 없다. 로봇 운영체제도 이렇다 할 주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 상황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땅인 셈. 대기업들이 저마다 로봇 산업에 구체화된 목적과 철학을 갖고 팔을 걷어 나서는 이유다.

    일부 대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로봇기업과 협업에 나선다. 아예 회사를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 시장도 이 같은 움직임에 활발히 대응하고 있다. 기업공개 시점을 앞당기거나 대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다. 삼성전자는 3월 227억8365만 원을 들여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3%를 확보하고, 윤준오 현직 부사장을 사내 이사로 합류시켰다. 추가자금을 투입, 빠르면 올해 안에 인수를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한발 앞선 2020년부터 로봇 기업 인수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작업을 시작. 이듬해 6월 인수 절차를 마쳤다. 인수에 든 돈만 1조 원에 육박한다.

    로봇은 매력적인 사업 아이템이면서 동시에 공정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로보틱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 로봇 산업은 수익성 대비 비용이 커서 현실성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상황이 다르다”며 “앞으로 로봇이 경제적인 이점을 제공하는 분야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단순 투자 목적 인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업 로봇 BB 시리즈. [신영빈 기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업 로봇 BB 시리즈. [신영빈 기자]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한국 최초 인간형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만든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플랫폼 전문기업이다. 협동로봇 BB시리즈뿐만 아니라 2족 보행, 4족 보행 로봇과 천문마운트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서비스하고 있다. 로봇에 필요한 주요 부품도 감속기를 제외하고 대부분 자체 개발해 사용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가 지분을 투자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투자금이 모이면서 덩치도 커졌다. 1조 원을 하회하던 시가총액은 수개월 만에 2조 원을 훌쩍 넘겼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협력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 측은 오히려 “단순 투자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상상을 조금 보태면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협동로봇을 공정에 활용해 자동화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자체 로봇에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요 부품이나 기술력을 이용할 개연성도 열려 있다.

    삼성전자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힙’. [삼성전자]

    삼성전자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힙’.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확고한 의지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헬스케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 2019’에서 웨어러블 로봇 ‘젬스’ 시리즈를 처음 공개했다. 고관절용 ‘젬스힙’, 무릎용 ‘젬스니’, 발목용 ‘젬스앵클’ 3가지를 선보였다. 젬스는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보행과 운동 기능을 증진시키는 장치다.

    그 가운데 젬스힙은 사용자가 고관절에 착용하는 신체 보조 로봇이다. 삼성전자는 젬스힙이 걸을 때 드는 힘을 24% 정도 보조하며 보행 속도를 14%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로봇산업진흥원은 2020년 젬스힙에 이동형 도우미 로봇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국제 표준 ‘ISO 13482’ 인증을 부여했다. 국내 기업 최초 인증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2월 로봇사업 전담팀을 꾸리고, 같은 해 12월 정식 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1월 ‘CES 2023’에서는 연내 시니어케어 로봇 ‘EX1’ 출시를 공언했다. EX1은 노인의 운동을 돕는 특화 로봇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운동보조장치’ 관련 특허 10여 건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 3월 보행보조 로봇 관련 특허와 상표권을 추가 출원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아직 성장이 미진한 분야다. 지금까지는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인부가 주로 사용해왔다. 수요처는 무궁무진하지만 로봇을 부착한 사람이 직접 어떤 행위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은 제한적이다. 투입 인력과 재화 대비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눈에 띄는 신체 능력 향상이 보장되지 않으면 타 로봇 형태보다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작업 능률을 개선하는 산술적인 효과보다도 신체 능력이 저하된 노인이나 장애인의 삶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두려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새로 등록한 상표 ‘봇핏’은 의료용 근육운동용 기기와 재활기구 등 의료 목적이 포함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협동로봇 상용화

    현대차그룹은 로봇에 애착이 크다. 현대차는 2018년부터 전략기술본부 산하 로보틱스 팀 조직을 운영했다. 2019년 말에는 로보틱스 랩으로 조직을 키우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현대차가 2020년 미국 로봇제조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가지고 있던 회사는 소프트뱅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비로 일부 지분을 사들였을 정도로 로봇에 진심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를 개발하고,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유명하다. 최근에는 관절형 로봇팔 ‘스트레치’를 상용화했다. 스트레치 상용화 발표 직후, 업계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행보가 의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로봇 기술은 범주가 무척 넓고 추상적인 개념이라서 명확히 세분화하기는 어렵다. 로봇의 용도로 뭉뚱그려 구분하면 크게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나눌 수 있다. 형태로 구분하면 외팔 관절형, 주행형, 보행형 로봇 등이 있다. 이 중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보행형 로봇을 만들어왔다. 보행형 로봇은 로봇 관련 기술이 집약된 분야다. 업계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차기작도 보행형 로봇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보행형 로봇은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로봇의 가격이 너무 높아서다. 비교적 저렴한 편인 스팟이 약 9000만 원선. 2족 보행 로봇은 수억 원을 호가한다.

    그래서일까.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내놓은 신제품은 스트레치였다. 스트레치는 아틀라스의 기술을 이용해 만든 신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빈 블랭크스푸어 보스턴 다이내믹스 창고형 로봇 책임자는 “아틀라스는 산업용 로봇이기 때문에 사람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며 “우리는 아틀라스의 일부를 떼어내고 파생시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협동로봇’이다. 두산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 한화,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이 주요 업체로 꼽힌다. 협동로봇은 기존 관절형 로봇에 안전성을 높인 개념이다.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일을 대체하던 수준을 넘어서,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다.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카페 등에서 볼 수 있는 로봇 팔이 대표적인 ‘협동로봇’이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 그룹은 다양한 종류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인 CEX와 VEX를 개발하여 현대 로템으로 기술이전하고 최근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인 X-ble MEX(엑스블 멕스)를 자체개발하여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로봇 ‘달이(DAL-e)’와 전기차 자동충전로봇(ACR), 배송로봇 등을 선보이며 적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가운데 배송로봇은 현대차 모빌리티 기술과 특히 연관성이 깊다.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 기반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고, 모터,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환경인지 센서 등 주요 기능을 공유한다.

    로보틱스 랩은 달이와 ACR, 배송로봇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 요구 사항을 지속 업데이트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중이다. 향후 3~4년 내에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넘어 자동차와 로보틱스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로보틱스와 그 두뇌가 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자동차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는 이동수단이자 휴식 공간, 네트워크 기기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두산로보틱스도 로봇 도전

    LG전자는 2018년부터 여러 로봇 업체 지분을 확보하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주로 서비스하는 ‘로보스타’, 서비스용 로봇과 부품 등을 생산하는 ‘로보티즈’, 소프트웨어 업체 ‘아크릴’ 등에 각각 투자했다.

    LG전자가 인수한 로보스타는 산업용 수직 다관절 로봇을 생산하는 회사다. LG전자 등에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로보스타는 1999년 2월 LG산전(현 LS일렉트릭) 임직원들이 독립해 창립했다. 같은 해 9월에는 LG산전 로봇사업부를 인수해 사세를 키웠다.

    로보티즈는 자율주행로봇과 로봇 구동장치인 액츄에이터를 개발하는 회사다. LG전자가 지분 8.2%를 보유하고 있다. LG전자와 서비스 로봇 사업화에 협력하고 있다.

    국회 박물관에 설치된 LG의 가이드봇 ‘클로이’. [신영빈 기자]

    국회 박물관에 설치된 LG의 가이드봇 ‘클로이’. [신영빈 기자]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로봇도 있다. 요즘 주요 관공서와 문화공간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서비스 로봇 ‘클로이’다. 신규 로봇도 준비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클로이를 국내외에 출시하며 서비스 로봇 시장을 선점했다. LG전자 클로이는 자율주행 기반 포맷에 여러 용도로 고쳐 쓸 수 있어 하위 제품군이 많다. 서비스 로봇 ‘가이드봇’을 비롯해 운반형인 ‘서브봇’과 ‘서빙로봇’, 방역용인 ‘UV-C’봇 등으로 나뉜다. 클로이는 국산 메리트와 브랜드 파워를 안고 보급을 늘리고 있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이다. 중국산 로봇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 개인 사업장에서 쓰기에 부담이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구미사업장에 자체 로봇 생산 시설을 새로 구축했다. 클로이를 기반으로 로봇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보인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잠재력도 크지만, 그만큼 경쟁 업체도 많다. 가격으로 이기기 어렵다면 대형가전 시장처럼 프리미엄을 내세워 빠르게 차별화하는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클로이 외에도 신규 로봇 라인업을 준비하고 있다. 2월 ‘튀봇’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상품군은 주방기계와 요리용 기구 등으로 지정됐다. 주방 조리로봇으로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클로이와 함께 서비스로봇 시장 점유 확대에 기여할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두산로보틱스는 연내 상장 목표를 공식화하고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준비에 나섰다. 한화정밀기계는 지주사 한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인수해 모멘텀 부문으로 재편했다. 포스코DX(전 포스코ICT)는 철강 공정에 로봇 기술을 도입한다고 선언했다. 협동로봇 제조기업 뉴로메카는 포스코와 한화 측에서 투자를 저울질한다는 후문이 돌면서 수개월 전부터 주가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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