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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상권 두고 네이버·배민·편의점 골목大戰

[유통인사이드] ‘장보기’ 서비스 뛰어든 유통업체들의 노림수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동네 상권 두고 네이버·배민·편의점 골목大戰

  • ● B마트, 요마트에 편의점·중소 마트 반발
    ● 라이더 네트워크 활용하면 자영업에 위협
    ● PB 제품 등 품목 다양해 소비자 관심 끌 듯
    ● 소량 용품 ‘퀵 배달’ 놓고 편의점 vs 배달앱
    ● ‘동네시장 장보기’ 출시 네이버, ‘폭풍의 눈’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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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과 편의점, 중소형 마트 등 소매 업종에서 취급하는 용품을 집중 공급하고 있어 골목상권의 붕괴가 필연적이다.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9월 25일 한국편의점주협의회가 이런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최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동네 마트’ 사업을 시작한 데 대한 반발이다. 

편의점주뿐만이 아니다. 9월 23일에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연합회)가 논평을 내고 “배민과 요기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업을 확장해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펫산업소매협회 역시 같은 달 24일 “B마트에 이어 요마트까지 반려동물 용품이 포함된 생필품을 배달하면서 사실상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시장을 침탈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모두가 ‘마트’를 붙이다

앞서 이 배달앱 업체들은 신선식품과 즉석식품, 가정간편식 등을 초소량으로 빠르게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11월부터 B마트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요기요는 9월 16일 서울 강남에 요마트 1호점을 내고 서비스에 나섰다. 두 업체는 도심 곳곳에 소형 물류창고를 만들어놓고 이를 통해 인근 지역에 배달 서비스를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서비스에 ‘마트’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편의점과 슈퍼마켓, 중소형 마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배달원이 가져다준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관련 중소상인 단체들의 지적처럼 당장 동네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상태는 아닐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은 서비스가 적용되는 영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B마트의 경우 출시 1년이 돼가지만 아직 일부에서만 서비스를 하는 단계다. B마트는 수도권 내 30곳에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요마트 역시 이제 막 강남 지역에서 첫걸음을 뗀 상태다. 

그럼에도 기존 사업자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난 데에는 이유가 있을 터다. 배달앱 업체들에 잠재하는 경쟁력이 크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배달앱 업체들이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3300억 원가량에서 지난해 7조 원 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이용자 수 역시 2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민의 절반이 배달앱을 쓰고 있다. 과거 유통시장에서 배달앱 업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틈새시장을 노린 스타트업이 등장했다’라는 정도였다. 이미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는 이가 많은데 굳이 배달료를 추가로 내면서 서비스를 이용할 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배달앱 업체들은 국내 외식산업의 지형을 바꿀 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배달앱 업체들은 단순히 기존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들기만 한 게 아니었다. 외려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과거 배달 음식은 치킨이나 피자, 중국 음식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제는 메뉴를 불문하고 웬만한 동네 식당 음식을 배달앱을 통해 간편하게 주문하는 시대가 됐다. 배달앱 업체의 등장으로 벌어진 일이다. 

최근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하면서 시장의 변화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배민과 요기요가 기존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동네 마트’ 시장 역시 적잖은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배달앱 업체들은 라이더라는 배달원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그간 동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은 가격이나 제품의 질보다는 집과 가깝다는 점이 장점으로 여겨졌다. 네트워크가 탄탄한 배달앱 업체들이 시장에 자리 잡을 경우 이런 장점은 힘을 잃을 전망이다.

물고 물리는 ‘퀵 배달’ 쟁탈전

1월 10일 배달의민족의 B마트에서 주문한 식료품을 배달하는 라이더. [지호영 기자]

1월 10일 배달의민족의 B마트에서 주문한 식료품을 배달하는 라이더. [지호영 기자]

배달앱 업체들이 자체 상표(PB) 제품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기존 동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보다 판매 품목이 훨씬 다양할 경우 소비자를 대거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소상인 단체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연합회 측은 이와 관련해 “B마트의 경우 현재 식자재, 생활용품까지 포함해 5000여 종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PB상품까지 출시한 상태”라면서 “심지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형마트에서 묶음 판매만 가능한 문구용품까지 개별로 판매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달앱 업체들은 몸집이 커진 덕에 투자 여력도 있다. 이에 첫 주문 이용자에게 5000원 쿠폰을 제공하거나 1만 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를 받지 않는 등 공격적 영업을 하고 있다. 

유통 대기업 중 배달앱 업체들의 움직임에 가장 긴장하는 곳은 편의점 업체들이다. 편의점은 국내 유통산업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쏠리는 와중에도 불황 없이 성장세를 기록해 왔다. 편의점 점포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다른 오프라인 점포와 달리 골목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업체가 아무리 배송 속도를 높여도 소비자에게는 ‘집 앞 편의점’보다 가깝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편의점업계 1위인 GS25가 이마트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편의점 업체들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그간 접근성이 좋다는 점과 가성비 좋은 PB제품 등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는데, 배달앱 업체 역시 같은 장점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GS25와 CU 등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배달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배달앱 업체들이 마트 시장에 진출하리라는 건 예견돼 온 일이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글로벌 배달앱 업체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미 전 세계 11개국에서 148개의 디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요기요가 선보인 요마트가 디마트의 국내 모델이다. 

편의점의 경우 배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얼마 전 GS25가 ‘우리동네 딜리버리’라는 일반인 배달 알바 서비스를 내놓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전업 배달 인력으로는 몸집을 키울 수 없으니 일반인 알바가 필요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GS25에 이어 CU 역시 일반인 배달 알바 서비스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소량의 생활용품 및 식재료를 빠르게 배달해 주는 ‘퀵 배달’ 시장을 놓고 편의점과 배달앱 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네이버의 침투, 수혜 본 홈플러스

대형마트 업체 홈플러스는 8월 21일부터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공식 입점, 자사 온라인몰 상품 2만3000종을 전국에 당일 배송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 홈플러스는 8월 21일부터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공식 입점, 자사 온라인몰 상품 2만3000종을 전국에 당일 배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달앱 업체들이 편의점과 슈퍼마켓, 중소형 마트를 아우르는 ‘플랫폼’ 업체를 목표로 삼으리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을 통해 B마트는 물론 편의점, 슈퍼마켓의 물품을 배송해 주는 식이다. 소비자가 편의점 앱을 통하지 않더라도 배달앱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도록 ‘판’을 만드는 식이다. 마치 배달앱 업체들이 동네 음식점을 모두 모아 플랫폼 기능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경쟁에서 대형마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편이다. 주로 1인 가구와 젊은 층 소비자를 겨냥하는 배달앱 업체들과 타깃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주로 3~4인 가정이 대량으로 장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대형마트 업체 역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 보인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온라인 강자’들이 대형마트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에 더해 다른 강력한 경쟁자까지 등장했다. 바로 네이버다. 네이버는 최근 홈플러스와 GS프레시, 농협하나로마트와 손잡고 ‘장보기’ 서비스를 확대 개편했다. 그간 네이버의 약점으로 꼽히던 생필품과 신선식품 영역의 경쟁력을 강화한 셈이다. 

이미 네이버는 전통시장에서 파는 신선 식재료와 반찬 등 먹을거리를 주문할 수 있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여기에 더해 기존 대형마트 업체들과 제휴해 서비스를 확대 리뉴얼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가 기존 경쟁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가 시작된 뒤 입점 업체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네이버와 손잡은 홈플러스는 이번 제휴를 통해 연간 온라인 매출을 1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서비스를 개시한 뒤 첫 주 실적은 목표를 훨씬 상회했다고 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네이버 역시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을 아우르는 ‘플랫폼’ 업체가 되려 한다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사례처럼 네이버를 통한 온라인 주문이 지속해 증가할 경우 경쟁사들도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측은 장보기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제휴 스토어들을 확대해 이용자 니즈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는 플랫폼 업체이기 때문에 SSG닷컴과 마켓컬리, 쿠팡까지 숍인숍으로 유인하는 전략이 최선일 것”이라며 “장보기 서비스의 효과가 커진다면 숍인숍으로 들어갈 유인도 커진다”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와 GS프레시에 배송비 두 번 낸다?

네이버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네이버가 직접 신선식품을 관리·배송하지 않는 한 성장에 한계가 오리라는 지적이다. 네이버가 서비스를 선보이자 여러 단점이 불거졌다. 대표적인 게 각 입점 업체의 제품을 모아 한 번에 구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홈플러스에서 라면을 사고, GS프레시에서 양파를 살 경우 결제를 각각 진행해야 하고 배송비도 두 번 내야 한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 출시 초반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네이버가 보유한 회원 수가 워낙 많은 데다 플랫폼 업체로서 파워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장보기를 통해 고객들을 경쟁사에 뺏기고 있다는 판단이 들면 입점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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