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끊고 고구마·채소만… 휴게실에서 홀로 점심
연차 써도 운동에 ‘올인’하니 하루 ‘순삭’
속은 만신창이 돼 가는데 너무 안 빠지는 살!
체지방률 한 자릿수 진입, 이제 카운트다운
11월 3일 촬영한 이현준 기자의 몸. [홍중식 기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고 먹을 게 넘쳐나도 아들은 여전히 고구마를 먹는다. 아버지는 먹을 것이 없어 고구마를 찾았다. 아들은 먹을 것이 너무 많아 다 먹다보니 살이 쪄 다이어트를 위해 고구마를 찾는다. 이젠 구황작물을 일부러 사서 먹는다니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이다. 못 먹어서가 아니라 먹어서 죽는 시대라는데 살을 빼려 아등바등하는 스스로를 보니 이 말이 더욱 실감이 난다.
입사 동기는 “눈물 나는 식단”이라고 하고
이현준 기자가 회사 휴게실에서 ‘혼밥’할 때 먹는 식단. 입사 동기는 “눈물 나는 식단”이라고 말했다.
메뉴는 단순하다. 찐 고구마 200g, 닭 가슴살 100g, 채소가 전부다. 맛은 없다. 프로젝트 이전까지만 해도 식사 시간은 행복했다. ‘오늘은 어떤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 2~3번 밖에 없는 이 기회를 행복하게 보낼까’ 고민했다. 맛없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면 기회를 날린 듯해 불쾌했다. 자기 전에 ‘내일 뭐 먹지’ 고민하면 ‘돼지’라는데, 기자는 명백한 돼지였다.
13주차 섭취 식단.
도전을 시작할 땐 ‘현실적인’ 식단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무리 없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게 목표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균형을 찾는 데 딜레마를 느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기간을 100일보다 길게 잡으면 모를까, 직장인이 처음에 생각한 계획대로 이를 이뤄내기란 어렵다고. 혹여 바디프로필 도전을 생각하는 직장인 독자가 있다면 “기간을 넉넉하게 잡으시거나 생활의 일부를 포기하실 각오는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하겠다.
누구나 가슴에 연차 하나쯤은 가지고 있잖아요
이현준 기자가 즐겨 타는 싸이클.
계획은 그저 계획이었을 뿐 현실은 헬스장에서 휴가를 즐기게(?) 됐다.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운동하는 건 기본이다. 이제 운동하러 가는 게 귀찮음을 넘어 무서울 지경. 시간도 ‘순삭’된다. 씻기‧태닝하기‧지쳐 잠들기 등을 하다보면 하루가 그냥 흘러가 버린다.
13주차 운동.
현실적 고충을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변비도 괴로움을 주는 요소다. 식이섬유가 많다는 ABC 주스, 고구마, 채소를 먹고 유산균까지 챙겨 먹는데도 배변이 잘 안 된다. 먹는 양 자체가 적은 데다, 단백질 섭취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혼신의 사투를 벌이는데, 온 몸에 진이 빠진다. 불상사를 최소화하려면 물을 수시로 마셔야 한다고 한다.(담당 트레이너의 말에 따르면 하루 최소 3ℓ이상.) 이 역시 참고 바란다.
살은 왜 이리 안 빠지나
10월 26일 체성분분석기 측정 결과(왼쪽)와 11월 3일 측정 결과(오른쪽). 지표가 향상됐지만 체중 변화는 미미하다.
11월 3일 새벽 체성분분석기(인바디) 측정 결과 8일 전인 10월 26일 결과에 비해 체중이 300g밖에 빠지지 않았다. 체지방이 1.3㎏ 빠지고 체지방률이 1.6% 낮아져 한 자리 수에 진입한 건 성과지만 목표치엔 미치지 못했다. 원래는 체지방을 300g 더 빼야 했다. 인바디 측정의 오차를 감안하면 체중 변화의 미미함도 마음에 걸린다. 이제 남은 시간은 9일이다. 트레이너는 “막판엔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젠 사과도 끊을 예정이다. 하루에 300㎉는 더 줄일 수 있다. 기필코 잔뜩 화를 내고 말리라.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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