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호

[신평의 ‘풀피리’②] 대깨문과 박사모는 이란성 쌍둥이!

  •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입력2020-09-01 16: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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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씨, 내려와야 합니다!’ 글 쓴 뒤의 不和

    • 내부 총질이라니…文정부 비리 있어도 비판 못하나?

    • 대깨문은 민주주의 먹어치우는 괴물 같은 존재

    • ‘극우가 코로나 퍼뜨린다’는 김부겸 막말, 대깨문 향한 구애

    • 깍듯하던 김부겸, 文정부 들어 국민 아닌 권력 바라봐

    •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바이러스 창궐, ‘인터넷 독재’ 상태

    • 文대통령, 대깨문 횡포 아는지 모르는지…

    • 권위주의 때도 있던 정치풍자 코미디, 이 정부에서 용납 안 돼

    • 국민은 ‘시무7조’ 통해 언로 막힌 상황 새삼 깨달아

    • 대깨문‧박사모, ‘힘 센 존재’ 숭배하는 인간 본성에서 탄생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는 ‘공익제보 지원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었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신평 변호사(64·사법연수원 13기)는 이 조직의 공동위원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지식인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신동아’는 8월 25일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신 변호사의 에세이를 싣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9일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9일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9년 8월 20일, 나는 별 뜻 없이 페이스북에 글 한 편을 올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관한 짤막한 글이었다. 약간은 흥분하며 썼으나, 그 후 몰아닥친 폭풍은 전혀 예감하지 못했다. 마치 이 글은 불타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던 인화물질에 불을 댕긴 격이었다.

    [조국 씨, 내려와야 합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나 자신 사회적 지위(status)건, 성(gender)이건 기득권 세력의 일원으로서 숱한 과오를 저지른 사람입니다. 긴 시간 농사를 지으며 절절한 반성과 참회 속에 침잠해 있는 처지로서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글인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듭니다. 그리고 촛불시민혁명을 열렬히 지지하며 현 정부가 들어서기를 학수고대한 처지로서 이 정권과 당신이 연계된 상징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2018년 봄 대법관 교체 시기에 당신이 나를 진지하게 밀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으며, 이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말입니다. 나는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쪽으로 기웁니다. 어리석은 돈키호테니, 신의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인간이니 하는 비난을 듣더라도 이 말을 해야겠습니다.



    조국 씨 이제 내려오십시오!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득권 세력과 그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로 나누면 희한하게 잘 보입니다. 진보라고 표방하면서 기득권 세력으로서 누릴 건 다 누리는 ‘진보귀족’들의 행동에도 거침이 없습니다. 자신이 챙길 건 철저하게 챙겨왔습니다. 해방 후 지금까지 이렇게 기득권 세력의 발호는 그치지 않았고, 서민들은 사실상 개돼지 취급을 받아왔던 것입니다.

    조국 씨! 당신은 숱한 인간적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 그래도 다른 정부보다는 나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분투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전형적인 ‘진보귀족’으로 살아왔습니다. 당신이 귀한 딸을 위하여 기울인 정성이 과연 김성태 의원의 그 정성에 비해 도덕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간에서는 김성태 의원의 경우는 별 것 아니라는 말이 나옵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조금 숨을 고르고 명상의 시간을 가진 뒤, 이 사회를 위해 다시 헌신할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아, 한 가지 빠뜨렸군요. 당신이 온갖 문제를 안은 한국의 로스쿨 제도를 허황한 로스쿨 설립취지를 원용하며 한사코 비호하고, 로스쿨을 거치지 않고도 법조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함으로써 이 땅의 수만 명 젊은이들이 당신을 향한 원성을 내뱉어온 사실을 압니까? 나는 이 원한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예언해온 사람입니다.

    당신이 기득권자로서 지금까지 저질러 온 오류와 다른 사람들에게 안겨준 상처들에 대하여 깊은 자숙의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넓고 길게 보며, 그 후에 다시 국민들 앞에 나서도록 하세요.

    8월 20일

    당신의 대학 선배이자 FIDES 선배로부터


    ‘조국 사태’ 이후의 不和

    그 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조국 사태’라고 부른다. 혹자는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 극심한 의견 분열이 노정됐다는 의미에서 ‘조국 내전’이라고까지 칭한다.
     
    격론의 현장에 선 나는 사태 유발자의 한 사람이었다. 나는 차츰 ‘사회적 글쓰기’의 길로 나아갔다. 나에게는 약간의 장점이 있었다. 헌법학자로서 20년 간 치열하게 연구한 바탕이 있었고, 시와 수필에서 등단한 글쟁이의 솜씨가 더해졌다고 할까. 또 나는 국가가 공인하는 농사꾼이다. 오랜 세월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온 색다른 경험이 있다.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매일 세계의 정보를 입수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매일 묵주기도를 드리며 생활하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자찬이 과한 듯해 송구스러우나, 내 딴에는 한 쪽 입장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사회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고 생각했다. 

    ‘사회적 글쓰기’의 길로 나아간 뒤 그간 나와 관계를 맺었던 적지 않은 사람들과 균열이 생겼다. 고통스런 불화가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소위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이라고 하는 이들의 반발이 심했다. 대구에 사는 어느 ‘대깨문’은 나에게 “처가를 탈탈 털어 망신을 주겠다”고 위협했다. 나도 화가 나 그 말을 이렇게 받았다. “좋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게 해라.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은 쓸 데 없이 사람을 겁박하는 양아치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1년이 다 되도록 아무 말이 없다. 집사람은 홀몸으로 경주역전에서 구멍가게 운영하며 간신히 살아가던 장모의 딸이다. 조국 교수 부인처럼 몇 달이 아니라 몇 년을 턴들 나올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대깨문 조직에서 나를 찍어 공격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듯하다. 그들은 지옥에서 막 나온 시커먼 악마의 얼굴로 “낄, 낄, 낄!” 거리며 나에 관한 온갖 정보를 캐내 인터넷상에 퍼 날랐다. 지인 몇은 일부러 전화를 걸어와 밤에는 절대 혼자 길에 나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마치 초현실의 세상에 옮겨와 버린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며칠 전 서울에 간 김에 오랫동안 적조하던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사상범으로 장기간 수형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한 번 만나자고 하니 코로나 얘기를 하는데, 핑계임은 잘 알 수 있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불만을 표시했다. 

    “강성한 적폐세력을 앞에 두고 어찌 우리 내부에 총질을 할 수 있나? 그리고 동아나 조선 같은 곳에 인터뷰를 한다든지 하는 일을 뻔뻔스럽게 저지를 수 있나?” 

    이런 말 앞에서 과연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목에서 “그러면 이 정부 하에서 어떤 비리나 부패 행위가 발생해도 우리는 비판할 수 없는가?”라는 말이 올라오려고 용을 썼으나, 애써 밑으로 가라앉혔다. 나는 그를 이해한다. 지금 같으면 별 것 아닌 일로 청춘의 아름다운 시절을 교도소 엄중한 벽 안에서 허송해야 했던 그 서럽고 원통한 마음을 나라도 수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계절의 변화

    서울에 며칠 있다가 돌아와 밭에 들어가니 무언가 다르다. 태풍 바비가 별 탈 없이 지나간 밭에서 ‘왜 이럴까’ 하며 두리번거렸다. 아하, 번성하던 녹색이 줄어든 탓이었다. 장마철을 전후해 초록의 기운이 번져나갈 때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풀베기를 하더라도 적당히 타협해야 한다. 풀의 존재를 인정하고 고추나 토마토 같은 작물 주위에 풀을 없애되, 밭을 다니는 길을 확보하는 선에서 만족한다. 불과 며칠 새 많이 달라졌다. 들깻잎에 갈색이 들어 열매가 여물고, 밤송이 가시가 누렇게 변해간다. 감에도 홍조가 들기 시작했다. 풀이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이 완연하다. 풀 사이로 벌써 듬성듬성 누런 흙이 보인다. 눈에 다 담을 수 없던 초록의 세계가 축소돼 이제 한 눈에 다 담긴다. 가을은 이렇게 온다.

    칼 로브의 착각

    미국에 있을 때인 2005년. 공화당의 위대한(?) 선거책략가 칼 로브(Karl Rove)가 텔레비전에 출연해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미국에서 힘을 쓰는 정치세력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미국사회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았고 그 결과 시대에 뒤떨어진 정당이 됐다. 그들은 현실을 무시하는 몽상가들이다. 공화당은 앞으로 계속해서 선거에 쉽게 이기며 장기집권을 할 것이다.” 

    칼 로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정의 설계자’(the Architect)로 불렀던 인물이다. 부시가 치른 선거(텍사스 주지사 선거 2번, 대선 2번)를 책임져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2004년 대선에서 이긴 직후 승전 모드에 젖어 당당히 ‘공화당 장기집권’을 언급했을 것이다. 그의 낙관은 바로 다음 선거에서 물거품이 됐다. 2008년 대선에서 초선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민주당)가 공화당 후보를 손쉽게 이겼기 때문이다.

    민주당 ‘막말 전당대회’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8월 29일 전당대회는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막말대회’로 기울었다. 선거과정에서 김부겸 당 대표 후보는 “종교의 탈을 쓴 일부 극우세력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윤석열 검찰총장을 개에 비유하며 ‘개가 주인을 무는 격’이라는 상식 이하의 말을 했던 이원욱 최고위원 후보는 여전히 막말을 했다. 그는 “바이러스 테러범을 방조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고,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판사를 “판새”(판사 새끼)로 호칭했다. 

    왜 막말을 주저 없이 할까. 문재인 대통령 뒤에 선 세력에 추파를 던지기 위해서다. 우리가 아는 문 대통령은 그런 막가는 언동을 하는 분이 결코 아니다. 그런 막말은 소위 ‘문빠’ 그 중에서도 극렬성향의 대깨문을 향한 구애다.

    사람들은 대깨문의 위력에 벌벌 떤다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뜻으로,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다. 이 천박한 용어는 그들이 자처한 이름으로 알고 있다. 대깨문은 일사불란한 조직력과 집요한 인신공격, 타협을 불허하는 전투정신으로 인터넷 정치를 장악했다. 그 힘으로 그래도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던 김부겸이나 이원욱 같은 인사들이 극단적 언사를 하도록 부추겼다. 또 현 정부의 시책을 비판하는, 나를 포함한 인사들에게 무차별적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거 ‘멍석말이’와 같은 비제도적 사회적 명예형을 가차 없이 행한다. 형벌의 기준은 오로지 그들이 임의로 정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위력 앞에서 벌벌 떤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는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대깨문은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인 표현의 자유를 심히 억압한다. 여론형성의 장(場)을 심하게 왜곡시킨다. 대깨문은 민주주의 토양에서 자랐음에도, 민주주의를 먹어치우는 괴물 같은 존재다. 

    그들이 인터넷에서 휘두르는 폭력의 언어는 심각한 악성의 ‘인터넷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의 목적은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다. 그 바이러스의 창궐로 지금 한국사회는 비정상적 ‘인터넷 독재’ 상태에 이르렀다. 한국사회에서 그들이 갖는 정치적 극단주의는 심각한 ‘언로의 봉쇄’ 상황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대깨문의 횡포를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욕해서 기분이 풀린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현실의 실정을 한참 모르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면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나서는 게 무시무시한 일이 됐다.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도 허용되던 정치풍자 코미디가 이 정부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사정에서 어느 평범한 30대 가장이 올린 ‘시무7조’에 국민들이 속 시원해 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동안 언로가 막히고 한쪽의 의견만 횡행하는 독재적 상황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시무7조’를 통해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런 상황은 대깨문이 기를 쓰고 조성해왔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언론의 자유를 극단적으로 제압하려 설치는 대깨문은 대단히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이다. 

    우리 정치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와 같은 반민주적인 극단주의를 줄여 나가는 일이다. 그래야 대화와 타협을 통한 민주주의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밟아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온 후보들은 극단 성향 그룹을 향해 노골적인 구애를 했다.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었다. 

    전광훈 목사가 ‘얼빠진 짓’을 하며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긴 했어도, 그나 그 수하가 고의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뿌리는 테러를 하고 있다니! 또 남의 당 대표를 무슨 권한으로 끌어내리는가? 판사를 ‘판새’로 저속하게 호칭하는 건 우리 사회의 기본가치, 이념에 대한 부정에 다름 아니다. 이런 막말이야말로 테러리스트의 테러행위와 진 배 없다.

    김부겸과 나

    8월 2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수도권 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김부겸 당 대표 후보가 영상연설을 하고 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8월 2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수도권 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김부겸 당 대표 후보가 영상연설을 하고 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1993년 법관 재임명에 탈락한 뒤 이듬해 경주에서 초라하게 변호사 개업을 했을 때다. 김부겸은 아들과 함께 일부러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힘을 내라고 격려해줬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언제나 공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나에게는 깍듯하게 ‘형님’이라고 부른다. 내가 아는 김부겸은 겸손과 신의의 사람이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고 나서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을 받는다. 2016년 총선 당시 대구의 보수적 인사들마저 “꼭 김부겸이 당선돼야 한다”는 말을 종종 했다. 그가 당선되겠거니 예감했는데, 실제로 당선됐다. 2020년 총선에서는 그런 말을 거의 듣지 못했다. 

    얼마나 어려운 민주화운동의 과정이었던가! 나는 김부겸이 젊은 날 살아온 의로운 역정을 잘 안다.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 그가 바라보는 방향은 언젠가부터 국민이 아니라 권력의 쪽이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를 한 번씩 만나기도 했으나, 국민을 위해 이 사회를 어떻게 개혁해나갈지 포부를 밝히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가 초심을 잃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면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당 대표 선거에서 이처럼 고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어버린 게 아닐까 한다.

    집단면역으로서의 여론조사

    대깨문들의 반민주적 행동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들의 천한 막말과 야비하고 음험한 공격에서 벗어날 희망은 없는가. 

    암담한 현실에서 곰곰이 살펴보면 ‘인터넷 바이러스’에도 집단면역 이론이 적용되는 것 같다. 집단면역은 역병을 초래하는 바이러스에 항체를 갖고 면역력을 획득한 사람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더는 바이러스가 힘을 쓰지 못한다는 개념이다. 분석이 일치하지는 않으나, 대체로 인구의 60% 내지 70%가 면역력을 갖게 되면 집단면역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 같다. 

    대깨문과 같은 극단주의자들이 뿜어내는 ‘인터넷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집단면역의 역할은 어쩌면 여론조사가 수행할지 모른다. 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30%대로 가라앉으면 그들의 바이러스는 차츰 힘을 잃게 된다.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60% 내지 70%의 국민들이 극단적 정치세력의 선전과 반민주적 작태에 놀아나지 않는다면 대깨문은 차츰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처하더라도 대깨문은 소멸되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할 테다. 현 정부와 정체성을 완전히 공유하는 이들, 예컨대 조국 교수 같은 사람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민주당을 마지막까지 흔들려 할 것이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칼 로브가 그토록 자신했던 미국 공화당의 장기집권도 한갓 백일몽에 지나지 않았다. ‘검찰권의 무력화’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이제 불가능하게 됐어도 너무 자신하지 말라. 이해찬 전 대표가 20년 장기집권의 욕심을 비쳤으나 그대로 잘 되지 않을 것이다. 대깨문이 바라는 ‘세력의 영속’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달성될 수가 없다.

    차기 정부와 새로운 인터넷 바이러스

    2022년 5월 새 정부는 진보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조국 교수가 대깨문의 극렬한 투쟁으로 후보가 된다면(나는 이 정도로 우리 국운에 망조가 들었다고 보지는 않지만) 모를까. 그렇게 추측하는 게 합리적이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새 정부는 현 정부와 상당한 차별화를 꾀하리라고 나는 본다. 비유컨대 노태우 정부에서 김영삼 정부로 넘어갔을 때와 같은 새로운 발상이 사회 전반에 넘쳐나지 않을까 한다. 그러면 대깨문은 순식간에 소멸할 것이다. 

    단,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대깨문이 사실은 친박 혹은 박사모의 이란성 쌍둥이라는 점이다. 정치적 성향은 반대이지만 두 세력 다 ‘힘 센 존재’를 숭배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탄생했다. 대깨문과 친박은 권력을 중심으로 뭉쳐 호가호위를 즐기며, 자신의 정체성을 권력의 향방에 묻어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므로 새 정부가 들어서도 새로운 ‘인터넷 바이러스’가 생긴다고 봐야 한다. 그들 역시 해바라기처럼 권력을 무조건적으로 옹위하는 데에 자신의 삶을 걸 테고, 공동체의 귀중한 자산을 갉아먹을 것이다. 

    유심히 눈을 뜨고 항상 지켜봐야 한다. ‘인터넷 바이러스’의 방역을 위해 다소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새로운 ‘인터넷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그 위험성이 대깨문처럼 증폭하면 재빨리 깨달아야 한다. 이때 집단면역이든 백신주사든 대책을 마련한다면 우리는 좀 더 좋은 민주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이 백신은 대깨문과 같은 반민주적 집단의 형성을 미리 차단하는 사회적‧제도적 장치다. 

    유감스럽게도 현 정부에서는 이 백신의 개발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떻든 ‘인터넷 바이러스’의 창궐로 다시 ‘인터넷 독재’ 시대를 맞이하는 일은 없어야 선진사회를 만들 수 있다.

    덧붙임 1 : 흐르는 세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시 한 편을 짓는다

    <여름이 간다>

    여름 풀밭 냄새
    시들어가고
    나뭇잎 갈색
    늘어 가는데
    귀뚜라미 한 마리
    엷은 가을소리 내는구나
    살다살다 어느 하나
    제대로 못했어도
    오늘 하루 내 살아있음은
    쪽빛 하늘 가운데
    포근한 구름 조각이어라

    덧붙임 2: 여름의 끝을 장식하는 꽃 두 개

    꽃범의꼬리

    꽃범의꼬리

    나팔꽃

    나팔꽃

    벼이삭이 팬 논 위를 나는 왜가리들-왼편의 산이 노천박물관인 경주 남산.

    벼이삭이 팬 논 위를 나는 왜가리들-왼편의 산이 노천박물관인 경주 남산.

    약력
    ● 1956년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13기
    ● 인천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역임
    ● 저서: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들판에 누워’(시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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