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반짝’ 대기업 두나무 일장춘몽

[거버넌스 인사이드] 기업 흥망성쇠도 코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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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3-10-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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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비트’ 출범 5년째 자산 규모 10조 원 넘겨

    • 암호화폐 혹한기에 대기업 ‘1년 天下’

    • 友軍 카카오도 ‘손절’ 분위기

    • 매출 97%가 플랫폼 거래 수수료, “過쏠림=高위험”

    두나무 수익의 약 97%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로부터 나온다. [두나무]

    두나무 수익의 약 97%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로부터 나온다. [두나무]

    지난해 4월 27일 두나무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됐다. 이른바 ‘대기업’으로 인정받은 것. 자산총액 10조8225억 원으로 상출제한집단 기준 10조 원을 넘겼기 때문이다.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기업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즉 ‘대기업집단’에 속하긴 하지만 자산총액 10조 원을 넘지 못하면 ‘준(準)대기업’으로 불린다. 공정위가 상출제한집단과 대기업집단을 나눈 2017년 이래 대기업집단을 건너뛰고 상출제한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두나무가 첫 사례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 가운데 최초 대기업 진입이기도 하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1년 만에 미끄러졌다. 4월 25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3년도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조392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31.7% 줄었다. 여전히 대기업집단에 남았지만 준대기업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의 주력 분야가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인 만큼 기업 운명도 암호화폐와 궤를 같이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인기가 시들해지며 기업 자산도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인으로 흥하고, 코인으로 쇠하고

    두나무는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로 잘 알려졌다. 처음엔 암호화폐 관련 기업이 아니었다. 2012년 4월 뉴스 요약 서비스 ‘뉴스메이트’가 최초 사업이다. 비약적 성장의 분기점은 2017년 10월. 업비트를 출범한 때다. 그 무렵은 암호화폐 대표 격인 비트코인이 9~12월 약 500만 원에서 2500만 원까지 오르는 등 암호화폐 붐이 이는 상황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업비트 회원은 서비스 론칭 2개월 만에 120만 명에 이르렀고, 일평균 이용자도 100만 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거래액은 5조 원이 넘었다.

    이내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정부 규제 움직임 등으로 암호화폐 시장은 몇 년간 주춤했다. 이때 숨을 고른 두나무는 2020년 6월 케이뱅크와 제휴를 통해 업비트와 실명 통장 연동 및 원화 입금을 가능하게 하면서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곧 ‘신의 한 수’가 됐다. 이해 10월 1200만 원 언저리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5개월 만인 2021년 3월 7200만 원에 이르며 6배 뛰었고, 11월엔 8300만 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다시 분 암호화폐 열풍에 투자자는 몰려들었고, 두나무의 수익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업비트는 투자자가 매수·매도할 때마다 거래액의 0.0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른바 ‘단타’가 많은 암호화폐 거래 특성상 수수료가 타 자산 거래보다 더 빈번히 발생하는 셈이다. 2021년 두나무는 매출 3조7046억 원, 영업이익 3조271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88.3%에 이른다. 제조업 회사 영업이익률이 일반적으로 10~2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 수치다. 이에 대해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일종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 특성상 구축과 가입자 모집 문제만 해결되면 비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곤 한다. 두나무 역시 트레이딩 시스템 등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많이 들었을 테지만 이후로는 방화벽과 서버 관리 비용 정도 외엔 생산비, 판매·관리비 등이 들지 않으니 사실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꺾이지 않을 듯한 암호화폐 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글로벌 유동성 약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 등이 이유다. 2021년 12월 초 7100만 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 2070만 원까지 내려갔다.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곤 있지만 10월 기준 3000만 원 후반대에 머물러 고점 회복까진 갈 길이 멀다. 거래량도 급격히 감소했다. 암호화폐 거래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코인 거래량은 700억 달러(한화 약 93조970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300억 달러(약 40조2700억원)에 그쳤다.

    두나무도 이러한 흐름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매출 1조2493억 원, 영업이익 8101억 원에 그치며 2021년 대비 매출은 약 3분의 1, 영업이익은 4분의 1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915억 원과 298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4% 47.3% 다시 급감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혹한기에 접어들며 두나무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Gettyimage]

    암호화폐 시장이 혹한기에 접어들며 두나무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Gettyimage]

    “사업 다변화 없인 발전 힘들 것”

    암호화폐 혹한기가 길어지며 ‘우군(友軍)’ 카카오도 발을 빼는 모양새다. 두나무 창립 이래 카카오는 두나무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2013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는 두나무에 2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2억 원은 두나무 지분 20~30%로 추산되는 큰 규모 투자였다.

    2015년 카카오는 33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카카오 보유 지분은 8.14%, 케이큐브벤처스와 카카오 청년창업펀드의 지분을 합하면 카카오그룹이 확보한 두나무 지분은 총 22.81%에 달했다. 2017년엔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를 대표이사직에 내정하기도 했다. 업비트, 증권플러스 등 두나무 플랫폼 대부분이 카카오톡과 연계되는 등 두 기업의 사이는 줄곧 각별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카카오는 매년 1%씩 두나무 지분을 줄이고 있다. 특히 2021년엔 케이큐브벤처스의 지분을 모두 처분해 카카오 단일 보유 지분 10.88%만을 남겼다. 올해 2월엔 카카오도 지분을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전량 이전하면서 10월 기준 카카오가 가진 두나무 주식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10.62%가 전부다. 두나무 경영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2019년부터 회사 사외이사로서 카카오와 협업을 책임져 온 이성호 카카오페이 재무총괄(CFO)이 사임했다. 이석우 대표도 임기가 올해 12월까지라 그도 떠나면 두나무 내 카카오 색은 더 옅어지게 된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 [두나무]

    송치형 두나무 의장. [두나무]

    암호화폐 거래소 수익에 치중된 두나무의 매출 비중이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나무 매출의 97.05%가 거래 플랫폼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업비트에서 나온다.

    두나무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여러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2021년 연예기획사 ‘르’에 30억 원을 투자했고, 중고 거래시장에도 진입했다. 같은 해 중고 명품 시계 거래 플랫폼 바이버에 95억 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억 원, 50억 원을 추가 출자했다. 부동산시장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두나무는 코람코더원강남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캡스톤일반부동산사모투자회사3호전문, 캡스톤일반부동산사모투자회사4호전문 등 자회사를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점은 숙제로 남는다. ‘르’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아 올해 상반기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암호화폐 분야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가 여전히 유망한 산업이라는 데에서 두나무의 가능성이 꺾인 건 아니”라면서도 “투자에서 ‘몰빵’을 하면 위험도 커지듯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선 사업 다변화에 성공해야 한다. 암호화폐 혹한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 수익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다면 장기적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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