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소액 대출에 청년 신용도 비상 걸렸다

[금융 인사이드] 연체 70%가 2030세대…

  • 나원식 비즈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3-11-0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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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 만에 간편하게, 청년층에 인기 끈 소액 대출

    • 2020년 말 25억 원 → 2023년 8월 200억 원 연체액 급증

    • “적은 액수라도 연체율 증가 가볍게 볼 일 아냐”

    소액 대출로 인해 개인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는 2030세대가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Gettyimage]

    소액 대출로 인해 개인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는 2030세대가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다. [Gettyimage]

    ‘대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평균 소요 시간 60초.’

    2017년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한 뒤부터 소액 대출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액 대출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 다르게, 모바일로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내세운 상품이다.

    기존 은행에선 지점에서 온갖 서류를 작성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1분 만에 신청부터 승인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의 각광을 받았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카카오뱅크 홈페이지에 게시된 소액 대출 서비스 안내문엔 3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1분 만에 빌릴 수 있다고 적혀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홈페이지에 게시된 소액 대출 서비스 안내문엔 300만 원 이하의 금액을 1분 만에 빌릴 수 있다고 적혀있다. [카카오뱅크]

    소액 대출은 비상금 대출이라고도 불린다. 한도는 통상 5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다. 주로 소비자가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경우 이용한다. ‘SGI서울보증’의 보증을 담보로 소득과 직업이 없어도 돈을 빌릴 수 있다. 대출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비대면으로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액수 적다고 가볍게 여기면…

    소액 대출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엔 성공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출이 손쉬운 만큼 연체율 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가계 처지에서 빚이 무분별하게 늘어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은 소득이 많지 않은 데다가 금융거래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어 위험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소액 대출의 주 고객은 2030세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터넷 전문은행 3곳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소액 대출 신규 차주의 연령대는 20대 이하가 27만7312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가 16만3768명으로 뒤를 이었고 40대 12만 1109명, 50대 3만9627명 순으로 집계됐다.

    본 자료엔 비상금 대출 확대로 인해 젊은 층 소비자의 신용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물론 기존 시중은행·저축은행도 줄줄이 소액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장이 커졌는데, 경기 악화와 맞물려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져 벌어진 상황이다. 비상금 대출 연체액은 2020년 25억 원에서 2021년 42억 원, 지난해 109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엔 8월 말 기준 연체액이 2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려대로 젊은 층 소비자의 연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30대의 연체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카카오뱅크에서 발생한 연체액 가운데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1%(123억 원)에 달했다. 케이뱅크(60%)와 토스뱅크(71%) 역시 젊은 층 소비자의 연체 비중이 높았다.

    소액 대출은 건당 취급액이 크지 않기에 잔액만 봤을 땐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차주의 수가 많아 연체액이 늘 경우 많은 가계의 신용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젊은 세대는 금융 경험이 적어 무심코 신용점수 하락 등을 방치했다가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비상금 대출은 연 4%대에서 최고 연 15% 정도로 금리가 책정된다. 여기에 연체할 경우 대출한 금리에 3%포인트 금리가 추가된다. 연체가 시작되면 대출금 상환이 점점 어려워진다. 또 당장 50만~500만 원 정도의 대출금을 연체했다는 것은 다른 대출 역시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부실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전반적으로 가계 신용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0.36%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7월 말 0.26%와 비교해 0.10%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2018년 이후 상반기 기준 개인워크아웃 最多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19개 국내 은행 신용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20대의 연체율은 1.4%, 30대의 연체율은 0.6%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5월 23일 서울에 위치한 시중은행 개인대출 창구에서 직원들이 업무하는 모습. [뉴스1]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19개 국내 은행 신용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20대의 연체율은 1.4%, 30대의 연체율은 0.6%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5월 23일 서울에 위치한 시중은행 개인대출 창구에서 직원들이 업무하는 모습. [뉴스1]

    통상 전 금융권에서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출 조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은행조차 연체율이 2년 만에 0.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면 카드사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경우 연체율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5.33%, 상호금융 연체율은 3.53%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보다 각각 1.93%포인트, 1.41%포인트 상승했다. 가파른 상승세다.

    특히 청년층의 신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통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19개 국내 은행 신용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20대의 연체율은 1.4%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월(0.7%)보다 두 배 증가한 수치다. 30대의 연체율도 0.6%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월(0.3%)의 두 배에 달했다.

    전체 신용대출 차주 수는 줄어드는데, 20대의 경우 같은 기간 61만474명에서 69만1948명으로 13.3%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대의 대출 잔액 비중은 4.6% 정도로 높지 않지만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돈을 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결국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이하의 개인워크아웃 원금 감면 확정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3509명에서 올해 상반기 4654명으로 증가했다. 2018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최승재 의원은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20대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소득이 줄어들고 그만큼 개인워크아웃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층의 은행권 연체율 증가와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미납률 증가 등 각종 위기 신호가 감지되는 만큼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확대하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사들이 소액 대출 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로선 소액 대출 연체율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건전성이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젊은 층의 신용도가 악화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상환 능력을 좀 더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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