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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CJ제일제당·SKC ‘썩는 플라스틱’ 개발 전쟁

[제로웨이스트] 내구성, 분해성 등 성능 높이고 생산단가 낮춰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LG화학·CJ제일제당·SKC ‘썩는 플라스틱’ 개발 전쟁

  • ● 국내 대기업 고성능 생분해 플라스틱 내놔
    ● LG화학, 일반 플라스틱 버금가는 내구성
    ● SKC, 내구성은 물론 내열성도 최고 수준
    ● CJ제일제당, 상온 분해 플라스틱 양산 초읽기
    ● 일반 플라스틱 사라져야 썩는 플라스틱 ‘친환경’ 된다
‘썩는 플라스틱’은 과연 일반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있다면 그날은 언제쯤일까. 현재까지 썩는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에 턱도 없이 밀리는 이유는 내구성이 낮고 재활용이 불가능하며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통칭 ‘썩는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플라스틱의 정식 명칭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지금껏 개발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한계가 분명하다. 환경부 설명에 따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져 특정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물성(物性)이 다르니 함께 재활용 원료로 가공하기도 불가능하다. 매립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58℃ 이상의 환경에서만 분해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이 같은 약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 중 LG화학, SKC, CJ제일제당은 10월과 11월 각각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성과를 발표했다. 내구성을 높여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용처를 넓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분해 성능을 높여 상온에서도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곳도 있다.

썩는 플라스틱 중 내구성 최고 LG화학

LG화학이 개발한 제품은 ‘100%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해 만들었다. 100% 생분해성 재료를 사용해 만든 제품이지만 상온에서는 썩지 않는다. 기존 생분해성 플라스틱처럼 58℃ 이상의 환경에서만 분해가 시작된다. LG화학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옥수수에서 추출한 포도당과 글리세롤로 만든다. LG화학 관계자는 “소재를 만드는 재료가 100% 생분해성 유기 재료라는 의미다. 분해 성능은 기존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LG화학의 신제품은 분해보다는 내구성에 방점이 찍힌 제품이다. 100% 생분해성 재료로 만든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강도가 약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석유계 재료를 섞어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분해 성능이 떨어진다. 



LG화학의 신제품은 이 같은 약점을 극복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LG화학의 신제품은 석유계 재료를 섞지 않고도 일반 플라스틱과 내구성이 동일한 수준이다. 포장재는 물론 자동차 내부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이나 휴대전화의 외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추후 대량생산에 돌입하면 일반 플라스틱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내구성은 일반 플라스틱과 동일한 수준이지만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LG화학 측은 “다시 쓰는 정도의 재사용은 가능하지만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재활용 소재로 가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인체 무해 플라스틱 만드는 SKC

SKC도 LG화학처럼 상온에서는 썩지 않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내놨다. PLA(polylactide)라 불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SKC의 신제품은 기존 PLA 제품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지만 일반 플라스틱보다는 떨어진다. SKC 관계자는 “기존 PLA는 내구성이 낮고 50℃가 넘어가면 변형이 시작된다는 단점이 있다. SKC의 신제품은 최고 100℃에서도 변형되지 않을 만큼 내열성과 내구성이 향상됐다. 물론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만큼 58℃ 이상의 환경에 2주 이상 놓이면 분해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PLA는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플라스틱으로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재료로 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에는 생산량이 가장 많다. 글로벌 재생수지 조사단체인 ‘Nova’의 2018년 집계에 따르면 PLA의 생산량은 전체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량의 44%를 차지한다. 생산량이 많은 것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치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 친환경 플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원료를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다면 PLA의 ㎏당 생산단가를 일반 플라스틱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PLA는 지금도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 강길선 전북대 고분자나노학과 교수의 ‘생분해성 PLA 고분자의 국내외 연구개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PLA는 열과 공기를 투과하는 성능이 뛰어나 쓰레기봉투, 쇼핑백 등 1회용 포장재의 재료로 주로 쓰인다.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니 의료용 플라스틱이나 3D 프린터의 잉크 역할을 하는 필라멘트로도 각광받는 소재다. 

PLA는 재활용은 어렵지만 폐 PLA를 따로 모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는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2016년 발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퇴비화를 통한 생분해 성능 검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폐 PLA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 군은 훈련용 수류탄의 외피에 PLA를 이용한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PLA를 60~70℃ 온도에 일주일간 노출하면 분해가 시작된다. 12주가 지나면 99%가 분해돼 퇴비와 섞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SKC 관계자는 “일반 플라스틱 대신 PLA를 사용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식물성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소각해도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말했다.

상온 분해 가능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PHA(polyhydroxyalkanoates)’라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든다. PHA는 일부 박테리아나 미생물 내부에서 자연 생산되는 물질로 일종의 천연 폴리에스터다. 폴리에스터는 합성섬유로 주로 쓰이지만 플라스틱의 원료로도 쓰인다. 

PHA는 상온에서도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PLA와 비교해도 내구성, 내열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바다 위에 PHA를 버려도 자연분해될 정도로 분해 성능이 좋다. 동시에 내구성도 좋아 다회용 포장용기 재료로 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PHA가 일반 플라스틱을 대체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데 있다. 박테리아나 미생물에서 추출하는 물질이니만큼 양산을 위해서는 이를 생산해 내는 미생물을 다량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미생물 관련 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회사다. 동종 업계에서 PHA 생산능력은 최고 수준이라 자부한다. 추후 생산설비를 완전히 갖춘다면 양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생산한 PHA 중 80%가 빨대, 페트병, 포장재 개발에 쓰인다. PHA 외에도 다양한 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라 밝혔다. 

정부와 환경단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과 공존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재활용 비용이 갈수록 더 들 수밖에 없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따로 모아 분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은 세척, 분류, 분쇄 과정을 거쳐 재생 플라스틱 원료가 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섞여 들어가면 재생원료의 품질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과 물성이 다른 데다 고온에서는 분해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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