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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최신원 빈자리 지웠다… 최성환의 ‘新 SK네트웍스’

  • 유수진 연합인포맥스 기자

    sjyoo@yna.co.kr

    입력2023-11-0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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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여간 회사 주식 매입, 지분율 3% 넘겨

    • SK㈜ 지분 팔고 대출받아 지배력 강화

    • 3세 시대, ‘사업형 투자사’로 비즈니스 전환

    • 직접투자 확대, 사업과 연계해 기업가치 제고

    [Gettyimage, SK네트웍스]

    [Gettyimage, SK네트웍스]

    자사주를 또 샀다. 9월에만 무려 10여 차례다. 사실상 거의 모든 영업일에 주식을 매입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적게는 400여 주에서 많게는 7만7000여 주까지, 주가 흐름을 고려한 듯 수량이 제각각이다.

    SK가(家) 3세 최성환(42)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 얘기다. 최신원(71)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1남 2녀 가운데 장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5촌 조카다. 지난해 말 사장 승진 이후 전문경영인 이호정 대표(총괄사장)와 투톱을 이뤄 SK네트웍스를 이끌고 있다.

    0주 → 736만 주

    2월 2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SK네트웍스가 개최한 ‘글로벌 투자 사업 설명회’에서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SK네트웍스]

    2월 22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SK네트웍스가 개최한 ‘글로벌 투자 사업 설명회’에서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최 사장의 자사주 매입은 사실 더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2021년 2월 처음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꾸준히 지분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햇수로 어느덧 3년째다. 매입 횟수가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2019년부터 SK네트웍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지만 첫 2년간은 주주가 아니었다. 첫 매입 이후부턴 물꼬가 터진 듯 180도 달라졌다. 한 달여 만에 374만7866주(1.51%)를 매입해 당시 대표이사이던 부친 최 전 회장(0.83%)을 제치고 특수관계인(개인)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10월까지 1년 8개월 동안 사들인 주식이 653만6659주에 달한다. 지분율로 따지면 2.63%다.

    그 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올해 6월 매입을 재개했다. 초창기만큼 공격적이진 않지만 여전히 꾸준하다. 9월 22일 기준 최 사장의 보유 주식 수는 735만5088주(3.12%)로 3%대에 안착한 상태다. 특수관계인 가운데 개인 최대주주라는 점에도 변함이 없다. 지분 확보에 상당한 자금이 투입됐다. 9월에만 15억 원 안팎이 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9억 원(지난해 기준)이 채 되지 않는 근로소득만으로는 턱도 없는 금액이다. 보유 주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SK㈜ 주식을 여러 차례 처분하고 SK네트웍스 주식으로 담보대출도 받았다.



    원래 최 사장은 SK㈜ 주식이 없었지만 2018년 11월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48만 주를 수증(受贈)하며 주주가 됐다. 당시 최 회장은 취임 20주년을 맞아 보유하던 SK㈜ 주식 329만주(4.68%)를 친족들에게 증여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9200여억 원어치다. SK그룹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성원해 준 친족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는 차원이었다. 취임 당시 여력이 없어 미뤄둔 가족 간 지분 정리를 마무리하는 성격도 있었다. 당시 18명에게 주식을 나눠줬다. 최 사장 몫이 최재원 수석부회장(166만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주주가 된 최 사장은 매수·매도를 반복하며 2020년 말 52만977주까지 보유량을 늘렸다. 이듬해 초부터는 서서히 주식을 내다 팔았다. 시기적으로 SK네트웍스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때(2021년 2월)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무렵 SK네트웍스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도 받기 시작했다. 첫 대출일이 2021년 3월 11일이다. 대신증권에 주식 192만8676주를 맡기고 70억 원을 빌렸다. 이후 추가 대출을 일으키거나 만기 도래한 계약을 연장하며 자금을 마련해 오고 있다. 9월 기준 최 사장 이름으로 체결된 SK네트웍스 주식 담보 대출은 총 4건으로 대출금은 약 390억 원이다. 이를 위해 주식 617만4411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전체 보유량(735만5088주)의 83.95%에 해당한다. 한때 보유 주식 전량이 담보로 묶인 적도 있지만 최근 지분율을 높이며 80%대로 낮아졌다.

    지분 매집 = 승계 준비

    최 사장은 왜 이토록 자사주 매입에 집중할까. 통상 재계에선 세대교체 시 후계자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요 계열사 지분 확보에 나서는 경우가 흔하다. 경영권 이양뿐 아니라 지분 확보에 기반한 지배력이 보장돼야 안정적 회사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다소 예외적 경우다. 사실상 경영권 관련 이슈가 없다. 6월 말 기준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이 41.2%에 달해 지배구조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SK그룹 소속이긴 하지만 최신원 전 회장 일가의 독립경영 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은 상태다. 굳이 무리해서 지분 확보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최 사장의 지속적 지분 확대는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은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는 선언이자 회사 성장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경영권 이양 과정이 여타 기업과 달랐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최 전 회장이 사법 이슈로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나며 최 사장이 전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승계 작업이라고 할 만한 것을 거치지 않은 채 ‘3세 시대’가 열렸다. 그나마 했다고 할 만한 승계 작업이 2020년 말 대표이사 밑에 사업총괄직을 신설해 기획실장이던 최 사장을 앉힌 것뿐이었다.

    최 사장은 지분 매집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준비했다. 최 전 회장이 20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점 역시 2021년 초다. 최 사장의 지분 매입 시작 시기와 맞물린다. 모든 변화가 ‘2021년 초’에 시작됐다는 의미다. 부친의 부재로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진 만큼 스스로 조직 내 존재감을 키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미등기임원 신분이라 이사회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서서히 경영 기반을 다진 셈이다.

    이때부터 8개월 뒤 최 전 회장이 회사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2021년 10월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때였다.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재판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여겨졌다. 회사는 최신원·박상규 각자 대표 체제에서 박상규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최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현재 항소심 재판 진행 상태다.

    최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에 합류했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연말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입지가 더 강화됐다. SK네트웍스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하며 공식 석상에 서는 횟수도 대폭 늘었다.

    최 사장은 현재 사업총괄(COO)로서 회사의 신성장동력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존 사업조직을 관리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투자까지 주도한다. SK네트웍스가 과거 종합상사의 색깔을 지우고 ‘사업형 투자회사’로 변모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셈이다.

    ‘사업형 투자사’ 전환 선봉

    SK네트웍스가 지향하는 사업형 투자사 모델은 단순히 성장성 높은 영역에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꾀하고 필요시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편입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즉 투자 중심으로 지속적 기업가치 제고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바꿔 말하면 SK매직·SK렌터카 등 렌털 사업과 워커힐·정보통신·스피드메이트 등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쓰되, 미래 유망 영역 투자와 접점을 끊임없이 물색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과 투자의 연계성을 높여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업형 투자사로 전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때는 2021년이지만 초기 단계 기업 투자를 실시하며 미래를 준비한 건 2018년부터다. 2019년 합류한 최 사장이 투자 역량 확보·실행력 강화에 집중하며 방향성을 구체화해 속도가 붙었다. 사실상 최 사장이 초창기부터 비즈니스 전환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SK네트웍스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주목해 왔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로도 눈을 돌렸다. 창업자, 투자자, 경제·법률 전문가 등 220여 명으로 구성된 자체 네트워크 ‘하이코시스템’도 구축했다. 초기 기업 투자는 전문가 집단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네트워크 형성에 나선 것이다.

    최 사장은 하이코시스템 구축은 물론 SK네트웍스 내부의 투자 역량 확보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재직 시절 그룹의 첫 미국 스타트업 투자를 이끈 경험과 전략적 인사이트, 해외 사업 전문성이 바탕이 됐다고 전해진다.

    “글로벌 혁신 게이트키퍼 될 것”

    2020년 SK네트웍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 법인 ‘하이코캐피탈’을 세우고 본격적 투자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펀드 투자와 직접투자를 합쳐 올해 2월까지 투자 20여 건을 집행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2100억 원 규모다.

    2월엔 서울에서 ‘글로벌 투자사업 설명회(Global Annual General Meeting)’를 열었다. 그간의 글로벌 투자 내역과 성과를 소개하고 향후 방향성을 업계 관계자들과 공유하는 행사였다. 국내외 투자업계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최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혁신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일상을 좀 더 편하게 하는 혁신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우리의 영향력을 활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근엔 기술 진화를 반영해 디지털 전환, 웹3.0,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초기엔 주로 글로벌 펀드에 투자했지만, 투자 관리 체계가 갖춰진 이후론 직접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3월 미국 AI 기반 디바이스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휴메인’에 22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투자한 게 대표 사례다. 7월엔 국내 데이터 관리 컨설팅·솔루션업체 ‘엔코아’를 885억 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성 확보는 물론 AI 분야에서 성과 창출과 추가 투자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사업형 투자회사로서 보유 사업 혁신과 투자의 시너지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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