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호

긴축선언 중국경제, ‘거품’ 있지만 ‘성장 우선’은 불변

  • 글: 박정동 인천대 교수·중국경제 jdpark@incheon.ac.kr

    입력2004-05-31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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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성장을 거듭하던 중국경제가 긴축 전환을 공표하자 세계 금융시장이 일시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중국경제 과열론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중국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을 향해 고성장을 지속해갈 것이며, 따라서 이번 조치는 성장 여정(旅程)의 ‘숨고르기’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합리적 구조조정으로 내실 있는 성장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긴축선언 중국경제, ‘거품’ 있지만 ‘성장 우선’은 불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중국의 지도자 후진타오 주석이 건강하게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소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대재앙이 닥쳐오기 전에 그가 중국의 금융시스템 구조조정과 막대한 부실채권 및 부패 제거를 위해 꾸준하고 주도면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보살펴 주옵소서. 중국이 미친 듯 수입을 중단하게 만들 경기침체 없이 그가 과열된 중국경제를 진정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주옵소서.(중략)이는 그들의 경제가 아시아 전역의 성장을 촉진하고 일본을 고무하며 곳곳에서 수입품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옵나이다. 부디 중국 지도자들이 120세까지 살게 해주시고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매년 9%의 경제성장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옵소서… 아멘.》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익살맞게 쓴 ‘중국을 위한 기도문’이라는 글이다. 급팽창을 거듭하던 중국경제에 제동이 걸리면서 세계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4월28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중국의 강력한 성장세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며 긴축정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경기과열 억제책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튿날인 29일부터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해 8월 “중국의 지속적인 무역흑자와 외환보유고 증가가 국내 통화량 증발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어 모건스탠리증권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도 중국경제가 2004년에 급격하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시에는 “중국경제가 지난 7분기 동안 투자와 수출 주도로 크게 성장했지만, 2004년에는 대(對)중국 직접투자가 둔화되면서 수출 및 고정투자 증가율이 2003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리베이트 인하로 중국내 수출업체들의 순익이 8∼10%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고정투자가 둔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 역시 중국경제를 둘러싼 신드롬이 1990년대 말의 ‘닷컴 열풍’과 비슷하다며 “이제는 중국에 대한 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해묵은 과열론에 과민반응

    중국경제가 한창 잘나가고 있는 마당에 ‘거품론’을 들먹이는 것은 끓는 물에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국경제의 과열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중국경제의 신화적 성장을 부러워하는 한편 은근히 시기하는 월스트리트에서만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중국경제를 건설한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주룽지 전 총리조차 과열을 우려했다.

    주룽지 전 총리는 지난 3월 총리에서 물러나면서 “부동산 과열, 철강·자동차 산업의 방만한 투자확대로 인한 공급과잉 등 경제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고 차기 정부에 당부했다. 그는 중국경제에 대한 맹목적인 낙관을 경고하면서 양적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난 균형 있는 경제발전과 실업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세계 유수의 경제전문가가 중국경제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아도 많은 이가 기우(杞憂)로 여겼지만, 10여 년간 평균 GDP성장률 7%대의 놀랄 만한 업적을 이룩한 중국경제의 핵심 인물이 던진 이 한마디는 세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주 전 총리가 지적한 균형 있는 경제발전과 실업문제 해결은 중국경제가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하지만 당시의 우려는 중국이라는 한 나라 경제의 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10년 넘게 중국의 경제발전이 지속되면서 ‘세계의 공장’ ‘세계의 굴뚝’으로 거듭난 중국의 문제는 더 이상 중국만의 것이 아니다. 중국경제가 거품, 혹은 과열의 기미를 보인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되면 중국에 커다란 기대를 걸어온 내로라하는 기업과 투자자들도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난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병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9.1%라는 예상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4분기에도 9.7%의 고성장을 계속했다.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초고속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나홀로 성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러한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 등과 맞물린 금융기관의 마구잡이식 대출과 이에 따른 무분별한 투자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령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시멘트 회사는 4800여개, 자동차 회사는 100여개, 철강 생산량은 2억200만t에 달하는데, 이는 중국의 거대한 경제규모를 고려하더라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중국 정부가 긴축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 같은 경기과열의 부작용을 제거하자는 데 목표가 있다. 풍선이 부풀어 터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측면에서 중국으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바오 총리의 이러한 발언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세계 금융시장의 요란한 반응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경기과열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왔고,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에도 국무원 업무보고에서 경기과열을 걱정하며 “2004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7% 안팎으로 낮춰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중국경제 과열론은 어제 오늘 갑작스럽게 제기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중국경제 과열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극심한 불균형 성장

    중국경제가 과열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첫 번째 근거는 중국경제가 심각한 성장 불균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소비와 투자의 불균형이다. 최근 중국경제는 소비수요가 증가하지 않은 가운데 투자와 수출이 크게 늘면서 성장했다. 사스의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데 비해 산업생산은 16.2%, 고정자산투자는 32.8% 증가하는 극심한 불균형을 나타냈다.

    일부 산업분야에선 빠른 성장과 과잉투자에 의한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 등 3개 산업의 과잉투자는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SDRC)에 따르면 철강산업 투자는 올 들어 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72.6%나 증가했다. 현재 건설중인 시멘트 공장에는 786억위안(약 11조7900억원)이 투자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3% 증가했다. SDRC는 “2005년의 철강 생산량이 3억30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내 철강 수요는 2010년에야 3억3000만t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루미늄 생산량도 2005년까지 1000만t으로 늘어나지만, 내수는 그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과잉투자는 무역적자도 야기하고 있다. 중국 해관(세관)에 의하면 지난 3월 무역수지 적자는 5억4000만달러로 올 들어 3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계속했다. 3월 한 달 동안 수출입 총액은 922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8%가 늘어나 월간 교역규모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1분기 동안 무역수지 적자액은 84억3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오는 7월부터 개인에게도 무역업이 허가되면 수입은 더욱 늘어나 무역수지 적자기조가 고착되리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긴축선언 중국경제, ‘거품’ 있지만 ‘성장 우선’은 불변

    <그림 1> 세계 GDP 성장에 대한 주요 국가별 기여도 비교

    부동산 시장의 열기도 과도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국의 부동산 투자규모는 연평균 16%씩 증가해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의 2배가 넘었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연간 증가율이 20%를 상회했고 최근 들어서는 30%를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인 상하이 푸둥(浦東)지구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식 건물이 들어서고 있지만 공실률이 50%에 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성장률은 높아도 실업자는 줄지 않아 ‘성장 따로, 고용 따로’인 것도 중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다. 현재 중국의 도시지역 실업률은 약 4.7%로 집계되고 있다. 2001년 3.6%에서 2002년 4.0%, 지난해 4.3%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사회보장부 장관은 “도시지역의 경우 기존 실업자 1400만명에다 대학생 등 신규 노동력이 매년 1000만명씩 증가하면서 실업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중국 정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농촌지역 실업자가 무려 1억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3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도시지역 실업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양적 성장의 그늘에 가려져온 높은 실업률은 중국의 체제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게다가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7%대로 낮췄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실업문제는 국유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심각성을 더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긴축선언 중국경제, ‘거품’ 있지만 ‘성장 우선’은 불변

    중국 정부는 건설중이거나 건설계획중인 철강·시멘트·알루미늄 공장 등에 대해 엄격한 재심사를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토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신속하고도 강력한 대책들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중국경제 곳곳에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중국은 그와 같은 거품의 요인을 잘 인식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4월28일 로이터통신 회견에서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통화량 증대와 대출 억제 ▲국유 토지 관리 강화 ▲건설중인, 혹은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정비 등의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7일에는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을 잡기 위한 강도 높은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맹목적인 투자에 대한 신규대출 전면중단 및 기존대출 시정 ▲기업집단 및 특정기업 과다여신 종합관리 ▲지방정부별 물가상승 과도 품목 3개월간 가격 동결 ▲골프장 등 각종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조사착수 ▲고정자산 투자 급증 억제, 통화량 신축 조절 등이 그것이다.

    특히 거시경제 안정화 조치에 따른 정책은 중국 정부가 경제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얼마나 과감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통화량을 흡수할 목적으로 이미 지난 4월에 지불준비율을 7.5%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9월에 7.0%로 인상한 데 이은 두 번째 조치다.



    상업은행의 대출이자율도 높였다. 중앙은행의 대출이자 기준율에 의한 상업은행의 대출이자율 상하 변동폭은 와 같다. 농촌 신용합작사도 대출이자율 폭을 종전의 1.5배에서 2.0배로 확대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의 경우 고급 아파트, 별장, 1가구 다주택 구입 등에 대해서는 구입자의 초기 불입 비율을 총 소요자금의 20% 이상으로 하고, 부동산 개발기업에 대해서는 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총 소요자금의 30% 이상을 자기 자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아울러 대출자금의 용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대출받은 금융기관 소재지역 이외 지역에서의 자금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아울러 기업의 설비투자에 있어서도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 비율을 유지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철강의 경우 40% 이상, 시멘트·부동산·알루미늄 등은 35% 이상을 유지하게 한 것. 또한 건설 중이거나 건설계획중인 철강·시멘트·알루미늄 공장, 당정기관의 업무용 건물과 연수원, 도시 모노레일, 골프장, 전시회장, 물류센터, 대형 슈퍼마켓과 올해 착공 예정인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엄격한 재심사를 통해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은 이러한 처방들이 중국경제에 얼마나 빨리 투입되어 얼마나 빨리 병을 치유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역간 성장속도 경쟁이 극심한 현실에서 중앙의 이러한 지침이 약효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성장은 계속된다

    과열경기 진정을 위한 정부와 금융권의 여러 조치로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신규투자가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40%대에 이르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20∼3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제한 및 제재정책은 과열업종에 집중되어 있으며, 장려산업에 대한 지원과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그러므로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과잉투자 업종에 대한 제어와 산업합리화 정책 덕분에 중국경제의 시장질서가 확립되고 안정을 이루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 및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시아경제 전문가인 모건스탠리증권의 스티븐 뉴하우스 사장이 “원자바오 총리의 긴축 발언은 현재 10%대인 경제성장률을 7∼8%대로 진정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장기적인 안정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조치라고 본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시각과 맥을 같이한다. 그는 “일부에서는 ‘중국쇼크’라고 표현하지만, 월가에선 중국이 경착륙을 피해 정상적인 경제 운영을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뉴욕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갖고 돌아온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월가에서는 중국이 긴축정책으로 전환한 것을 경제 연착륙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경착륙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고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조치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속도 조절’ 차원의 숨고르기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중국은 성장과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지만, 우선순위를 성장에 두는 정부정책의 기본 틀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2002년 11월 제16기 당 대회에서 2020년까지 GDP를 4배로 증가시켜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의식주가 해결된 중등 생활) 사회 건설’을 달성한다는 장기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에 GDP 2조달러를 달성하고 2020년에 GDP 4조달러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이 2002년부터 20년간 7.2%선을 유지해야 한다. 결코 성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여정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과열에 따른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우려한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7∼8%대의 경제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반기 이후 다시 성장동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이 내놓은 긴축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중국경제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둔화 등으로 과열경제를 진정시킬 것으로 예상되기에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증가율도 다소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철강 및 화학 관련산업의 매출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번 조치에 따른 중국의 산업·시장 구조조정, 그리고 시장 및 가격 합리화에 힘입어 한국의 대중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나친 중국 의존은 금물



    하지만 이번 ‘차이나 쇼크’를 계기로 우리가 따져봐야 할 것은 향후 중국의 경기하강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다. 지난해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은 47.8%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고, 올 들어서도 고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대중 수출도 다소 과열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의 전체 무역흑자 가운데 대중 무역에서 발생하는 흑자가 1998년에는 14%이던 것이, 2000년 48%, 2002년 61%, 2003년 88%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지금의 한국 무역은 중국 덕분에 지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처럼 지나치게 편중된 무역구조 아래서는 중국이 경제정책을 조금만 수정해도 커다란 충격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철강, 유화 등 대중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업계에서 이번 쇼크에 전전긍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중국 편중은 무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하루 평균 12개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4분기에만도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13억7000만달러를 투자, 중국령인 홍콩과 세금 피난처인 카리브해 버진 아일랜드를 제외하면 중국의 제1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한국의 경제규모로 볼 때 과연 합리적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중국 투자 붐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는 이들 투자기업이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9월 중국진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투자업체의 20%는 투자실패 등으로 이미 사업을 철수했으며, 조만간 철수 예정인 기업도 13.7%에 이른다. 향후 중국시장 재투자 의향을 물었더니 부정적인 응답이 41.7%로, 긍정적인 응답(34.3%)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잘 활용하는 것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최근의 긴축정책 전환과 같은 긴급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번 마늘파동에서와 같이 대중 통상에서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은 투자는 해당기업뿐 아니라 21세기의 바람직한 한중관계 정립에도 장애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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