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관련 책을 여럿 펴내며 ‘우주를 사랑하는 물리학자’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황정아 박사. 그가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1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6호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평생 우주 연구에 전념할 것 같던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인 계기는 뭘까. 그의 총선 출사표와도 같았던 책 ‘별을 쏘아 올리다’에는 그가 정치하려는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간 우리 과학계는 눈부신 성과를 이뤄왔다. 인공위성 20여 기를 자력으로 개발하여 발사했고, 독자적인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2023년에는 마침내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전 세계가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서 경쟁적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달에 사람을 보내려 하고 있고, 중국·일본·캐나다·UAE 등 전 세계가 화성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까지 우주산업에서 후발 주자였으나, 정부의 지원이 충분히 주어지고 장기 계획을 전략적으로 세워 착수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윤석열)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R&D 예산을 6조 원 가까이 삭감하고는, 한국 큐브위성을 달에 보내준다는 NASA의 제안을 거절했다. 100억 원대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제 협력을 강조하면서 정작 정부는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주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는 일이다. 과학이라는 백년지대계를 근시안적으로 졸속 처리하고 있는 현 사태에 과학계는 큰 위기를 느끼고 있다. 우주항공 기술과 관련 산업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 전에 제자리로 돌려놓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종합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황정아 박사가 일낼 것 같다”
우주 박사로 일반인에게 꽤 알려졌던 그는 과학기술 전문성을 인정받아 ‘직능 대표’로 얼마든지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쉬운 비례대표의 길 대신 어려운 지역구 출마를 선택했다. 그가 출마한 대전 유성을은 그가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이 있고, 그가 연구원으로 일한 한국천문연구원이 자리 잡은 곳이다. 그의 맞상대는 대전 유성을에서 5선을 한 중진 이상민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후보로 22대 총선에 도전했으나 황정아 의원에게 막혀 6선 고지 입성에 실패했다.비례대표 대신 지역구 출마를 선택한 그에게 총선 초반에는 ‘무모하다’는 평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 여론은 그가 민주당 공천을 확정 짓자마자 달라지기 시작했다. 3월 초 총선 민심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대전을 찾았을 때 현지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얘기 중 하나가 “황 박사가 일낼 것 같다”는 얘기였다. 지역 유권자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그 같은 얘기는 현실이 됐다. 총선 여론조사에서 황 의원은 줄곧 1위를 놓치지 않고 총선 내내 리드했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했다.
국민 혈세로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마치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일한 그는 “국민의 혈세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에 무한한 책임을 느껴 매 순간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연구를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한다.
그런 그가 국민 혈세를 어디에 어떻게 쓸지 예산안을 심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한국 국민에게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의원이 됐다.
‘과학으로 국민을 이롭게 하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준비된 과학기술 전문가’ 황정아 의원이 연구실 대신 국회에서 어떤 활동으로 국민 삶을 이롭게 할지 궁금하다. 황 의원은 우주 박사로 활동하던 시절 ‘어려운 우주 얘기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정쟁으로 얼룩져 불신과 지탄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정치를 어떻게 알기 쉽게 국민에게 풀어내 친숙하게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 황 의원은 총선 직후 민주당 대변인으로 발탁돼 원내 제1당의 입장을 국민에게 알리는 ‘당의 입’ 구실을 하고 있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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