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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의 ‘풀피리’④

‘추미애 블루’…역사 법정의 죄인

검찰 독립성 훼손 秋, 탄핵감

  •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추미애 블루’…역사 법정의 죄인

  • ●秋 특유의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 자업자득
    ●권한 커진 경찰, 국민에 무소불위 권력 휘두를 것
    ●경찰, 토호와 결탁하면 미래 암담해…엉터리 제도
    ●‘검찰개혁’, 조국 및 울산시장 선거 수사 개시돼 시작
    ●살아있는 권력 수사 못하게 막겠단 의도
    ●秋, 법 규정 무시하고 與 유리토록 일방적 인사
*19대 대선 당시 신평 변호사(64·사법연수원 13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냈다. 하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지식인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9월 1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추 장관은 아들의 병가 연장을 위해 국방부에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의 군 내부 문건이 공개되는 등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9월 1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추 장관은 아들의 병가 연장을 위해 국방부에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의 군 내부 문건이 공개되는 등 의혹이 계속 커지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연일 언론에서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군 복무 당시 받은 병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의혹은 점점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국민 여론은 심상치 않다. 

왜 이렇게 문제가 커졌을까? 추 장관 특유의 다소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 그리고 감정기복이 심한 성격에 원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새파랗게 성난 표정으로 “소설 쓰시네!” 하는 말을 국회에서 각료가 할 수 있는가?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다.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 짙게 스민 공격지향적인 ‘강박 사회’의 특성이 의혹 확산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강박 증세에 사로잡힌 듯 상대에 대해 공격적 언동을 예사로 하고 있다.

조국 자녀 입시의혹, 제도 테두리 내? 궤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월 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상견례 겸 간담회를 하고 있다. 뒤로 조국 전 장관 등 역대 장관들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이 보인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월 3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상견례 겸 간담회를 하고 있다. 뒤로 조국 전 장관 등 역대 장관들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이 보인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자식을 키우다 보면 별일을 다 겪는다. 그 과정에서 다소 무리를 범할 수도 있다. 부모 된 처지에서는 누구나 수긍한다. 추 장관에 관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대부분 진실이라고 보면서 왠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든다. 추 장관은 차치하고, 그 아들이 입게 될 상처는 어쩌나 걱정도 한다. 



과거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에서 아버지인 교사를 처벌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미성년인 두 딸까지 함께 기소해 재판을 받게 한 것은 과도한 일이었다. 생각해보자. 아버지가 빼내온 시험 문제를 딸에게 한번 풀어보라고 했을 때, 그 딸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며 아버지를 만류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아이도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시험문제를 받아들 것이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 보도를 나는 애써 지나쳤다. 그에 관한 어떤 기사도 읽지 않았다. 그 애들을 생각하며 애처로운 심정에 사로잡혔다. 그 애들이 나중에 나이 들어 사회를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걱정이다. 지금도 나는 딸들을 법정에 세워 처벌하는 것이 ‘형벌권의 남용’이라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 

그러면 어떤 이는 “당신이 조국 교수 딸의 대학 입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지적하며 법무부 장관 후보에서 자진사퇴하라고 주장한 까닭은 무엇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조 교수 부부의 경우, 딸을 난해한 의학논문의 제1저자로 끼워 넣고 또 표창장 위조 등의 범행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행위를 두고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졌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내 딸도 당시 입시를 봤다. 또 내가 대학교수를 하던 때다. 덕분에 대학입시 제도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 하는 말이지만 이는 완전한 궤변이다. 그것은 심각한 위법행위다. 조 교수 부부의 행위와 추 장관이 아들의 병가와 관련해 행한 일은 차원이 다르다. 또 내가 조 교수의 장관직 사퇴를 주장한 건 사실이지만, 그 딸이 입을 상처를 고려해 조심스레 언급했다고 약간의 변명을 하고 싶다. 이 경우에도 조 교수 부부가 잘못한 것이지 그 어린 딸애가 감당할 몫은 아니다.

이런 엉터리 제도 만들려고 ‘검찰개혁’ 외쳤나

아들 관련 의혹이 아니라 장관직 직무수행만 놓고 평가한다면, 추 장관은 역사에 길이 남을 과오를 저질렀다. 그 잘못은 진보세력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저지른 것이지만, 나중에는 진보의 큰 부담으로 돌아올 테다. 

‘파시즘’이나 ‘파시스트’라고 하는 개념에 지금도 인류가 몸서리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찰은 추 장관이 생각하는 그런 조직이 아니다. 아니 권력을 쥔 쪽 처지에서 보면 경찰이 ‘권력의 충견’으로 언제라도 기꺼이 목을 내밀 테니 그런 모습을 즐길지도 모른다. 

‘검찰은 악’ ‘경찰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따라 경찰에 몰아준 많은 권한이 실제 힘없는 국민들에게 어떤 작용을 할지 고려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경찰은 종결권을 부여한 수사권, 방대한 정보수집 및 활용의 힘을 아우르며 앞으로 국민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이다. 

경찰이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토호 세력과 결탁할 때(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암담한 미래가 닥쳐올 것이다. 아마 몇 년 걸리지 않아 다가오리라 본다. 그때 국민들은 이런 엉터리 제도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검찰개혁’을 외쳤는가 하며 진보 집권세력에 치를 떨지 않을까. 

검찰이 그간 행한 패악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으나, 새로운 제도 하에서 경찰이 저지를 엄청난 패악을 두고는 제대로 저항의 소리조차 내볼 수 없을지 모른다. ‘검찰개혁’은 검찰의 패악을 민주적으로 통제해 폐해를 시정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그 권한을 빼앗아 경찰에 몰아줌으로써 경찰권을 비대화하는 것이 어찌 ‘검찰개혁’인가! 

사실 ‘검찰개혁’은 조국 교수 부부에 대한 수사,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가 개시되면서 함께 시작됐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다시는 못하게 막겠다는 의도로 진행됐다. 그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돈 없고 빽 없는’ 평범한 서민들이 지게 된다. 

그래도 검찰에 보완수사요구, 시정조치요구, 재수사요청 등의 권한을 남겨놓기로 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와 같은 권한이 제대로 작동해 국민의 인권보호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秋, 하루 빨리 구렁텅이서 나오길

현행 검찰청법 제34조에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도록 돼 있다. 추 장관은 이 규정을 무시하고 어겼다. 이 규정의 목적은 사법권 행사에 있어 가장 필요한 요소가 ‘독립성’임을 감안해 가급적 정치적 파고(波高)가 검찰 조직 안으로 넘쳐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 함이다.

특히나 추 장관은 정치인이다. 그가 법무부에 들어와 법의 규정을 완전 무시하고, 집권당에 유리하도록 일방적으로 인사를 감행해 검찰 조직의 독립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했다. 어느 모로 보나 탄핵감이다. 국회 의석수로 보아 탄핵 절차가 어려울 수 있으나, 역사의 법정에서는 엄중한 죄인임을 면할 수 없다. 

추 장관을 둘러싸고 우울한 일이 이어지고 있다. 본인도 많이 괴로울 것이다. 그가 하루라도 빨리 고통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란다. ‘추미애 블루’를 심하게 느끼는 이들을 위하여 시를 하나 바치고 싶다.

■ 가을바람

서늘한 바람 가슴 한 켠
가느다란 줄 건드리면
먼 바다 갈매기 끼욱거린다
푸른 바다 파도 밑에
한 해 쌓인 시름 밀어넣고
창공을 힘차게 날아오르니
만물은 고요하게 제 자리에 있고
너그러운 햇볕 온 세상 가득하구나


두 번의 강한 태풍으로 나무들은 옷이 갈가리 찢겨나가면서도 용케 생명의 싹을 틔울 열매를 남겨놓을 수 있었다. [신평 제공]

두 번의 강한 태풍으로 나무들은 옷이 갈가리 찢겨나가면서도 용케 생명의 싹을 틔울 열매를 남겨놓을 수 있었다. [신평 제공]


● 1956년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13기
● 인천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역임
● 저서: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들판에 누워’(시집) 등.




신동아 2020년 10월호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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