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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언론大戰

10년 쌓인 서운함 폭발? 조선 휴전 제의로 봉합?

청와대-조선일보 전쟁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10년 쌓인 서운함 폭발? 조선 휴전 제의로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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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 진영의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정점에 있는 두 세력이 왜 싸울까.
  • 이 싸움은 어떻게 결판날 것인가. 그 내막의 한 단락을 파고들었다.
박근혜 정부와 ‘조선일보’의 전쟁.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나 싶은 낯선 풍경이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층의 결집으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 언론의 상징인 조선일보가 사생결단식으로 맞붙었다.

7월 18일 아침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갑자기, 느닷없이, 아무런 전후 사정 없이 ‘우병우’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우 수석 처가의 골칫거리인 서울 강남 땅을 넥슨이 샀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이 사실을 넥슨 김정주 회장의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주식 뇌물 제공, 우 수석의 진 검사장 부실 인사검증과 엮었다. 이를 통해 우병우와 김정주 간 연결고리를 의심하는 얼개였다.

조선일보의 의제 설정 능력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여러 언론사가 일제히 우병우 의혹 제기에 동참했다. 야권과 여권 일부도 보조를 맞췄다. 우병우 사퇴 여론이 들끓었다. 사람들은 조선일보가 다음 날, 또 그다음 날 무슨 기사로 치고 나올까 기다리게 됐다. 때마침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감찰에 착수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냐는 듯 관저에서 유유히 여름휴가를 보냈다.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한 8월 1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우 수석도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태연히 말한다.





“송 주필이 싸움 키웠을까”

그러자 조선일보는 ‘고각 사격’으로 우병우를 공략했다. ‘‘‘우 수석 정상 업무 하고 있다’는 靑 비정상이다”라는 사설 제목은 ‘우병우를 사퇴시키라’는 직설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비정상’이라는 단어는 청와대의 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이 사설은 “그동안 불통, 밀어붙이기형 인사와 국정 운영으로 숱하게 비판받아왔다”며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정치권의 역량 있는 관전자들은 이 사설에 주목한다. 이전엔 ‘우병우 의혹 기사를 내보낸 조선일보 기자들 대(對) 우병우’의 대립 구도였다. 우 수석은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조선일보 사장 등 사측을 제외한 채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소송에서 언론사 사장이 포함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우 수석은 ‘확전’을 원치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조선이 우병우를 정권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대신, 오히려 이 사설을 통해 우병우를 넘어 박 대통령에게로 전선을 확대했다. 이때부터 ‘조선일보 대 청와대’로 대립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선일보 사설은 송희영 전 주필이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여권 관계자는 “조선이 아무리 큰 신문사라 해도 정권 실세인 우병우 한 사람만도 언론엔 벅찬 상대다. 그럼에도 송 주필이 싸움을  키운 것일까. 정권이 자신을 겨냥한다는 것을 알고 조직 대 조직의 싸움으로 확전시킨 것일까. 그 이유는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禹 관련 보도에 영향력?

다른 한편으로, 이 무렵부터 정치권과 언론계에선 “우병우 이슈를 끌고 갈 조선일보의 ‘실탄(뉴스 거리가 될 만한 새로운 사실)’이 떨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리우 올림픽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후 반전이 일어났다. MBC는 8월 16일 우 수석을 감찰하던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모 언론사 기자에게 감찰 상황을 유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자가 조선일보 기자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 정보가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석수 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자 조선일보는 우 수석의 사퇴를 다시 압박했다. 그러자 정권은 또 반격했다. 우 수석 일가가 보유한 차량이 개인 소유인지, 법인 소유인지 경찰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조선일보 기자가 입건된 것이다. 후에 이석수 전 감찰관과 통화한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도 검찰에 압수된다.



이 대목에서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등장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우 수석에 대한 첫 의혹 보도가 나온 뒤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세력과 좌파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부패 기득권세력’은 조선일보를 지칭하는 용어라는 점이 곧 확인된다. 대우해양조선 수사 과정에서 언론인 A씨가 비리혐의에 연루됐다는 말이 나오더니 친박근혜계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A씨는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폭로한 것이다. 출처 불명의 초호화 전세기와 요트 사진이 증거로 제시됐다. ‘하청 폭로’라는 말이 나왔다.

이어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또 등장해 “송 전 주필이 청와대에 대우조선해양 로비를 해왔지만 거절당했다. 조선일보가 왜 집요하게 우 수석사퇴를 요구했는지 납득이 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우리 모두 격노했다”

이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 증언은 사실일까. 일단은 청와대 측이 명확한 물증 없이 익명의 방어막에 숨어 비판적 언론에 흠집 내기를 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증언에 다소 부합하는 듯한 정황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검찰과 정치권에서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송 전 주필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실세와 친했고 대우조선해양 측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박근혜 정부 시절 대우조선해양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등 여권과 접촉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더욱이 사측의 신임도 두터웠던 송 전 주필이기에 ‘그가 가진 재량권이면 직·간접적으로 우병우 수석 관련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았겠나, 박근혜 정권 들어 실세에게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말을 넣었다가 거절당해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추정할 법도 하다.

더 거시적인 관점의 해석도 있다. ‘조선일보와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 보수 성향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상대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었고 이런 점이 이번 조선일보 대 청와대의 싸움으로 분출됐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한 인사는 “2007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조선일보가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경선 투표일 직전 대문짝만하게 사과문을 실었다.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는 효과를 냈다. 그때 선대본부장을 비롯해 우리 캠프 관계자 모두 격노했다. 이후 10년간 쌓인 서운함이 우병우 보도를 계기로 폭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박근혜 정권에 서운한 점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일보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 초기 ‘조선일보 몫’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사람을 박 대통령이 내친 일로 조선일보의 감정이 상한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당시 조선일보 부국장급 인사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참모진을 처음 꾸릴 때 홍보수석실 홍보기획비서관으로 내정됐다가 며칠 만에 취소됐다. 박 대통령이 참모 명단을 쭉 훑어보다가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 “이 사람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사람 아니냐”고 한 마디하는 바람에 자리가 날아갔다는 얘기가 회자됐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그 직후인 2013년 5월 5일에 ‘윤창중 성(性)추문’ 사건이 터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길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동행한 윤창중이 현지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여성 인턴을 성 추행했다는 의혹이다. 전격 경질된 윤창중은 박근혜 대통령 인사 실패의 대표 사례로 꼽히면서 국정 운영에 엄청난 부담을 줬다.

박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한 윤창중 사건에서도 조선일보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뤘다고 한다. 윤 전 대변인은 이 사건과 관련해 최근 “가장 악랄하게 쓴 신문이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처지에서 조선일보에 서운함을 넘어 분노를 느꼈을 법한 일도 있다. 조선일보 2014년 7월 18일자 ‘최보식 칼럼’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처음으로 활자화한다. “세간에는 ‘대통령이 그날 모처에서 비선(秘線)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 (…) 때마침 풍문 속 인물인 정윤회 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

이 칼럼은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특파원이 쓴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기사의 근거가 됐다. 최 기자는 검찰의 산케이 보도 수사와 관련해 “내 칼럼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 운영 방식에 관한 비판이었다.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질문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근혜계와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박계 간 권력투쟁이 벌어졌을 때 친박계 인사들은 “조선일보의 논평이나 기사가 비박계 쪽에 기운 것 같다”는 불만을 자주 토로하기도 했다.


“승자 없는 싸움”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터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4·13 총선 공천개입 논란은 조선일보 계열 TV조선의 단독보도였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수석이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을 위해 지역구를 변경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의심되는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결국 이 녹취록 파문으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준비하던 서청원 의원이 뜻을 접었고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집권당 골격 짜기에도 차질을 빚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호흡이 잘 맞던 경우도 있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진두지휘하면서 정권의 눈엣가시 같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은 조선일보의 ‘혼외자’ 보도로 낙마했다. 이때도 조선일보는 우병우 보도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느닷없이, 아무 전후 사정 없이 채동욱 보도를 터뜨렸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조선일보와 채동욱 개인의 싸움이었지만 지금은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이 됐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고위 공직자 관련 비리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부패 기득권세력’이라고 몰아붙인 것은 옹졸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관영 통신사와의 익명 인터뷰 형식도 군색한 처사라는 평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 싸움의 승자는 없다. 조선일보와 청와대 모두 상처만 입을 것 같다. 그것은 신뢰의 실추라는 적지 않은 상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은 청와대 측을 좀 더 비판했다. 

“청와대가 주장하는 송희영 전 주필 관련 의혹은 사실로 입증된 바 없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설령 청와대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언론인 개인의 일탈일 뿐이지 신문사 전체를 부패세력으로 일반화할 일이 아니다. 송희영 의혹과 우병우 보도를 연결한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국정 최고기관인 청와대가 평정심과 균형감을 현저히 잃고 있다.”

싸움의 발단이 된 우병우 의혹과 관련해 ‘그 정도 사안이면 조선일보가 보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진영도 우 수석의 행동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한 우파 논객은 우 수석이 사퇴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썼다.

“나도 우병우 안 좋아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대검 중수부 핵심을 맡았던 자가, 처가가 코스닥 기업에 땅 파는 자리에 나타나 현장 지휘하듯이 설친다? 이건 철딱서니 없는 일이다. 나는 그 보도를 보고 ‘평소 마누라한테 잘 보이려고 엄청 애쓰는 사람이군!’ 하는 생각에 키득키득 웃었다. 코스닥 기업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기관은 둘뿐이다. 하나는 대검 중수부, 다른 하나는 금융감독원. 생사여탈권을 가진 기관의 핵심 간부가 그런 자리에 가면 안 된다.”  



“조선일보 상대하기 꺼려”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싸움이 세상에 알려진 뒤 가장 먼저 공공기관이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한 기업체 임원은 “공공기관의 기관장은 사실상 청와대가 임명한다. 청와대와 죽기 살기로 싸우는 언론사와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사업을 같이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공공기관 기관장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조선일보와 청와대가 거의 원수지간이 된 것 같은데, 이러면 종편방송 허가권을 쥔 정부가 뭔가 다른 결심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송희영 전 주필의 전세기·요트 향응 의혹이 터지고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 뒤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은 “논설 책임을 맡고서도 차마 선배 주필들 사진을 쳐다볼 수 없었다”라는 긴 제목의 ‘참회의 칼럼’을 썼다. 이에 대해 여권 한 인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칼럼의 취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일부 사람들의 눈에는 왠지 ‘청와대를 향한 휴전 제의’로 비치기도 한다”고 말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갈등의 원인으로 우연, 개인적 사유, 보수의 정통성 같은 자존심 측면도 있으므로 양측은 파국으로 가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것 같다. 보수 진영의 구성원들은 박 대통령을 필두로 한 청와대 권력보다는 조선일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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