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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차세대 쇼핑 주역 ‘대화형 커머스’

메신저로 문의, 추천, 흥정, 결제

  • 황혜정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차세대 쇼핑 주역 ‘대화형 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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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과 고객이 소통하는 수단인 ‘메시징(messasing)’이 중요해졌다. 모바일 쇼핑 방식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형태, 즉 대화형 커머스로 진화하고 있다. 원하는 제품을 ‘질문’으로 요청하면 ‘퍼스널 쇼퍼’처럼 내게 맞는 제품을 추천해준다.
당신은 오늘 스마트폰에서 어떤 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했는가. ‘인터넷의 여왕’이라 불리는 전직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매리 미커의 ‘인터넷 트렌드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왓츠앱(WhatsApp),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WeChat) 등 메시징 앱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왓츠앱 사용자는 약 10억 명, 페이스북 메신저는 약 8억 명, 위챗은 약 7억 명으로 최근 2년 사이 2~4배 성장했다. 사용량이 많은 상위 4개 앱의 실사용자 수를 비교하면 지난해부터 메시징 앱 사용자 수가 SNS 이용자 수를 추월했다. 메시징이 모바일 시대에 가장 널리 이용되는 의사소통 방식이 된 것이다.



메지싱홀릭, 폰포비아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 여론조사기관들은 20~30대 응답자 수를 채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지만 모르는 번호가 뜨면 전화를 받지 않는 성향을 가졌다. 메시지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성 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같은 ‘폰포비아(phone phobia)’ 현상은 미국에서도 이슈화했다. 대인관계 전문가 매리 제인 콥스는 2013년 ‘월스트리트저널’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는 기성세대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방식으로 소통하며 일을 처리하고, 유독 전화 통화를 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적절한 단어를, 적절한 순서로, 적절한 시간 안에 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젊은 세대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소통의 방법이 다를 뿐이다. ‘모바일 네이티브(mobile-native)’인 젊은 세대에게는 텍스트가 더 편하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메시징은 비단 젊은 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에게 친숙한 의사소통 채널이 되고 있다. 카카오톡의 월 실사용자는 약 4000만 명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80% 이상이 ‘카톡’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음성 통화 사용자는 점점 줄고 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모바일 메신저 사용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기준 스마트폰 이용자의 22%는 스마트폰의 통화 기능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메신저가 기존 의사소통 방식을 대체해가는 셈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소비자의 이런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변화는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준다. 소비자가 있는 곳에 비즈니스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메시징으로 옮겨간다면 이에 주목해야 한다. 모바일 메신저는 ‘기업과 고객이 소통하는 수단’으로서 이미 그 중요성이 부각돼왔다.

올 4월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콘퍼런스 ‘F8 2016’에서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의 향후 10년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신저’에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기업에 전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당신이 친구와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같이 당신이 기업과 텍스트로 소통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신저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고객과 ‘직접’ 대화

페이스북이 연례회의에서 2년 연속으로 메신저를 강조한 것은 메신저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우버(Uber, 우버 테크놀로지스가 운영하는 자동차 배차 웹사이트 및 배차 응용 프로그램)를 호출할 수 있다. 친구와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주소를 보내면 우버와 연결돼 우버 호출은 물론 결제도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비즈니스 온 메신저(Businesses on Messenger)’를 출시했다. 하얏트 호텔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예약은 물론 룸서비스도 한다. 이 밖에 고객들의 여러 가지 문의에 응대하는 고객 서비스에 나섰다. 하얏트는 이 서비스를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고객 문의가 20배가량 늘었다.

캐나다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업 로저스 커뮤니케이션은 비즈니스 온 메신저를 실시한 뒤 고객 만족도가 65%가 상승했고, 불만은 65% 줄었다고 한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도 예약 확인 및 항공기 업데이트 관련 정보는 물론 탑승권도 페이스북 메신저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월마트 등 여러 기업이 페이스북 메신저로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주목받으면서 대화형 커머스(conversational commerce)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대화형 커머스는 우버의 개발자 경험(developer experience) 부서를 이끄는 크리스 메시나가 “2016년은 대화형 커머스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챗봇(ChatBot,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라는 기술적 트렌드와 맞물려 올해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됐다. 메시나는 대화형 커머스를 “채팅, 메시징, 또는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인간, 브랜드, 서비스와 소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오프라인 매장처럼 거래

대화형 커머스는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기존의 모바일 커머스 앱에 메신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커머스를 하는 방식이다. 커머스 앱에 메신저 기능을 추가한 대표적 사례는 중국의 타오바오(Taobao)다. 타오바오는 1대 1 상담 시스템 아리왕왕(阿里旺旺) 메신저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아리왕왕을 통해 상품 구매 전에 판매자와 대화하면서 제품, 배송 등에 대해 문의한다.

인도 모바일 커머스의 강자 스냅딜(Snapdeal)이 약 10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한 모바일 기반 오픈마켓 쇼포(Shopo)도 비슷한 형태다. 쇼포는 챗앤바이(Chat&Buy)를 통해 판매자와 1대 1 대화를 할 수 있다. 모바일 화면에서 제품을 검색하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터치하면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나온다. 더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Chat&Buy를 눌러 판매자에게 문의할 수 있다. 가격 흥정도 가능하고 거래 방식도 결정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원과 거래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 모바일 상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커머스를 구현하는 방식 가운데 주목할 만한 메시징 앱은 ‘오퍼레이터(Operator)’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오퍼레이터는 우버 공동창업자 개럿 캠프가 개발했다. 오퍼레이터는 소비자의 쇼핑 요구를 들어준다. 콘서트 티켓을 주문할 수도 있고, 여자친구에게 줄 생일선물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으며, 인테리어 디자인 추천도 받을 수 있다. 오퍼레이터에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신발부터 가구까지 다양하다.

오퍼레이터는 어떤 제품을 살까 고민하는 소비자와 자사의 네트워크화한 전문가를 연결해준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다음 주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배달될 꽃이 필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오퍼레이터에 입력하면 ‘부인이 특별히 좋아하는 꽃이 있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돌아온다. ‘아내는 핑크색 꽃을 좋아하는데 현재 시즌인 꽃은?’이라고 회신하면 ‘지금 시즌인 꽃은 튤립이고, 이 플로리스트의 꽃은 100% 미국에서 길러진 꽃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꽃다발 사진 및 가격이 포함된 제안서가 제시된다. 그후 대화창 아래의 ‘이것을 사겠다(I will take it)’라는 버튼만 클릭하면 구매가 진행된다.

이런 방식은 상품 구매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원하는 제품을 검색하고 가격, 배송 조건 같은 것을 모두 비교하는 등 손품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원하는 제품을 ‘질문’으로 요청하면 내게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방식의 커머스가 확산되려면 새로운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 더해져야 한다. 대화형 커머스엔 두 가지 새로운 가치가 더해진다.

그중 하나는 지금보다 더 쉽고 편리해진다는 점이다. 가령 아마존에서 노트북을 구매하려면 앱스토어에서 아마존 앱을 다운로드하고, 전자기기 카테고리에 들어가 브랜드, 가격, 크기 등의 필터를 사용해 추려낸 제품 리스트 안에서 내게 맞는 제품을 일일이 찾아야 한다. 하지만 대화형 커머스에서는 ‘12인치 울트라 노트북이 필요합니다. 가격대는 100만 원 이하로’라고 요청하면 추천 제품을 제안받아 마음에 들면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제품 검색부터 결제, 배송 상태 조회, 고객 서비스 등 구매와 관련된 모든 단계를 대화창 안에서 매끄럽게 제공받는다.



나를 위한 퍼스널 쇼퍼

글로벌 기준으로 개인당 스마트폰에 설치된 평균 앱 수는 33개다. 앱스토어에서 검색 후 다운로드를 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과 최소 몇 메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 사용료, 스마트폰 저장 메모리의 공간 차지 등으로 새로운 앱을 설치할 여력은 점점 줄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통업체가 모바일 앱을 활용하지 않는 것도 이런 불편 때문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에서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28%)’ ‘유통업체 앱을 개별적으로 다운로드하기 싫다(19%)’는 등의 이유로 앱 설치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올해 페이스북 F8 콘퍼런스에서 마크 주커버그 CEO는 “어느 누구도 비즈니스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새로운 앱을 설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앱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개별 앱들이 메시징 앱으로 통합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또한 대화형 커머스엔 지금까지의 커머스 방식에선 제공하기 어려웠던 ‘추천’이란 가치가 추가된다. 대화형 커머스는 마치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처럼 내게 맞는 제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 앞에서 예로 든 오퍼레이터의 경우, 제품 추천을 위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오퍼레이터 내 전문가뿐 아니라 매장 직원, 브랜드 직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네트워크가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한다. 현재는 메신저 안의 대화에 실제 직원이 참여해 추천을 진행하지만 향후에는 여기에 인공지능이 결합될 전망이다.

대화형 커머스를 활용하는 유통업체들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챗봇을 결합하려 시도하고 있다. 현재는 정형화한 규칙에 따라 고객의 질문과 답변을 유도할 수 있으므로 간단한 수준의 응대 정도만 가능하다. 챗봇이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인간과의 대화에서 맥락을 파악하고 상품을 제대로 추천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인공지능 챗봇 테이(Tay)가 욕설과 인종차별 발언 등을 쏟아내면서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한 사례에서 보듯 기술력을 높이려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페이스북의 가상 비서 서비스 ‘페이스북 M’에는 M트레이너라고 불리는 약 2000명의 에이전트가 있다. 이들의 역할은 페이스북 M을 훈련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이들은 페이스북 M이 생성한 답변을 관리하고 수정한다. M이 실제로 고객에게 하는 답변 중 20% 정도만 자동응답이라고 한다. 50% 정도는 사람이 수정하거나 검토한 답변이고, 30%는 오로지 사람이 작성한 답변이다.



진정성, 생산성 있는 채널

모바일 메신저는 강력한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4년에 인수한 왓츠앱을 향후 대화형 커머스로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을 보더라도 대화형 커머스는 올해 주목받는 키워드임에 틀림없다. 모바일 메신저 기반의 대화형 커머스는 ‘편의성’과 ‘추천’이라는 새로운 고객 가치를 제공하면서 한 단계 진화한 E커머스 형태로 자리 잡아갈 것이다.

대화형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유통업체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메신저는 기업과 소비자가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할 수 있는 ‘개인 맞춤화 채널’이다. 이는 기업과 소비자 간에 좀 더 진정성 있고 생산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유통업체를 차별화하는 것은 규모나 물류 등의 능력이 아닐 것이다. 이는 아마존이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유통업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활동은 브랜드 퍼스낼리티(personality, 개성)를 구축하는 것이다. 메시징은 고객과 1대 1 관계를 구축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상품 구색, 가격대 분석, 빠른 배송 등 기능적 요구 사항이 모두 충족된 다음의 전장(戰場)은 감성적 영역이다. 기업이 소비자와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감성적 관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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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정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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