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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네 개의 죽음 外

  • 담당 · 최호열 기자

영조와 네 개의 죽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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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세상을 바꾸고 고전이 된 39

김학순 지음, 효형출판, 327쪽, 1만5000원

영조와 네 개의 죽음 外
“코페르니쿠스 이후 우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마르크스 이후 우리는 인간 주체가 역사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프로이트는 인간 주체에는 중심이 없다는 것을 밝혀주었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가 혁명적인 근대 사상사를 명쾌하게 규정한 명언이다. 이 말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칭송에 초점이 맞춰 있지만,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역사와 세상을 결정적으로 바꿨다는 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로 불리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프로이트에 비하면 나는 놀라운 물고기를 낚기 위해 매달린 작은 벌레에 불과하다”는 겸사(謙辭)를 남겼다. 그런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상대성 이론’이 상상을 뛰어넘어 인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줄 몰랐다. 그는 이 책으로 시간이 우주 어디에서나 똑같이 흐른다는 절대시간 개념을 깨뜨렸고,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한 권의 책이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이나 나라를 바꾸지만, 이처럼 인류의 역사와 세상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엄청난 위력을 보이기도 한다. ‘세상을 바꾸고 고전이 된 39’는 세계의 패러다임을 격변시킨 책만 엄선해 독자에게 다가간다. 그 책의 의미나 학문적·사상적 비중을 해설하거나 소개하는 게 아니라 세계사나 사상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양한 차원에서 톺아봤다.

주제는 크게 여섯 가지 범주로 나뉜다. ‘자유와 인권의 횃불을 들다’ ‘정치철학과 국제질서를 세우다’ ‘생각의 혁명을 일으키다’ ‘경제학의 주춧돌을 놓다’ ‘신의 자리에 인간이 서다’ ‘유토피아를 꿈꾸며 디스토피아를 그리다’가 그것이다.

자유와 인권의 횃불을 든 책 가운데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프랑스혁명의 교과서가 됐고, 토머스 페인의 ‘상식’은 미국 독립운동의 횃불이 됐다.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미국 노예해방의 휘발유였다면, 매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옹호’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은 페미니즘 운동의 바이블이었다. 획기적인 이론이나 진실을 발견하고 담아내 생각의 혁명을 일으킨 책으로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더불어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등이 꼽힌다. 인간을 신의 자리에 서게 만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세상의 만물을 창조한 신의 권능을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지게 만든 도발적인 저작이다.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앨프리드 세이어 머핸의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권력의 판도를 바꾼 책이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유럽의 르네상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은 살벌한 생존경쟁보다 협력과 연대에 기초한 상호부조가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온 힘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김학순 | 전 경향신문 논설실장, 고려대 초빙교수 |

나치의 병사들 _ 죙케 나이첼·하랄트 벨처 지음, 김태희 옮김

영조와 네 개의 죽음 外
영국군과 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였던 독일 병사들의 대화 내용을 도청한 기록물을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병사들이 어떻게 ‘악’에 물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일반 인터뷰나 보고서에서는 접할 수 없는 적나라한 내용들, 이를테면 직접 저지르거나 경험한 온갖 살인과 폭력, 파괴 등 무용담이 그대로 담겼다. 이들은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사람들이다. 흔히 나치의 인종주의가 참사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저자는 인종주의가 전부는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전쟁이라는 상황 자체에 주목한다. 전시가 아니라면 결코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인종주의와 군사적 가치에 대한 숭배, 과도한 남성성이 당연함을 넘어 권장할 만한 가치가 되어갔음을 밝힌다. 홀로코스트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음사, 580쪽, 3만2000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_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영조와 네 개의 죽음 外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 직접 참전했거나 전쟁을 목격한 여성 200여 명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들은 숭고한 이상, 승리나 패배, 작전, 영웅 따위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전쟁이라는 가혹한 운명 앞에 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이들은 전장에서도 여전히 철없는 소녀였고, 예뻐 보이고 싶은 아가씨였고, 자식 생각에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엄마였다. 이들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죽음이 일상적인 전쟁터 한가운데서 따뜻한 피가 흐르고 맥박이 뛰는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을 접하게 된다. 또한 평범하고 순박한 우리의 여동생과 언니 또는 누나와 엄마의 전쟁 앞에서 산산조각 나버린 일상과 꿈,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요란한 구호나 거창한 웅변 하나 없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돌아보게 한다. 문학동네, 560쪽, 1만6000원

상군서 _ 신동준 지음

영조와 네 개의 죽음 外
전국시대 중엽, 법가사상가 상앙은 강력한 제도와 법령을 바탕으로 변방의 진나라를 최강의 나라로 만들어냈다. 그의 사상이 담긴 ‘상군서’는 제자백가서 가운데 부국강병 시스템만을 역설한 유일한 고전이다. 열국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을 벌인 전국시대는 오직 강한 무력을 지닌 나라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상앙은 ‘농전’을 바탕으로 한 변법을 도입해 가난한 농민의 이탈을 막고 관직과 작위를 줘 전쟁에 필요한 군사력과 생산력을 증대했다. 조조와 유비도 상앙이 주창한 농전의 이치를 도입해 강력한 법치를 세우고자 했을 만큼 ‘상군서’는 제왕 리더십의 바이블 또는 부국강병 방략의 성전으로 간주되었다. 이 책은 ‘상군서’를 통해 21세기 경제전쟁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부국강병 시스템을 제시한다. 위즈덤하우스, 356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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