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호

한국형 핵잠수함, 이대로라면 국내 정치용 쇼!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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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0-11-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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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유능한 안보의 상징, 한국형 핵잠수함

    • 실천 없이 구호만 난무한 빈껍데기 전략무기

    • 청천벽력! 미국의 핵연료 공급 거부

    • 원자력협정 개정 없이 핵연료 확보 불가능

    • 文정부 당국자들의 위험한 거짓말

    • 미국 방해로 좌절됐다는 명분 쌓으려 하나

    한국형 핵잠수함 모델로 
거론되는 프랑스 바라쿠다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DCNS 제공]

    한국형 핵잠수함 모델로 거론되는 프랑스 바라쿠다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DCNS 제공]

    국방부가 향후 5년의 군사력 건설 방향을 담은 ‘국방중기계획 2021-2025’를 발표한 8월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유능한 안보, 튼튼한 국방’ 슬로건과 이에 대한 국민적 열광이 정점을 찍은 시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군 창설 이래 꿈꿔온 전략무기 도입이 확정돼 발표됐기 때문이다.

    文정부 유능한 안보의 상징, 한국형 핵잠수함

    한국형 항공모함 모델. 문재인 정부는 핵잠수함뿐 아니라 경항공모함 건조도 추진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한국형 항공모함 모델. 문재인 정부는 핵잠수함뿐 아니라 경항공모함 건조도 추진하고 있다. [해군 제공]

    국방부는 국방중기계획 발표를 통해 F-35B 전투기를 탑재한 한국형 항공모함 도입을 못 박았다. 기존의 잠수함과는 차원이 다른 성능의 대형 잠수함 장보고 III 배치(Batch) II와 배치 III 도입 계획도 공개했다. 국방부의 이러한 발표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실세로 불리는 김현종 2차장도 언론을 통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차장은 “차세대 잠수함은 핵추진이 될 것”이라면서 “한미원자력협정은 핵추진 잠수함과는 완전히 별개이며, 원자력협정 개정 없이 미국이 핵연료 이전만 용인해 준다면 한국형 핵잠수함 건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항공모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모든 나라 해군이 갖기를 바라는 ‘궁극의 무기’다. 일반 전투함이나 재래식 잠수함과는 차원이 다른 작전 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 무기체계만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가공할 능력을 발휘한다. 

    항공모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엄청난 전략적 이점을 가졌는데도 이들 무기체계를 보유한 나라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헬기가 아닌 고정익 전투기를 싣고 해상 작전이 가능한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인도 정도이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가진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과 인도뿐이다. 



    항모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갖는 엄청난 전략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이들 무기체계를 보유한 나라가 적은 이유는 간단하다. 획득과 유지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그 무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정치·외교적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항모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검토한 때는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이다. 독도 문제로 대일 관계가 격화되자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며 해군에 경항공모함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노무현 정부 역시 일본과 독도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일본에서 핵무장 이야기가 나오자 해군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추진을 지시했다. 

    김영삼 정부의 경항모 도입 구상은 외환위기로 인해 공중 분해하고 노무현 정부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은 기술과 예산, 미국 등 주변국의 반발로 사업단이 해체되면서 무산됐다. 경제적 이유로 취소된 경항모 도입 구상은 국민의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무산은 비슷한 시기 개봉된 최민수·정우성 주연의 영화 ‘유령’의 영향 때문에 “매국노 기자가 비밀 사업을 폭로해 사업이 취소됐다”는 식의 소문이 나돌면서 반일·반미 정서에 기름을 끼얹는 소재로 악용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 문재인 정부는 김영삼·노무현 정부가 해내지 못한 항공모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모두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며 국민적 호응을 얻어냈다. 항공모함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모든 나라의 해군이 꿈꾸는 해군 무기체계의 정점이자, 단순한 무기체계를 넘어 전략자산을 확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무기들을 모두 갖게 되면 한국도 주변국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기도 했다.

    청천벽력! 미국의 핵연료 공급 거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7월 28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차장은 9월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해 핵연료 공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7월 28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차장은 9월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해 핵연료 공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항공모함 도입을 결정한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경제적 문제는 물론 정치·외교적 압박까지 극복해야 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발표한 것은 현 정부의 안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비쳤다. 여당과 친문(親文) 진영은 이른바 ‘외교왕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외교 수완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업적이라며 전방위 선전전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집권 초기인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에 합의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같은 해 ‘한반도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유용성과 건조 가능성 연구’라는 선행연구 과제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실제로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져 나왔다. 

    언론에서도 “해군이 비밀리에 이른바 ‘핵잠수함 TF’를 조직해 연구를 지속해 왔으며, 미국과도 관련 협의가 상당 부분까지 진행됐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군 내부 조직에 관련된 사안은 군에서 언론에 흘리지 않는 이상 알려지기 어려웠기에 TF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이 확정된 것처럼 전문가들에게 받아들여졌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브리핑과 국방부의 중기계획 발표 이후 언론은 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한 온갖 장밋빛 기사를 쏟아냈다. 일부 언론은 2025년 건조해 영해를 지킨다는 소설을 써 내보내기도 했고, 어떤 언론은 프랑스의 바라쿠다급 잠수함을 한국이 수입한다는 근거 없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모두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한 달콤한 꿈을 꾸던 10월 초순 동아일보가 청천벽력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9월 극비리에 방미한 김현종 차장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는 물론 핵무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에너지부와 상무부 관계자를 만났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에 핵연료 공급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들어가는 원자로는 가압 경수로(PWR·Pressurized Water Reactor)로 반드시 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해야 하는 구조다.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에 사용되는 농축우라늄 핵연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원자력협정을 통해 한국의 우라늄 농축을 막는 이유는 간단하다. 농축우라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 상태의 우라늄은 핵분열이 어려운 우라늄 238이 대부분이고, 핵분열 물질인 우라늄 235 비율이 0.7%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핵분열 효율을 높이려면 이 비율을 일정 수준까지 높여야 하는데, 이것을 우라늄 농축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상업용 원자로에 들어가는 농축우라늄은 우라늄 235 비율이 5~20% 수준까지 올라가는데, 원자로는 이러한 저농축우라늄(LEU·Low-Enriched Uranium)으로 핵분열 연쇄반응을 유도하고 감속재 등을 이용해 핵분열 속도를 제어함으로써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우라늄을 더욱 농축해 우라늄 235 비율을 90% 이상까지 높인 고농축우라늄(HEU·Highly Enriched Uranium)은 핵분열 연쇄반응을 감속하지 않고 다양한 장치를 이용해 가속시켜 폭발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원자폭탄이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은 물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우라늄 취급 전 과정에 통제를 받고 있다. 앞선 정부에서 이 협정 일부를 개정해 20% 미만 저농축우라늄 농축에 대한 길을 여는 데 성공했지만, 여기에는 ‘미국의 승인’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즉, 한국의 우라늄 농축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협정과 협약에 의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핵연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상업용 원전에 들어가는 저농축우라늄을 가져다 쓰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하지만 이는 관계 법령과 원자로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주장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모든 저농축우라늄은 IAEA에 의해 수입량과 폐기량이 철저하게 추적·감시된다. 수입할 때도 어떤 원전 몇 호기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보고해야 하며, 핵연료 장전 후 원자로를 어떻게 가동했는지에 대한 운전 일지는 물론 사용 후 핵연료의 양과 폐기 후 관리까지 모두 사찰 대상이다. 

    IAEA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옥죄는 것은 핵연료 유통 과정에서 미량이라도 유출이 발생할 경우 이를 모아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보여준 것처럼 우라늄 농축은 원심분리기를 돌릴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전기, 그리고 우라늄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다수의 원전을 가동하는 한국이 핵연료를 빼돌린다면 핵무기를 제조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따라서 미국과 IAEA는 한국의 핵연료 유통과 사용 전 과정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단 1g의 저농축우라늄 유출도 허용되지 않는다. 

    즉,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용 핵연료를 합법적으로 획득하려면 미국과 협의를 통해 국제사회, 정확히는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모든 핵연료는 미국이 주도하는 핵공급국그룹(NSG·Nuclear Suppliers Group)에 의해 통제되므로, 잠수함용 핵연료를 미국에서 수입하든 제3국에서 수입하든 미국의 승인 없이 합법적으로 핵연료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김현종 차장은 미국에 잠수함용 핵연료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고, 미국은 이를 단칼에 거부했다. 핵 비확산 원칙에 따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잠수함용 핵연료를 지금까지 그 어느 나라에도 판매 또는 제공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2017년 이후 연이어 제기된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도입 한미 정상 합의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바뀌었거나, 애초에 이 합의설 자체가 거짓이었다는 뜻이다.

    원자력협정 개정 없이 핵연료 확보 불가능

    청와대 고위 관계자 가운데 처음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 이야기를 꺼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7월 28일 기자들과 만나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꺼냈다. “차세대 잠수함은 핵추진 방식이 될 것이며, 핵추진 잠수함과 원자력 협정은 완전히 별개이기 때문에 협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김 차장의 이러한 발언 후 두 달이 지나 미국이 한국의 핵연료 공급 요청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핵연료 수입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이 팔지 않으면 프랑스나 러시아, 심지어 중국에서도 저농축우라늄 핵연료를 구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 사업의 선행 연구를 맡아 관계 법령을 검토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국방부에 제출한 연구원인 필자 입장에서 이러한 주장은 황당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한반도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유용성과 건조 가능성 연구’ 과제를 맡아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이다. 이 보고서는 위협 분석과 현행 전력 평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작전적 효용성은 물론 잠수함 획득을 위한 정치·외교·법률·경제·기술·환경·예산 등 제반 고려 요소를 다루고 있다. 연료 획득과 운용 문제는 국내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로 평가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가 맡았다. 

    필자가 해군과 함께 관계 법령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김 차장과 정부 관계자의 현재 주장과 달리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없이 한국은 핵연료 입수는 물론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같은 내용은 선행연구 보고서에 명시돼 있고, 관련 내용은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도 보고가 올라갔기에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한미원자력협정 전문에는 한국의 원자력 이용에 대해 ‘평화적 목적을 위해(For peaceful purposes)’ ‘핵 비확산 및 국제적인 안전조치를 지지하는 방식으로(A manner that supports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international safeguards)’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군에서 운용하는 군사용 선박이기 때문에 이 전문을 개정하지 않고는 한국은 그것이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든, 제3국에서 구입한 것이든 핵물질을 군함의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


    文정부 당국자들의 위험한 거짓말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2020년 3/4분기 국방개혁2.0 및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2020년 3/4분기 국방개혁2.0 및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결정적인 것은 제13조, 폭발 또는 군사적 적용 금지(No explosive or military application) 조항이다. 이 조항은 핵물질, 감속재 물질, 장비 및 구성품 일체를 핵폭발 장치의 제작은 물론 연구 개발 또는 어떠한 군사 목적에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핵물질을 군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한미원자력협정 위반으로 미국의 세계전략 기본원칙인 비확산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다. 

    필자와 연구진은 선행연구 당시 해당 보고서와 중간보고 자료를 통해 수차례 검토 내용을 보고했고, 이 같은 내용은 국방부 장관에게도 보고됐다. 보고서는 “핵공급국그룹(NSG)은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를 경계하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역시 이 그룹에 포함돼 있어 한국이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인 잠수함용 핵연료 공급처를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며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는 것은 결국 외교력”이라고 기술돼 있다. 

    당시 보고서는 또 “NSG를 주도하는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당위성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은 문제가 없겠지만, 미국을 설득할 수 없을 경우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원잠) 보유는 요원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도 지적하고 있지만 한국이 핵연료를 조달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자체 농축 시설을 만들어 저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방법, 미국에서 수입하는 방법, 제3국에서 수입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미국이 승인해 주지 않는다면 첫 번째 방법은 한미원자력협정 위반이자 핵확산금지조약 위반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한미원자력 협정을 개정하고, 미국도 자국의 핵 비확산 원칙, 즉 국내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것이고, 세 번째 방법은 핵공급국 그룹을 주도하는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NSG 회원국 어느 나라도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 국제사회의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핵연료를 제공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한국형 원잠 사업은 미국의 승인과 지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며,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지 않고도 핵연료 조달과 원자력 잠수함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당국자들의 주장은 완전한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美 방해로 좌절됐다는 명분 쌓으려 하나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지 않아도 잠수함용 핵연료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인식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이 정말 몰라서 실언했을 가능성,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이 사안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했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이든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전자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잠수함용 핵연료 조달에 대한 법적·외교적 검토를 해왔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없이는 핵연료의 조달은 물론 운용과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후자다. 정부가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 이익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야기한 핵심 공약이었고, 집권 초기 선행연구 사업을 수행하는가 하면, 국가안보실 ‘실세’가 직접 관련 계획에 대해 브리핑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자주 선전되던 사업이다. 

    정치적 선전과 실제 추진은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 필자가 수행한 선행연구 이후 최근 3년간 더 나아간 게 거의 없었다. 해군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과 관련해 그 어떤 소요제기도 하지 않았으며 ‘수중전력발전 태스크포스(TF)’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설치된 TF는 유명무실한 조직이었다. 

    이 TF에는 그저 직책을 걸고 있는 비상근 12명과 2명의 상근 직원만 있었고, 2명의 상근 직원 업무는 이미 공개된 인터넷 및 문헌 자료를 수집해 정리하는 것이었다. 수천 명의 인원이 붙어 십수 년에 걸쳐 추진되는 해외 선진국의 ‘진짜 원자력 잠수함 사업’과 비교하면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한 것이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북한과의 화해와 관계 개선을 대단히 중시해 왔다. 그런 정부가 북한이 수십 년간 공들여 만든 ‘게임 체인저’인 전략잠수함을 손쉽게 무력화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획득을 추진하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는데, 이 ‘수중전력발전 태스크포스’의 실체가 알려지며 모든 의문이 풀렸다. 

    정부는 애초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해군에 만들었다던 TF는 간판만 걸어놓은 선전용에 불과했고, 해군은 중기계획 등 장기 전력 계획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지도 않았으며, 원자력잠수함을 만들기 위해 탄탄하게 다져놓아야 할 국내 원자로 인프라와 전문 인력들은 집권 초기부터 탈원전 정책으로 초토화해 놓았다. 

    최근 3년간 원자력잠수함의 ‘원’자도 시작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청와대가 핵연료 이야기를 꺼낸 것은 정치적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만들려 했지만, 미국의 방해로 좌절됐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천 없이 구호만 난무한 빈껍데기 전략무기

    ‘반미(反美)’는 이른바 진보, 그중에서도 NL(민족해방) 계열에서 세력을 규합하고 확장하는 데 가장 탁월한 촉매였다.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중시하는 NL 계열 인사들이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요직을 꿰찬 정당에서 같은 민족인 북한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뻔한 전략무기를 획득하려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그러나 원자력잠수함이라는 민감한 전략무기를 획득하려 하는 척하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때 얻을 이익은 대단히 클 수 있다. 

    미국이 핵연료 공급을 반대하면 원자력 추진 잠수함 사업은 좌초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 사업 좌초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방식으로 반미 감정을 일으켜 지지층 결집과 세력 확장에 이용할 수 있다. 

    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해 구상된 ‘전략무기’였다. 그러나 아무런 실천 없이 구호만 난무한 현 정부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전략무기’가 아닌 ‘정치무기’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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