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교의 추억, 다시 한 번”…거래 없어도 호가(好價)는 계속 간다? ● “‘난개발’은 옛이야기, ‘경부선 메갈로폴리스’ 이끈다” ● 삼성·GS, ‘명품 주택단지’ 조성키로 ●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능가하는 죽전점 건설 중 ● 보정·죽전·동백·신봉·성복동이 용인 ‘新 빅5’ ● 신분당선, 서울~용인 고속도로 들어서면 강남까지 20분 ● 떠오르는 교육도시, 용인외고·수지고의 경쟁력 ● “‘광교’타고 한번 더 간다” vs “‘천장’치고 내려오는 중” ● 실수요 목적 아닌 단기 투자엔 신중해야 |
“아이고, 평당 2000만원씩 주려면 내가 분당엘 가지 왜 여길 와요.”(40대 고객)
“저희도 웬만하면 맞춰드리고 싶은데 시세가 워낙 그러니까….”(중개업자)
부동산 경기가 소강상태를 보이던 7월 초순,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한 중개업소. 죽전지구 끝자락에 위치한 포스홈타운 아파트 49평형을 보러 온 40대 남성은 낭패라는 듯 혀를 찼다. 매물로 나온 몇몇 아파트의 가격이 8억5000만원을 넘었기 때문. 한성CC골프장이 슬쩍 내려다보이는 곳은 9억5000만원까지 한단다. 그가 인터넷 시세표에서 본 7억원대 물량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이 아파트는 1년10개월 전 입주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3억50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고 하니, 2년도 되지 않아 2.5배가 오른 셈이다. 보정동 포스홈부동산 관계자는 “거래는 소강상태로 접어든 지 오래인데, 시세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팔 사람들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포스홈아파트 시세가 강보합권을 유지하는 데는 8, 9월에 있을 판교 신도시 중대형 평형 아파트 분양만큼이나 5월 말 건설교통부에서 분당선 연장구간 확정노선을 발표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건교부에 따르면 2008년경 현재 죽전지구 안에 있는 분당선 연장선 임시역사를 폐쇄하고, 대신 이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역사를 새로 짓기로 했다. 신설역이 준공되면 서울 강남의 선릉역까지 약 43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뛰어난 교육환경이 꾸준한 수요층을 뒷받침한다는 말도 있다. 1399가구로 이뤄진 이 단지 내에는 유정유치원, 보정유치원과 보정 초등학교, 보정고교가 있다. 단지 밖 20m거리에 신촌중학교도 있다.
39~77평형 대단지라 자연히 학생들의 수준도 ‘물관리’가 이뤄져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다고 한다. 또한 예전 아파트들과 달리 외부와 창으로 닿는 면이 4개인 ‘4-bay’ 구조로 설계돼 있어 개방감이 좋고, 평면이 발달해 실제 평수가 옛 아파트보다 10% 정도 넓은 것도 장점이다.
“분당보다 비싸요”
이런 이유 때문일까. 포스홈타운 중 인기있는 동 가격대는 분당 신도시의 비슷한 평형대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죽전지구 일부 중개업소들은 ‘가격 역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정자동, 구미동 등지에 있는 준공 10년 안팎의 45~49평형대 아파트 시세는 싸게는 7억, 비싸게는 11억원대에 분포해 있다.
불곡산 조망권인 죽전지구 초입의 건영아파트 59평형, 반도보라빌 73평형 등 상당수 중대형 평형 아파트는 최근 평당 1700만~2500만원대를 유지해 인근 분당 구미동의 비슷한 평형 아파트들보다 비싼 느낌이다. 포스홈타운이 그렇듯, 이곳 아파트 또한 2년 전 입주 때에는 평당 800만원대 수준이었다. 이 아파트들은 판교 분양 외에 내년 2학기부터 신입생을 받는다는 단국대 캠퍼스가 국지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죽전동 호박공인 김성규 사장은 “세금폭탄이다 뭐다 해서 매매가 전반적으로 한산하지만, 단국대 근처 중대형 평형은 가격대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국대가 주민들에게 ‘대학’이란 의미보다 ‘운동을 할 수 있는 녹지공원’으로 인식될 뿐 아니라 조망 소재로도 골프장 못지않게 좋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흥구 동백동 중개업소들에서 관찰한 상황도 죽전의 경우와 비슷했다. 흔히 ‘동백지구’로 알려진 이곳도 거래 자체는 비교적 가라앉았지만 호가의 ‘이상 고가(高價) 현상’은 뚜렷했다. 입주 반 년이 넘도록 아직 입주민의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으나, 이곳 아파트 소유자와 중개업자들은 8월의 판교 신도시 중대형 평형 분양계획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듯했다.
판교에 당첨되지 않은 ‘실망 청약자’들이 큼직한 새 아파트가 많은 동백지구로 대거 몰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동백동 소망공인 윤희정 사장은 “겉보기에만 집들이 텅텅 빈 것 같지 실제로는 물건이 별로 없기 때문에 팔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8월에 판교 중대형 평형 분양이 시작되면 집값이 분당, 죽전, 수지, 동백과 박자를 맞춰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매도 희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
인근의 석성산과 호수공원 등에 대한 조망이 압권이라는 신영프로방스 59평형은 호가가 9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아직 입주 전으로,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 상태이기 때문에 원 분양자의 등기비용과 각종 부대세금을 다 물어야 하는 조건이라서 실제 구입비는 11억원에 이른다.
2년 반 전에 4억5100만원이던 분양가에서 입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너끈히 2배가 오른 셈. 59평형은 모두 ‘펜트하우스’ 개념으로 동별로 최상층부인 27~30층에만 포진한 데다, 15가구밖에 없다는 희소성도 시세상승을 이끄는 데 한몫한다.
지난 6월에는 동백지구에서 죽전지구를 통과해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으로 이어지는 연장 10km 4차선 직행도로가 준공됐다. 이 때문에 동백에서 서울로 오가는 출퇴근 길 시간이 평소보다 20분 이상 단축됐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다.
하지만 심야할증 시간에 서울 광화문에서 택시를 타고 가면 5만원 가까운 요금이 나올 정도로 ‘절대 거리’는 무시할 수 없다. 동백지구 건설시행업체에서 말하는 지도 상의 최단거리는 강남에서 25km이지만, 실제로 차를 몰고 정해진 도로를 따라 강남역 부근까지 가서 계기판을 보면 40km가 넘을 때도 많다. 그러니 아무리 새 아파트라고 해도 매수자에겐 이곳 아파트값이 서울에서 비슷한 거리로 떨어져 있는 다른 수도권 외곽지역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버블 세븐? 나쁠 것 없지”
경기 용인시가 ‘강남’이나 ‘분당’ 같은 이름과 함께 부동산시장의 선두그룹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1990년대 초반 준농림지역의 개발허가가 떨어지기 전, 많은 곳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을 때만 해도 용인에는 주로 골프장, 명당 묏자리, 주말별장 같은 특수용도 개발사업이 있었을 뿐, 주거단지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90년대 중·후반부터 개발된 ‘수지지구’가 중앙무대에서 통하는 브랜드로 알려졌으나, 이곳 역시 ‘난개발’ ‘교통대란’ 등의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시장에서는 저평가를 받아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던 용인이 최근 정부로부터 ‘대박 후보지’로 공인되다시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청와대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 안양시 평촌과 함께 용인을 ‘버블 세븐’으로 지목한 게 발단이 됐다. ‘집값에 거품이 많이 끼었으니 빨리 팔아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논리지만, 지금은 ‘버블 세븐’이란 단어만 남았고, 그 의미는 ‘집값 오르는 동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정책 입안과 추진에 있어 워낙 신뢰가 떨어진 정부에 그 귀책사유가 있을 법하다.
대표적인 명문학교가 수지고교다. 학교측에 따르면 올해 졸업생 563명 중 541명이 4년제 대학에 입학했고, 이 중 100여 명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명문대와 의·약대, 한의대 등에 합격했다. 이 정도면 강남, 분당의 명문학교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 학생들의 분포는 95%가 용인 출신이고, 나머지 5%는 분당 지역 등에서 원정 오는 경우다. 이 학교의 이영수 교사는 “특히 학생들의 실력 차가 거의 없어 ‘하위권’이 없다는 게 장점이고, 이런 점 때문에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교 이어 ‘광교’ 맞바람까지
용인 교육시장을 바라보는 키워드 가운데는 ‘단국대’도 빼놓을 수 없다. 단국대는 빠르면 내년 2학기부터는 용인에서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단국대 재단측은 10여 년 동안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학부지 개발사업이 여의치 않아 이전을 계속 연기해왔으나 지난해 용인시가 캠퍼스 부지를 ‘비업무용 토지’로 규정, 32억원의 세금을 부과하자 이전 사업을 서두르게 됐다고 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택지지구인 죽전지구 내로 이전하는 단국대는 주민들에게는 ‘자녀가 집에서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대학’이 생긴다는 순수 진학적 측면의 장점 외에도, 캠퍼스라는 물리적 공간이 주변 아파트 단지의 주거여건을 개선해준다는 측면을 빼놓을 수 없다. 총 32만평의 단국대 부지는 12만7000여 평의 분당 중앙공원에 비해 2.5배 이상 큰 ‘녹지 휴양공원’기능을 할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용인을 ‘버블’로 단정했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분당 집값과 함께 떨어질 수는 있어도, 용인만 먼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흔히 알려진 판교의 후광 효과 외에도 ‘광교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 광교 신도시는 수원시 이의·우만동 일대를 중심으로 용인시 상현동, 기흥읍, 영덕리 일대 341만평에 조성된다.
이곳은 판교보다 1.5배 가량 면적이 넓다. 1ha당 53명의 인구밀도로 산술적으로는 판교(98명)보다 2배, 분당(198명)에 비하면 4배나 더 쾌적하게 만들어진다. 녹지율 또한 45.5%로 판교(35%), 분당(19.7%)보다 훨씬 높다. 아파트 2만1000여 가구 중 42.3%는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25.7평(분양면적 약 33평형) 초과 중대형 평형으로 이뤄진다. 30%대 안팍인 다른 신도시들 보다 중대형 평형 비율이 높아 중상층 수요자들의 구미에 한층 더 부합할 듯 보인다. 광교에는 광역행정업무지구(5만4000평),원천유원지를 포함한 광역상업위락지구(90만평), 첨단 R·D단지(19만2000평) 등도 함께 갖춰진다.
이런 이례적인 녹색 도시는 내년 상반기 중 아파트 분양이 계획되어 있다. 정부의 금리인상 기조와 세금정책 등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 자체가 식을 가능성도 있지만, 용인의 경우 올해 판교 분양 때처럼 광교 신도시 분양 때도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광교와 용인은 서울~용인 고속도로 뿐 아니라 주요 광역 지하철로도 연결된다. 현재 건설 중인 지하철 신분당선 및 분당선 연장구간은 모두 용인의 신도심권역과 광교 신도시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광교만큼 회자되지는 않았지만, ‘최첨단 미니 디지털 도시’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흥덕지구도 용인의 미래를 상징하는 아이콘처럼 인식돼 있다. 65만평 규모에 9537가구가 분양되며 첫 분양은 올해 9월부터다. 초고속 광통신 인프라를 도시계획에 적용하는 게 특징인데, 이를테면 도시 전체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해 경찰서와 연계한다든지, 도로·교차로 등 주요지점에 통신 칩을 부착해 도시 전체 교통상황을 한눈에 파악한다든지, 도시공원에서 무선랜 접속이 가능하다든지 하는 장치들이 설치된다고 한다.
우리은행 안명숙 PB팀장은 “특히 판교와 남쪽으로 닿아 있는 용인 동천, 성복, 신봉지구 등은 광교신도시와는 북쪽으로 닿아 있어 좋은 주거여건을 갖춘 곳이다. 내년의 전체적인 부동산 상황을 봐야겠지만, 광교에서 분양이 시작되면 인접 지역인 용인이 함께 들썩거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공급 워낙 많아 투자는 신중히”
정부의 ‘세금폭탄’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안명숙 팀장은 “부동산을 선호하는 고소득층 프라이빗 뱅킹 고객들의 경우 별 상승여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깨끗하게 털 텐데, 상승 가능성이 반반만 돼도 ‘섣불리 판단해 손해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정권 끝날 때까지 안고 간다’는 사람도 있다. 용인의 경우 어쨌든 복합 호재가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라 해도 섣불리 싼 가격에 물량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적인 부동산시장은 하향 안정기조로 갈 수밖에 없다. 다만 어쨌든 평당가격이 서울 강남 핵심 주거지의 2분의 1에 불과한 용인의 신도시 권역은 수요층이 비교적 탄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남권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그런 고급수요에 대한 공급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중대형 평형 아파트가 많은 용인 부동산시장은 당분간은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향후 수년간 용인에 예정된 막대한 공급량이 변수라는 시각도 있다. 봉준호 닥스클럽 대표는 “앞으로 1년 동안 1만가구가 분양된다. 판교 광교 신도시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할 2010년경 5만~6만 가구가 쏟아지면 공급초과로 조정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시장 격언이 부동산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용인의 개발 호재(好材)가 이미 현재의 부동산시장 시세에 충분히 반영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특히 실수요 목적이 아닌 단기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2년간 시세가 급상승했다는 것은 앞으로 그만큼의 기간에 상승할 여력이 다른 곳에 비해 낮다는 의미도 된다. 높은 세금부담 등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규제상황도 물론 고려해야 한다.”
용인 집값은 판교발(發) 부동산 바람에 편승해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절정을 구가했다.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들이 평당 3000만원을 오르내리던 무렵인 2004년 8월경에도 죽전지구 아파트들은 프리미엄을 합쳐 평당 800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600만원 이상으로 오른 곳도 많다. 동백지구 또한 2004년 분양 당시만 해도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통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곤 했지만, 현재는 프리미엄만 3억~5억원에 이르는 아파트가 있을 정도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발표한 ‘2005년 연초대비 집값 상승률 30’에 보면 보정동 포스홈타운 58평형이 77% 상승한 것을 비롯해 용인의 집들이 30위 안에 3분의 1인 10개가 들어갔다. 또 부동산뱅크가 올 7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용인시 전체 아파트의 평당 평균가가 1000만원을 넘었다.
경기도 내에서 평당가가 1000만원이 넘은 것은 시 단위로 보면 재건축단지가 많은 과천(2940만원)과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군포(1033만원)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한다. 분당의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 신도시뿐 아니라 구시가지도 더해지기 때문에 성남시는 아직 전체 평균가로는 1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이런 초고속 성장의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경부선 초입에 형성되는 대규모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도시집중 지대)’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이유로 든다. 요컨대 용인을 가운데에 놓고 판교(281만평)-분당(563만평)-흥덕(용인·65만평)-광교(수원 및 용인·341만평)-영통(수원·110만평)-동탄(화성·273만평)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택지지구들이 융합해 하나의 거대한 신도시권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단지 안이 수목으로 우거져 ‘자연 친화 아파트’ 명성을 얻고 있는 죽전 반도보라빌. 73평형의 거래가는 17억원이 넘는다.
서울에서도 강남이 뜨면 서초·송파·강동이 동반 상승하듯, 이 지역 역시 지역별 집값이 서로의 움직임에 의해 연동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규모를 감안할 때 ‘강남권’에 맞서는 수도권 제2의 ‘공동 블록’으로 인식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용인에는 전철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되고 정비되면서 ‘난개발’ 딱지가 서서히 떼어지고 있다. 예컨대 2009년 완공예정인 전철 신분당선이 들어서면 용인에서 강남역까지 20여 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수지’로 총칭되던 상현동, 풍덕천동 등의 구도심권에 이어 2000년대 들어 신도시급 택지지구가 잇따라 들어선 것도 용인 전체의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서판교 지역과 남단으로 이어지는 성복동과 신봉동, 분당 남쪽과 닿아 있는 죽전동·보정동, 또 이들과 직행도로로 연결된 동백동 등 ‘신도심 빅5’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동아’의 의뢰로 스피드뱅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7월15일 현재 평당 평균 집값도 이들 5개동이 각각 1431만원, 1405만원, 1377만원, 1445만원, 1139만원으로 용인시 29개 동 중 상위 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수목과 야산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상당수 아파트들이 창 밖으로 녹지공간이 조망되는 등 자연친화적 신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다.
부동산 칼럼니스트인 봉준호 닥스클럽 대표는 “용인에 ‘신도시’ 개념이 들어간 지 10년이 지났다. 초기 10년 동안은 끊임없이 ‘난개발’이란 낙인이 찍혀 고생했지만, 현재는 정비될 곳은 대체로 정비가 된 덕에 난개발이란 단어는 차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언론보도 영향 때문인지, 거주민들은 ‘나도 용인 산다’는 프라이드까지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만 놓고 냉정하게 보면 용인이 아직 ‘강남’에 대해 분당에 이은 차차선(次次善) 선택지임은 분명하다. 서울에서 적당히 멀고 완전히 진화하지도 못한 도시의 어중간한 특성 때문이다. 다만 용인은 북쪽으로 판교·분당신도시를, 남쪽으로는 ‘녹지 신도시’로 불리는 수원 광교 신도시 등을 끼고 있는 지리학적 이점이 있다. 거대 메갈로폴리스권이 형성되는 5, 6년 앞을 내다보면 중간 길목인 용인은 교통이나 상업시설 인프라 구축에도 이점이 많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시장에서 통용되는 말 중에 ‘20과 60의 법칙’이란 게 있다. 20평형대가 많거나, 반대로 60평형 이상대가 없는 포트폴리오를 갖춘 단지는 집값이 약세를 보인다는 이야기다.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33~80평형, 대치동 개포우성 1,2차 아파트가 31~65평형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복기해볼 때 이 같은 가설은 더욱 신빙성을 갖는다.
전국에서 ‘큰 집’ 가장 많아
이런 맥락에서 용인을 보면 유달리 50평형 이상의 대형 평형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국에 20만6665가구가 사는 50평형 이상 아파트 중 용인에 가장 많은 2만4788가구가 밀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분당 신도시(1만4978가구), 3위인 서울 강남구(1만4218가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전체 아파트에서 대형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도 용인시가 17.2%로 최고를 기록, 서울 서초구(15.6%), 강남구(14.3%), 용산구(13.5%)를 제쳤다. 용인의 아파트 6가구 중 1가구는 50평형 이상이라는 의미다.
이는 판교나 1990년대 초 분당의 경우처럼 건립단계에서부터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없었던 게 주 원인이다. 또한 판교는 분양가에 대한 인위적 규제로 인해 2, 3군(群) 건설업체들이 대거 참여했고, 분당의 경우는 브랜드 아파트가 생겨나기 전 도급건설만 있었기 때문에 품질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들과 달리 용인의 상당수 택지지구에는 1군 브랜드 건설사에서 지은 프리미엄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건설사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멋들어지게 지은 중대형 아파트들은 그래서 부유층의 관심을 끈다.
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은 “용인은 건설업자들에게 최소한 지난 5, 6년 간은 더 없이 좋은 땅이었다. 땅만 매수하면 분양이 순조롭게 이뤄질 뿐 아니라 땅 보유기간이 길더라도 각종 개발 이슈가 튀어나와 보유에 따른 금융비용을 상쇄할 만큼 분양가격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에서도 ‘돈이 된다’는 확신 때문에 아파트 품질 개선에 많은 돈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용인의 대표적인 중대형 단지는 기흥구 보정동 죽전자이(59평 단일 평형)다. 올 상반기 부동산업체들 조사결과 보정동 죽전자이는 평당 2600만원으로 과천의 재건축, 분당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제치고 경기도에서 평당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혔다. 저층은 13억원, 고층은 20억원에도 호가가 형성돼 있지만 매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입주시점인 2004년 10월 이른바 10·29 대책으로 경기가 위축되는 바람에 저층의 경우 분양가 4억7000만원에 프리미엄이 1억원가량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2년 만에 10억원이 오른 셈이다.
44만평에 달하는 너른 한성CC 골프장이 어디서든 바라다보인다는 게 이 아파트 최대의 장점. 이른바 ‘그린 조망권’이다. 아파트 바로 옆에는 한성CC를 끼고 있는 야트막한 야산도 있다. GS단지 주민들은 러닝머신 대신 매일 이 야산에서 운동을 한다.
한성CC가 ‘녹색 바다’처럼 조망된다는 소문 때문인지, 한성CC 옆에는 ‘타운하우스’라는 신개념 고급주택들도 들어설 계획이다. 극동건설 스타클래스는 70~80평형으로만 이뤄진 100가구짜리 주택을 9월부터 분양한다. 골프연습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등이 갖춰지는 건 서울 도심의 여느 주상복합 건물과 비슷하지만, 단지 뒤의 개천에 다리를 놓아 연결한 삼림욕형 산책로는 산과 개천이라는 자연경관이 뒤에 없으면 탄생할 수 없는 상품이다.
반도보라빌(38~73평형)에는 수천 그루의 활엽수 침엽수 중교목 관목 화초 등의 수림대(樹林帶)가 아파트 동 사이사이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중앙광장 안에는 자연계곡과 흡사한 인공 조형물로 꾸민 수경공간을 조성했고, 물줄기 상류에는 자연석들을 담가놨으며, 계곡 위로는 나무다리를 놓았다.
GS건설이 서판교와 가까운 수지구 성복동, 신봉동 일대에 조성 중인 ‘자이’단지들은 1만3800가구로, 어지간한 택지지구보다 덩치가 크다. 삼성물산은 판교에 보다 가까운 동천동에 비벌리힐스를 모델로 하는 ‘삼성 미니 신도시’를 기획하고 있다.
6억, 2년 뒤 17억으로
이런 이례적인 외부장식으로 ‘웰빙(참살이) 라이프’를 꿈꾸는 부유층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국민은행 시세 집계를 보면 이 아파트 73평형은 2004년 10월 이른바 10·29 부동산 대책 발표직전에 한때 6억6336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됐다. 그러나 지난 7월3일 현재 평균 거래가는 17억1250만원. 1년10개월여 만에 2.5배가 올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부동산114의 연간 상승률 집계에서도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한양6차 35평형과 함께 상승률(74.9%) 1위를 기록했다.
죽전지구는 양적으로는 ‘현대’의 독무대다. 엄밀히 말하자면 다른 회사 브랜드지만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2090가구까지 합치면, ‘현대’ 이름을 단 아파트는 9120가구에 달한다. 2만1000가구가 들어선 죽전지구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한다.
타워팰리스와 래미안으로 일거에 주택부문 선두업체로 부상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LG건설 시절부터 ‘자이’ 신화를 써온 GS건설이 용인의 요지마다 ‘침 바르기’를 하고 있는 사실 또한 시사하는 바 크다. 용인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판교 신도시에서 분양가 규제, 평형 제한 때문에 1군 브랜드 업체가 분양에 많이 참가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역(逆)으로 용인 명품단지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기능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GS의 ‘명품주택 타운’
GS건설이 서판교와 이어지는 수지구 성복동, 신봉동 일대에 짓고 있는 ‘자이’ 단지들은 합치면 어지간한 중규모 신도시에 버금간다. 2001년 61~92평형으로 이뤄진 수지LG빌리지1차 1164가구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LG빌리지는 6차, 신봉자이는 2차까지 입주를 마쳤다. 상현자이, 수지자이 등을 모두 포함하면 1만530가구다. 평형은 대부분 50, 60평형대고 최하가 33평형이며 최대 92평형까지 포진해 있다. 일부 평형의 평면을 보면 부엌이 3개나 있는 곳도 있다.
2007년 상반기 문을 열 신세계 죽전점의 조감도. 신세계 강남점의 컨셉트를 상당부분 차용했다.
삼성물산은 성복동, 신봉동보다 판교에 더 가까운 동천동에 이른바 ‘삼성 미니 신도시’를 기획하고 있다. 판교 신도시에서 남쪽으로 5km 떨어진 지점으로, 현재는 난개발 시절 들어선 가구단지가 어지러이 군락을 조성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일반 분양을 시작한다는 게 삼성물산(건설부문)의 계획이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총 14만2000평의 땅에 40평형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을 2500~3000가구 짓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비벌리힐스를 비롯해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고급 주거단지를 벤치마킹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물산은 가구단지 지주조합과 분양계획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신도시의 주택 형태를 다른 지역과 완전히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아파트 형태는 기존의 ‘병풍형’부터 국내 최고가(最高價) 아파트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같은 ‘탑상형’을 혼합키로 했으며, 층수도 4~30층으로 세분화해 ‘성냥갑’ 같은 기존 국내 아파트들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탈피하겠다는 것. 자재 또한 기존의 콘크리트 대신 벽돌이나 목재를 적절히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리기로 했다.
미리 ‘고객’을 끌어들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 용인시가 최근 주변지역 정비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용인시는 현재 삼성 미니 신도시 부지 인근에 폭 18m, 길이 694m의 녹지 산책로를 조성 중이다. 이 지역은 성남시와의 경계지점이라 그동안 가로수나 도로 지원이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것이 용인시가 밝힌 ‘정비계획’의 이유다. 이곳에는 나무와 꽃 1만6000주가 심어지고, 산책로에는 ‘흙 쿠션’이 들어간 고급 점토블록이 깔릴 계획이다.
신세계, ‘강남’을 옮겨온다
내년 상반기면 삼성, GS, 현대 등에 이어 백화점을 비롯한 복합기능을 갖춘 ‘신세계 타운’이 용인에 상륙한다. 이는 용인 부동산시장에 또 하나의 유의미한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급 아파트 단지 조성의 3대 선결조건-중대형 평형을 갖췄는지, 학원단지와 가까운지, 이용 가능한 백화점이 주변에 있는지-중 하나가 바로 백화점이기 때문이다.
여러 백화점 중에서도 신세계백화점의 파괴력은 ‘공인’된 셈이다. 특히 중산층 이상 수요층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룹 오너층이 이른바 ‘강남 아줌마’들의 명품잡화 및 식품 수요 특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기에 매장 구성(MD·Merchandising)이 한결 섬세하다는 게 신세계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7758억원의 매출을 올려 개점 5년 만에 서울 강남 지역(강남·서초·송파·강동구) 백화점 중 선두로 부상했다. 그동안 인근 고밀도 주거지를 등에 업고 판매 1위를 달리던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대치동’ ‘압구정동’ 프리미엄을 가진 현대백화점 무역점과 압구정 본점 등은 6000억~7500억원대에서 소강상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타운은 분당선 연장구간 첫 번째 역인 죽전역사에 조성된다. 죽전역사 왼편에는 1300대를 수용하는 지상 9층, 지하 4층짜리 주차빌딩이 들어서며, 오른편에는 지상 10층, 지하4층 규모의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이 세워진다. 주차빌딩은 지상에서 백화점과 연결된다.
신세계백화점에서 8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지난해 9월 문을 열고 이미 성업 중인 이마트가 있다. 지하에는 두 건물을 잇는 연결 보행로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이마트와 남쪽으로 닿아 있는 탄천을 지나면 신세계건설이 짓는 지상 20층 지하 4층, 연면적 8만평 규모의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외장 부착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은 입주 10년이 넘은 수지구 상현동, 풍덕천동과 입주 3년차인 죽전지구 내 죽전1, 2동의 경계에 있다. 분당 구미동, 정자동에서도 지하철 1~3 정거장 거리다.
백화점 건물은 강남점을 표본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죽전점 매장 면적은 1만2400평으로, 1만3100평인 강남점과 거의 비슷하다. 주차빌딩이 외부에 있으므로 실제 쇼핑 공간은 강남점보다 넓을 것으로 보인다. 주차빌딩에도 500평 남짓의 여흥 공간이 계획돼 있다. 멀티플렉스로 구성된 최첨단 영화관도 백화점 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할인점의 시너지 효과
신세계 관계자는 “구매력 높은 수지, 죽전권과 함께 교통여건이 좋은 분당 판교권, 수원 기흥 광주 화성권까지 백화점 수요층이 될 것으로 본다”며 “명품 잡화나 고급 식음료를 많이 배치하는 것 외에, 서울의 코엑스몰 같은 다기능 여흥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실 ‘경부선 메갈로폴리스’ 권에 현재 조성돼 있는 백화점 인프라는 A급으로 보기는 어렵다. 분당신도시에는 삼성플라자 서현점과 롯데백화점 수내점이, 수원의 각종 택지지구 인근에는 애경, 갤러리아백화점이 있지만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 비하면 다소 미흡한 점이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할인점을 방불케 하는 상시적인 이월 의류 할인판매, 종업원들의 서비스 미흡 등이다. 고가 의류나 화장품 업체들이 ‘브랜드 물관리’를 이유로 입점을 주저하는 이유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고소득층 거주민들은 강남으로 원정 쇼핑을 간다. 판교신도시에도 백화점이 입점할 계획은 아직 없다.
신세계백화점은 계열사인 이마트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동네가 뜨기 위해서는’ 백화점 못지않게 중요한 게 할인점이다. 특히 가족단위 고객이 일주일에 1~2회씩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한 뒤 자동차로 실어나르는 신도시 주거민들의 쇼핑 풍속도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는 중산층의 세계적인 트렌드와도 관련이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호에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이원화 쇼핑(bifurcated shopping)’이 발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극화 및 인터넷 발달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중산층 또한 이따금씩 호화쇼핑몰에서 명품을 구매하면서 자주 ‘아주 싼 일상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쇼핑 스타일이 바뀌고 있다는 것.
신세계측에 따르면 백화점 맞은편의 이마트 죽전점은 주말 하루 2만5000명이 다녀가며 매출규모는 82개 전국 지점 중 10위권에 랭크돼 있다.
죽전지구 남단에서 2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기흥, 구성, 영덕 지역 수요층을 겨냥한 ‘이마트 구성점’이 오는 9월 문을 열 예정이다. 원래 지난달 신세계가 인수한 미국계 할인점 월마트가 있던 곳으로, 대규모 확장 리노베이션 공사를 거친다고 한다. 용인 신도시 권역에는 이 밖에 롯데마트 수지점, 이마트 수지점 등이 성업 중이다.
‘난개발’ 오명은 이제 그만
용인 상현동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윤수(36)씨. 다소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에게 현재의 교통 인프라는 여전히 ‘2% 부족’ 이다. 그는 “요즘도 오전 7~8시 사이에 차가 많이 몰리는 월요일의 경우라면 좌석버스로 광화문까지 1시간30분은 잡아야 한다. 그나마 2시간 넘게 걸리던 예전보다는 나아진 편이다”고 했다.
용인의 교통 인프라는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인구규모와 보조를 맞추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분당까지 나가지 않으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도 없었고, 시내 간선도로는 서울 출근과 퇴근 시간에 맞춰 병목현상을 빚기 일쑤였다.
‘압축성장’으로 요약되는 지난 10년 여를 되돌아보자. 용인시는 3월1일로 시 승격 10주년을 맞았다. 1996년 2읍 8면 4동에 불과하던 ‘용인군’은 현재 3구(수지구 기흥구 처인구) 1읍 6면 29개동이라는 대규모 행정단위들을 거느리고 있다.
인구 증가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용인시에 따르면 1992년 12만명에서 수지지구 개발등으로 1996년 27만명까지 인구가 는 뒤, 다시 대규모 택지들이 들어서며 2006년 현재는 72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택지지구 등 신도시권에 50여만명이 살고, 읍·면 등 구시가지권에는 20여만명이 산다. 인구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연평균 12.3%로, 2010년에는 1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게 용인시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체 주택의 수도 1996년 6만채에서 현재는 20여만채로 3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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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후반에 분양이 시작된 용인 수지 1, 2지구 아파트 분양가는 인근의 분당 아파트 매매가보다 평당 100만원 정도 비쌌다. 분당에 대한 강력한 주택수요가 경부고속도로 건너편까지 넘친 데다, 새 아파트라는 프리미엄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난개발로 인한 교통난이 회자되며 자연히 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0~2003년에 분당은 강남과 연동돼 큰 폭으로 반등했으나, 용인은 함께 오르지 못했다.
상현동 거북이공인 관계자는 “성원2차 아파트 48평형의 경우 1998년 분양 이후 5년동안 2억2000만~2억7000만원에서 제자리 걸음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순부터 지금까지 1년여 만에 5억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니 그동안 저평가된 게 정상화 됐다고 보는 게 맞다. ‘급등’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발코니 밖으로 새들이 지저귀고, 시야에 울창한 삼림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게 좋아 상현동 내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한 50대 기업 임원의 얘기다.
“입주 초기만 해도 출근시간에 자가용으로 양재역까지 가는 데 2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날마다 조금씩 늦어지더니 반년쯤 지나니까 23번 국도(서울로 가는 광역도로)와 만나는 풍덕천 사거리에서만 신호대기 시간이 25분이 넘었고, 총 소요시간은 2시간 가까이 걸릴 때도 생겨났다. 처음에는 산밖에 안 보이던 발코니 밖으로 타워크레인과 고층아파트들이 삐죽삐죽 솟아올랐고, 공사소음과 먼지가 들어오는 게 싫어 결국 2년 만에 본전도 못 챙기고 서울로 나왔다.”
‘누구나 뜰 것이라고 했지만 뜨지 않던’ 시기는 그 후에도 계속됐다. 1998년 죽전지구 개발이 발표되기 전 동아건설이 현재의 죽전지구 내에 분양했던 보정동 동아솔레시티도 초기 투자자들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3년 뒤, ‘강남까지 20분’
입주 6년째인 지금 동아솔레시티는 용인에서 ‘리딩 아파트’군에 해당되지만 외환위기와 건설사 부도 등이 겹치며 입주 4년 반 동안은 초기 분양가의 10% 내외에서 가격이 움직였을 뿐이다.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채 태동하기 전, 동아건설이 영국인 전문 설계자에게 설계를 맡겨 전 가구에서 골프장 내지는 산이 바라다보이도록 지었고,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33~89평형대 배열로 강남권 고소득층의 눈길을 끌었지만, 평당 800만원대 분양가는 수년 동안 넘기 힘든 벽이었다. 동아솔레시티의 입주가 끝난 3년 뒤인 죽전지구 내 입주가격이 평당 750만원 안팎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당시 평당가 800만원의 가치를 새삼 느껴볼 만하다.
난개발로 말미암은 교통불편, 이로 인한 입주민들의 불만, 부동산 가격의 저평가의 악순환이 계속되자 건설교통부와 용인시는 2000년대 들어 획기적인 교통개선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 2년 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7월1일 서정석 신임 용인시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교통대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살기 좋은 용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숙원인 교통개선사업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정해진 공기(工期) 내에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사건건 건설교통부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용인시 처지에서 보면, 서 시장이 건설교통부 실·국장을 거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이력을 지닌 것은 고무적이다.
건교부로부터 수지지역에 지하철 신분당선 조기 착공 약속을 이끌어낸 한선교 의원(용인 을·한나라당) 측은 “중앙정부와 조율을 거쳐야 하는 용인시의 경우 아무래도 지역 공무원보다는 건교부 고위관료 출신이 관련 예산확보 등에 유리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서 시장은 ▲분당선 연장구간 공기 내 착공 ▲신분당선 연장(정자~수지~수원) 조기 착공 ▲서울~용인 고속도로 공기 내 착공 ▲경부고속도로 수지IC 개설 추진 ▲영동고속도로 동백IC 개설 추진을 교통분야 5대 중점과제로 꼽았다. 부동산시장 측면에서 보면 하나하나가 휘발성이 상당한 개발소재들이다.
2009년 착공 예정인 신분당선은 서울 강남역~판교~분당 정자역(18.5km) 구간에 놓인다. 정자역은 다시 분당선과 환승되므로 2008년 준공될 분당선 연장역(오리~죽전~보정~기흥~상갈~수원) 구간에서도 혜택을 보게 된다. 연장선 대부분이 용인 지역을 지난다. 분당선이 완공되면 용인 죽전역에서 수서, 선릉역을 거쳐 왕십리까지 50분대에 직행으로 주파하게 된다.
용인~서울 직행고속도로 뚫려
정자역에서 죽전, 보정역 사이에는 미금, 오리역 두 정거장밖에 없어, 시간으로는 6~7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분당까지 16분이 소요되므로, 환승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용인 구성, 죽전 등지에서 강남역까지 25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게 된다.
신분당선 연장구간(11.2km) 건설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건교부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자역에서 용인 동천, 수지, 상현지구를 거쳐 수원 광교신도시를 잇는 곳에 역이 생긴다. 환승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용인 서부 신도심권에서도 20분 안에 강남까지 갈 수 있게 된다. ‘먼 훗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신분당선은 3단계(2020년 예정)로 강남~용산 9.9km 구간도 연결될 예정이다.
경부고속도로의 출퇴근 상·하행 정체를 완화해 용인 주민들의 교통난을 대폭 덜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서울~용인 고속도로는 2009년 준공예정이다. 용인시 기흥읍 영덕리에서 판교 신도시를 지나 서울 양재역 인근 헌릉로까지 연결하는 22.9km의 4~6차선 도로다. 총 6개의 IC 중에 상현IC, 성복IC가 판교 남단의 용인 상현동 신봉동 성복동 등에서 바로 연결된다.
성복IC 기준으로는 서울 양재동까지 15km 남짓, 서울의 올림픽대로를 생각해보면 여의도에서 강남 성수대교 구간 정도의 거리로, 교통체증만 없다면 강남까지 역시 2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측은 이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경부고속도로, 분당~수서 고속도로, 국지도 23호(경부고속도로 판교IC에서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국도)의 교통량이 대폭 분산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분당~수서 고속도로 분당 끝 지점에서 죽전휴게소를 거쳐 용인 풍덕천 사거리까지 직선으로 잇는 공사도 현재 진행 중이다. 현재는 출퇴근시간이면 분당 끝 지점에서 용인가는 차량들로 정체가 빚어지는 때가 많다. 2009년 이 도로가 계획대로 완공되면 용인에서 서울 강남까지 교통신호 체계를 거치지 않고 논스톱으로 갈 수 있는 고속도로가 2개 만들어지는 셈이다.
경부고속도로 수지IC와 영동고속도로 동백IC 건설은 서 시장이 ‘추진’이라고 밝혔듯, 아직까지는 ‘지역민 숙원 사안’인 단계다. 용인시민들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가려면 항상 분당시내를 거쳐 판교IC로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용인시청과 한선교 의원실 등에 따르면 현재 동백IC 신설과 관련해 건교부와 절충안이 마련되고 있다. 동백지구에서 영동고속도로 마성나들목에 이르는 2km남짓의 연결도로를 만들기로 한 것. 여기에 현재 개설 중인 동백 마성 신설도로(3.7km, 2009년 완공 예정)가 연결되면 동백지구에서 영동고속도로가 바로 연결 된다. 반면 수지IC는 건교부가 ‘주변교통체증 증가’ 등을 내세워 아직 확고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밖에 기흥시 구갈역에서 동백지구, 행정타운을 지나 에버랜드에 이르는, 용인 동서지역 15개역을 가로지르는 경전철이 지난해 11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09년에 착공될 예정이다. 구갈역에서 분당선 연장선과 환승되기 때문에 5개의 역이 놓일 인근의 동백지구 주민들은 많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떠오르는 교육도시
지난 수년 간 급상승한 용인 신도심 아파트의 가격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변 교육여건은 아직 학부모들의 ‘공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여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학원 인프라가 서울 강남이나 목동권은 물론 분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가장 두드러지는 이유다. 그나마 대규모 상가를 중심으로 어린이 영어유치원이나 예능학원은 많이 들어섰지만, 강사의 수준에 따라 특목고나 명문대 합격률이 좌우된다는 통설이 있는 영어·수학·논술학원은 양과 질에서 상대적 열세라는 게 용인 학부모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 유명 강사가 선뜻 그룹과외 지도를 하러 오기 쉽지 않은 점도 있다.
그러나 용인만이 내세울 수 있는 몇 가지 특성도 있다. 특히나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용인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여전히 많은 학부모에게 언감생심이긴 하지만 한국외국어대 부속 용인외국어고가 좋은 예다. 용인외고는 지난해 개교 이래 교육분야에서 용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 학교다.
올해 용인외고 신입생 입시에서도 토플 시험 성적이 300점 만점에 264.7점을 기록, 같은 명문 기숙학교인 민족사관고(255.43점)를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영국의 명문 기숙학교를 벤치마킹한 덕분에 오케스트라, 수영, 검도, 미식축구, 댄스스포츠 등 다양한 음악, 스포츠 활동을 학생들에게 의무화한 것 또한 자녀가 어른이 되어서 ‘능숙한 사교활동’에 나설 것을 기대하는 요즘 학부모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있다.
용인시에서 건립비 270억원을 전액 지원했기 때문에 이 학교는 다른 특수목적고들과 달리, 학생모집에서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 학년 350명 중 30%에 해당하는 100여 명은 기본적으로 용인시내 중학교 출신이다. 이론적으로 시내 40개 중학교에서 2~3명씩은 진학할 수 있다.
용인외고측은 “입학 초에 지역할당제를 통한 합격생이 일반전형 학생들과 실력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워낙 학습욕이 왕성한 시기라 한 학기가 지나면 수준 차이는 거의 없어지는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정부가 2008학년도 입시부터 외고 신입생 선발 모집을 광역지방자치단체로 제한할 방침이어서 용인외고의 선발대상은 경기도 중학생들로 국한된. 이렇게 되면 용인 학생들에게 진학의 문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2년부터 분당, 일산 등지에서 자취를 감춘 비평준화 고교가 용인에는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 역시 교육시장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분당·일산 신도시의 초기 정착기를 돌이켜보면, 당시 비평준화 고교였던 서현고, 백석고교의 존재가 부동산시장 상승 소재로 위력을 발휘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