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윤석열 대통령, 우리 한동훈이 좀 괴롭히지 마”

[최병천, 겹눈으로 보다] 어쩌다 ‘삼국지 총선’, 정작 셋 다 첩첩산중

  • 최병천 ‘이기는 정치학’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입력2024-02-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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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이재명·이준석 제가끔 급제동

    • 尹 지지율, TK·60대서 하락 국면

    • 韓 ‘괴롭히는’ 尹에 꾸지람하는 보수

    • 野 연합 위성정당, 공천 갈등 불씨

    • 개혁신당 지지율은 왜 정체일까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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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열리는 제22대 총선 기본 구도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제3지대가 됐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선거를 치른다. 변수는 제3지대였다. 제3지대는 소규모 이합집산을 거쳐 이준석의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빅텐트’를 완성했다. 이준석·이낙연 두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았다가 결국 이낙연 중심의 새로운미래가 통합 결렬을 선언했다. 현재는 민주당 출신의 양향자(원내대표), 조응천(최고위원) 의원과 금태섭(최고위원) 전 의원, 국민의힘 출신의 김용남 정책위의장 등이 지도부에 있다. ‘총선 삼국지’의 관점에서 국민의힘, 민주당, 제3지대의 동향을 정리해 보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왼쪽부터). [동아DB]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왼쪽부터). [동아DB]

    尹-韓 갈등 후폭풍

    매주 금요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된다. 2월 2일 2월 1주차 조사가 발표됐다. 재미있는 수치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29%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것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논란이 있던 지난해 4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왜 다시 20%대 수준으로 떨어졌을까. 이를 알려면, 한국갤럽 조사의 세부 항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해, ‘윤석열-한동훈 갈등’ 여파가 컸다. 특히 대구경북 유권자, 60대 유권자에서 이탈이 뚜렷했다.

    이른바 ‘윤-한 갈등’은 1월 21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날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사퇴를 요구했고, 한 위원장은 거절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튿날 오전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사퇴 요구가 있었음을 인정한 발언이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윤-한 갈등’이 1월 22일 이후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표-1>은 ‘윤-한 갈등’ 이전의 1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와 ‘윤-한 갈등’ 이후 2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의 세부 내용을 비교한 것이다. 둘을 비교해 보면 1월 3주차는 ‘잘하고 있다’ 32%, ‘잘 못하고 있다’ 58%였다. 2월 1주차는 ‘잘하고 있다’ 29%, ‘잘 못하고 있다’ 63%였다. ‘잘하고 있다’는 3%포인트가 줄고 ‘잘 못하고 있다’가 5%포인트 늘었다.



    재밌는 지점은 대구경북과 60대 여론 변화다. 1월 3주차만 해도 대구경북은 ‘잘하고 있다’ 47%, ‘잘 못하고 있다’ 39%였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8%포인트 더 많았다. 그런데 2월 1주차에는 돌변한다. 잘하고 있다 45%, 잘 못하고 있다 48%다.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3%포인트 더 많아졌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대구경북에서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많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매우 이례적 수치다.

    60대 여론도 흥미롭다. 1월 3주차만 해도 ‘잘하고 있다’ 54%, ‘잘 못하고 있다’ 42%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12%포인트 더 많다. 2월 1주차가 되면 달라진다. ‘잘하고 있다’ 42%, ‘잘 못하고 있다’ 54%로 나타났다.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12%포인트 더 많아졌다.

    이러한 지지율 변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수의 핵심 지지층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꾸지람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속적으로 표현하면, “야~ 윤석열 대통령, 우리 한동훈이 좀 괴롭히지 마, 한동훈 위원장이 하려는 대로 도와줘야 보수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 아냐”라고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보수 유권자들이 ‘윤-한 갈등’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아닌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의힘이 4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우리는 보수 내부의 평가가 다음과 같이 나올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무능과 김건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장의 ‘노력 덕택에’ 승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 될 것이다.

    ‘노빠꾸 인생’ 김경율은 왜 빠꾸했을까?

    국민의힘 김경율 비대위원이 2022년 9월에 책을 한 권 출간했다. 제목은 ‘회계사 김경율의 ‘노빠꾸’ 인생’이다. ‘노빠꾸’는 좋게 표현하면 원칙과 소신이 분명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쁘게 표현하면 꽉 막힌 고집불통을 뜻한다.

    ‘노빠꾸 인생’을 자임한 김경율 비대위원은 2월 4일 서울 마포을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비대위원은 1월 18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사과 필요성을 제기하며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비유를 사용했다. 앙투아네트는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함께 단두대에서 처형된 왕비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기에는 불쾌할 만한 표현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한동훈 위원장이 ‘사천(私薦)’을 한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김 비대위원의 사과 요구 및 마리 앙투아네트 표현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이후 용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김 비대위원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김경율 비대위원은 1월 18일 김건희 여사의 사과 필요성을 제기하고,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을 한 이후 17일 만에 사퇴했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혹을 더욱 키운 꼴이 됐다.

    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초기부터 ‘몰카(몰래카메라) 공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 혹은 김 여사 본인은 국민 앞에서 진솔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2부속실 신설과 특별감찰관 지정 등의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총선 시기에 국민적 심판을 받고 국민의힘과 대통령 지지율이 ‘빠꾸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연합 위성정당’, 새로운 갈등 시작

    이제부터 민주당 상황을 살펴보자. 이재명 대표는 2월 5일 선거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핵심은 준연동형 비례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군소 진보정당 세력들과 함께 ‘연합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선거제를 둘러싼 이재명 대표의 선택지는 크게 3가지가 있었다. ①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 방법 ②병립형 비례제 ③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연합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법이다. <표-2>에서는 민주당과 이 대표 입장에서 세 가지 선택지가 갖는 장점과 단점을 비교했다.

    초기에는 ①번 입장이 우세했다. 대표적인 논객은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자는 태도였다.

    이 제도의 장점은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진보세력의 환영을 받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약점은 국민의힘과 최소 20석 이상의 의석 격차가 발생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그간의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약 20석 정도씩 차지했다. 민주당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비례대표 20석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이 경우, 민주당의 원내1당과 원내 과반은 모두 불투명해진다.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20석 이상을 이기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11월을 분기점으로 ②번 입장이 힘을 얻었다. 대표적 논객은 필자다. ②번 입장의 장점은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선거제도의 정상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또한 민주당이 비례대표에서 약 20석을 얻게 된다. 다만, 준연동형 비례제를 약속한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을 고려할 때 말 바꾸기 비판에 노출될 수 있다. 진보세력 일부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③번 입장의 장점은 진보세력 일부의 찬성을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논객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다. ‘준연동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가 말 바꾸기 비판을 덜 받게 된다. 진보세력 일부와 함께 만드는 경우 위성정당에 대한 비판도 약화될 가능성이 많다. ③번 입장은 ①번 입장에 비해 민주당이 손해 보는 의석수 크기도 작은 편이다.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 경우, 비례대표에서 ‘20석 이상’ 손해 보게 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진보세력 일부와 연합으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경우 5~10석 내외의 의석 손해가 예상된다. 정확하게는 ‘민주당이 양보하는 의석수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③번 입장의 단점은 위성정당을 만든다는 점에서 여전히 국민적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또 선거제도의 비정상화를 방치한다는 점에서 ‘책임정치’ 관점에서 비판에 노출될 개연성도 있다. 실리적 측면에서, 민주당이 양보하는 의석수 크기만큼은 의석을 손해 보게 된다.

    ③번 입장이 마주할 또 다른 단점은 ‘비례대표 공천 배분을 둘러싼 공천 갈등’이다. 용혜인의 기본소득당은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 잔류파와 함께 ‘새진보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민주당이 연합 위성정당을 만들게 되면, 새진보연합이 우선적 협상 상대가 될 것이다.

    민주당이 연합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참여 범위와 의석 배분’ 방식이다. 녹색정의당의 참여 여부가 특히 관전 포인트였다. 녹색정의당은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진보정당의 독자 세력화’ 전통이 강한 곳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연합 위성정당 참여에 대해 내부에서 논란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연합 위성정당 불참을 결정했다. 진보당의 참여도 관전 포인트다. 진보당은 과거 ‘통합진보당’ 세력이 다시 만든 정당이다. 진보당 현역의원은 강성희 의원(전북 전주을)이다. 진보당이 참여하게 될 경우,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념 공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세력이 연합 위성정당에 참여할 경우, 연합 위성정당 내부에서 ‘공천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병립형 선거제도에서는 국민들이 찍은 정당 지지율만큼 의석수가 결정된다. 각 정당의 의석수 결정이 투명하고 간명하다. 그러나 연합 위성정당의 경우 참여하는 세력의 ‘정치적 협상’을 통해 의석수가 결정된다. 각 세력의 의석 크기와 순번이 정해져야 하고, 지역구와의 관계가 결정돼야 한다. 하나같이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항이다. 자칫 내부 공천 갈등이 커지고 ‘나눠 먹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전망 자체가 어려운 제3지대 운명

    2월 5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2월 5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1월 20일 정식으로 창당했다. ‘개혁신당’ 이름으로 정당 지지율이 발표된 것은 2월 첫째 주 시점에서 두 개다. 먼저 세계일보가 의뢰하고 한국갤럽이 1월 29~30일에 걸쳐 조사한 결과다. 개혁신당 8%, 이낙연 신당 4%가 나왔다. 한국갤럽 자체 조사는 1월 30일~2월 1일에 걸쳐 이뤄졌다. 개혁신당 3%, 이낙연 신당 3%로 집계됐다.(*두 조사는 새로운미래 창당대회 전 이뤄졌다.)

    세계일보-한국갤럽 조사에 비해 한국갤럽 자체 조사에서 5%포인트가 하락했다.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준석 개혁신당은 정책 공약을 꾸준히 발표했다. 노인 무임승차 폐지 공약은 1월 18일, 경찰 및 소방직 공무원의 병역 의무화 공약은 1월 29일에 발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율 변동을 해석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더 관망해 보는 것이다. 조사를 하다 보면 원래 ‘튀는’ 조사가 나오게 마련이다. 둘째, 경찰 및 소방직 공무원의 병역 의무화 공약으로 인해 ‘2030 여성층’이 떨어져 나갔을 가능성이다. 이런 판단을 아직 단정하긴 이르다.

    이 과정에서 설 연휴 기간 전격적으로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사이의 통합이 이뤄졌다. 이로써 이준석과 이낙연이라는 두 인물이 함께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 장면은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이낙연 대표가 통합 선언 11일 만인 2월 20일 합당 철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낙연‧김종민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새로운미래로 귀환했다. 제3지대가 둘로 나뉜 채 총선에 임하게 된 셈이다. 향후 양당 공천 과정이 마무리수순에 다다르면 국민의힘 낙천자들은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낙천자들은 민주당을 택할 공산이 크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당이 기호 앞순위를 차지할 수 있느냐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논의를 종합해 보자. 먼저 국민의힘이다. 보수 내부에서 ‘한동훈의 입지’는 더욱 강화됐으나, ‘한동훈 체제’는 중도확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역량이 미흡하다. 다음은 민주당이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 발표로 비례대표 선거제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공천 논란’으로 인해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중도확장’을 선택하기보다 ‘반(反)윤석열 진보연대’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3지대에서는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 두 정당 공히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그쳐 총선에 미칠 파장은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동아 3월호 표지.

    신동아 3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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