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호

‘당당치킨’ 열풍 뒤 교촌 · BBQ · bhc 자승자박 있다

[유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2-10-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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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플러스 6990원 ‘당당치킨’ 소비자 몸 달게 해

    • 2010년 롯데마트 ‘통큰치킨’ 논란 재현

    • “치킨 3만 원 받아야” 프랜차이즈 회장 발언에 반발

    • 치킨 프랜차이즈도 대기업이란 인식 퍼져

    • “논란은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자초한 것”

    홈플러스는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일주일간 홈플러스 온라인 ‘치킨’ 키워드 검색량이 전월 동기 대비 10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8월 11일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선보인 ‘홈플5일장’ 행사 상품 가운데 하나인 ‘당당치킨’.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7월 28일부터 8월 3일까지 일주일간 홈플러스 온라인 ‘치킨’ 키워드 검색량이 전월 동기 대비 10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8월 11일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선보인 ‘홈플5일장’ 행사 상품 가운데 하나인 ‘당당치킨’. [홈플러스]

    이른바 ‘반값 치킨’이 또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섰다. 2010년 ‘통큰치킨’ 논란에 이어 12년 만이다. 반값에 파는 치킨이 10여 년 만에 갑자기 다시 등장한 건 아니다. 1만 원이 안 되는 가격의 저렴한 치킨 제품은 사실 그간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꾸준히 판매돼 왔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만 해도 2019년 9년 만에 재출시되기도 했다. 다만 소비자의 관심이 12년 전보다는 덜했을 뿐이다.

    이번에는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다시 한번 사회적 관심을 받는 이슈로 떠올랐다. 주목받은 제품은 홈플러스가 6990원에 판매하는 ‘당당치킨’이다. 사실 홈플러스조차 이 제품이 이처럼 이슈의 중심에 설 줄은 몰랐다고 설명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놀란 ‘당당치킨’ 열풍

    홈플러스가 당당치킨의 출시를 알린 건 6월 30일이다. 당시 홈플러스는 치킨뿐만 아니라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등 총 323개 품목을 최고 50% 할인 판매하는 ‘긴급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홍보한 바 있다. 치킨은 이 대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개했을 뿐이었다.

    홈플러스 관계자 역시 “사실 그간 치킨을 쭉 팔아오기도 했던 데다가 특별히 내세워서 홍보할 만한 제품으로 보기는 어려워서 ‘당당치킨 출시’ 관련 보도자료를 별도로 내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당당치킨’이란 ‘당일 제조해 당일 판매한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인데, 매일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소비자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이 제품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치킨런(치킨을 사기 위해 마트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간다는 뜻)’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실제 당당치킨의 누적 판매량은 두 달 만에 약 46만 마리를 기록했다. 매장 여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통상 하루 30~50마리가량을 세 차례에 걸쳐 파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터라 당장 사고 싶어도 사기 어려운 이른바 ‘희귀템’으로 여겨지며 더욱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이미 ‘두 마리 치킨’이라는 자체상표(PB)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제품 역시 말 그대로 치킨 ‘두 마리’ 정도의 양을 1만 원 초중반대 가격으로 팔았으니 매우 저렴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가성비’로 따지면 당당치킨 못지않은 경쟁력을 지녔다.

    그런데 유독 당당치킨이 이슈로 떠오른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당당치킨의 경쟁력을 들 수 있다.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맛에도 공을 들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자극적이지 않고 바삭하다는 평가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 제품은 시중 치킨에 비해 염지(고기를 소금 등 조미료에 절이는 것)를 약하게 했다. 보통 ‘마트 치킨’은 배달 치킨과는 다르게 제품이 다소 식은 뒤에 먹는다는 점에 착안한 조리법이다. 염지를 덜 하면 식감이 오래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기존 ‘두 마리 치킨’과는 조리법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소비 트렌드를 잘 파악한 결과이기도 하다. 홈플러스 최근 1~2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양이 많은 두 마리보다 한 마리씩 팔아보자는 아이디어로 당당치킨을 새로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런 ‘마케팅 포인트’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치킨 2만 원 시대 열리자 반사이익

    8월 8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40팩 한정으로 판매되는 두 마리 후라이드 치킨 할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섰다.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이날 기존 1만5990원의 제품을 9990원에 한정 판매했는데 판매 시작 약 3분 만에 소진됐다. [뉴스1]

    8월 8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40팩 한정으로 판매되는 두 마리 후라이드 치킨 할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섰다. 홈플러스 영등포점은 이날 기존 1만5990원의 제품을 9990원에 한정 판매했는데 판매 시작 약 3분 만에 소진됐다. [뉴스1]

    이런 제품 경쟁력만으로 당당치킨의 인기가 온전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업계에서는 여러 외적 호재가 겹친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힌다. 물가 상승률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을 만큼 치솟는 와중에 저렴한 치킨을 새로 내놨으니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치킨 업계에서 ‘가격’이 큰 이슈였다는 점도 주효했다. 다른 식품군과 마찬가지로 치킨 업체 역시 가격을 줄줄이 올리면서 치킨 한 마리에 ‘2만 원’ 시대가 열렸다. 국내 소비자에게 치킨은 라면만큼이나 가격에 민감한 품목이다. 치킨 가격을 두고 논란이 뒤따랐다.

    4월 초 한 대형 치킨 업체 회장이 “치킨 가격은 2만 원이 아닌 3만 원이 돼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발언은 해당 치킨 브랜드를 사용하는 가맹점주를 옹호하는 와중에 나온 말이다. 인건비와 임차료 등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맹점 점주들이 최저임금 수준도 못 받고 있다는 호소였다. 이런 환경에서도 치킨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3만 원’ 발언만 부각되며 논란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조직적 불매운동이 벌어질 조짐도 나타났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주문 안 합니다’ ‘먹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를 넣어 불매 포스터를 만들었다. 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 당시 쓰였던 ‘NO 재팬’ 포스터를 패러디했다. 이 포스터에는 특히 “통큰치킨을 잃고 12년, 치킨값 3만 원 시대 소비자는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12년 전 통큰치킨 논란은 이렇게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런 와중에 한 커뮤니티에서는 ‘3만 원에 달하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제품 대신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을 콕 짚어 추천하기도 했다. 이는 그간 소비자에게 별 관심을 받지 못하던 반값 치킨, 그중에서도 당당치킨의 인기가 급상승한 결정적 계기 중 하나로 여겨진다.

    12년 전 롯데마트가 출시한 통큰치킨은 ‘골목 상권 침해’ 문제로 논란이 커지면서 출시된 지 단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사실 과거 통큰치킨이 출시됐을 당시 국내 치킨 시장 구조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가맹점을 통해 그 나름 질 좋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대형마트의 경우 ‘틈새시장’을 노려 저렴한 제품을 내놨다는 점도 유사하다.

    12년 사이 달라진 분위기, 치킨 프랜차이즈도 대기업

    대형마트 ‘반값 치킨’은 그때나 지금이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기획됐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같은 치킨이지만, 서로 치열하게 뺏고 뺏기는 경쟁을 하는 구도는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통큰치킨’이 등장한 2010년에는 대형마트에 악재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당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상생이 화두였다. 롯데마트의 반값 치킨은 골목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프레임에 딱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더해 정진석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SNS를 통해 통큰치킨을 공개 비판한 게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했다. 정 수석은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하루에 닭 5000마리 팔려고, 매일 손해 보면서 전국의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운영자들의 원성을 사는 걸까. 혹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큰 전략’ 아닐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를 계기로 쟁점은 ‘대기업(대형마트) 대 영세상인’으로 굳어졌다. 롯데마트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당시 롯데마트는 억울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롯데마트 측은 “애초 생각과 달리 주변 치킨 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으로 불가피하게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의 반값 치킨 논쟁의 프레임은 12년 전과 전혀 딴판으로 흘렀다. ‘대형마트 대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양쪽 모두 대기업이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제공하고 있으니 소비자의 응원을 받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반값 치킨은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의 가격 인상을 비판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치킨 업체들은 최근 식재료값 상승은 물론 인건비 인상,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배달비 등으로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겪는 터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물론 어느 정도 사실이다. 많은 치킨 브랜드 가맹점주가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는 되레 프랜차이즈업체들의 실적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내 대표 업체인 교촌과 BBQ, bhc 모두 지난해 코로나19 배달 특수 등으로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더욱이 10년 전에는 대형마트가 손해를 보면서도 저렴한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판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 대형마트 업체들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재료를 대량 매입해 단가를 낮추고, 프랜차이즈 본사나 배달 플랫폼에 주는 돈이 없이 직접 판매하니 가격이 저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 홈플러스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 인터뷰를 통해 “(치킨을 팔아도) 안 남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고 주장해 프랜차이즈업체들의 속을 끓게 하기도 했다. 이는 비용을 고려하면 치킨 한 마리에 3만 원은 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근거로 여겨졌다.

    여론이 심상치 않았던 영향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8월 말 bhc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가 가맹점주에게 튀김유를 공급하면서 고가에 강매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bhc를 비롯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자영업자(가맹점주)를 어렵게 하는 게 반값 치킨을 파는 대형마트가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였다는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여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의 자승자박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홈플러스의 경쟁사들도 속속 반값 치킨 제품을 새로 출시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12년 전 골목상권 논란을 신경 쓰던 양상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롯데마트는 한 마리 반짜리 ‘한통치킨’을, 이마트는 ‘후라이드 치킨’을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하며 대형마트 반값 치킨 시장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소비자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치킨에 이어 피자, 탕수육 등 반값 제품군을 늘리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물론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간다고 해서 마트 치킨이 프랜차이즈 치킨을 극적으로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부정적 여론이 길게 이어질 경우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거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소비자들은 이번 논란으로 프랜차이즈업체의 영업이익과 유통 구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앞으로는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이 더욱 격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처지에서는 기존부터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반값 치킨’을 제각각 팔아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갑자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최근의 논란은 되레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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