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리포 컨소시엄 선정 뒤 “5조 투자 언급한 적 없다”
- “국토 담보 사업에 추악한 허위사실 유포… 검찰 수사해야”
- 인천발전연구원, “리포 제안서에 ‘규정 위반’ 있다”
- 인천시 “공정한 절차 거쳐 선정에 문제 없다”
인천시 도시개발공사가 제작한 ‘운북 복합레저단지’ 개념도.
최근 인천시는 이 땅(인천시 중구 운북동 326번지, 272만9347㎡)에 ‘운북 복합레저단지 조성사업’(이하 ‘운북사업’, 대상 면적 184만1049㎡)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 주거와 레저,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국제적 수준의 복합레저단지 건설’(사업공모지침)이 인천시가 내건 이 사업의 목표다. 2008년까지 서해를 배경으로 고급 주택지, 아파트 단지, 관광시설, 레저시설, 상업업무시설, 학교, 병원, 도로, 공원 등 도시기반시설이 모두 들어서는 ‘자족형 해양 신도시’ 형태로 개발될 계획이다.
총 사업규모는 2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인천시는 이 사업을 ‘외자유치’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특히 국제공항이 인접해 있고 중국과도 가까운 운북지구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 중국(또는 화교) 자본 및 중국 부유층 인사들을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땅 소유주인 인천시는 운북사업의 시행을 인천시 산하 ‘인천시 도시개발공사’(이하 ‘도시개발공사’)에 맡겼다. 중국 기업인 대련화흥기업집단(이하 화흥)이 투자를 결정했다. 도시개발공사는 지난해 8월 ‘화흥’측과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기업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는 정식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쌍방의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차원에서 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를 위반할 경우 윤리 문제 등에서 책임이 뒤따른다. 도시개발공사는 화흥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운북사업을 위해 외국계 회사인 ‘코암’과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대해 화흥측은 “한 사업에 대해 이처럼 양해각서를 남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감사원, ‘운북 특혜의혹’ 감사 중
그런데 올 2월 도시개발공사는 운북사업을 사업자 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사업신청자격 요건을 ‘외국법인’ 또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이 50% 이상인 국내외 법인 컨소시엄’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양해각서는 별 쓸모가 없게 됐다.
3월31일까지 화흥 컨소시엄, 리포(LIPPO) 컨소시엄(홍콩 기업인 리포 리미티드가 최대 주주이고 코암이 2대 주주이며 9개 국내 대기업이 참여), 영국의 아멕(AMEC) 컨소시엄이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도시개발공사는 사업제안서를 인천시 산하 기관인 ‘인천발전연구원’에 넘겨 평가용역을 의뢰했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순위를 결정하고 이를 도시개발공사에 통보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인천발전연구원은 30명의 외부(관련 학계, 업계) 평가위원에게 평가용역을 맡겼다.
4월23일 도시개발공사는 “평가를 진행한 결과 리포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향후 도시개발공사는 리포 컨소시엄측과 개발방안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합작계약이 체결되면 도시개발공사와 리포 컨소시엄의 합작법인이 설립되고 이 합작법인이 운북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리포그룹 홍콩법인인 홍콩 리포 리미티드의 존 리 대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열흘 전인 4월13일 인천시를 방문해 “운북지구 57만평에 5조원을 투입해 홍콩과 같은 형태의 국제업무·휴양레저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존 리 대표는 “5조원 투자계획도 인천시에 전달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리포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인천지역에선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등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현재 운북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특혜나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한 간부는 7월14일 “어제 중국 정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그는 ‘인천 운북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우리가 보기엔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며 불만을 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운북사업 공모에서 탈락한 화흥측에 대외 도급공정 입찰참가 허가증을 발급해주며 지원해왔다.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거쳐 중국국가개발은행도 대출의향서를 통해 화흥측이 운북사업에 참여할 경우 국고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5조원 투자’는 허위였다
“홍콩 리포 리미티드의 존 리 대표가 4월13일 인천시를 찾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리포 컨소시엄측에 유리하게 작용한 외부 환경으로 평가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인천발전연구원은 ‘리포측이 운북사업에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이를 즉시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외국기업이 5조원(약 52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는 것은 단일 사업으로는 손꼽히는 규모에 해당된다. 언론에 착공 사실이 대서특필된 경기도 파주의 7세대 LG필립스 LCD 사업 투자액도 5조3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신동아’가 취재한 결과 4월13일 존 리 대표가 인천시에서 ‘5조원 투자’ 발언을 하는 것을 직접 보거나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존 리 대표는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었다. 리포 컨소시엄에 소속된 일부 인사가 존 리 대표의 운북 투자계획을 담은 보도자료를 돌리면서 이 같은 보도가 쏟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홍콩 리포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회사다. 홍콩증권거래소의 수시공시제도에 따르면 모든 ‘주가 민감 정보’는 일반 공시의무에 따라 공시토록 되어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인천시 추산대로 2조원 규모가 넘는 매머드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면 당연히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리포 컨소시엄의 일원인 국내 모 건설사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공시해 주가가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신동아’가 인터넷을 통해 홍콩 리포 리미티드의 공시현황 자료를 확인한 결과 리포 컨소시엄 지분의 50% 이상을 갖고 있는 대주주인 이 회사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운북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인천연대는 “리포 리미티드가 홍콩증권거래소에 운북사업 관련 정보를 공시하지 않은 것은 이 사업에 투자할 능력이 없거나 투자할 의향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시를 하면) 자사에 유리하고,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한 정보를 굳이 공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5조원 투자’는 그 규모 면에서 홍콩 언론에서도 주요 경제 뉴스로 취급될 만한 사안이지만 홍콩 리포 리미티드는 이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리포의 운북사업 5조원 투자는 홍콩 언론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사업제안서와 인터넷 등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리포 리미티드는 자본금이 54억원이고 총 자산은 1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부채를 뺀 순자산은 3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포 컨소시엄측은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인 ‘리포 가라와치’를 리포 리미티드와 동일한 회사로 소개했으나, 확인 결과 리포 리미티드와 리포 가라와치는 지분 구조 등에서 별개의 회사로 나타났다.
인천시 영종도 내 운북복합레저단지 사업예정지.
‘5조원 투자’의 이같은 진위 의혹과 관련 리포 컨소시엄의 2대 주주인 코암의 김동옥 회장은 “리포의 존 리 대표가 운북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는 존 리가 직접 한 말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된 것이 맞다”고 밝혔다. 특히 김 회장은 “존 리 대표는 5조원이라는 액수를 밝힌 적이 없다. 나도 그런 내용을 홍보한 적이 없다. 운북사업의 전체 규모가 5조원 또는 그 이상이라는 의미였다. 7조원이 될 수도 있다. 운북사업에선 사업자가 25% 이상 개발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리포 컨소시엄의 투자규모도 거기에 맞춰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사업지침 등에 따르면 리포측은 부지매입비 등을 투자하게 되며 투자 규모는 추후협상에 따라 유동적이다. 김 회장이 운북사업의 총 투자금이 5조~7조원이라고 말한 것은, 우선협상대상자인 리포측이 이를 모두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분양 등을 통해 개별 단위사업자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운북사업에 유치할 경우 그렇다는 의미이다.
리포 리미티드의 5조원 투자는 허위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리포 컨소시엄측이 이처럼 “존 리 대표가 5조원 투자 발언을 한 적 없다”고 뒤늦게 밝히며 스스로 5조원을 투자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선정 앞둔 시점에 허위사실 유포”
김 회장은 보도자료를 낸 경위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부에서 ‘리포는 한 번도 투자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리포 컨소시엄은 허구다’라는 의혹이 나왔다. 그래서 내가 리포측에다 ‘한국에 직접 와서 해명해달라’고 요청해 존 리 대표가 왔다. 그러나 존 리 대표는 인천에 오긴 했어도 인천시 도시개발공사나 언론사 기자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보도자료로 존 리 대표의 입장을 공개한 것이다.”
리포 리미티드의 5조원 투자 발표는 언론뿐 아니라 사업자 선정 및 인·허가 기관인 인천발전연구원,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재정경제부도 재빨리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리포 컨소시엄측도 5조원 투자 보도가 나간 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한 차례도 정정을 요구하지 않았다.
국토를 외국자본에 제공하는 국가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인 투자자 선정 과정을 목전에 둔 민감한 시점에 특정 신청자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추악한 허위사실이 대다수 언론을 통해 유포된 셈이다. 유포 주체 등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의도적이었다면 중대한 공무와 관련된 상당히 심각한 허위사실 유포 사건이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5조원 투자 관련 기사가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뒤 정정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코암의 김 회장은 “내부적으로는 (언론 보도가) ‘잘못 나갔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정정 보도를 요청하지는 못했다”고만 말했다.
당시 리포가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일부 기자는 “리포측이 배포한 4월13일자 보도자료에 ‘존 리 대표가 인천을 방문해 운북사업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보도했다. 대다수 언론 보도 내용이 동일한 것도 구두설명이 아닌 보도자료를 참고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보도자료엔 ‘5조원’이라는 투자 액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리포가 운북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홍콩 증시에 공시하지 않은 점, 사업 현장인 한국에 직원을 파견하지 않은 점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중국 사업가들이 신중한 편이어서 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인천시 도시개발공사가 최근 리포측에 ‘사업을 하려면 한국에 사무실을 내고 직원을 상주시키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포측이 외국인 투자자라는 명의만 빌려준 것 아니냐”는 일부 시민단체의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리포는 사업을 추진할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 최근 리포 컨소시엄 출자사들은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이 사업을 진척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운북지구 사업신청자들이 낸 사업제안서를 평가해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을 수행한 기관이다. 운북사업을 담당한 인천발전연구원 기윤환 책임연구원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리포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제안서가 운북사업의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날인에 문제 있다”
화흥 관계자는 “리포 컨소시엄의 사업제안서엔 리포가 50% 이상 지분으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을 확증해주는 리포 측의 증명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안서에 날인된 존 리 대표 명의의 약식 사인에 대해 “존 리 대표 본인이 직접 날인한 것이 아니다”는 의견이다. 화흥측은 이러한 의혹 등을 이유로 인천시 도시개발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운북 복합레저단지 우선협상자 협약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다음은 인천발전연구원 기윤환 책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리포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제안서에 하자가 없나. 화흥측은 리포측 사업제안서 내용 중 리포의 대표 서명 등이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30명의 외부평가위원이 판단하는 일이다. 그러나 리포 컨소시엄은 시행자가 요구한 사업제안서 규정대로 서류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이 점은 다른 컨소시엄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회사의 대표자가 이 사업제안서에 동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용인감계를 제출하지 않았다든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들 사이에 협약서를 작성하다 보면 일종의 계약양식에 맞춰야 하는데 기명은 않고 날인만 했다든지 그랬다. 세 컨소시엄 모두 인감증명 날인에 문제가 있었다. 지침에서 제시한 대로 따르지 않았다.”
-리포 컨소시엄의 대주주인 홍콩 리포사가 투자 능력이나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보나.
“리포측이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차선으로 넘어간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해서 꼭 그쪽과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다. 홍콩 리포사는 본계약을 체결한 뒤 투자하도록 되어 있다.”
리포 컨소시엄의 국내활동은 2대 주주인 코암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흥측은 코암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음은 화흥 관계자의 주장이다. “사업제안서엔 자금력 등을 입증할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 등을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 리포 컨소시엄의 사업제안서를 보면 코암은 컨소시엄의 2대 주주임에도 이런 경영자료를 첨부하지 않았다. 출자(出資)능력을 보여줄 또 다른 입증자료인 법인 유보금도 없다. 이는 사업자 신청 자격요건상 결격사유라고 본다.”
이에 대해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코암의 투자력을 입증할 자료가 빠져 있는지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리포 컨소시엄과 인천시, 안상수 시장측은 우연한(?) 인연이 여러 번 겹쳤다.
반복되는 ‘우연의 일치’
안상수 인천시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굴비 사건’ 때 안 시장의 변호를 맡은 모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리포 컨소시엄의 2대 주주인 코암에 법률자문을 해왔다. 운북사업과 관련해 화흥측이 인천시 도시개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이 법무법인은 도시개발공사의 소송대리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운북사업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고위 간부는 같은 법무법인의 고문을 역임한 바 있다.
운북사업 시행권자인 인천시 도시개발공사에서 사장으로 재직한 모씨는 2005년 중반기 퇴임해 2006년 1월 A사의 초대 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A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모 기업은 코암과 함께 리포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또한 민간기업인 B사는 운북사업 예비평가를 수행했는데, 이 기관의 모 이사는 수개월 전까지 리포 컨소시엄에 소속된 모 기업에서 근무했다. 이뿐만 아니라 모 회계법인은 인천시 도시개발공사로부터 ‘운북사업 사업자 공모지침’의 평가요소별 평가방법, 내용, 배점 등의 기준을 정하는 용역을 맡았다. 그런데 이 법인은 리포 컨소시엄측 회계도 맡았다.
리포 컨소시엄이 사업자 공모지침(위)에 어긋나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운북사업 공모 경쟁 전 안상수 인천시장이 코암의 영종도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 김 회장은 7월14일 ‘신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선 “교포 사업가들에 대한 통상적 격려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공모 경쟁 전 김 회장이 지난해 8월1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암의 사업에 확신을 갖게 된 안 시장이 코암의 영종도 개발에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것에 대해서도 그는 “기자가 기사를 잘못 쓴 것이다. 안 시장이 개인적으로 코암의 영종도 사업이 성사되도록 해준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행정적 지원을 해준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작은 회사에서 자료 누락”
그는 안 시장의 ‘굴비사건’ 변호인이 소속된 법무법인이 코암에 법률자문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회 일을 하면서 그 변호사와 잘 알게 됐다. 안 시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사업제안서에 코암의 투자력을 입증할 서류들이 첨부되어 있지 않아 하자가 있고 실제 코암은 실적이나 자본력이 없는 회사”라는 화흥측 주장에 대해 김 회장은 “코암이 작은 회사이다 보니 대기업들이 사업제안서를 준비하면서 코암 경영자료를 대수롭지 않게 봤다. 그래서 코암의 자료가 누락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암의 지분(6%)에 걸맞은 투자금은 향후 내 재산을 투입해 충당할 수 있다. 감사원엔 코암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운북지구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의문에 대해 이 사업 관련 당사자인 안상수 시장 및 인천시,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인천발전연구원, 코암 인터내셔널은 공히 “공정한 절차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계약이 체결됐으며, 특혜나 불법의 소지는 전혀 없고 공익적 견지에서 지역개발사업이 원만히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상수 시장측 관계자는 “안 시장은 ‘굴비사건’ 때 변호를 맡은 해당 변호사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해당 변호사측 법무법인이 리포 컨소시엄측 코암에 자문을 하는 것은 안 시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천시 도시개발공사는 인천시 산하기관이고 운북사업의 부지는 인천시 소유이기 때문에 인천시도 운북사업에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행자인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사업자 선정 평가자인 인천발전연구원이 엄격한 절차(외부 전문가 30인에 심사위탁 등)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인천시장이나 인천시는 이 사업에 관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 리포가 운북사업을 할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여부는 리포측이 실제로 투자를 하고 계약대로 이행을 하면 증명되는 것이다. 본계약 뒤 리포측은 부지 매입비로 투자를 해야 한다. 리포측이 이행을 못하면 다른 대안을 찾으면 된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컨소시엄 참여 회사에 대해 실사(實査)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도시개발공사의 전임 사장이 리포 컨소시엄에 참여한 회사의 자회사 사장으로 옮긴 것에 대해선 “우리도 걱정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관련 법규를 찾아 보니 옮긴 회사의 규모가 작아 공직자윤리 규정엔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임 사장은 이 사업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 한다”고 해명했다.
“안 시장 무관, 투명하게 진행”
인천시 도시개발공사는 e메일로 보낸 해명서에서 안상수 시장이 코암측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 “글로벌 경제시대에 자치단체장이 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당연함. 시장이 미국, 일본, 동남아, 중국 등 주요 관련국을 방문하여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당연함”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어지는 해명서 내용이다.
“도개공이 용역을 맡긴 회계법인을 리포측이 용역회사로 선정한 사실이 밝혀진 뒤엔 이 회계법인을 제외했음. 리포 리미티드는 세계 2대 화상그룹이 아니고 자산규모 11억달러의 회사임. 우선협상대상자선정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세부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해 그대로 실행했음. 리포 컨소시엄에 특혜를 준 사실이 없으며 평가는 인천발전연구원에 위탁해 이뤄졌음.”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 외부 전문가 30명은 무작위로 선출되어 중립적이다. 그러나 평가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순위를 제외한 구체적인 평가결과가 공개되지는 않는다. 인천발전연구원이, ‘리포측이 운북사업에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점을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은 리포측에 우호적이어서가 아니라 통상적인 홈페이지 관리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코암 김동옥 회장도 “운북사업의 공정성을 담보할 핵심은 사업자 선정 과정에 있다. 이를 위한 사업제안서 평가방식은 경기도 ‘한류우드’ 사업 과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매우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